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승만

바람의 아들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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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창균

저자:김창균
부산에서출생했다.역사학자를지망하였으나현재세무사로생활하고있다.
‘역사는과거와현재와의대화’라는E.H.카의통찰을부인하며,‘역사는연속적이고,진보하는방향으로움직이지않는다’라고생각한다.현재의가치판단으로과거를재단하는것에동의하지않는다.
따라서작위적인해석으로역사를임의적사유물로만드는작업을부정하며,그러한결과로인간의자유로운정신이갇혀버릴위험이있다고생각한다.자유는주체적인인간의삶속에서생성되는것이므로,고착된인식을벗어나야한다.어차피인간의삶은해석될수없는‘요중선’이다.
저서로에세이집『요중선』이있으며,웹소설『노가다무사』를네이버시리즈에연재했다.

목차


서문―역사의결단

제1장
바람의나비

제2장
배재학당

제3장
혁명지사서재필

제4장
만민공동회

제5장
왕의선택

제6장
상인한만호

제7장
유림의저항

제8장
만민공동회의불꽃

제9장
왕의반격

제10장
사형수이승만

후기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는양녕대군의십육대후손이승만이다.왕의후계자였지만존엄에서버려진자.가장귀한자리에있었지만,스스로시정의낭인이된자.권력의칼이왕에있지않고백성의손에있음을말한자.나는조선의세자양녕대군의자손이다.
우리집안은양녕대군의후손임을자랑스럽게여기고살아왔다.조선은양반의나라였다.왕가의자손은그들중에서도성골이라고아버지는가르쳤다.
“너는조선의적통임을잊지마라.양반으로서의품위와조선의주인임을잊지마라.”
하지만우리집안은몰락하였다.왕손으로서의대우는중종대에서끝났고벼슬길은육대조에서끊기었다.양반이라하기에도난망한집안이었다.가세는아버지대에이르러서극도로기울었다.집안이어려웠지만,아버지는나의교육에열의를다하였다.네살이되던무렵,홍문관교리를지낸이건하가운영하던낙동서당에입학하였고,열살이되어서는사간원대사헌을지낸양녕대군의봉사손이근수가가르치던도동서당에서수학하였다.
걸음마를하면서천자문을외우고일곱살이되기전에사서삼경을배웠다.공자의가르침에는천지의도가있었다.하늘은왕이었고땅은백성이었다.하늘의도는삼강오륜이었고왕과나란히있었다.땅의도는순명에있었고백성과나란하였다.양반은하늘의뜻과가까웠고,땅과멀었다.하늘이혹독하면양반도혹독하였고,하늘이순하면양반은그순함을탄핵하였다.백성은다만순명할뿐이었다.나는들판을뛰어다녔다.메마른들판에잡풀이무성하였다.풀꽃위를나비가날아다녔다.햇빛은느리게흐르고나비는마른날개를접을곳을찾지못했다.나는나비를그리려하였지만,나비는빈곤한꽃물에오래머물지않았다.화선지에는풀잎만가득하였다.
p.10

유림이독립협회를반대한지는오래되었다.그러나이렇게노골적으로민간의활동을저지하려하지는않았다.하지만최익현과같은성리학원리주의자들은성현의가르침에어긋나는정책들에대하여공개적으로거부하기시작했다.그들이생각하는요순의시대는근대적문물의도입이아니었다.고대주나라로의회귀였다.그중심에왕이있고,양반이있었다.그러니입헌군주제와같은해괴망측한법도는,그들입장에서도저히받아들일수없는참람한주장이었다.만민공동회와같이신분의차별이없다고주장하는정치단체의출현은그대로묵과할수없었다.박가는나의요구를받아들일기색이전혀없다.오히려양녕대군의후손인왕가의방계혈족이무도한백성들과야합하여왕정을무너뜨리려는역신의무리로보았다.그는노골적으로입가에비웃음을담았다.
“이제할말을다하였으면그만돌아가보게.”
명백한축객령이며하대였다.나이가어리다고하여무조건아랫사람으로봄은예법이아니었다.
“저는독립협회의일로공적인일처리를위해온사람입니다.나이가어리다하여업수히여김은선비의도리가아니지않습니까?”
박군수의얼굴이일그러졌다.속으로는온갖욕을다했겠지만,정색하고달려드는나에게체통을잃을수는없었다.그도나름대로군수를지낸,권력역학을잘아는노회한자였다.나의당당함이기대고있는배후가무엇인지헤아렸다.독립협회는무시할만한단체가아니었다.그들중에는윤치호와이완용과같이왕의신임을받는거물들이개입되어있었다.왕의정치적의중이들어있는어용단체였다.더구나이승만이라고하면언론인으로명성이높고,젊은혁신지사로알려져있었다.잘못하여왕의중신들을적으로돌릴필요까지는없었다.그는표정을누그러뜨렸다.순식간에그의얼굴색이변하는것을나는조용히지켜보았다.
p.127

나는서대문옥사에있었다.주변의구명활동이있어목숨은살렸다.왕이조선독립의앞날을예비하기위해나를살렸는지도모른다.나는서대문옥사안에서책을썼다.그책의이름은『독립정신』이다.‘동포여!이천만동족이여.나는이승만이오.나는죽을힘을다해이조선을사랑하고,외세를물리쳐자주독립국이되기를기도하오.동포여,우리모두마지막힘을다해싸운다면반드시그날이올것이오.이강산에꽃잎이휘날리고강물이솟구쳐오르는날이….뭉치면살고,흩어지면죽을것이오.’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