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물고기는 소파에 앉지 않는다

하얀 물고기는 소파에 앉지 않는다

$16.70
Description
타인을 끝내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직면할 때 비로소 내가 시작된다!

설화에서 디스토피아, 가족의 균열까지 45일의 필사와 해체로 빚은 김예은 단편 연작

짧지만 강렬했던 한 달 반의 여정,
그 속에서 탄생한 세 편의 이야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불과 한 달 반 남짓 만에 탄생한 단편소설이다. 비록 짧은 기간에 완성된 작품이지만, 신예 작가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작법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해체하며 노력했던 값진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도전이기에 부족할 수 있지만, 독자들에게는 우리의 삶이 무수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일깨우는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첫 번째 작품 「은애」는 고전 설화의 문체와 구조를 빌려오면서도, 그 안에 현대 소설적 주제 의식을 심어 넣은 작품이다. ‘과거의 은혜가 현재를 어떻게 구속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설화적 장치 속에서 인간의 내면과 윤리를 탐구한다.

두 번째 작품 「낙토의 기아들」은 금지된 믿음, 역사 왜곡, 집단 기억의 상실, 그리고 인간 본연의 결핍을 탐구하는 디스토피아 서사다. ‘완벽해 보이는 사회 속의 허기’를 주제로 삼았으며, 그러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탐구한다.

세 번째 작품 「하얀 물고기는 소파에 앉지 않는다」는 ‘한 개인이 다른 누군가를 완벽히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가족의 의미와 변화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다룬다. 작가의 생각이 가장 깊이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

김예은

저자:김예은
어렸을적부터책읽기를좋아하다가,어느새영미문학과2학년이되었다.올해로스물한살.아이도어른도아닌경계위에서서매순간을헤매고있다.
그러나오히려그렇게명확하게정해진것하나없기에,‘하고싶은것을일단해보자’는마음으로속에서꿈틀거리는감정과이야기를망설임없이꺼내어첫작품을집필하게되었다.
문학의힘에매료되어처음으로창작물을완성해내는것의즐거움을느낀지금,앞으로도천천히,그리고확실히작가의길을걸어나가려한다.

목차


은애
낙토의기아들
하얀물고기는소파에앉지않는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내삼십년전,그날을아직도분명하게기억하고있소.그것을처음만났던그날을말이오.산에나무를하러올랐으나마을로내려갈때를놓쳐어두워진산길을헤매던날이었소.마을로내려가는길을찾으려하였으나,비까지쏟아지기에이를어찌하면좋은가하고근심하며산을떠돌았다오.그러다산속한가운데에커다란도화나무가있어저것이무엇인가하고자세히보았는데,도화나무뒤편에비를피하기좋은커다란석굴이하나있는게아니오.내그것을보고옳다구나하고걸음을옮겨석굴에들어가비가그칠때까지기다리고자하였는데,석굴안쪽에붉은비단도포를걸친한사내가조용히가부좌를틀고앉아있는것이아니오.그사내가가만히앉아있다가내가기웃거리며상황을살피고있으니,감고있던눈을번쩍뜨고말하기를,“비를피하러온자라면,안쪽으로더들어오거라.좁기는허나,사람하나정도들어올자리쯤이야충분히있으니.”
(24쪽)

K가며칠은굶주린짐승처럼더진하게자신의목에입맞추는것이느껴졌다.K의이빨이두근거리는제동맥옆가까이까지다가온게느껴졌다.R은순간턱을지탱하던근육에힘이빠지는것을느꼈다.턱을붙잡고있던근육에힘이빠져R이입을벌렸다.R의입안으로붉은액체가쏟아져들어왔다.위장뿐만아니라,폐까지붉은액체로가득차는느낌에R은숨이막혀왔다.그와중에도무언가걸리는것이있었다.이향은.제안에들어찬이향은…R은그제서야알아차렸다.이건시트러스향이다.그리고순간…R이눈을떴다.
(96쪽)

윤영은어렸을때부터영특했던은영이적어도성인이되면,자연스럽게자신이보통사람이라면관심을가져야하는점들에대해서얼마나무심했는지를알아차리고다른사람들처럼평범하게,바뀔줄알았다.그런데실망스러울정도로,변함없이,은영은지금의자기모습을유지하려고만구는게아닌가.그래서,윤영은은영에게실망했던것이었고,은영과크게다투었던것이다.삼개월전에.그꼴보기싫은,티셔츠때문에.
(110쪽)

그날은진은거의십년동안언니에대해모르고있던사실을새롭게하나알았다.얼굴만아는사이,잠깐말을섞는사이,“나중에밥한번먹자”는말에함께커피를마시거나식사할수있는사이따위는언니의‘친구’에해당되지않는다는것을말이다.그런언니의기준에따르면,예림은언니의‘친구’라는,내밀하고소중한관계로불리기에는부족한사람이었다.이십일년하고도반년중에,딱삼개월.그삼개월이라는짧은시간이예림과언니가나누었던시간이었으니까.
(124쪽)

그렇기에,지택은가장으로서큰싸움으로번지지않게중간에서막아야한다는책임감을놓을수가없었다.윤영과결혼한지몇십년이지나고나서도,은영이대학교에입학하고나서도,은진이성인이되고나서도,그리고윤영과은영이다투고나서은영이집을나간상황에서도.여전히지택은가장으로서이집안의안전과평화를온전히붙들고있어야한다는생각을내려놓을수없었다.
(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