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독녀의 최후 (천선희 소설집)

쇼핑 중독녀의 최후 (천선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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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관계의 무게에 지쳐 있다면
작은 작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발견하라!

삶의 변두리를 포착하는 소설가 천선희의
작고 단단한 탈출의 기록

나는 지금, 어디쯤 날고 있을까?

여덟 개의 단편에는 삶의 변두리에 놓인 이들의 작고 고요한 탈출기가 담겨 있다.

날지 못하던 새끼 비둘기를 보살피고 끝내 떠나보낸 어느 날, 비만 클리닉에서 오가는 말들 속에 감춰진 결핍, 쇼핑 중독녀가 옷장 앞에서 맞이한 끝, 분노와 서러움이 차올라 터지기 직전인 ‘한 여성의 인생’, 이삿날, 반지하 방에서 먼지를 불며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순간,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공간인 월세 35만 원 원룸의 문을 여는 남자, 지하 가게 안 작은 화장실에서 마주한 피로 그리고 짧은 휴가 뒤, 어머니의 손을 뒤로한 채 떠나는 딸.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누군가와, 무언가와, 혹은 예전의 자신과 조용히 작별한다. 잠깐 멈추고,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이 여덟 개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고도 단단하게, 때론 서늘하고도 따뜻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 준다. 별일 아닌 것처럼 흘러가지만 그 속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어쩌면 아직 지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
크고 격렬한 결단이 아니라 지친 마음 끝에서 겨우 꺼낸 작은 용기들. 마침내,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한 발짝 내딛는 순간의 이야기다. 소리 없이 부서진 관계들 사이에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아프지만 따뜻하고, 웃기지만 쓸쓸하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들. 날고 싶었으나 날 수 없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결국, 언젠가 다시 날게 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가끔은 멈춰도 된다고, 잠깐 어디론가 떠나도 괜찮다고. 돌아올 곳이 있든 없든,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먼저라고 말해 준다.
저자

천선희

저자:천선희
1979년전라남도장흥대덕에서출생하여초등학교때까지장흥에서자랐고,중학교때는전라남도완도에서자랐다.그리고다시장흥으로돌아와고등학교를졸업했다.갓스무살무렵부터스물두살이될때까지‘현대전자(하이닉스)’에서근무했다.그후을지대학교안경광학과와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20년넘게안경사로일하며글을쓰고있다.
2013년『계간문장21』가을호에단편소설『남편의부재』로등단했다.또한오륙도신문에서‘쌍방울집할매(2016.8.~2017.2.)’와‘교도소가는사내(2018.12.~2020.9.)’를연재한바있다.그외에도『계간문장21』문예지에소설을다수출간했다.
저서로는『페인트칠하는여자』(2018),『개포동에서온손님』(2018),『코로나가뭐길래』(2020),『요양원가는길』(2022)이있다.

목차

쇼핑중독녀의최후(2024『계간문장21』봄여름호)

휴가(2023『계간문장21』가을호)

아수라하우스

이사가는날

비둘기날다

졸혼(2024『계간문장21』가을겨울호)

비만클리닉

화장실소동(2023『계간문장21』봄호)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민경이팔을휘두르며마구떠들었다.그렇게떠든지5분정도지났을때,갑자기소리가멈췄다.그것도잠깐이었다.얼마안있어소리는다시나기시작했다.민경은머리를양손으로감쌌다.미치지않고서야하루가멀다하고한번씩이런환청에시달릴수는없었다.요새잠을제대로자지못했더니정신이나가버린걸까?민경은별의별생각이다들었다.
p.10

나는대나무를찌기위해면장갑을끼고낫을챙겨대나무가우거진빈집으로향했다.아이들이따라오려했지만,사람이살지않은빈집이대나무숲으로뒤바뀐곳이라음산하기도하고모기소굴이었기때문에아이들을설득해집에있게했다.이곳모기들은도시모기의세배가넘는크기였다.그런모기에아이들이물리기라도한다면정신을잃을것처럼무시무시해보였다.
p.51

이집에서13년을넘게주눅들어산세월만생각하면나는분하고억울한마음밖에생기지않았다.팔은안으로굽지,뒤로굽지는않는법을이제야알게된것을나는후회했다.시어머니는당신의아들을위해서나에게내딸,내딸하며위하는척했지만,항상결정적인순간에는딸이아니라며느리였고타인이었다.
p.94

정말새끼비둘기가날마다꿈꾸던자유비행이기정사실이라면,훨훨날아어미가있는무리속으로합류한것이라면더할나위없이바라던상황이지만,새끼비둘기의날개는아직자유자재로비행할수있는상태는아니었다.
p.138

나는삐딱선타고있는횟집아들의어깨를잡으며말했다.그리고혼자속으로웃었다.나에게는,아내에게뺏기지않은다른비자금이딱300만원있어서였다.하나님이벌을내리시는건지,내가운이좋은건지알길은없지만300만원으로해결이된다면기꺼이주고말아야하는판이었다.
p.179

줄없는줄넘기를돌릴때마다어색하고,뛸때마다자신도불구가된듯한기분마저들어그만하고싶었지만,실내에서할수있는운동기구중이만한것도없겠다싶어쉬지않고뛰었다.그렇게한참을뛰고있는데옆건물미용실에서음료수와치킨몇조각을가지고왔다.다이어트중이어서먹지않겠다고손을절레절레흔들었지만,기어이카운터위에놓고갔다.튀긴지얼마되지않았는지구수한치킨냄새가승희의코를자극했다.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