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과학: 빅뱅에서 인공지능까지 세상 만물의 빅히스토리

연결의 과학: 빅뱅에서 인공지능까지 세상 만물의 빅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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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철현

저자 : 주철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의학교육학 교수.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미생물학 교실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선천 면역의 인터페론 신호 전달과 만성 염증 발생 기전을 주로 연구하고, 바이러스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트로이목마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연구 과정에서 생명정보학을 다루면서 컴퓨터과학에 익숙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의학교육학 교실에 겸임 발령을 받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통해 방대한 의학 지식을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한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공과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에게 보다 쉽게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인간광우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발표한 'COVID-19(코로나19)의 특성'이라는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겨레》에 〈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을 연재하였고, 현재는 〈주철현의 커넥션〉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다룬 《바이러스의 시간》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초연결 시대의 위기, 과학과 인문학의 연결에서 돌파구를 찾다

1부 나를 만드는 연결: 숙명의 피투

1장 실존
1. 측정이 가능해야 [실존]이다
2. ‘계’라는 [실존]의 무대
3. 별이 만들어 내는 [실존]의 재료
4. [실존]은 죽음으로 연결된다

2장 생명
5. [생명]의 에너지는 식물이 생산한다
6. 세포는 [생명]의 최소 공간
7. 상보성이 기반인 [생명]의 정보
8. [생명], 중심 도그마가 지배하다

3장 진화
9. [진화]를 통해 다양성이 증가하다
10. ‘루카’라는 [진화]의 특이점
11. [진화]하는 유전자는 불멸한다

4장 인간
12. [인간]의 자유의지 특이점
13. 무한한 시행착오의 결과물, [인간]의 유전자
14. [인간]의 유전 정보, 발생을 통해 피투되다

5장 지능
15. 두뇌, [지능]이 발현되는 하드웨어
16. 학습을 통해 프로그램되는 [지능]
17. [지능]이 게임을 하면 이타성이 발생한다
18. [지능]은 문명 집단을 기반으로 진화한다

2부 우리가 만드는 연결: 운명의 기투

6장 문명
19. 인류의 실존 무대, [문명]
20. 정보란 [문명]에서 진화하는 불멸자
21. 서열 형태로 존재하는 [문명]의 정보
22. [문명], 정보와 지식을 구분하다

7장 지식
23. 집단 지성을 통해 진화하는 [지식]
24. [지식]의 특이점은 농경 문화
25. [지식]을 탐구하는 과학은 문명의 DNA
26. [지식]을 이용하는 공학은 문명의 RNA

8장 인공지능
27. 컴퓨터, [인공지능]의 하드웨어
28. 학습으로 프로그램되는 [인공지능]
29. [인공지능]은 연결의 창발 현상이다

9장 공감
30. 자유의지가 개입된 지능, [공감]
31. [공감] 엔트로피가 높으면 혼란계가 된다
32. 인본주의, [공감]의 중심 도그마
33. [공감]이 단절되면 폭력과 전쟁을 낳는다

10장 연결
34. [연결]의 시스템은 자본 시장이다
35. 세계화, [연결]의 마지막 장
36. [연결]의 시대정신은 주인 정신이다
37. [연결]은 피투된 상황의 자각에서 시작된다
38. [연결]을 위한 선택과 결정의 구분

출판사 서평

‘연결’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우주라는 실존 세계는 138억 년 전 ‘빅뱅’을 통해 시작되었다. 한 점으로 뭉쳐 있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대폭발로 인해 해방된 것이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고 식으면서 우주를 지배하는 4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분리되었고, 기본 소립자들이 합쳐져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졌고 다시 이들이 모여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다. 중력, 수소, 헬륨이라는 재료가 별을 탄생시켰고, 별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은 탄소, 질소, 산소, 철 등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냈다.(41쪽)
별의 탄생과 죽음(초신성)이 반복되는 동안 생명에 필요한 다양한 원소가 우주에 축적되었다. 약 46억 년 전, 2세대 초신성이 남긴 다양한 원자가 중력에 이끌려 3세대 항성인 태양과 암석형 행성인 원시 지구를 형성했다. 탄생 직후 끓어 넘치는 지옥도였던 원시 지구는 태양 에너지와 운석 충돌 에너지를 흡수했고, 분리된 산소, 수소, 탄소, 질소는 다양한 분자와 유기 화합물로 다시 연결되었다. 뜨겁고 격렬했던 원시 지구의 환경이 서서히 식자 대기와 바다가 생겼고, 지구는 물리계의 단순한 원자들이 복잡한 고분자로 이어지는 생명의 실험실이 되었다.
우주를 이루는 작은 입자에서 원자로, 원자에서 분자로, 그리고 별과 행성으로 이어지는 탄생과 진화 과정은, 세상 만물이 고립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구조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중력을 비롯한 우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힘과 물질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 거대한 연결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 역시 우연히 주어진 무대가 아니라, 우주의 오랜 진화가 빚어낸 연결의 결과다. 현대 물리학에서 실존의 한계로 정의하는 플랑크 길이(1.616×10^?35미터)부터 인간이 관찰 가능한 우주의 지름(8.8×10^26미터)까지, ‘연결’은 단순히 우주의 존재들을 이어 주는 관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이었다.(25쪽)

연결과 다양성은 어떻게 진화의 열쇠가 되었나

연결의 역사는 우주에서 지구라는 하위계로 무대를 옮겨 계속되었다. 태고의 바다에서 단순한 원자가 연결되어 복잡한 고분자를 이루었고 RNA와 단백질, DNA로 이어지는 생명의 씨앗이 등장한 것이다. 약 40억 년 전, 최초의 세포이자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인 루카(LUCA)가 출현하면서, 유전 정보가 단백질로 일방통행 발현되는 ‘생명의 중심 도그마’는 생태계의 절대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 이 도그마로 인해 생물은 필멸의 숙명을 지니게 되었지만, 유전자는 복제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수십억 년 동안 세대를 관통하는 진화와 불멸의 운명을 가지게 되었다.(92쪽)
모든 생물 개체의 중심에는 유전 정보가 있다. 유전자는 복제 과정에서 변화(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그 변화를 지닌 생물이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면 유전 정보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생존과 번식에 실패하면 그대로 사라진다. 이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생명의 다양성이 형성되었으며, 생물들은 경쟁과 포식뿐 아니라 공생과 협력을 통해 서로의 생존 조건을 바꾸어 왔다. 생명은 혼자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진화한 것이다.(103쪽)
하지만 진화가 언제나 더 강하고 완벽한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진화에서는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니까.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성공을 보장했던 특성이 오히려 생존의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평온할 때는 성가신 잡음이나 별종으로 취급받던 다양성이 예측 불허의 환경 격변에서 종 전체를 구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는 획일성과 편향에 갇힌 우리 사회가 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익숙한 방식과 주류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생명체가 똑같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이 생성되고 선택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연결은 생존의 토대이고, 다양성은 미래를 위한 가능성의 저장고라 할 수 있다.

인류의 도약이 문명의 창발로 연결되다

약 600만 년 전 기후 변화로 열대 우림이 사라진 아프리카 땅에서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류의 조상은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돌도끼 등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수백억 개 뉴런의 연결망을 가진 인간의 두뇌는, 부모의 헌신적인 양육과 학습을 통해 신경망 회로가 정교해졌고 언어 소통과 감정 교감, 문자의 발명과 숫자 연산, 추상적 사고를 수행하는 독보적인 후천 지능을 발현시켰다.
인간은 연약한 육체 탓에 자연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집단을 형성했고, 협력을 우선하되 배신에는 단호히 응징하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을 통해 자발적 이타성을 진화시켰다.(158쪽) 타인을 돌보는 것이 곧 나를 지키는 길이라는 상호 신뢰는 “나는 당신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의미의 ‘우분투(ubuntu)’ 정신, 즉 ‘나보다 강한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졌다.(165쪽) 덕분에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등 25종의 사촌 인류를 제치고 유일한 단일 지배종으로 살아남아 마침내 문명이라는 새로운 특이점을 열었다.(163쪽)
생태계가 생명의 중심 도그마라는 고유 질서에 의해 작동한다면, 문명은 인간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자기 조직화된 상식, 예절, 규범, 법규 등 ‘인문(humanitas)’이라는 상대적 질서를 바탕으로 유지된다.(181쪽) 생태계의 DNA에 비견되는 서열 정보 매체인 ‘문자’가 발명되면서, 전달 즉시 휘발되던 음성 정보의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집단 지성의 축적이 가능해졌다. 진리를 탐구하는 문명의 DNA인 ‘과학’과 이를 실용적으로 구현하는 문명의 RNA인 ‘공학’이 결합해 인간 문명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생명의 진화가 유전 정보의 변화와 전승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문명에서는 지식 정보가 집단 지성을 통해 진화했다. 문명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지식으로 이어지고, 현재의 지식이 다시 미래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연결의 축적이다. 하지만 문명이 커질수록 연결의 범위와 복잡성도 증가했다. 따라서 축적된 지식과 강력한 기술은 번영을 가져오는 만큼 새로운 책임과 위험도 만들어 냈다.

‘연결’이 불러온 복합 위기의 돌파구는 다시 ‘연결’

원시 부족에서 출발한 인류는 사회와 국가, 체제와 경제 경쟁을 거쳐 마침내 전 지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물질적 세계화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명의 팽창과 초연결 사회의 도래는 전쟁과 폭력, 팬데믹과 인포데믹, 불평등과 극우화, 기후 재난과 초지능 AI의 위협 등 전례 없는 위기를 불러왔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고,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 전체를 흔들며, 온라인에 퍼진 거짓 정보는 공동체의 판단을 어지럽힌다. 지식과 기술의 산물인 인공지능은 어떤 목표와 가치에 따라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구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복합 위기가 ‘연결’에서 비롯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위기들을 해결할 돌파구 역시 ‘연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인간은 약한 개체로서 홀로 살아남기 어려웠기에 집단을 이루었고, 협력과 상호성은 집단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는 공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존중도 마찬가지다.(261쪽) 그런데 이 위기들의 공통점은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갈 운명의 공동체 범위를 가족과 집단, 민족과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 전체로 넓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인식과 책임을 가지는 우분투 도그마가 필요하다.(277쪽) 나아가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과학’과 인간의 가치를 다루는 ‘인문학’을 명확히 구분하고 단단히 연결해야, 과학만능주의나 반지성주의에 빠지지 않고 초연결 시대의 복합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인문학이 없는 과학은 위험하고, 과학이 없는 인문학은 공허”하기 때문이다.(13쪽)
기술과 물질은 초연결로 치닫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단절되어 길을 잃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결이 아니라 더 나은 연결이다.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을 잇는 시선으로 인류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연대와 공감, 자유의지와 주인 정신을 일깨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