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말자 (오월, 그날 이후 | 최선혜 장편 소설)

미안해하지 말자 (오월, 그날 이후 | 최선혜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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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미안하단 말로 버텨온 모든 날에게,
이제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건넨다!

역사 연구자의 눈과 문학가의 심장으로 써 내려간 오월 이야기
『미안해하지 말자』는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던 평범한 이들의 찬란하고도 처연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늦둥이 아들 중기와 홀로 그를 길러 낸 어머니의 삶은 1980년대 광주의 격동 속에서도 삶을 끌어안은 사랑과 냉혹한 현실을 버텨 낸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상처 입은 청년 중기와 그를 꺼내 세상으로 이끄는 단단한 여성 해인의 이야기. 상처와 희망이 교차하는 삶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로 서로의 구원이 되어 간다. 낡은 하숙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의 애틋한 정, 친구와의 뜨거운 우정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묻는 여정을 따라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저자는 섬세한 필치로 시대의 무게를 견뎌 낸 개인의 내면을 응시하며, 아픔과 회복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미안해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무너진 자리라고 해서 반드시 폐허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조용히 곁에 다가와 진심으로 함께해 준다면, 오래 곪아 가던 상처도 다시 빛을 향해 살아날 수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파하고 또 위로했기에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 5월의 상처를 품은 채, 다시 삶을 피워 낸 치유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저자

최선혜

저자:최선혜
서강대학교대학원사학과에서한국사로문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고캘리포니아대학교로스앤젤레스(UCLA)한국학연구원박사후과정을이수하였다.미국미네소타대학교방문학자,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객원연구원을역임하였으며서강대학교,한양대학교,상명대학교등에서강사로활동하였다.가톨릭대학교연구교수를역임하였고,현재한국과캐나다를오가며연구와집필중에있다.2007년에『조선후기지방사족과국가』로학술원우수학술도서상을수상하였다.2004년에『장희빈,사극의배반』,2021년에는『슬픔도미움도아픔도오후엔갤거야』를출간하였다.2023년에는소설『엄마의담장』,2024년에는소설『10km어디쯤』을출간하였다.

목차

프롤로그

겁석김중기
늦둥이막내중기
중기의라임오렌지나무
열린대문,젖은손
미안하지않은하루를위해
툇마루에새긴다짐
소란과쓸쓸함사이
세상을향해뜬눈
운명의실타래
바람이머문방
마지막웃음
오월의불꽃,오월의상처
부서진발걸음
중기의성소
뒷방에잠든청춘
흙냄새를따라서

모퉁이돌,박해인
볼빨간해인
교복의무게
심장에타오른모닥불
닿지못한마음
오월의그날,멈춰버린시간
깨지않는꿈
해인안의소나무
붉은꽃이피는시간
흔들리는눈빛
네돌을함께던지려해
폭포수쏟아지던날
바람에실려보낸말
해인의구원
모퉁이돌

빛과바람사이의중기
느린대화
숨쉬는몫
처연한꽃을닮아(동백)
섬진강의바람속에서(벚꽃)
진흙에서피어난생명(연꽃)
단풍에서낙엽으로(단풍)
눈송이와눈물(눈발)
녹아도남는것

그들이오고,해인은피었다
글에서멀어진해인의꿈
눈에보이지않는문장
낯섦이익숙함으로
3월,홍매화의위로
4월,국한그릇의온기
5월,해인의오월,그들의5월
6월,나무의자리,해인의발자국
7월,셔터너머의숨결
9월,풍요의봉지들
11월,악몽꾸는밤
12월,괘종시계의질문
흘러가는것은물만이아니다

마주앉은시간,어루만진상처
잿빛속의불꽃
초록과퇴비
생명의약속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어머니는입술을한번꽉물고,손바닥을비비며다시장바구니끈을움켜쥐고일어섰다.그녀의어깨가다시단단하게펴졌다.살아가는건매일작게넘어지는일이었고,그럼에도다시일어나는일이었다.
p.27

방안에는새나무냄새가은은히퍼져있었다.중기는의자에걸터앉아천천히숨을들이마셨다.창문너머로바람이지나가고,멀리서강아지짖는소리가어슴푸레들려왔다.가까스로,아주가까스로살아있다는감각이몸속에조용히번져갔다.
p.69

말보다느린사진,사진보다깊은침묵,그들은서로의이야기를가만히바라보는법을배워가고있었다.하지만그고요속에,서로의삶이조용히스며들고있었다.말보다더깊은무언가가그들사이를채우고있었다.
p.146

허공에손을뻗듯천천히한발을앞으로디뎠다.다시한발.또한발.바람이산길을스치며단풍잎을굴렸다.흙냄새와낙엽내음이몸을감쌌다.중기는조용히숨을들이쉬며산길을내려가기시작했다.다시일어서걷는다는것은,상처를품고앞으로나아간다는뜻이었다.
p.176

고개를돌려정원을내다보았다.봄바람에흔들리는어린나뭇가지하나가이따금햇살을받아반짝였다.해인은깊게숨을들이마셨다.세상을부드럽게바라보는것,아주작은숨결로주어진삶을조용히살아내는일,그게지금의삶이었다.
p.201

세상의모든생명은,그저다늙어조용히죽어가기를.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