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에 조약돌을 삶아 먹어도 (25년간 산을 걸으며 깨달은 삶의 철학)

맹물에 조약돌을 삶아 먹어도 (25년간 산을 걸으며 깨달은 삶의 철학)

$16.80
Description
25년간 산을 걸으며 깨달은 삶의 철학

세월은 이길 수 없으나 아직 나의 봄날은 끝나지 않았다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오늘도 걷는다
진정한 산꾼 황대연이 산에서 배운 인생의 지혜
만족을 아는 것이 행복의 비결
누가 뭐래도 나는 내 멋에 산다!

산꾼 황대연이 25년 동안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며 배운
비움과 채움의 인생 철학

이 책은 산을 사랑하여 전국 곳곳을 헤매고 살아온 작가가 지난 25년의 추억과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의 기쁨과 감상을 따뜻한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여러 산에 다닌 다양한 경험, 생활에서 오는 감상과 여러 가지 소회, 어머니와 친구에 관한 추억은 물론 지나버린 청춘에 관한 그리움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세월의 흐름을 어쩌지 못하는 아쉬움, 버킷리스트를 손자와 실천하는 기쁨,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등 어느 하나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고 깔끔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취미 생활이나 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 가족에 관한 사랑을 담은 따듯하고 정감 있는 내용에 독자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후반부를 걸어가는 작가의 쓸쓸한 감회와 먼 길을 떠난 친구에 관한 회상,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생각에 잠기는 작가의 사색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가벼운 신변잡기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무겁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인생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독자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인생의 여정을 걸어갈 것이며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하여야 할지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가치 있는 인생을 가꾸는 법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읽기를 추천한다.
저자

황대연

저자:황대연
산과사랑에빠져,산을찾아전국곳곳을헤매고다닌지어언25년.
백두대간과9정맥을종주하고,국내2,900여개의산과킬리만자로등9개의해외고산에올랐다.틈만나면숲길을걷거나바둑을두고책을읽거나글을쓰며,도낏자루썩는줄모른채무위(無爲)의나날을이어가고있다.
저서로는『백두대간에서다』(2014,우리출판사),『은퇴산꾼,고산에서다』(2020,북랩),『헤어날수없는사랑』(2022,북랩)이있다.

목차

1부쳇바퀴돌리기
혹시나했는데역시나
상상속의그녀
홀로있기,그연습
쳇바퀴돌리기
요게뭐길래
무엇을보았느냐
형식이뭐가중요하랴

2부내가낚아올린건
어머니의효자손
메리와의추억
청바지사랑
거목으로자리한까닭은
내가낚아올린건
어,이게누구야
함께라서참좋다
친구여잘가시게

3부세월의속도
어쩔수없지않은가
내진짜모습은
잠시도내버려둘수없으니
예전에모르던축복
어찌이리다를까
세월의속도
버킷리스트,한라산오르기
한양도성한바퀴
남한산성옛길을걷다

4부취미의단계
크렘드라크렘
할일없으면수담이라도
내삶의일부가된산
왜산에가는걸까
취미의단계
끓는물속의개구리
나의봄날은임과함께
가을,안성맞춤
이제무슨재미로사나

5부축복인가재앙인가
3박4일의여름휴가
다시날아오를수있을까
나라고별수있을까
내인생의황금기는
이별이슬플뿐
축복인가재앙인가
당신은어떻게죽고싶은가
마지막부탁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러니누가결혼을하고아이를낳으려고하겠는가.결혼해서힘들게사느니차라리혼자편하게사는것을택할만하다.바야흐로결혼은필수가아닌선택의시대라는말이다.그러니마흔전이건후건결혼만해도부모로서는감지덕지로여길수밖에없다.
나와함께산행하는사람중에도쉰살이넘은미혼남녀들이있다.그들은등산하며이성을만나기도한다.그러나결혼은하지않는다.딱히외롭지도않고혼자만의자유로움과편안함이더할나위없이좋은데뭐하러결혼하느냐며,미혼이아니라비혼이라고한다.
미혼(未婚)과비혼(非婚).그게그거같은데그둘사이에는엄청난차이가있는모양이다.결혼할마음은있는데하지못했다는것이미혼이고,아예결혼자체를하지않겠다는것이비혼이다.
자신을미혼이아닌비혼이라고강조하는사람들은결혼자체를아예생각조차하지않는다는말이다.그들의눈에는결혼이마치섶을지고불에뛰어드는것처럼보이는모양이다.하긴결혼한다고행복이보장된다는말은나도못하겠다.요즘세상에누가결혼하라말라간섭하랴.그러니마흔한살에장가가기로마음먹은지인의아들은새삼다행스럽다고하지않을수없다.
45쪽

이야기가재미있게흘러가자,옆에앉아있던다른향우도끼어들었다.
“요즘은젊은애들두대머리가많은디,나이두들어뵈구결혼허기두쉽지않을껴.”
“그건그려.그런디유럽여성들은대머리남성을더신뢰허구좋아헌다구허드라.굉장히지적이구,경제력두있구,사회적지위두높구,정직허다는인상을준댜.진즉유럽으루이민이나갈걸그랬나벼.”
사실사람외모에서헤어스타일이차지하는비중이매우크다.머리카락이없으면나이도들어뵈고아무리잘차려입어도맵시가나지않는다.외모를중시하는시대여서미혼여성들이대머리남성을꺼린다는데,나는그나마총각때대머리가아니어서장가라도갔으니,다행으로여겨야할까싶다.

내머리가민숭민숭하게된것은오십대초반이다.그전에는비를맞아도빗물이머리카락속으로들어가지않을정도로숱이많았다.그토록숱이많았던머리카락이사십대중반에이르자조금씩빠지기시작했다.자고일어나면베게근처에,머리를감으면세면대와비누에빠진머리카락이시커멓게들러붙어있었다.그게하루하루거듭되더니결국요모양요꼴이되었다
100쪽

옛날조선시대왕들이여주에있는왕릉에참배하러다닐때,지방선비들이과거를보러한양을오갈때,보부상들이봇짐과등짐을이고지고장터를떠돌아다닐때면남한산성을넘나들었다.그길을걷기위해손자와함께길을나섰다.초등학교3학년인손자는무엇을보고무엇을느낄까?
하남시위례동에서옛길에들어선다.그런데나무마다허리에비닐을둘러놓았다.벌레들이기어오르거나파고들지못하도록설치한‘끈끈이’이다.손자는이게뭔가싶어바라보더니손가락을살짝대본다.손가락이‘쩍~’하고들러붙자키드득대며엄살을떤다.
“할아버지,손이안떨어져요.어떡해요?”
오름길을재촉하자땀방울이머리에서이마와볼을타고주르르흘러내리고,셔츠가축축하게젖어온다.계절은정해진순서대로어김없이바뀌어간다.몇차례봄비가내리더니여름이성큼코앞에다가왔다.
145쪽

어떤객이찾아오느냐에따라,또어떻게대처하느냐에따라삶의질은달라질수밖에없다.
불청객을맞이하는방법은사람마다다르다.술과노래로잔치를벌이는사람도있고,상대조차하지않겠다며늘어지게잠을자는사람도있다.폭식을하는사람도있고수다를떨거나영화를보며해소하는사람도있다.나도한때는술을마시거나노래를부르며해소했다.그러나술을끊고부터는노래부를일도없어졌다.술과노래가멀어지자의지할곳이라고는담배밖에없었다.몸에좋지않다는것을뻔히알면서도피울수밖에없었다.흡연하면니코틴효과때문인지일시적이나마스트레스가풀리고는했다.
사실담배를피운다는것은그자체가스트레스이다.담배를주머니에서꺼내는순간부터스트레스는시작된다.담뱃갑에는흡연으로각종질병에시달리는사람들의흉측한환부가선명하게드러난사진이붙어있고,그걸눈으로봐야만한다.
예전처럼방안에재떨이를놓고마음편하게피울수도없거니와이사람저사람눈치도봐야한다.흡연장소도찾기힘들다.어쩌다거리에서한개비피워물면지나는사람들의따가운눈총을감수해야한다.

200쪽


사랑하는아들아,며늘아기야!
사람이살면서그마지막과정을스스로할수없다는게참으로안타깝구나.할수만있다면‘의사조력사’로고통없이마무리하고싶은데,그게안된다는구나.‘안락사’를허용하는스위스에가면모를까,할수있는방법이없구나.
그러니내가죽음의길에들어선것이확실하다고판단되면편안하게갈수있도록도와주기를바란다.회생가능성이전혀없는데도중환자실에누워코,입,목,팔에줄이나주삿바늘을꽂아넣고,심폐소생술을하고,혈액투석을하고,인공호흡기로겨우숨만쉬다가는,그런죽음은생각조차하기싫구나.무의미한연명치료는하고싶지않다는말이다.그게바로고종명(考終命)이고존엄사(尊嚴死)가아니겠느냐.
그래서얼마전에노인종합복지관에다녀왔단다.임종과정에있다는의학적판단을받은경우호스피스이용의향이있으며,연명의료를시행하지않거나중단하는것에동의한다는‘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작성하고서명했다.내가할수있는게그것뿐이니,판단력이있을때내의사를분명하게하고싶어서였다.

2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