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 시대의 귀환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무한 각축의 시작)

야만 시대의 귀환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무한 각축의 시작)

$22.00
Description
미국 일극 패권의 종말,
그리고 영토·자원을 둘러싼 무한 각축의 시작
박노자 교수가 제안하는 ‘야만 시대’의 생존 전략

2026년 1월에 벌어진 미군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납치, 그리고 그린란드 영토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법적인 강탈 협박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의 파워와 리더십의 건재함을 보여 준 것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힘의 증명이 아니라 미국 패권이 돌이킬 수 없는 쇠락과 몰락의 길에 들어섰음을 반증하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이나 절차로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없고 오직 무력으로만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패권 국가란 단순히 강력한 군사력만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전 지구적 자본 축적 과정을 총체적으로 조정하고, 압도적인 생산력과 기술력, 그리고 담론을 세계의 상식으로 만드는 학지(學知) 생산 능력을 갖춘 국가여야 한다. 17세기의 네덜란드, 19세기의 대영제국, 그리고 1945년 이후의 미국이 해당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일극 체제는 사실 세계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시대였다.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의 몰락은 늘 공통된 궤적을 그렸다. 외부에서는,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도전 세력이 등장해 제조업과 기술적 우위를 무너뜨린다. 내부에서는, 누적된 불만을 더 이상 억제하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기존 집권층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어설픈 시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지금의 미국은 이 모든 징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막강한 군사적 네트워크와 금융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당분간 더 지속되겠지만 분명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특별했던 패권의 시대가 저물고 세계사는 다시 ‘기존 궤도’로 귀환하고 있다. 영토와 자원을 둘러싼 열강들의 무제한 각축, 즉 ‘야만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이 패권의 공백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위기는 곧 미국과 동반 국가인 대한민국의 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련 출신 지식인으로 냉철한 외부자의 시선과 뜨거운 내부자의 비판 정신으로 한국 사회와 세계사의 이면을 날카롭게 분석해 온 박노자 교수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위기’인 동시에 거대한 ‘기회’라고 역설한다. 우리가 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감상적인 친미나 맹목적인 반미를 넘어, 미국 패권의 계보와 그 쇠락의 메커니즘을 냉철하게 통찰해야 한다.
신간 《야만 시대의 귀환》은 미국 패권의 태동부터 성장, 그리고 현재의 균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정교하게 해부한다. 세계의 경찰이자 주요 사상의 중심지였던 미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열강들의 합종연횡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전 세계는 포스트 서구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포스트 아메리카나(Post Americana)’를 살아갈 필수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서 길을 잃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정밀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박노자

노르웨이오슬로대학교수.1973년소련의레닌그라드(오늘날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태어났습니다.대학때조선사(한국사)를전공하게되었는데,당시에는평생한국고대사를공부하겠다고마음먹었습니다.1991년,한-소수교영향으로평양김일성대학대신서울고려대학교로언어실습유학을왔습니다.가야준국가들의정치와외교에관해박사학위논문을썼습니다.
소련에서학위를받은후서울로돌아와교육계에서3년간외국인노동자로생활했습니다.혹독했지만한국생활의‘속살’을들여다보는귀중한시간이었습니다.평생한국에서눌러앉기를기대해국적을획득했지만,한국대학강단에서는도저히정규직을얻을수없었습니다.결국불가불2000년에먼노르웨이에서정규직을얻어26년째살고있습니다.
한국에서직접겪고느낀바를살려《당신들의대한민국》《당신이몰랐던K》《미아로산다는것》《주식회사대한민국》등대중서를몇권냈습니다.그사이공부의방향을조금바꾸어서근현대사연구에천착하게되었고,최근에는한국사회주의운동역사를정리하는데많은시간을할애하고있습니다.《조선사회주의자열전》《붉은시대》등은그결과물입니다.지금은미국패권의쇠락등현실에대한글을쓰는동시에,1920~1930년대‘붉은수도’모스크바에서활동한조선인혁명가들의역사를정리하고있습니다.말하자면2020년대와1920년대를동시에살고있는것과같은느낌인데,물론제게는1920년대가훨씬친근하게느껴집니다.

목차

들어가는말:미국패권의몰락,위기와기회

1장퇴행하는세계
중고의시대,퇴보의시대|역사적'초퇴행'의시대|전쟁,죽음의불평등|1930년대,우리시대의거울|1970년대,세계적보수화의분수령|비교심리,몰락과수렴|'핏줄'로퇴행하는세계|우크라이나전쟁:무승부의이유|호소와연대의실종|몸,계급의산물

2장미국은왜그럴까
팍스아메리카나의황금기,1945~1955|반공주의이데올로기의산파|제국의자충수들|특별한시대의종말|위기대처법:닉슨모델|인권부재의외교|적대적공생의역사|홀로코스트의기억|필연의실패|'빈민'들의애국주의|상징자본축적의논리

3장트럼프는왜이럴까
옐친의그림자|오랜역사의산물|미국노동자의선택|보편시대의종말|두극우의공통점|이민자의나라|광의의파시스트|'배신'의계보|미국의고르바초프?|패권의가격|러시아간첩?|트럼프주의라는심적안식처|국가의자살|미래가될과거|'딜'외교의실패|오바마와바이든의계승자

4장이스라엘너는누구냐
유대인지배론|'유대인사회주의운동'흥망사|소련과시온주의|시온주의:종족적민족주의의폐쇄회로|소수자혐오에대하여|반유대주의없는사회?|소수자의동화|적대적타자의이미지|하마스에대하여|미래는있는가?|교류의힘|작은희망

5장과거가다시돌아오지않도록
제국의주요상품,무기|글로벌민족주의시대|미국의고립주의전통|중국의'미국시대'의종언|경쟁에서이길수있을까?|중국은미국의미래?|장기적인적대적공존|가장본질적인차이|21세기혁명의모습|'포스트서구세계'가온다|학술에서'그레이트아메리카'|“모든건미국탓이야”|쇠약해지는야수의발악|좀더큰목표를향하여

나가는말:관리자국가시대,민주주의를어떻게지킬것인가?

출판사 서평

관세폭탄,다자주의파괴,베네수엘라침공,그린란드야욕…
미국은왜이럴까?

제2차세계대전의종전(1945년)과함께시작된팍스아메리카나는압도적인군사력과제조생산력,소비력만의결과물이아니다.미국은브레턴우즈체제(BrettonWoodsSystem)를통해달러를세계기축통화로세우고,마셜플랜(MarshallPlan)을통해자본주의진영의경제부흥을주도하며,자유민주주의라는보편적가치동맹을구축했다.이를통해미국은전지구적자본축적과정을총체적으로조절하고중재하는전무후무한지위를누렸다.전세계가미국의금융시스템에의존하고,미국의소비시장에상품을팔며,미국의군사적보호아래안보를의탁하는거대한순환구조가완성된것이다.
그러나이견고해보이던패권은1970년대부터서서히균열이가기시작했다.신자유주의적전환은금융자본의비대화를불러왔지만동시에미국의실물경제를지탱하던제조업의쇠락과트럼프의콘크리트지지층인‘러스트벨트’의형성이라는치명적인대가를치러야했다.산업의퇴조는극심한빈부격차와중산층의붕괴를초래했고,제국을유지하기위한천문학적인비용부담은내부의불만을증폭시켰다.여기에2008년의세계공황,2010년대초반실물경제초강대국으로중국의부상,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미국의패배,트럼프형신보호주의의등장,2022년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등이맞물리며미국의일극체제는종말을고하게되었다.(91쪽)
게다가상당수미국인들의입장에서‘돈먹는하마’인‘패권비지니스모델’은소득에비해낭비성이지나쳐경제성이떨어진다.하위동반국가들까지챙겨야하는패권국가보다그냥자국의이해만챙기는보통열강미국을원하는것이다.(177쪽)바로이때출현한것이트럼프다.트럼프주의는세계화과정에서철저히소외된미국하층노동계급의분노와인종주의적편견이결합된우익포퓰리즘의결정체다.무엇보다트럼프주의의본질은국제사회의‘규범’과‘동맹’이라는거추장스러운외피를벗어던지고,오직단기적인자국이익만을추구하는극단적인‘미국제일주의’에있다.이는그동안미국이표방해온보편적가치와외교적신뢰를스스로파괴하는행위다.고율관세부과와무리한투자강요,인권및기후관련66개국제기구와협약탈퇴,방위비분담금압박,대외원조중단,강경한이민정책,언론탄압등트럼프행정부의기행에가까운정책들이대표적인예다.
저자는트럼프에게서고르바초프와옐친의그림자를보았다.옐친역시러시아제일주의를외쳤고고르바초프는“사회주의를다시위대하게”를외쳤다.그추진주요동력은제국유지비용의축소였는데이는결국제국의몰락을재촉했다.(171쪽)만약“미국을다시위대하게”를내세우는트럼프주의가고착된다면미국은내부적으로는극한의양극화와정치적내란상태에직면할것이고,대외적으로는국제질서를교란하는‘예측불가능한깡패국가’로전락할것이다.무엇보다비극적인점은,미국패권의몰락이평화로운다극체제로의전환이아니라,힘의논리만이지배하며무제한각축을벌이는‘야만의시대’를여는서막이라는사실이다.


자국의이익과생존만이우선되는포스트아메리카나앞에서

영토와자원을둘러싼열강들의부단한경쟁은본래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일반적인상황이다.여기에는국제사회를지탱하던최소한의법적합의나인권이라는보편적규범은더이상작동하지않는다.과거냉전시기나유일패권시기에는최소한강대국들사이의명문화된규칙이나패권국의강력한중재가분쟁을억제하는역할을했다.그러나그중재자가사라지고패권공백이넓어지는현재,각국은오직자국의생존과이익만을위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정글의법칙속으로빠져들고있다.
이러한정세를보여주는가장대표적인사례가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다.주권국가의영토를무력으로침범하고병합하려는행위는19세기제국주의시대의유산이었으나오늘날다시금현실의위협이되었다.(56쪽)또한가자지구에서벌어지는참혹한인명살상과이를저지하지못하는국제사회의무능은인권과인도주의라는가치가얼마나쉽게폐기될수있는지를증명한다.
더큰문제는전세계적경기하락국면에패권이동,즉열강사이의싸움까지겹치면최악의반동정치가판을치게된다는점이다.이탈리아와네덜란드,핀란드그리고미국등에서초강경우파가집권한것도위기의한징후다.(28쪽)또다른우려는세계적경기하락국면에서누적된모순은결국큰전쟁을불러왔다는데있다.전간기(戰間期,1918~1939)에누적된모순이제2차세계대전을초래한것처럼,앞으로펼쳐질글로벌무한각축은신자유주의파산,기후붕괴와맞물려또다른대규모전쟁을불러올수있다.
이미세계는반도체,에너지,희토류등전략자원을둘러싼‘경제전쟁’을넘어실제적인군사적대치국면으로빠르게이동하고있다.우리는규범에의한통제가사라진빈자리에‘힘이곧정의’가되는시대한가운데에서있다.과거에세계경찰을자임해왔던미국은이제체면을차릴것도없이그저세계를주무르고있는여러조폭조직의하나로그위상을재정리하고있다.(145쪽)과연우리는과거와같은방식으로미국에전적으로의존할수있을까?미국에게동맹의가치가더이상예전같지않다면,한국역시한미동맹에대한무조건적의존에서벗어나야한다.이제우리의지정학적위치와외교적태도를근본적으로재고해야할때인것이다.


동맹은없고거래만남은세상,
미국제일주의의호구가되지않으려면?

오랜시간대한민국에게미국은단순한우방을넘어‘세계’그자체였다.해방이후우리가마주한기술과과학,기독교에서서구적마르크스주의에이르기까지,거의모든지적·물적토양은미국이라는필터를거쳐수용되었다.미국은곧문명이었고그질서에순응하는것이유일한생존전략인시절이있었다.(14쪽)그러나팍스아메리카나의황혼과함께이일방적의존도저물고있다.세계가포스트서구시대로선회하는지금,우리역시‘포스트미국시대’를향한점진적이고도담대한이행을준비해야한다.미국은여전히핵심적인변수지만,이제는우리의발전을견인하는엔진이기보다때로는거액의투자를강요하거나자국우선주의로우리를옥죄는불확실한리스크로작용하고있기때문이다.
이거대한전환기의길목에서박노자교수는대한민국이취해야할생존과발전전략을구체적으로제안한다.우선안보의패러다임을‘자립’과‘지역’으로재편해야한다.역설적이게도고립주의를표방하는트럼프행정부의등장은전시작전권환수를완수할수있는적기일수있다.(12쪽)미국의개입에만전적으로의존하는수동적자세에서벗어나자주국방의토대를다지고,중국·러시아·북한과의관계를적대적단절에서호의적공존으로회복해야한다.이를통해한반도를둘러싼다자적지역안보구도를설계해나가야한다는것이저자의통찰이다.(324쪽)
경제적지평역시과감하게넓혀야한다.그간의외교가구미권과일본에올인하는편향성을보였다면,이제는중국과아세안,그리고비서구권시장에더큰무게를실어야한다.한국의문화상품과산업역량은이미서구권을넘어비서구세계에서강력한소구력을증명해왔다.발전국가모델의경험을살려전략적인산업정책을펼치는동시에,인도·브라질·남아공등‘글로벌사우스(GlobalSouth)’의주요행위자들과보조를맞추는‘균형외교’가반드시필요하다.(60쪽)
결국대미관계의본질적체질개선이시급하다.‘미국제일주의’를외치는트럼프시대에과거와같은혈맹의낭만은더이상유효하지않다.그들에게동맹이라는개념이사라지고오직‘비즈니스파트너’와‘고객’만남았다면,우리는기꺼이그거래에응하되결코‘호구’가되어서는안된다.미국이군사적보호라는명분으로불합리한요구를해온다면,우리역시한미동맹은물론이고방산,조선,반도체및배터리등다양한전략자산을카드로내걸고대응해야한다.한반도평화와동아시아경제협업이라는우리의핵심이익을끝까지관철하는‘요구수준이높은고객’이되는것,이게바로야만시대를헤쳐나갈대한민국의필수전략인것이다.(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