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듣기: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완성하는 사랑

심장 듣기: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완성하는 사랑

$16.80
저자

유지영

저자:유지영
2016년부터기자로일하고있다.제21회양성평등미디어상최우수상을받은팟캐스트〈말하는몸〉을만들고동명의책(공저)을썼다.사람이사람을사람으로대하는일에여전히관심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심장이하는일

1부나의‘듣는사람’에게
나는네가궁금해
사랑을닮은듣기
비인간의‘말’
듣는사람은주인공이될수있을까
압도됨
H선배의가정방문

2부타인속으로들어가는일
어떻게이래요?
‘듣는일’과‘들어주는일’
파도와애도
소리없는목소리에대하여
어떤쓸모
세상이여자말을들어주지않아서
그일은잘돼가?

3부약하고흔들리고뒤돌아보는
당신의용기를빌릴게요
수치심‘들어내기’
소설피드백을피드백하기
대형견과외출할때들어낸말들
날것의자기혐오를마주하는나날
당신의듣기는어디까지갔나요

나가며:실현불가능한소망일지라도

출판사 서평

‘심장듣기’는어떻게나를흔드는가
‘심장듣기’는어떻게당신을건드리는가
‘심장듣기’는어떻게우리를뒤바꾸는사건이되는가

《심장듣기》에서듣기는청음과구분된다.청음은귀의기능으로소리신호를인식하는행위다.여기에는의식과무의식이동원될지언정주체의의지는배제된다.듣기는어떨까?저자는청음이라는자동적행위에주어진메시지를풀이하고소화하려는주체의의지가더해진것이바로듣기라고말한다.일방향적수음(受音)이아닌양방향적교류로서의의미습득.청자는화자의말을자기식대로해석한뒤몸안에축적하거나몸밖으로내보낸다.축적된말은몸안을빙글빙글돌아다니다“어떤사건을마주했을때나를두드”(18쪽)리고,꺼내어진말은방금까지화자였던상대를청자로만들어그안에도듣기의내파를새겨넣는다.진정한듣기는행위가지속되는당시로끝나지않고소리가사라지고난뒤에도참여자전원에게영향을미친다.듣기이전으로돌아갈방법은없다.이불가역성을이해할때듣기는비로소우리에게중대한사건이된다.

타인의말을받아들임으로써나자신이변화하는게듣기의본질이다.타인이하는말을제대로듣고,내삶이흔들리고,일부는찢어지고,그래서고통을느낀내가어제와는다른형태가되는일이다.(142쪽)

모두가제말만하는세상을상상해보자.다수가내뱉은말은난반사된빛처럼공중에서부딪치며공해가된다.말은어디에도흡수되지못한소음이된다.“사람은들으며변한다”라는믿음을가진저자는변화의씨앗과도같은말을지키기위해서라도제대로듣는사람이필요하다고강변한다.말이존재하기위한필수전제이자수호자로서듣기는말만큼이나중요하다.저자에게좋은대화란그래서한명이사라지는대화가아니고,한명만두드러지는대화도아니고,그저“강강술래처럼함께할수있는놀이다”(9쪽).저자는모두가화자된세상에서청자로존재하는자의고요함이고결함과어떻게맞닿아있는지를듣기의위치를재조정함으로써증명한다.

‘말하는몸’에서‘듣는몸’으로,
말하며주목받는몸에서들으며깊어지는몸으로!
우리를해방시키는청자되기의힘

1부‘나의‘듣는사람’에게’는저자가듣기라는일상적행위의비일상적이면을눈치챈순간을모았다.일을하고,연인을사귀고,반려동물을가족으로맞이하는과정에서듣기는상황을이해하고난관을해결하는데중요한역할을한다.잘들리지않는작은목소리로입을가린채말하는연인과잠을자지도,산책을하지도않고보채기만하는강아지를두고저자는소통의벽을느낀다.이불가해한관계를이어가는동안저자는우연히,그리고운명적으로듣기의중요성을깨우친다.들어야만들린다는것,들려야만통한다는것을깨달은저자는“듣는사람”으로살겠다는새로운포부를가슴에새긴다.
2부‘타인속으로들어가는일’은듣기없는비정한세계에어떻게든듣기의자리를마련하려는기자의분투을담았다.12월3일내란의밤국회앞에서,2016년그리고2026년의강남역에서,무안공항에서저자는오용된권력과끈질긴여성혐오,반복되는참사라는거대한비극을마주한다.직업인으로서그비극을해결할방안을강구한끝에듣기라는하나의답에다다른다.부정한공권에맞선민주시민,여혐범죄예방을요구하는여성,참사방지대책을요청하는유가족의목소리를듣지않고서는문제의해결도,사회의개선도없다고여기는저자는세계의진보가듣기로가능했다는사실을일깨우며우리모두듣는몸으로서연결되기를촉구한다.
3부‘약하고흔들리고뒤돌아보는’은평범한생활인이자성실한기자라는정체성뒤에숨은저자의은밀한영혼을비춘다.저자는외부세계의무례와폭력성,자기안의근원적불안이불거질때마다가장만만한싸움상대인자신의몸과불화한시간을반추한다.든든한동반자였던우울증약과작별하고눈물로하루를보내면서도,자신의결함이타인에게어느정도까지수용될지를끊임없이계측하면서도저자는“넓고깊어지기”위해타인을다시금제안에받아들이고자한다.그리고그소망을실현할키워드가듣기임을다시금깨닫고는지체없이실행에옮긴다.듣기를알기전압축된자아와듣기를통해해방된자아를동시에펼쳐내는이진솔한고백록은독자에게자기발견의한방편으로서듣기를강렬히욕망하게만든다.
친구들과즐겁게수다를떨고도뒤돌아서면허무할때,말을나누면나눌수록왜인지공허함이커질때,그리하여‘진짜대화’가간절해질때이책은우리에게작은실마리를쥐여줄것이다.다시들어보라고,선창을따라노래하라고,그렇게서서히변화하는자신을발견하라고.우리모두가알듯듣기의장점은꼼꼼한준비나연습없이바로돌입할수있다는것이다.

책속에서

내가들어온말은나를어디로데려가는걸까?살아가면서갑작스레어떤사건을마주했을때,내안에그사건을설명할언어가없을때,그들의목소리는나를두드렸다._18쪽

나는판결문을몇번이나재독했다.듣는일은아무것도아닌것처럼보이지만사실죽고사는일이기도하다고.그러나그것은비단말하는사람에게만이아닌듣는사람에게도그렇다고.과거에내가들었던말이현재의내게도착해나를계속듣는사람으로만든다._20쪽

보는것혹은말하는것이아닌듣는것으로어떤진실을드러낼수있다는생각.〈해피아워〉를처음만난날기뻤던이유는(기뻤다는표현이너무상투적이라쓰기꺼려지나다른말로대체하기가어렵다)내가중요하게생각하는것을어쩌면이감독도중요하게여긴다는짐작에서였다._47쪽

선배는언론계안팎에서정치인을다소극적으로촬영하는기자로잘알려져있었으나나와는주로노동,장애,이주등기획기사로만났다.우리는팬데믹당시혐오정서로가득했던대림동에서,톨게이트여성노동자들의농성현장에서,뇌병변장애인부부의결혼식장에서,이주배경청소년의음악교실에서만났다._60쪽

이힘과사랑을목격한이상,더는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것을절절히깨달았기때문이다._80쪽

무엇이든꽉꽉채우기에여념이없는사회에서미리자리를비워둔다니?듣는행위에는이렇듯비생산적인구석이있다.귀를기울여서잘듣는,잘들으려애쓰는일은생산적일수도효율적일수도없다._115쪽

무더운날이었지만10주기집회에는수백명의시민이참석했다.주말이었고,곧있을지방선거취재로몸과마음이지쳐있었지만가지않으면후회할것같았다.나는아무런계기없이도종종10년전그날의강남역을떠올렸다.노트북을챙겨집을나섰고,그날처럼강남역10번출구앞으로갔다.역시많은메모지와꽃다발이있었다._122쪽

어쩌면사진을찍는일과도비슷하다고말할수있을까?찍는이와찍히는이가같이호흡해만들어낸결과물에는교감의흔적이어쩔수없이묻어난다.나는인터뷰에임할때마다그것이오늘도가능하기를믿어보는수밖에없다._136쪽

나는안전한사람들앞에서라면몸에대해말해도다치지않는다는걸거듭확인했다._143쪽

몸과마음이합심해서가하는지독한공격에는어쩔도리가없었다.먹어도먹어도배가계속고팠다.자도자도계속졸렸다.자고일어났는데일어난그상태가꿈인지현실인지를분간하지못했다.걷고있어도꿈같았고누워있어도현실같았다.나중에는꿈이든현실이든그다지상관없다고도생각했다._180쪽

내가내게서멀어져거처를옮긴다는건흔들림을동반할수밖에없는일이었다._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