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계절

너와 나의 계절

$13.80
Description
조용한 방에 머물던 마음이
너를 만나 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계절이 되었다

달라진 계절 속에서도,
마음은 같은 시간을 걷는다

이 책은 누군가는 겪을, 겪고 있을, 혹은 이미 지나온 학창 시절의 한 페이지를 담아냈다.
시골의 조용한 마을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고등학생 ‘이가람’의 세계는 언제나 고요했다. 같은 길, 같은 창, 같은 하늘로 이어지는 반복된 일상은, 앞집으로 이사 온 여학생 ‘박가온’의 존재를 통해 처음으로 균열을 일으킨다. 밝고 생기 넘치지만 그 밝음의 이면에 깊은 그림자를 품은 가온은 점점 가람의 세계에 스며들고, 서로 다른 온도의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간다.
책을 왜 좋아하느냐는 가온의 단순한 질문은, 가람이 스스로에게 던지지 못한 물음이었다. 바람처럼 흘러가던 독서는 더 이상 현실을 버티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자
신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로 변모한다. 그 과정에서 가온의 그림과 가람의 글은 불투명한 미래와 흔들리는 자아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이 된다.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 두 사람은 ‘나’라는 존재의 모양을 조금씩 알아간다.
『너와 나의 계절』은 성장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인문적 여정이다. 사건보다 마음의 결, 서사보다 감정의 미세한 진동에 집중하며 소설은 느리고 섬세하게 진행된다. 그 안에서 독자는 ‘타인의 시선’이 어떻게 한 사람의 내면을 열고 ‘이해받는 경험’이 어떻게 존재의 결을 바꾸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빛과 그림자가 맞닿는 순간의 떨림,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의 온도를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일은 곧, 내면의 침묵을 바라보는 일이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이해하는 일은 곧, 나의 빛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계절은, 언제나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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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형진

저자:전형진
1997년광주광역시에서태어났다.지금까지광주에서토박이로살아왔으며,어린시절부터책을가까이두고자랐다.전문대사회복지학과를졸업한뒤현재물류회사에서근무하고있다.

첫책『미드나잇인카페』를출간한뒤세종사이버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서학업을다시시작했다.일상의틈새에서피어나는따뜻한순간들을글로옮기며,누구나잠시머물수있는이야기의공간을만들고자한다.

목차

조용한방,나의세계
그림자너머의소리
말하지못한것들
그림자에닿은빛
너의선너머
조각난마음의퍼즐맞추기
틈속에잠긴채
멈춘듯한여름날
계절의경계선에서
첫문장을적으며
마주한진심
빛과그림자가스치는계절
바람이지나간자리

에필로그_바람이건넨계절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가람아,오늘저녁에집에와서같이만화책볼래?엄마일이늦게끝난다고하셔서말이야.괜찮으면같이라면도끓여먹자.”
“…응.”조용히고개를끄덕이었지만,‘이게맞는건가’라는생각이들었다.다른사람집에가는것도처음이긴했지만,가온이네집과내집은엎어지면닿을거리라딱히상관없다생각했다.
가온이네집에도착했을땐노을이길게집담벼락을타고흘렀고,고양이한마리가처마밑에서졸고있었다.
가온은대문을열며말했다.
“그냥…대충정리돼있어서놀라지마.엄마랑둘이사니까,가끔어질러져있어.”
나는고개를끄덕이고조용히현관안으로들어섰다.
가온이와나는신발을벗고바로거실쪽으로향했다.
나는낯선공간의공기속에서한박자늦게움직이며가온이네집을천천히둘러보았다.거실엔담요가접힌채소파위에놓여있었고,탁자위엔반쯤남은과자봉지와잡지가흩어져있었다.
---p.40

“그래서그런가,나는사람들에게억지로다가간거같아.혼자있기무섭고,싫으니깐.”
사람들과왠지모르게물과기름처럼섞이지못하는느낌을받은나와는달랐다.가온이는어떻게든사람들과어울리려고했다.
“미안해,나때문에분위기이상해졌다.”
가온이는고개를들어나를바라보며미소를지었다.
하지만자세는그대로다리를팔로감싸안고있었다.
“아니야,괜찮아.누구나아픔이있는데뭘.”
나는가온이의얼굴을바라보며대답했다.가온이는미소짓고있었지만,왠지모르게그미소안에서슬픔이느껴졌다.
---p.80

가온은한참동안아무말도없이글을읽었다.그리고고개를들어빙긋웃으며말했다.
“다듬을게많지만,그래도처음으로쓴걸감안하면괜찮은거같아!”
짧은말이었지만,내가슴을두근거리게하면서방망이로쎄게맞은것같았다.처음으로쓴글을누군가에게보여주고,피드백을받은것도처음이었다.
그날도서관을나오자하늘은붉게물들어있었다.아직까지는여름의열기가남아있었지만,저녁바람은확실히달랐다.두사람은나란히걸었지만서로를바라보지않은채,길게늘어진그림자만함께했다.
“괜히백일장참여한다고했나봐.”나는조심스럽게입을열었다.
“응?”
“그전엔책을좋아하니깐막연하게글을쓰는것을생각했는데막상쓰니깐어렵더라고.책을읽는거랑쓰는건확실히다른거같아.”가온은고개를끄덕이며짧게웃었다.
---p.120

바쁜졸업식을마치고집에돌아와,나는책상위에공책을펼쳐놓고한동안창밖을바라보았다.열린창문사이로커튼이살짝흔들리고,그바람에지난계절의냄새가섞여있었다.
[우리는각자의길을걷지만,바람이불때마다서로의이름을떠올릴것이다.]
그밑에한줄을덧붙였다.
[그리고그이름이다시들릴때,그것이봄이오는신호일것이다.]
펜을내려놓자방안의공기가고요했다.바람이스치며커튼이한번더흔들렸다.나는문장을바라보다가가온의웃는얼굴을떠올렸다.언젠가다시바람이분다
면,그때는꼭그녀에게내첫문장을읽어주고싶다.책상위엔펜과원서용지,그리고첫문장이남아있었다.
계절이또바뀌어도,그문장은아마지워지지않을것이다.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