말라가의 밤 (조수경 장편소설)

말라가의 밤 (조수경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마지막 밤, 아빠가 우리를 말라가에 데려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살 사별자로 외로이 남겨진 삶
슬픔으로 침잠하여 비로소 발견하는 치유의 길
안락사가 합법화된 근미래를 다룬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아동학대 사건을 섬세하게 파헤친 《그들이 사라진 뒤에》로 죽음과 가족 관계,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져온 조수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말라가의 밤》이 출간되었다.
4년 만의 전작 소설인 《말라가의 밤》은 가족의 자살로 혼자 남겨진 형우가 기나긴 방황과 좌절 끝에 삶의 의미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화물 트럭을 몰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심정으로 살아가던 형우는 엄마와 동생의 10주기에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서 의식을 잃고 도착한 곳은 휴양지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 ‘말라가’다. 그곳에서 형우는 아홉 살의 형우, 열아홉 살의 형우, 스물아홉 살의 형우를 차례로 만난다. 과거의 기억에서 찬란하고도 후회스러웠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며 엄마와 동생, 아빠의 죽음에 한층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듯 《말라가의 밤》은 자살 사별자가 지닌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곡진한 시선으로 헤아린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 생에 긴요한 용기이자 치유의 시작임을 깨우쳐주며 뭉근한 감동을 자아낸다.

조수경은 슬픔이 만들어진 원인과 그것이 놓인 자리, 이동하는 경로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거기 존재하는 감정의 구조적 맥락을 담담히 재정렬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감정’이 고립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타인들의 마음과 긴밀히 얽혀 있음을 드러낸다. 개별적 상태에서 내면으로 침잠하던 슬픔은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와 치유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_정이현(소설가)
저자

조수경

저자:조수경
글·그림·여행.세상구경실컷하고,아이들과동물들을사랑하면서살다가고싶은소설가.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고,201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젤리피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모두가부서진』,장편소설『아침을볼때마다당신을떠올릴거야』『그들이사라진뒤에』가있다.

목차


여름은죽기좋은계절
물방울
파핑캔디
루나파크
하와이엔뭘타고가지?
랜야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월을훌쩍건너뛰니선명하게보이는것들”
지금의나를살릴방법을찾는이들을위한이야기

생사의갈림길인해변말라가에서형우는제일먼저아홉살의형우를만난다.어린시절에살던집으로돌아가젊은나이의엄마와어린동생을조우한다.아빠의부재로생활에부침을겪었으나셋이서사랑으로충만했던시간을다시보내며가족의따스함과소중함을되새긴다.

열아홉살의형우를통해서는동생이처음으로아빠의죽음에의문을드러냈던순간을돌아본다.그때동생의질문을무시하지않고사려깊게대화를나누었더라면어땠을까하는회한에젖어든다.그랬다면형제사이가소원해지지않았을지도,동생의우울이심화되지않았을지도모른다는죄의식을거듭느낀다.

스물아홉살의형우는대기업에다니며눈코뜰새없이분주한나날을보내고있다.신규사업준비에치여엄마와동생의번민을도외시하는과거의모습에서형우는마음깊이자책한다.아주작은관심과배려만으로도참담한불행을막을수있었으리라는깨달음을얻기도한다.

생의면면을곱씹어보는과정에서형우는그간제대로들여다보지못했던과오와놓쳐버린가능성,후회,행복의순간들을오롯이마주한다.과거의자신들을경유해잃어버렸던삶의기쁨과의욕을되찾으며조금씩새로운미래를꿈꾸기시작한다.

텔레비전에서어떤과학자가그러더라고요.죽기전에살아온날들이필름처럼스쳐가는이유는,생에서체득한모든경험속에서지금의나를살릴방법을찾기위해서라고._313쪽

“숨이쉬어지지않을땐함께숨을참는것도방법”
물속에서길을잃지않도록서로에게손내미는사람들

바다에서구조되어현실로돌아온형우는자신처럼자살사별자인프리다이버들과함께물속으로잠수하는나날을보낸다.고요하고깊은바닷속으로침잠함으로써오히려숨통이트이는듯한경험을한다.투신자살과유사해보이면서도전혀다른목적을지닌프리다이빙을통해그동안의죽음충동을극복해간다.무엇보다다른자살사별자들과교류하는과정에서형우는고립된감정상태로부터벗어나서서히마음의문을열게된다.“손내밀면서로를잡을수있는거리에서,서로를구할수있는거리에서,버디와함께수면으로올라와다시숨을들이마시는”행위를반복하며개인적인비통과괴로움이타자와의연대로치유될수있음을발견한다.

우리,이유를찾으려고하지말자.결말을알수없는게살아있는이들의삶이라면,결말은알고있되그이유를알수없는게스스로떠난이들의삶이니까.결코다알수없지…….죽음의원인에서내탓을찾지도말고.죽음으로그의삶을미화하거나왜곡하지도말고.있는그대로기억하면서,그렇게,그렇게._82쪽

“누군가마음을앓으면그가족도전부도움이필요해지거든”
전염되는우울을딛고끝끝내새로운숨을들이켜는회복호흡

한국은OECD국가중자살률1위로2024년에만1만4872명이스스로목숨을끊었다.하루평균40.7명이자살로생을마친셈이다.그에따른비애와혼란은주변의가족,친구,동료들의몫으로남는다.사랑하는이를먼저떠나보낸이들은죄의식과분노,무력감으로오랜기간비탄에빠지고심한경우자살을택하기도한다.그렇기에《말라가의밤》은자살사별자가자살생존자라고도불리게된배경과이유를고스란히보여준다.동시에그들의슬픔이지나간시절을톺아보고남겨진이들끼리서로연결됨으로써회복가능한상처임을알린다.지극한애통속에서도힘찬발짓으로수면을박차고오르는존재들을통해한줄기빛과같은위로를선사한다.

작가의말

살다가숨이쉬어지지않는날에는당신이당신을꼭안아주면좋겠다.구와일구와이구와삼구가서로를안아주었듯이.잠시숨을참더라도,결국엔수면으로상승해회복호흡을하면좋겠다.슬픔도,분노도,우울도힘이세다.한사람혹은그이상의생명을꺼뜨릴만큼강력한에너지를품고있다.그렇기에마음에‘우울력발전소’를세우고역으로그에너지를당신이숨쉬는데,당신만의빛을발하는데모조리써버리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