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안정: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

사랑과 안정: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

$21.00
저자

안희제

저자:안희제
작가.문화인류학연구자.문화인류학을공부했고,이를토대로소수자인권운동에발을걸치고사람들을직접만나일상적인삶과감정,그조건을듣고해석하는글을써왔다.감정이개인과사회에무슨일을하는지에관심있다.쓴책으로『증명과변명』『망설이는사랑』『난치의상상력』등이있다.『증명과변명』은제66회한국출판문화상올해의교양서10종에선정된바있다.

목차

들어가며|사랑과안정의꿈

하나,만을향하는문

당연한전제
우리의영원한울타리
재고탈출하기
안정들
결혼식
어떤장면1:가족에관하여
가정을꾸린다

둘,만의타원

본능과문명
남자라는유령,혹은제리코의벽
편안한무감각
타원:기생을절단하기
어떤장면2:어른에관하여
1인분
평범한삶
환멸

셋,세면고개를돌려

결혼이야기
당연한다른전제
쌍곡선:공생을향해질문하기
등을기대기
역할의분리
믿음
접촉을지지하기
어떤장면3:두사람에관하여
책임과쾌락
측면


문턱에서|이상한사랑에관하여
나가며|순환의바깥

감사의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나는책을읽고나서야비로소,
내가찾고싶은안정이무엇이었는지알았다”_하미나작가

“안희제작가는각자다른삶을가진이들이
결혼이라는선택지로수렴하는이유가무엇인지사유한다”_김만권정치철학자


선택이데올로기에서퇴장해가족이데올로기로
‘가정’이라는영원한나의자리를확보하기위해

이책은결혼이라는문을향해가는과정에서출발해결혼이라는틀바깥으로빠져나와시선을넓힌다.첫번째파트‘하나,만을향하는문’에서는사랑과안정에대한서로다른욕망이어떻게‘가정’이라는하나의형태와결혼이라는생애기획으로수렴되는지를살핀다.
저자는인터뷰이대다수가결혼하고싶은이유로사랑이나행복보다‘안정’을꼽았다는점에주목한다.이들은언제든더나은선택지로대체될수있는연애와달리,결혼은영원한(혹은무한한,무조건적인)자리를확보하는것이라감각했다.이를테면‘편안한공동체’‘소속’‘안정적인주거’‘경제적결합’‘자신이실수하고잘못돼도쉽게떠나지않는관계’는결혼을통해지속될수있다고기대했다.저자에따르면이러한기대는오늘날청년들에게결혼이일종의삶의‘최저선’으로작동하고있음을보여준다.경제적·관계적으로고립되지않는것,혼자쓸쓸하게죽지않는것이라는최소한의욕망이결혼이라는효율적인제도를작동시킨다는것이다.다시말해결혼이하는일은사랑을지키는것보다안정을생산하고유지하는것에가깝다.

인터뷰이들이말한것들은모두이‘최저선’을향하고있었다.경제적불안정,관계적불안정,그것에서오는심리적불안정.안정이이렇게절박하게요구되는것은불안정이그반대편에있기때문이다.집을잃을수있다는것,관계에서이탈될수있다는것,사회적으로하자있는존재로남겨질수있다는것.그렇다면결혼은불안정으로부터의탈출이고,안정은그탈출의목적지다._63쪽


‘아직때가아니다’‘결혼하면당연히포기해야지’…
결혼이심은환상과복잡한현실사이

두번째파트‘둘,만의타원’에서는사회가사랑이라는이름아래‘인간의본능’처럼당연하게여겨온결혼을다시쓴다.가정을먹여살리는아버지와집안일을하는어머니,그리고이들에게보살핌을받는자녀라는‘이상적인’가족의모습은‘남자(남편·아버지)’구실과‘여자(아내·어머니)’구실이마치본능처럼자연스러운것으로만든다.인터뷰이들은이러한사회적믿음에서압박과좌절을느끼면서도,상대방에게부담을주고싶지않아서스스로그규범을따르려는모습을보인다.
저자는결혼을원하면서도스스로전통적가부장의기준을세워“나는아직충분히준비되지않았다”고말하는남성인터뷰이들과,결혼이후임신·출산·육아과정에서자신이‘포기해야할것들’을헤아리는여성인터뷰이들의이야기에주목한다.서로다른이두감각은여전히공고한가부장적결혼의질서를드러낸다.저자는이처럼결혼이심어주는사랑과안정이라는꿈과현실이상충하고어긋나는장면들을드러낸다.결혼이약속한사랑과안정은과연우리자신이바라는것인지,결혼은정말우리가바라던안정을줄수있는지,“사랑이라는아름다운말에도취되어,함께무너뜨릴수있는벽앞에서서포기하고있는것은아닐지”(148쪽)반문한다.

그것이정말우리모두를지켜주는벽이라면,왜우리는사랑을이야기하면서도체념하고한숨을쉬게되는걸까?무너뜨릴수있지만무너뜨릴수없다고포기하게되는장면은학습된무기력에대한익숙한이야기들을상기한다._147쪽

“나는여기서출발하는질문들이
살만한세계를만드는계기가될수있다고믿는다”
사랑과안정을새롭게그리는관계의기하학

마지막파트인‘셋,세면고개를돌려’에서는결혼여부와무관하게결혼만으로설명되지않는안정과믿음의자리를찾아나선다.앞서결혼으로수렴하는청년들의불안과생의경로를좇은저자는결혼이심어준꿈을해체한다.
결혼할만한사람이되기위해더많은자산을모으고,더안정적인직업을갖고,외모와나이를관리하며끊임없이자신을몰아세우는청년들을조급하게만드는것은단지‘결혼적령기’를놓칠지모른다는두려움만이아니다.그기저에는결혼이라는문을통과하고나면비로소영원하고완전한사랑과안정이기다리고있으리라는강력한믿음이있다.뒤집어말하면결혼에‘실패’하는것은제도적·경제적·심리적·관계적안정으로부터멀어지는일처럼여겨진다.
그러나인터뷰이들의삶에는이미결혼이라는제도와무관하게서로에게등을기댈수있고,경제적으로도움을주고받거나삶의가능성을넓혀주는‘버팀목’같은관계들이존재했다.저자는이러한장면들을통해청년들이‘안정’이라는한단어로묶어말해온욕망을세세하게나누고,우리가무엇을안정이라불러왔는지다시묻는다.

결혼이라는제도혹은의례를당연하게생각하지않는다면,우리는감추어져있던전제들과그것을다른언어로드러낼틀을발견할수있다.나는사랑과안정에관한이야기를인터뷰이들과의대화에서등장한책임과돌봄에관한이야기로이어가며,조금다른방식의관계맺기에대한힌트를공유하고싶다._215쪽

결혼은좋은관계와안정을보증하지않는다.결혼하기전쌓아온좋은관계도역할과책임만남은‘죽은결혼’이되는순간얼마든지무너질수있는반면,결혼제도밖에서도서로를지지하고삶의긍정적인변화를함께만들어가는관계는존재한다.오히려결혼이특정한형태의관계만을안정적인것으로승인할때,이미존재하던관계의안정은평가절하되고더나은관계를상상할가능성마저가려질수있다.경제적·제도적·사회적으로안정돼보이는결혼이라하더라도관계적안정이없다면그것만으로충분한안정이라말할수없다.
저자는연애와결혼,책임과쾌락,남자와여자,공과사,자유와강제처럼결혼제도를지탱해온이분법적구획을하나씩흐트러뜨리며,결혼이차단한사랑과안정에관한진정한대화부터다시시작하자고제안한다.하미나작가가추천사에서말한것과같이,이책이“공동체의자원이되어우리가선택할수있는삶의가능성을훌쩍넓혀”주기를,막연한‘좋은삶’이나‘평범한삶’같은환상이아닌,다른살만한삶을이야기하기위한초석이되기를희망한다.결혼이라는하나의문만을바라보던시선을돌릴때,이미우리곁에존재했던사랑과안정의다른자리들이비로소모습을드러낸다.

우리는아직없는상상을발명하지않는다.이미있는측면들을발견한다.삶에대한이야기는언제나그래왔고,그럴수밖에없다.대안을상상하지마라.고개를돌리고삶을비틀어바라보라.존재하지않는줄알았던것들은언제나옆에있었다.거기에바깥이있다._327쪽


책속으로

한국에서남자는‘스펙정병(정신병)’,여자는‘외모·나이정병’에시달린다는자조는그리과장이아닌것같다.결혼시장은그야말로낡은성역할이가장적극적으로요구되고재생산되는장소로보인다.(중략)결혼을필수라고생각하지도않고,가족으로부터결혼을대단히요구받지도않고,주변사람들이‘독특한’탓에갈결혼식도또래들에비해훨씬적은나같은사람조차이런압박을느낀다면,결혼은대체나에게,나아가우리에게무엇을하고있는건가?결혼은대체무엇인가?
---p.7

결혼에뭉쳐진청년들의욕망과꿈,그런것들을촉진하는세계를보고싶었기때문이다.무엇을원하고,어떤삶을살기위해결혼을하는지궁금했고,그것이반드시결혼이어야하는이유가궁금했다.그리고이들의말에서반복되는사랑과안정이무엇인지알고싶어졌다.지금의한국사회에서결혼만이그것을위한유일한답처럼제시될때그안에서질식당하는듯한느낌과그것을벗어나기힘든조건에대해서도구체적으로알고싶었다.
---p.18

언제든우리는다시시장에서선택하고선택받는존재가될수있다는믿음,그리고그것이만들어지는지금의사회에는우리에게언제나선택의여지가남아있다는전제가있다.이는우리는언제나자유롭게선택할수있고,그러므로선택의결과도모두내가책임져야만하는‘선택이데올로기’가사랑에적용된형태다.하지만결혼은자기맘대로휙다른사람을만나는것이법적으로문제가될수있는관계다.그러므로대안을생각하지않아도되게해주는것이바로재고상태에서벗어나는것이다.이제자신을시장에진열하지않아도되는것,타인과비교당하지않아도되는것,동시에타인을더비교하지않아도되는것.
---p.57

결혼을해서이루는것이법적인가족이라면,정말‘가족답게’살아가는모습,즉생활과주거를포함하는총체적개념이여기서는가정인것이다.모든인터뷰이가이것의필수요소로아이를이야기하지는않았지만,대부분은그랬다.가정을꾸린다는것은자신들이생각하는가장온전하고안정적인생활을구성한다는의미였다.
---p.86

사랑은합리와비합리를제멋대로넘나든다.‘사랑’은도대체무엇일까?의미를타인이규정할수없다는게사랑의가장강한힘이다.보편적으로일어나고공적으로승인되는사적경험.사랑은성역을만든다.자신의결정을타인이질문할수없으며질문해서도안되는영역으로,둘에게진실이므로모두에게진실인것으로,이견의여지없이정당화하는논거다.아무리안좋은상황에서도좋은걸찾아내게하고,그좋은것으로안좋은모든것을압도하게하거나버틸수있게하는것.그러니까사랑은무언가를‘참을수있게’하는것이다.많은불리함들을말이다.그렇게‘사랑’은여성들이자신의자율성이나경제적생존권을타협하고가족바깥의사회적관계가끊어지는것을‘참을수있게’만든핵심중하나가되어왔다.
---p.145

남자라면응당해야하는것,여자라면응당해야하는것,남편이자아버지로서의책임감,아내이자어머니로서의책임감,두사람의만남과사랑을규정하고감시하고거기서엇나가면처벌하는‘법’과‘사회’라는제3의힘…(중략)그것을무너뜨리지않는한그벽을지키는것을우리다.
---pp.148~149


결혼을통해우리는다음단계로나아가기보다하나의회전교차로에들어가서제자리를돌게된다.(중략)우리는서로를살게하기위해경로를바꾸고,시스템을멈추고,위험한춤을중단해야한다.
---p.199

하나만을바라보게하던결혼이라는이름을걷어내고고개를돌려주변을돌아보면넓은세계와무수한관계가열린다.여기서사랑과안정은꿈이라는상상의영역이아니다.접촉을지지하는구체적인돌봄의원동력이자,그것을통해서로를살게하는,나아가피어나게하는현실적관계다.
---p.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