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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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회옥

저자:정회옥
다양성이화두가된시대라지만,코로나19팬데믹사태를지나며수많은‘이유’와‘맥락’에서소수자가만들어지고낙인찍히는과정이되풀이되었다.이러한차별과혐오는왜뿌리뽑히지않는지의문을떨칠수없었고,소수자의정치참여를연구하며그것이오랜역사의산물임을깨닫게되었다.
사실나에게도차별과혐오의소사(小史)가있다.어린시절짓궂은친구들에게‘깜순이’,‘시커먼스’등의별명으로불렸던일이다.그럴때면부모님께나를왜이리까맣게낳았냐고대들기도했다.지금생각해보면,어렸을적의나와내친구들은우리사회의‘친백인성’과‘반흑인성’을그조그마한머리와마음에이미체화했던듯싶다.이책이누구나언젠가한번은불러보았을,아무생각없이내뱉었을그멸칭들의행간을깊이들여다볼기회가되길바란다.화석처럼굳어진차별과혐오의역사를깨뜨리기위해서는무엇보다그것을바로볼수있는용기가필요하다.

현재명지대학교정치외교학과교수로,‘혐오와차별의정치학’,‘소수자정치론’등을강의하며청년들과함께우리사회의인권,차별,통합문제를고민하고있다.관련한주제로《아시아인이라는이유》를비롯해다수의책과논문을썼다.

또한대통령직속국민통합위원회위원,경실련정치개혁위원회위원,한국정당학회이사,한국의회발전연구회연구편집위원등으로활동중이다.그외대통령직인수위원회자문위원,서울특별시자치구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KBS공약검증자문단,한국정치학회이사,경제·인문사회연구회연구기관평가위원등을역임했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말:나이라는억압이만들어낸혐오와차별

1장한국사회를집어삼킨나이멸칭문화

나이는어떻게존재와삶을규정하는가
연령차별주의사회,한국
틀딱충,할매미,연금충으로불리는노년
개저씨,영포티,김여사가되어버린중장년
MZ,삼포세대,욜로의틀에갇힌청년
급식충,~린이,잼민이라조롱받는아동·청소년
혐오와분열을조장하는각국의나이멸칭

2장우리는왜나이에집착하는가

근대화,산업화를떠받친경로사상과장유유서
나이전쟁의시작과양상

3장정치사회이슈로떠오른연령차별문제들

어르신을어르신이라부르지못할때
몇살까지일하고싶으세요?
대한민국은노인정치의나라
언제운전대를놓아야할까
나이많은사람이이기는선거
40세이상만대통령자격이있다?
나이에따라투표권이다른평등선거
젊으니까좁은집에살아도괜찮아
‘대견하다’는정말칭찬일까?

4장일상에서마주친연령차별의단상들

교통약자석인가,노인석인가
‘버릇없는’노인과노인연령기준
황혼육아에서박카스할머니까지
더이상어리지않은여성의한계
28세이상의미스코리아를꿈꾸며
나이들고싶지않은사회의저속노화열풍
금쪽이들에게도정당한권리가있다
노키즈존과노시니어존,다음은누구?

5장나이묻지않는사회로나아가기

서로다른나이를살지만하나의삶을공유하다
나이보다중요한가치들을위하여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차별과혐오의무기가된생애주기별맞춤형나이멸칭들

치열한나이전쟁이벌어지고있는한국사회에서는각세대가서로를향해‘나이멸칭’이라는총알을퍼붓고있다.생애주기별로멸칭이존재하니누구라도이총탄을피해가기어렵다.언어는단순한의사소통수단을넘어,우리삶을구조화하고세계를바라보는사고의틀을만들어낸다.증오와멸시의언어는느린속도로개인들안에스며들어잔혹한행동으로발현한다.단순히농담과유머로여겼던나이멸칭이우리사회에차별과혐오문화를어떻게고착시키는지명확하게파악해야한다.

노인들의신체적,정신적능력을빗대어만들어진멸칭에는노화에대한우리사회의편견이짙게담겨져있다.틀니를희화화한‘틀딱충’,감소된청각능력때문에크고요란한목소리를내야하는행태를비꼰‘할매미’,벌레처럼사회에기여하는바없이연금만축내는이미지를형상화한‘연금충’등멸칭들은노인을무력하고쇠약하며죽음과가까운존재로그린다.(31쪽)

쇠퇴의이미지는중장년층에게도이어진다.부족한생산력과창의력때문에시대에뒤떨어지고새로운변화에적응하지못한다는편견,권위적이고무례하며불평등을당연하게여긴다는이미지,재미없고권위만앞세우고청년들을한심하게생각하면서도한편으로어려보이려는이중적태도,‘꼰대,개저씨,김여사,영포티’는이를조롱하는멸칭이다.(47쪽)

원래마케팅·트렌드용어였던‘MZ,삼포세대,욜로세대’는청년들에대한노년·중장년세대의무시와비판의시선이더해지면서그의미가변질되었다.이멸칭들은청년을공적인가치에는관심이없고개인욕구에만충실한이기적인존재로그린다.미래를위한노력은제대로하지않으면서의욕도없고게으르며불성실한세대,한마디로무능하고부족한집단으로매도하는것이다.(66쪽)

미래의희망이자사회변화의원동력이될청소년과어린이도나이멸칭에서자유롭지못하다.‘급식충,잼민이,~린이’등에는어린이와청소년이독립적인격체,사회의동등한구성원이기보다모든영역에서초보자이며미숙하고불완전한존재라는인식과평가가내포되어있다.문제는차별어를듣고자란아이들은차별하는어른이되기쉽다는사실이다.(75쪽)

한국사회는나이라는범주에지나치게집착한나머지각나이대마다멸칭을만들어붙였고,이제나이범주는그범주에속한사람들의삶을이해하는수단이기보다부정적고정관념을연상시키는기능을하고있다.예를들어고령자를멸칭으로부르는행위는고령자개인의문제로그치는게아니라사회구조적문제로연결된다.젊은세대에서노인에대한부정적편견이늘어나면,향후이들이노인을위한복지제도를결정하게될때부정적편견이작동해노인복지는감소하고노인빈곤,노인자살문제는더심각해질것이다.(46쪽)

이러한우려는전연령대에서도마찬가지이며,나이멸칭을단순한언어적유희로간주해서는안되는이유다.하지만나이멸칭의폐해는한국형연령차별주의의한단면일뿐이다.우리는정치,사회,대중문화등전방위에서차별과혐오의사례를쉽게찾아볼수있다.

인간의가치를생산성과연결시킨한국형연령차별주의

한국사회는단기간에빠른경제성장을이룬역사적·문화적배경때문에생존을위한비교와경쟁이일상이되었다.그래서종종‘생산성=인간의가치’라는등식이성립되기도한다.예를들어신체적·정신적능력이저하됐거나부족하다고여겨지는노인과어린이,시대의변화에적응하지못하는중년,불평불만과남탓만일삼는청년은생산성이떨어진다는이유로경멸과배제의대상이된다.죽음과가깝거나자기관리가되지않는존재도같은맥락에서차별을받는다.(117쪽)

정년제는대표적인제도적연령차별이다.일정한나이가되면사람이갑자기무능력해지는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강제로퇴직을시키는것이다.근로자의의사에반하는연령기준강제퇴직은정당한사유없이특정연령층을다른연령층에비해다르게처우하는것이므로헌법상행복추구권,직업선택의자유,평등권,근로권등기본권침해소지가있다.해외에서는정년제가폐지되거나연장되는추세이며,정년연장의기준을사회보장제도와연계하여설계하고있다.(156쪽)

고령자운전을제한할필요가있다는목소리는관련사고가발생할때마다커지고있다.노화가인지능력에영향을미치는것은사실이지만,교통사고는운전자의나이보다는운전당시의몸상태나피로도가더결정적인영향을미친다.안전한사회를위해서라면‘늙은몸과나이’가아닌,위험한운전을하는‘행동’을규제해야할것이다.그러므로노년층의운전을무조건금지하기보단면허제도를촘촘히설계해야한다.(178쪽)

우리나라의정치영역에서는연령차별적상황을자주맞닥뜨릴수있다.최다득표자가2명이상이면연장자가당선되다는규정,이른바‘장유유서선거’가대표적이다.(188쪽)

또한다른나라에비해40세이하젊은정치인의수가압도적으로적고,국회의원·지방의원·교육감등과다르게대통령선거에는40세이상인사람만출마할수있다는규정도존재한다.(197쪽)나이가어릴수록더많은투표권을가지고,나이가많을수록더적은투표권을가져야한다는차등투표제·여명투표제도세대간갈등을조장하는불평등한발상이다.(206쪽)

청년층의주거안정과저출생극복대책마련의일환으로마련된공공임대주택제도의경우세대원수별규정된면적이너무좁게산정되었는데이는“젊으니까좁은데살아도괜찮다”는낡은편견이바탕인정책이다.(212쪽)

또어린이와청소년에게건네는“대견하다”혹은“기특하다”는칭찬에는상대를동등한존재로존중하지않고미성숙하거나보호받아야할대상으로여기는인식이깔려있다.(219쪽)

이외에도어르신호칭문제,임금피크제,황혼육아와돌봄노동,저속노화열풍,노키즈존과노시니어존등우리사회에는참으로다양한연령차별문제가숨어있다.하지만나이에대한제한을모두없애는방향은결코좋은해결책이아니다.지나치게나이에얽매인사회는뚜렷한한계를지니고있음을분명하게인식하고제도적맥락에맞는나이기준에대한논의를가져야한다.

어떻게‘나이전쟁’을끝내고‘나이묻지않는사회’로향할것인가

전통적으로한국사회는사회적관계에서,평등함이아닌우열또는상하의차등을두었다.이는불평등을전제로한유교사상이깊게뿌리내렸기때문이다.여기에일제강점기,한국전쟁,냉전시대,군사독재정권,국가주도경제성장을거치면서집단주의적성향이강해졌다.나이에따른서열은우리사회에서반드시지켜야할기본규범으로소중히여겨져왔다.하지만산업화로인한자본주의의발달과개인주의대두,평등한정치권력을추구하는민주화는우리사회의가치혼란을가져왔다.근대화이후그기본규범이무너지고세대간충돌이발생했으며각연령대마다맞춤형편견과차별이혼재하게되었다.(48쪽)

또4차산업혁명,AI기술의보편화등사회가매우빠르게변화함에도여전히밀도있는사회적논의와나이에대한도덕적규율의재창출은이루어지지않고있다.나이를묻는사회는나이에따른여러긴장을발생시킨다.한국사회는세대간에서로를이해할교육제도나환경이충분하지못하다.저자는나이를묻지않고나이와상관없이어우러져사는사회,연령블라인드(age-blind)사회야말로우리가나아가야할지향점임을강조한다.(322쪽)

이를위해서는다양한나이대의사람들간접촉이중요하다.예를들면서울시의‘한지붕세대공감’,네덜란드의‘후마니타스’,프랑스의‘한지붕,두세대’처럼고령층과청년층간상호작용을증진시킬수있는유용한프로그램이많아져야한다.또어린이집과노인복지시설이함께있는세대통합돌봄센터,세대간멘토링프로그램등도효과적이다.(310쪽)

세대간인식변화를위한교육도중요하다.학교교과서에서‘퇴행,기능저하’처럼부정적용어를사용하는대신노년기에도새로운발달이시작될수있고생애단계마다중요한발달과정을거친다는내용이반영되어야한다.(316쪽)

가상현실기술을사용해노년체험,어린이체험을해보는것은다른연령대에대한추상적인이해를넘어실질적인공감을이끌어낼수있다.법제도적인개선도필요하다.(318쪽)

우리나라에도연령차별을금지하는법이존재하지만실제현장과집행에는괴리가있다.세대간교류와통합을전담하는정부기구를설치하거나정부가민간단체활동을적극적으로지원하는제도가필요하다.(320쪽)

나이는삶의한순간이자과정일뿐이다.모든세대가나이가주는편견에서자유로워질때우리는비로소서로의삶을공유하고연대하는성숙한공동체를이룰수있을것이다.이책은단순히한국형연령차별주의의실태를고발하는데에서그치지않고,우리모두가언젠가는약자인‘어린이’였으며반드시‘노인’이될것이라는삶의진리이자역설을일깨우며‘나이묻지않는사회’로나아갈공존의길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