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의 눈물

로타의 눈물

$16.80
Description
여성은 단순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묻고, 다시 쓰는 주체다!
결핍을 넘어 사랑과 존엄으로 빛나는,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
눈물은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
결핍은 한계가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힘이다!

사랑과 절망, 희망과 결핍 속에서
끊임없이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묻는
서찬임 소설집 『로타의 눈물』

우리는 모두 여성에게서 나왔다. 여성이 없으면 인류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성은 태어나서 무엇으로 사는가? 서찬임은 소설을 통해 여성의 성, 일, 죽음, 그리고 사랑을 탐구한다.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한국인 사업가와 조선족 현지처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여성, 유부남과 연애하며 도마뱀 두 마리를 기르는 여성, 자신을 창조한 박사를 사랑하게 된 휴머노이드 로봇 여성, 사고로 신체 장애를 갖게 되고 직장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여성, 불상을 만드는 조각가를 사랑한 비구니, 불분명한 신분을 가지고 살며 한국의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조선족 여성, 치매를 앓다 생을 마친 늙은 어머니와 그의 장녀.
소설의 주인공인 이들은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지금 이 시대, 혹은 가까운 과거나 미래 여성들의 진짜 삶이다. 여성은 무엇으로 사는지, 여성 자신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지, 소설 속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저자

서찬임

저자:서찬임
울산에서태어나울산에서성장했다.
2012년에울산신문등대문학상대상,한춘문학상대상,김유정문학상우수상을수상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2022년『한국소설』을통해소설가로등단했다.

목차

모래인형
젤리팜
로타의눈물
유리구두
목리
캡슐타운
새의귀환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사실나는중국에있었을때만해도작지만통통했다.가슴에살이오르고엉덩이가제법토실해지자동네총각들과아저씨들의눈빛이변했다.첫생리를시작하면서통증과생물적현상이생겼다.아무도가르쳐주지않았던,이상하면서도동물적인욕구를이해할수없었다.그랬던내가,아빠의나라로와서이나라여성들이추구하는다이어트를한것처럼뼈만남은꼴이됐던것이다.이국으로건너오려고설친밤만큼이국에서의밤은편하지않았다.한번도잠다운잠을자지못한내몰골은퀭해보였을것이다.
나는요원을잡기로마음을굳히고요원에게잘만한곳을물었다.요원은민박집이나모텔을추천하다가아무래도그런곳에혼자재우기가그렇다며,괜찮다면자신의오피스텔에서머물면서환자의상태를지켜보면어떻겠냐는의견에실소할뻔했다.고마움과미안함의표시로절을했다.그리고어쩔수없이따라나선다는몸짓으로요원의뒤를종종걸음으로쫓아갔다.요원의뒷모습은군살하나없는삼각자처럼어깨가쩍벌어졌다.성큼성큼걸어가는요원의다리는전봇대처럼길었다.요원은한번씩내가잘따라오는지확인하면서자신의오피스텔로갔다.네개의비밀번호로오피스텔은쉽게열렸다.나는그가짚는번호를외웠다.
p.20


나는송을내버려둔채그녀의말을다들었다.다은이대견했고고마웠다.송은다은엄마가다시주워현관에내놓은검은봉지에발이걸려하마터면넘어질뻔했다.봉지는입을벌리며갖가지신발을토해냈다.집현관에들어설땐눈여겨보지못한수십켤레의구두가내신발과뒤섞여버렸다.진주알구두와유리구두도보였다.나는그날신고간신발을내버려두고유리구두를집어들었다.다은의불편한발을감싸안았을투명한구두를신기한듯만지자다은이말했다.
“신어보세요.기분이좋아질거예요.언젠가과장님발을본적이있어요.저만큼은아니지만힘들어보였어요.과장님이나저나불편한세상을두발로꿋꿋하게걷고살아야한다는건똑같다고생각했죠.이유리구두는수액을채취해특수약품으로처리해만들어서어떤발이라도아프지않게한답니다.”
생각보다높지도,딱딱하지도않았다.꼭들어맞는것이그녀의말대로특별한것같았다.유리처럼투명해보이지만말랑하고촉촉하여아기고무신느낌이다.나는문득아기때찍은사진이떠올랐다.시골집작은마루에동무랑나란히앉혀놓고부모님이찍어주었던사진에는하얗고조그만고무신을신은귀여운발이있었다.인생이오십년을훌쩍건너뛰어버린것같아아찔했다.내가아무리괜찮다고해도다은은유리구두를신고가도록했다.
p.114


“차를마셔봐.좋은차야.정신을맑게하지.”
“믿었는데…돌아갈데가없어요.”
“돌아가.”
풍경소리가가볍게두사람사이를갈랐다.
“틀렸어요,모든게.”
여자의가느다란목이숙여지며머리가툭떨어졌다.
“내가뭐좋다고.”
남자의말에,여자의속눈썹끝에물기가어렸다.
남자는떨어지는물방울을물끄러미보면서여자와의처음을떠올렸다.그녀를만나기위해장애인용차량을보리사주차장에세워두고대숲의가파른오솔길을걸었다.불편한걸음이라오르막에선숨이가빴다.땀이이마를타고관자놀이를지나귀앞까지흘렀다.절에닿자서산으로석양이붉게물들어산사를태워버릴것같았다.하오의경내는절간의고즈넉한지루함을더하고있었다.그러한가운데탑돌이를하고있는비구니가그의눈에들어왔다.광륭사에서보았던미륵보다현현했고,아내가비밀스럽게소유했던소묘보다더추상적이었다.탑둘레를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뒤뚱거리며걷는그의그림자를비구니는조심스럽게비켜주었다.
주지스님의반대에도여자는그의모델이되기로약속했다.아주어릴적엄마의성보다는부처님의성이나을거라는친척을따라절에왔을때울지도않고따르던것처럼,그녀는반가사유상의모델이되어주면평생소원을이룰것같다고한그의말을그저받아주었다.
그의컨테이너로왔을때그녀가비구니라는것을깜빡하고안을뻔했다.소묘는쉽지않았다.소녀에서한번도여자가되지않고스님으로살아왔기에여자의몸은남자의눈길이닿을때마다날을세웠다.밋밋한가슴과가느다란팔다리가마치버드나무에갓피어오른새싹처럼떨었다.밤늦도록이어진소묘때문에두사람은피곤했다.여자가괴었던팔목을흔들었을때남자는주머니에서무명베를꺼냈다.벌겋게금이간손과손목,이마에흐르는땀을닦아주던남자의숨결이뜨거워졌다.여자는커다란불덩이라도삼킨사람처럼몸이붉게물들었다.남자는참을수없는격정때문에여자의속살을열고말았다.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