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16.80
Description
숨이 곧 삶이고,
우리가 나눈 숨결이 이야기가 된다!

고통과 후회를 넘어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성찰의 서사

숨을 쉬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듯
말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종교적 사유와 문학적 통찰이 녹아든
서정적 서사의 대가 소쿠리씨의 신작 연작소설

숨이란 무엇인가. 삶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떠날 때 남기는 작별 인사다. 끝없이 이어지는 숨결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삶이다. 투병하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 타자의 고통을 조우하며 나와 너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순간, 나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증명하려는 여러 인물을 만난다.
연작소설 『숨』은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마주한다. 네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놓여 있으면서도 일부를 공유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에게 한때의 연인이기도, 지금의 친지이기도, 과거의 회한이기도 하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일말이나마 삶의 편린을 공유하는 네 이야기의 주체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타인이 나와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저자는 그 속에서 공통된 하나의 질문을 반복한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시대를 관통하는 침묵과 증언의 윤리를 담은 마지막 이야기 앞에서 이 질문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숨』은 사적인 고백에서 출발해 공동체의 책임으로 확장된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 끝내 말해야만 하는 것들에 관해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소쿠리씨

저자:소쿠리씨
부산출생.동국대학교에서영화연출을전공하고영화조감독,방송피디,광고감독등의활동을했다.방송대본,영화시나리오작업에참여하기도했으며,종교적사유에몰두했다.한국작가회의회원이다.소쿠리는무엇을담는대그릇으로바구니라는뜻이다.종교적사유의다양한결과물을소설에담는다는의미도있지만,무엇보다도많은이들의삶과생각을고스란히담는다는의미에서지은이름이다.더불어여럿의뜻을하나로모아글귀하나하나에생각을담고감정으로치장한다는의미에서‘소쿠리씨’라는필명을사용하게되었다.
소설작품으로
『과수원에먹을포도송이가있을까?』(상?하)(북랩,2013년),
『무당하설희』(북랩,2015년),『이놈의사랑』(북랩,2017년),
『북방의하늘-칼날에돋는꽃』(북랩,2020년),
『북방의하늘2-학살의제국에맞서라』(북랩,2024년)가있다.

목차

작가노트1
작가노트2:나는왜그녀에게숨을건넸는가
‘사는이유’를쓰며

서문
숨결
낯선여자
사는이유
죄와벌

『숨』해설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녀의눈에,들풀사이로노랑나비한마리가느리게날았다.그작은몸짓하나가울컥,가슴을찔렀다.세상을흠모하는세레나데의애절한선율이가슴을떨리게만든다.
“아….”
휴대전화를움켜쥔그녀의가냘픈손가락이떨리고있다.
오빠였다.그녀가알려준병원의응급실.바쁘다며진료를미루던의사가급히달려와한말은충격적이었다.환자의증세로보아폐렴이아니라심장계통의문제라는것.그러나그병원엔순환기내과가없었다.대학병원으로옮겨야했다.하지만―어디에도병상이없었다.그래서사설구급차간호사와함께,산소호흡기를단채,처치할수있는종합병원을찾아서길위를헤매고있다고했다.
“그러네….”
그녀는다시권태의늪으로가라앉는다.털썩,바윗돌에아무렇게나주저앉는다.조용히휴대전화를만지작거린다.기대앉은그녀의그림자가사위어가는빛속에서길게자란다.
-25쪽

거실한구석,턴테이블의바늘이멈추면서음악도끝났다.정적속에서촛불만이미세하게떨리고있었다.그녀는천천히다가가턴테이블앞에섰다.레코드를갈아끼우려다손끝이미끄러졌고,검은판이바닥으로떨어지며둔탁한소리를냈다.그순간,그의목소리가다시들려왔다.
“나는시라를설득하려고했어.그러다나자신을잃어버린것같아.”
그녀는천천히돌아서며,나지막한목소리로대답했다.
“자기는,내가뭘원했는지,무엇을위해싸워야했는지생각해주지않았어.오직나를설득하려고만했어.그런데…창수에게는나보다더중요한게있었어.나도그걸알지못했지.그점,나를용서해줘.”
그녀의목소리는한가닥실처럼가늘게떨렸다.촛불이마지막남은불씨를흔드는것처럼,두사람사이의감정도희미하게흔들리고있었다.
창수는실내를천천히서성였다.그의내면에서는수많은감정이부딪치고있었다.서로를설득하려했지만,그끝에는결국이해할수없는지점에도달하고말았다.
-123쪽

“이제세상이좀조용해지겠죠?”
송소장의말에박고시라는입가에살짝미소를띠었으나,그웃음은금세사라졌다.
“아무래도…나아지겠지.”
그말은희망인지,아니면오래된체념인지,혹은그둘의경계어디쯤인지알수없었다.그녀의목소리는먼데서불어오는바람처럼공허하게흘러나왔다.
송소장은여전히들뜬기색이었지만,박고시라의표정을읽고는살짝어색한미소를지었다.
“언니,이제어떻게하실거예요?”
“어떻게하긴.그냥,이대로사는거지.”
박고시라는깊게숨을들이쉬며무심히말했다.창밖의세상은잿빛하늘아래고요했지만,마음속에는사그라지지않는불씨가남아있었다.
“하긴,참그렇네.”
송소장의목소리에는안도와허탈,그리고어렴풋한쓸쓸함이섞여있었다.무엇을기대했을까.정의가실현되면,모든것이제자리로돌아올거라고믿었던걸까.
“봄비가오려나….”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