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천국

밤하늘의 천국

$16.80
Description
무너진 날도 기록하면 길이 된다는 믿음과
세상 모두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도 나를 변화와 성찰로 이끈다!
삶은 매끈한 서사가 아니고
상처는 쉬이 지워지지 않지만
그 위에 적는 한 줄이 삶을 바꾼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수필가 양선례가
삶과 교육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수필 46선

세월은 흘러가지만, 그 안에 깃든 하루하루는 사라지지 않는다. 『밤하늘의 천국』은 그렇게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을 길어 올린 책이다. 잊힌 듯 고요했던 순간들이 문장 안에서 다시 숨을 쉬며, 우리 삶의 조각을 비춘다. 이 책은 한 교사의 삶을 따라가지만, 단순한 일기를 넘어 한 인간의 ‘생의 기록’으로 독자 앞에 놓인다. 교직 생활과 문학 활동, 가족과 제자들 사이의 소중한 인연이 글마다 묻어난다.

삶은 늘 정돈된 서사가 아니기에 때로는 엉뚱하고 어지럽지만, 저자는 과장하지 않고 꾸밈없이 진실한 목소리로 그날들을 써 내려간다. 수필 곳곳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이 반짝이며, 독자는 잊고 있던 어떤 밤, 어떤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문학은 조용한 말로 사람을 위로하는 일이다. 이 책 역시 사랑과 회한, 용서와 그리움을 품은 채, 따뜻한 손을 내민다.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부드러워지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 것이다.
저자

양선례

저자:양선례
광양에서나고자랐다.초등학생아이들곁에서37년째머물러지금은광양마동초등학교교장으로재직중이다.2006년<수필과비평>으로등단하였으며광양문인협회,광양문화연구회,수필과비평작가회의,까치문학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수필집『어느구름에비들었을까』,『광양,사람의향기』(공저),『백운산정기품은옥룡이나르샤』(공저)가있다.『달빛나루진월』(공저)이출간예정이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


귀향
만남
빚쟁이
글쓰기는어려워
정채봉과이균영
심봉사눈뜨는날
집나간정신
소촌댁이부러워

2부

잔치
귀한손님
어느새1년
초대
얼치기농부
참새방앗간
콩아,미안해
수호천사
엄마있는사람이부럽다
밤하늘의천국

3부

아이와함께일군책
어렵지만뚜벅뚜벅
신의한수
학교앞문구사
느린학습자가르치기
감태오란다
공황장애와폭탄
감정노동자,교사의설자리가없다
그래도가끔은그시절이그립다

4부

안개
배보다배꼽이크다
작은거인메시찬가
산티아고가는길
바로지금이야!
신조어?신조어!
쌀값이이상해
평화로운일상을그리며
선한영향력

5부

늦가을소풍
킬리만자로,바오바브나무,그리고탄자니아
파란만장남미여행기
파라과이가는길
‘다늙어서뜬’정지아작가를만나다
로봇공학과학자‘데니스홍’을만나다
『눈물꽃소년』인향만리에취하다
행복은강도보다는빈도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5월에신문사수습기자가되었다.한학년에다섯이나여섯뿐이었다.과는달랐지만소수라서관계는꽤끈끈했다.나는그곳에서평생의친구를만났다.위태로운고비를넘기고대학에뿌리내릴수있었다.군부독재의냉혹한시절이라‘불온서적소지죄’로친구둘이정학1개월을당해신문사를떠났다.신문사주간교수도바뀌었다.그때부터나는겉돌았다.새로주간을맡은교수님도좋은사람인건분명했으나,정이가지않았다.아니이미김교수님스타일에익숙해졌다는게더적절하다.그분과잘지내는건우리때문에불이익을당한김교수님을배신하는것처럼여겨졌다.

김교수님은결혼식주례를부탁하는내청을흔쾌히들어주셨다.그러나오래도록찾아뵙지못했다.겨우그분의퇴임식기념으로마련한‘역대기자회’에서잠시얼굴만뵈었을뿐이었다.그리곤20년이또훌쩍지났다.
---p.50

그런데그러면뭐하냐고?아무데나오줌을갈기는걸.그건정말이지치명적인약점이야.기다리던큰딸이늦게퇴근해서,놀고싶은데같이놀사람이없어서,간식을안줘서등이유도다양해.장소도마음내키는대로야.냄새가얼마나지독한지머리가어질어질해.그러니내가이뻐할수가있겠어?

얼마전엔이런일이있었어.집사는다른식구들보다일찍자.이불을깔아두고텔레비전을보는사이,한쪽에다미떼가그만실례를한거야.뒤늦게그사실을안집사가노발대발했어.빨아도냄새가쉽게가시지않는데다,한두번그러다보면거길화장실로인식하는게우리고양이들습성이야.이건비밀인데,작은언니가이번여름에대청소하면서산지얼마되지도않은소파를버렸어.미떼가싼오줌냄새를없애려고아무리약품을써도잘안되었나봐.그러니집사가얼마나화가났겠어?안봐도비디오지.

집사는미떼의주인인큰언니(큰딸을나는이렇게불러)를불렀어.원래거실에서큰언니방에가려면긴베란다를지나야해.그사이에우리가오가는작은문이있는데미떼가우리집에왔을때집사가친히커다란문일부를톱으로잘라서만들어준거야.그런은공도모르고자꾸만집사이불에실수하는거야.벌써몇번째인지몰라.
---p.100

지인들이하나둘교단을떠나고있다.친한친구둘은작년,만든지30년이된‘미운오리새끼’모임일곱명중넷도몇년사이에명예퇴직했다.남은둘도올해까지만한다고선포했다.아이들이더이상이쁘지않고,연로하신부모님도모셔야하고,건강이나빠져서등이유도다양하다.결국유일하게승진한나만정년까지채울확률이점점높아지고있다.

수석언니와는만난지10년도채되지않는다.교직에서만난지인대부분이몇십년씩된것에비하면그리긴편은아니다.사는곳도다르고함께근무한기간도짧았으나생각이비슷하고,느린학습자공부를함께하면서짧은시간에꽤끈끈한사이가되었다.그런데이번에그언니조차정년2년을남겨놓고퇴직을신청했다.

언니의엄마는몇년째투병중이다.나란히아파트를얻어한집엔자신의가족,바로옆집에는미혼인여동생과엄마가살았다.퇴근후에는언니가장을봐서저녁을준비하면,여동생이설거지까지마치고엄마와함께집으로돌아가는식으로살림을꾸렸다.
---p.150

몸이아픈것을안호텔매니저가일찍체크인하게편의를봐주었다.그때부터낮투어를끝낸딸둘과여동생이돌아온오후다섯시까지내리잠만잤다.딸들은낯선호텔에혼자두고가기가맘에걸렸는지심심하면보라고노트북에담아온영화를이것저것알려줬지만그럴필요조차없었다.한국인들이꿈꾸는여행지우유니사막까지와서잠이나자다니지금생각하면스스로가한심하지만그때는세상모든게귀찮아서얼른집으로돌아가고만싶었다.볼리비아에서페루로이동하여다시멕시코에서일곱시간을체류한뒤한국까지열여덟시간동안비행기를타야한다는생각만으로도끔찍했다.그저하룻밤자고일어나면우리집내침대에서눈뜨기를날마다소망했다.

마추픽추에서도그랬다.안데스산맥에위치한페루의옛잉카제국도시해발2,437m의공중도시로숨어있다가1911년에야미국인이세상밖으로드러낸도시.꿈에그리던곳을실제로걷고사진으로나보던라마를만져볼수있는것도좋았으나,몸이아프니만사가다귀찮았다.하루400명으로입산을제한하는와이나픽추에도똑똑한딸이사전에예약하여다녀오는동안에도나는세계각지의관광객이나구경하며기다릴수밖에없었다.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