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에 이는 바람 소리

여백에 이는 바람 소리

$16.70
Description
고독은 두려움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를 깨닫는 시간
인생의 여백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자신과 세상이 보인다.
수필가 김영채가 전하는
삶과 침묵, 그리고 바람의 언어

인생은 길 위의 여정이다. 겨울 산자락을 오르다 들려오는 바람의 숨결, 계곡의 물소리, 어느새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묻는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여백에 이는 바람 소리』는 그 물음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한 인간의 기록이다. 수필과 시로 엮인 이 책은 자연과 사람, 삶과 죽음, 추억과 사색을 오가는 정결한 언어의 숲이다. 바람, 눈, 비, 빛 그리고 시간의 파문 속에서 저자는 묵언의 세계와 마주한다.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존재의 고요한 본질에 닿으려는 한 인간의 귀의다.
그의 문장은 시처럼 숨 쉬고, 시는 수필처럼 이야기를 품는다. 겨울 산의 침묵 속에서, 병상의 어머니 앞에서, 낡은 헌책방의 불빛 아래에서 그는 오랜 열정과 고뇌, 회한과 애증을 함께 들여다본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일고 있는 기억의 파동일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정성스레 반추하는 글은 흔들림을 잠재우고, 독자를 고요 속으로 이끈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여백에 이는, 작지만 영원한 바람의 노래를, 묵묵히 자연과 소통하며.
저자

김영채

저자:김영채
1947년에전북정읍에서태어났다.
명지전문대학교세무회계학과와한국방송통신대학교행정학과를졸업했고,행정자치부서기관으로정년퇴직하였으며,녹조근정훈장을수상하였다.
〈수필과비평〉2011년9월호로등단했다.수필과비평작가회,수필과창작문학회,인간과문학회회원이었고,한국문인협회도봉지부이사로활동했다.

목차

책을내면서

제1부수필,여백에이는바람소리

겨울산자락에서
겨울아오자이
그녀의눈물
낯선산길오르며
담바고
당신의유산
돌팔이
마지막메시지
봄의향수
삶과죽음의가교에서
신호등
아파트의계절
여름밤의꿈
여백에이는바람소리
여행가방
운수좋은날
이발소
장고소리
증기열차
천년의바람
첫술
헌책방

제2부시,마음소리새겨진그림

가을신호등
그자리
노란잎새
단비
달빛
도봉산춤
떠난다기에
마음소리새겨진그림
멈춰선길
멍청이
목소리
밤거리
백연白蓮
비가내린다
빗줄기
숨소리
아파트숲
울림
인연꽃
창밖모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묵상에잠긴겨울산에는가깝고먼소리가들려온다.끊임없이몰아치는칼바람이스쳐갈때마다벌거벗은나무들의가지가흔들린다.바람은크고작은나뭇가지에서,산능선을넘어골짜기계곡을휘돌아가면서,소리를낸다.
---p.15

계절이바뀌고첫눈을맞이하는벅찬감동은설렘처럼가슴속에와닿았다.그러자습관처럼급히생각나는담배를움켜쥐고흡연실로들어섰다.흡연실에는어느새첫눈을벗삼아담배를즐기는직장애연가들이자욱한연기를뿜어내고있었다.한개비를꺼내라이터불에붙였다.첫모금깊게빨아마신연기를뿜어냈다.가느다랗게피어오르는실선들이곡선,원,반원들을파르라니그리며허공으로흩어진다.
---p.42

그여인과함께하는시간은흘러가는데,이순간시간은머물고있을까?시간도쉬어가는가?그여인에게는시간이너무나느리게흐르고있었단말인가?또다시자문해본다.미라로수백년이흘렀으나,이자리에다소곳이누워있는젊은여인.아니,시간의길고짧음을어떻게해석할까?나는현재가과거인지,과거가현재인지갈음할수없는꿈속에서헤매고있지않은가?
---p.72

물에빠진생쥐마냥빠져나온나,아니,똥물에서빠져나온나를보더니허연수염의노인은어이가없었는지밀짚모자를벗어부채질하다가나를보고“허허,참!”쓴웃음을지었다.
---p.111

너럭바위에는나혼자앉아있다.방금옆에앉아있던월명사月明師스님은바람처럼왔다가바람처럼떠나갔다.달빛을받으며숲길을조심스럽게내려왔다.아무도없다.달빛바람만이천년의시어詩語를들려주는듯했다.
---p.141

아무것도아니다
하나에반쪽도아닌멍청인가
빈호주머니를쥐고당당히가고있다
끝다는길에서서이세상몽땅호주머니에넣고가고싶다
이사람이나저멍청이나가고있는길이어디로가고있는가
이세상삶이즐겁다힘들다하고그저그렇다고웃으며가고있다
가는길이고달프냐말하지도않고듣지않느냐아무것도모르는데
---p.170「멍청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