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두렵고도간절한건언제나눈앞에떨어진오늘이었다”
100여년에걸친여성3대의가없는슬픈노래
이소설은거의100년동안대를물려이어가는3대여인들의수난사다.제인생을간장종지에담긴까만간장처럼여기는여인들,좁은그릇에갇혀짜고어둡고독한맛이세상전부인줄알고살아가는여자들의이야기다.그러면서도다음생의딸들은꽃처럼살기를바라는,아무한테도미움받지않고봄마다활짝피어나라고염원하는슬픈여인들의이야기다.아주오래전이지만사라진과거에서시작된두자의이야기,쌍둥이엄마인수선과봉선의이야기는,지금대학생으로살아가는은하의이야기로이어진다.이소설은“결코끝나지않을것같았던이노래.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말해야했던,”그러나가슴아픈이야기들을마음에담아둔채하지못한그녀들의이야기를,작가특유의정갈하면서도단정한문장으로들려준다.그문장들을따라가다보면가슴이아련해지는여자들의삶이야기를,엄마들과딸들의다양한인생이야기를만나게된다.삶자체가계속변주되며끝없이지속된다는이야기를,엄마와딸들의상처많고굴곡진삶을통해세밀하고도내밀하게그려낸다.
각시대를대변하는두자,수선,봉선,은하의삶이나시대적배경,심리묘사,그리고그시대를아우르는분위기와사실감넘치는대사에서드러나는작가의입담이놀랍다.삼십대초반의나이에두번째장편소설로이방대한역사,그것도3대를통한깊이있는여성이야기를담아내며작가적야심을드러냈다는점에서,또그야심을능력의최대치로보여주었다는점에서그렇다.
개인의호명이계보의호명으로,한사람의고통이반복되는제도의고통으로옮겨갔다.이후호명의반경은연인을잃은자로,병들어죽어가는개인으로,마침내문명붕괴앞에선인류전체로계속넓어졌다.가르시아마르케스의《백년의고독》이있기전에마콘도와순환하는시간을품은《썩은잎》이있었듯,토니모리슨의《빌러비드》가있기전에대물림되는폭력과침묵당한목소리를담은《가장파란눈》이있었듯최진영의알려진작품들에앞서《끝나지않는노래》가있었다.어디에서든이책을만난다면책사냥꾼이된것처럼손에넣으시라._박혜진(문학평론가)
반복되는역사의틈바구니속여성을
마술적리얼리즘으로그려내다
이소설은1927년에내성면두릉골에서태어난두자를시작으로그녀가우여곡절끝에낳은쌍둥이수선과봉선,수선의딸인고시원에사는대학생은하와군대에가있는봉선의아들동하까지의이야기를1930년대부터2011년현재까지현실적으로담아낸다.전근대시대부터산업화시대,그리고현대까지각각인물들의삶의역사와맞물리며전개되는이야기들속작가의시선은때론놀랄만큼정교하고,놀랄만큼현실적이면서도비현실적이다.각각의인물들을통해그당시의시대상과생활상을정확하게그려내며,100년전의세계나지금이나크게바뀐게없는세상이라는것을여성의삶들을통해사실적으로보여준다.이소설의주인공은두자이기도하고,수선과봉선이기도하고,은하이기도하다.소설속인물들은각자자신의삶을열심히개척하며살아가지만,사실그들은자기속마음의일부도말하기어렵고,자신의삶자체를자신의몫으로꾸려갈수도없으며,누군가에의해결정되고또한그것을묵묵히받아들인채살아가고있다.그러니이것은“나의역사이고당신들의역사이기도하다”(김인숙소설가).
저자의말
희망은있다.예전에는그걸믿지못했다.있다면내게도보여야한다고생각했다.이젠보이지않아도믿는다.희망은나의바깥에있지않다.나무의나이테처럼,누군가의행복을바라는마음처럼내안에존재한다.희망은빛이아니다.내게다가오거나나를밝혀주지않는다.한숨에도흩어지는연기같은것,기척에도날아가는먼지같은것.그힘없고가벼운희망이내겐필요하다.그러니내가희망을지켜야한다.그건때로살아야하는중요한이유가된다.이제나는진심으로그렇게생각한다.
책속에서
두자는단한번도어린이인적이없었다.태어나는순간부터마땅히일을하여살림을불리고한살어린남동생을보살펴야만하는어른이자일꾼이었다._17쪽
사는동안한번이라도다시만날수있을까.확신할수없었다.이제겨우열살이고,앞으로십년을더살지이십년을더살지모르지만영영그들을만나지못하고홀로그멀고먼시간을견뎌야한다면나도양잿물을먹고죽어버리겠다,두자는이를앙다물며다짐했다._29쪽
찾을수있을까?기억할수있을까?까맣게탄내입을벌리고네개의충치를찾아낸후뒤늦게라도엄마들은내이름을불러줄까?_38쪽
내는단한번도좋아산적이읎다._46쪽
가장두렵고도간절한건언제나눈앞에떨어진오늘이었다._64쪽
나와같은것이었을까?나와같은것이무엇이지?나는나를모른다.본적도없고,내냄새를맡아본적도없고,나를만져본적도없다.아름다운것이길.위험하지도흉하지도않고,끔찍하지도징그럽지도않고나는다만아름다운것이길._72쪽
그래도밉거나싫지않았다.엄마여서,어른이라서가아니었다.동기간같았고,제앞날같았다.알수없는동지애가외롭고남루한두자의마음을어루만졌다.함께밭을갈고빨래를할때면두사람가슴께로동일한통증이넘실거렸다._90~91쪽
문득제인생이종지에담긴까만간장처럼여겨졌다.좁은세상에갇혀그바깥은꿈도
꾸지못하고서짜고어둡고독한맛이세상전부인줄알고살아야만하는,아무것도예상할수없고감히어떤다짐을내세울수도없는존재._106쪽
수선이,봉선이.좋다!
두자가옷소매에코를풀며분녀를쳐다봤다.
꽃처럼살라고.아무한테도미움받지말라고.봄마다활짝피어나라고!_108쪽
저것들이라고또안그럴거란보장있소?아들낳으면전쟁나가죽고.딸낳으면굶어죽고,애낳다죽고,애키우다죽고.내자식도내동생도내엄마도……._114~115쪽
살아있는게반갑지는않았지만그렇다고죽고싶지도않았다.사는것도죽는것도원치않는상태.오늘도살았으니내일도살겠지.눈뜨면일할것이고배고프면먹겠지.숨소리처럼떨어지지않는허기가두자를계속살게했다._125쪽
그저살았을뿐인데흔한욕심한번못부리고하루하루를평생처럼살아냈을뿐인데,잊을만하면닥쳐오는욕지기솟는불행들.똥물보다더더러운말들.사람들.감정들.지긋지긋한인생.차디찬개울물에코를박고고개를세차게흔들면서죽자,죽자고두자는생각했다._149쪽
다음생에는진짜꽃으로나라.아무도못꺾고못밟게깊고깊은산속꽃으로나라.
성냥을만지작거리며중얼거렸다.
나는니들옆떡갈나무로날것잉께.커다란나무로나서……._150쪽
오빠인생,내인생,봉선이인생,엄마인생이다따로있다는생각은한번도해본적없었다.그러니까자기한테도인생이란게있다고생각해본적이없다는말이다._174~175쪽
꽃씨처럼세상을둥둥떠다니는꿈을꿨다.누구의아내도며느리도딸도아니고수선이란이름도없이,몸속엔심장이나내장이나똥대신고운봄바람만가득차서,가고자하는곳도가야만하는곳도없이,되는대로하늘을둥둥떠다니는꿈._242~243쪽
이미늙은스스로가낯설어어색했고,지난세월은모두능청스러운이야기꾼의그럴듯한거짓말같았다._275쪽
귀뚜라미우는소리.늘다른표정으로지는노을.잊지않고돌아오는고마운계절.결코끝나지않을것같았던이노래.사랑하고,사랑한다고말해야했던,_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