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출근합니다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숲으로 출근합니다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19.00
Description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천리포수목원에서 기록한 눈부신 사계절
세상을 바꾸는 특종을 꿈꾸던 기자가 10여 년 후 정신을 차려보니 수목원 화단에서 잡초를 뽑는 가드너가 되어 있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2000년 국제수목학회 인증)에 선정된 천리포수목원의 나무의사 황금비가 쓴 첫 책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촌각을 다투는 뉴스 경쟁 속에 살다가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에 속하는 태안의 서쪽 끝, 산과 바다가 맞닿은 숲으로 출근하게 된 변화는 단순한 이직을 넘어선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날마다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이 저자에게는 도심의 네온사인보다 더 강력한 도파민 자극제다. 지하철 출퇴근길의 필수템이었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사라졌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는 소리, 가을바람에 억새잎이 스치며 흔들리는 소리, 오색딱따구리 새끼가 어미를 찾으며 지저귀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수목원 입사해 두 번의 사계절을 겪으며 이 책을 썼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가꾸는 1만 7,000여 분류군의 식물 가운데 서른세 종을 계절별로 소개한 가드닝 다이어리다. 도시의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벚나무나 소나무, 무궁화 같은 식물도 있지만 산딸나무, 태산목, 노루오줌, 야고, 큐슈곤약 등 우리가 보면서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거나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종들도 두루 소개한다. 저자는 이 식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 상상하며 글을 썼다. 수목원에 자리를 잡은 덕에 책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사실 식물은 어디에나 뿌리를 내린 채 인간에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치열하고 고된 일상에 자주 공허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자연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각을 선사하고자 한다. 똑같은 출근길, 익숙한 산책길에서도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발견할 수 있는 초록의 순간들이 인생의 해상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신없이 목련축제를 치르고 나면 정작 만개한 목련 아래서 찍은 내 사진 한 장 없다는 사실에 허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난해에 비해 직박구리가 목련꽃을 많이 뜯어 먹는 것 같다고, 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에 선녀벌레가 생각보다 많이 퍼져 화초들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고 진지하게 걱정하는 일들이 아직은 즐겁기만 하다.” _서문 중에서
저자

황금비

아시아최초로‘세계의아름다운수목원’에선정된천리포수목원의나무의사.
동쪽끝강원도강릉에서태어났다.산과바다가가까운곳에서유년시절을보낸것이인생에서가장큰복이었다는것을어른이되고나서깨달았다.
연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한뒤2015년한겨레신문취재기자로입사해사회부·국제부·정치부등을거쳤고,이후미디어플랫폼기업에서일했다.직장생활을하며마음이시끄러울때마다공원과궁궐을찾아다녔다.공원에는어디에서나쉽게볼수있는나무가가득해좋았고,궁궐에는쉽게보지못하는오래된고목이있어좋았다.
식물을향한호기심과애정이깊어져서울생활을정리하고2023년나무의사가됐다.지금은서쪽끝,산과바다가있는태안에서아름다운노을과함께일한다.

천리포수목원인스타그램@chollipoarb

목차

서문_초록으로선명해지는인생의해상도


1억6,000만년전의봄,목련
압도적인아름다움의축제,벚나무
마법같은세번의변화,삼색참죽나무
봄에끼얹은휘핑크림,산딸나무
살아남으려는끈기,미선나무와통조화
울릉도호박엿의비밀,후박나무
가로수의수난,버즘나무와소나무

여름
여름그늘속존재감,노루오줌
알지만모르는꽃,무궁화
세상에서가장큰잎,빅토리아수련
자연을찬탄하는일,태산목
땅위에뿌려진황금비,모감주나무
사시사철의매력,배롱나무
신비로운악마의열매,큐슈곤약
이것이없다면여름에대한죄악,플록스
고목이있던자리,우산고로쇠

가을
옹기종기숨어사는숲의유령,야고
만리까지퍼지는천상의향기,목서
막대사탕또는달콤한껌,풍나무
가을에달린붉은루비,화살나무
출렁이는깊은바람,팜파스그래스
창조와번영의가을,유럽너도밤나무
열매를깨기위해서라면,칠엽수

겨울
한계절앞서가는꽃,동백
정원의크리스마스불빛,호랑가시나무
잠든듯한땅에도,말채나무
상상의협소함을깨는존재,풍년화
솟아오르는뿌리,낙우송
바닷가의거친바람뚫고,삼나무
눈녹이는봄의전령,복수초와헬레보루스

출판사 서평

★소설가정세랑추천★
“한번이라도나무에게위로를받은적이있는사람이라면,
이책에이끌릴수밖에없을것이다”

서울도심을누비던신문기자에서
산과바다가맞닿은서쪽숲나무의사로

물론수목원에서의삶이마냥낭만적이지만은않다.“한여름뙤약볕아래에서는뒤돌아서면자라는잡초를뽑느라하루가다가고,바람이차가워지는가을엔심어도심어도끝나지않는구근심기를무한반복한다.나뭇가지에찔리고,벌레에물리고,벌에쏘이는일도예사다.”(5쪽)하지만수목원에서일하며저자는“스스로어디에있어야하는지를잘아는것”의중요함을배워간다.“모든식물이해가쨍쨍한양지바른곳에서잘자라는것은아니다.노루오줌이나홍지네고사리처럼그늘진곳을좋아하는식물도있고,노랑꽃창포처럼뿌리가물속에잠겨도잘자라는습지식물도있다.”(86쪽)사람또한그렇다.그는“서울에서대학을다니고직장생활을하면서계속나와는맞지않는곳에뿌리내리려고한다는느낌”을받았지만,마을버스가한시간에한대씩서고스타벅스기프티콘을선물받으면40킬로미터떨어진시내에나가서써야하는‘슬로시티’태안에서의속도감이비로소딱알맞다고여긴다.봄은각종축제로가드너들이가장바빠지는계절이지만,시야전체가초록빛필터가쓰인듯환상적인풍경속에서자연이만들어내는악보위를걷는듯한아름다움이있다.여름엔신비로운빅토리아수련을꽃피우기위해뜨거운햇살아래가슴장화를입고수조속으로들어간다.이끼와부유물을걷어내고변색된묵은잎들을잘라내며진흙반죽속에비료를넣어아래로가라앉히는동안이마에땀이송글송글맺힌다.가을정원을채우는팜파스그래스가깊은바람에출렁일때북페어와음악회등다양한행사를개최하는일에는인구소멸을목격하는지역청년으로서주민들에게뜻깊은문화생활을제공한다는나름의사명감도담겨있다.잠든듯한겨울땅에도할일은많다.양손가득갈퀴와삽을들고펑펑내리는함박눈을맞으며화단에쌓인말채나무낙엽을긁어모으고,그위로수십포대의멀칭재를덮어준뒤좁은길을따라부산물을다나르고나서야하루업무가마무리된다.

“우당탕탕굴러가다머물게된곳이천리포수목원이다.(…)모감주나무는영어로‘황금비나무(Goldenraintree)’라고도불린다.비를맞아땅에떨어진꽃잎이마치황금비가내린것같아서다.수목원해설을할때꽃이핀모감주나무앞에서면나는탐방객들에게내이름이새겨진명찰을보여주며이말을할생각에한5초전부터설레기시작한다.”_120쪽

“나무를심어야할가장좋은시기는20년전이었다.
그다음으로좋은시기는바로지금이다.”
숲으로출근하며넓어지는‘나’와‘우리’의개념

책에는사계절별로저자가선별한식물종들이생동감가득한사진과함께소개된다.4월중순부터돋기시작하는붉은순이자랄수록연해져노란잎으로변했다가햇살이따가워지는6월경에야초록색을띠기시작하는‘삼색참죽나무’의변화는마법같다.봄꽃으로친숙한목련은무려1억6,000만년전에등장해지금까지살아남은가장오래된원시식물중하나라는사실을비롯해흥미로운이야깃거리가많다.보통초봄에꽃을먼저피운뒤잎이나는것으로알지만겨울에도푸른잎을유지하다가여름에사람얼굴만한꽃을피우는목련인‘태산목’도있다.8월한여름옥수수같은열매를맺는‘큐슈곤약’은처음엔올리브색이었던열매가점점분홍색부터파란색,짙은남색까지그러데이션을띠며익어간다.자연에서는쉽게찾아볼수없는쨍한색감에‘악마의열매’처럼보이기도하는데실제로심각한독성이있어먹으면안된다.매년가을수목원탐방객들의후각을사로잡는‘금목서’는그향이만리까지퍼진다고해서만리향(萬里香)이라고도불리며‘샤넬No.5’의모티브가되었다.엉킨실타래같기도,뒤집어진마녀의머리채같기도한독특한모양새의‘유럽너도밤나무’,비슷비슷한갈색빛속에붉은포인트가되어주는‘화살나무’도이색적이다.흙위로솟아오른뿌리가시선을붙드는‘낙우송’은습지주변의풍경과어우러져마치요정이사는숲에들어온것같은분위기를낸다.‘복수초’는눈을삭이며(녹이며)핀다고해눈색이꽃이라불리는데말그대로스스로눈을녹인다.마치동물처럼열을내자신의온도를일정하게유지하고,늦겨울꽃망울주변에쌓인눈을녹이며개화하는것이니자연의신비로움은끝이없다.

“생을다바쳐사랑해도나무의수명은사람의수명을훌쩍넘어서기마련”(정세랑추천사)이다.우리가고목을바라볼때느끼는경외심과안도감에대해저자도말한다.이나무들이몇백년뒤에도그자리를지킬것이라는사실을떠올리면하루지나사라지는온갖이슈들에허덕이는일은그리큰일이아니라고.그가숲으로출근하며배우는것은같은땅을공유하는생명들에대한겸손이고또그순정한마음을다음이에게이어주려는태도다.수목원의중요한역할중하나가바로생물다양성보전을위해멸종위기식물들의개체를증식하고대체서식지를마련하는일이기도하다.도시기준으로보면없는것이너무많은수목원생활이지만인간중심의사고를뛰어넘는자연과의연결속에서삶의지평이새로워지고‘나’와‘우리’의개념은확장된다.

“수목원을걸을때부러우산고로쇠가있는산책로로돌아걷는다.죽은나무의그루터기옆에서무럭무럭자라는우산고로쇠묘목위로볕이드리워지는장면을한참바라보곤한다.그러다보면걱정과고민이많은사람의불안하고모난마음이어느새둥그렇게닳아가는느낌이다.”_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