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양장)

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양장)

$18.80
Description
'유용'과 '무용'을 껴안는 잡화라는 세계
그 속을 유영하며 던지는 질문과 몽상
'커피 테이블 북(Coffee Table Book)'을 알고 계시는지. 커피 테이블 북은 거실 커피 테이블 위에 인테리어용으로 올려놓기 좋은 근사한 장정의 책을 통칭하는 말이다. 보통 큰 판형에 하드커버로, 멋진 사진과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책의 존재 의미는 읽히기 위함이라기보다 커피 테이블을 장식하기 위함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커피 테이블 북을 따라 한 '가짜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아시는지. 외양은 꼭 큼직한 책을 빼닮았으나 그 안은 텅 빈 책. 오로지 어딘가에 놓이기 위함을 목적으로 태어난 책 아닌 책. '가짜'라는 말로 '책'을 부정함으로써 존재 의의를 얻는 기이한 물건이다.

커피 테이블 북과 가짜 책이 범람하는 이 시대를 심도 있고 재기발랄하게 진단한 잡화점 주인의 에세이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도쿄 니시오기쿠보에서 잡화점 'FALL'을 운영하는 저자는 카운터에 앉아 본연의 쓸모를 상실하고 잡화로 점점 변해가는 물건들을 보면서 '잡화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잡화, 소비 사회, 가게 경영, 인생에 대한 단상을 담은 《잡화감각》을 펴냈다. 하라주쿠의 전설적 잡화점인 분카야잡화점부터 쿤데라의 문학을 거쳐 레고와 무민까지. 문학, 음악, 미술, 서브컬처를 종횡무진 인용하면서 현대 소비문화의 흐름을 '잡화'와 '잡화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저자

미시나데루오키

저자:미시나데루오키
1979년교토출생.에히메에서자랐다.2005년도쿄니시오기쿠보에잡화점FALL을개점,지금까지운영하고있다.첫책《잡화감각》외에《잡화의끝》(2020),《파도치는곳의물건을찾으러(波打ちぎわの物を探しに)》(2024)를썼다.

역자:이건우
대학에서일본어와스웨덴어를공부했고도쿄와스톡홀름에서체류했다.작은식당을운영하면서틈틈이책을번역한다.《분재그림책》,《브로멜리아드핸드북》,《잘해주고욕먹는당신에게》,《회사가붙잡는여자들의11가지비밀》등을옮겼다.지은책으로는《돈까스를쫓는모험》이있다.
블로그blog.naver.com/stveiry

목차

1
밤과가게한구석에서
‘잡’이라는글자
반경1미터
잡화의은하계
조금만달라도
영자신문
이것은책이아니다
예고된잡화의기록
집으로가는길
잡화의가을
아직음악을듣던시절
오프시즌
홋토포

2
도구고
길가의신
천의키치
천의쿤데라
11월의골짜기
속됨과속됨이만날때
현악4중주곡제15번
새어나오는멋

3
한계취락
배밑바닥의구조모형
파리아적,브라카만적
슬픈열대어
유령들
마지막레고들의나라에서
낙엽

해설―조그맣고느긋하고허무한도망
옮긴이의말―떠내려가고있음을감각하기

출판사 서평

“세상의모든물건이잡화로보이기시작했다.”
취향,트렌드,라이프스타일에대한가장솔직한고백

보통‘잡화’라고하면일상에서쓰는잡다한물건을뜻한다.그런데이책의저자는잡화를이렇게정의한다.“잡화란잡화감각에의해인식할수있는모든것”.그러면잡화와잡화아닌것을가르는기준인‘잡화감각’은또무엇일까.잡화감각이란“사람들이잡화라고생각하는지아닌지를정하는개념”으로,구체적으로풀어보자면‘이미지의차이’에의해물건을고르는감각이다.저자는지금의시대를이렇게진단내린다.모든물건은잡화감각에의해잡화화되어가는중이라고.

예를들면가위나망치와같은‘도구’도‘멋지거나재미있거나아름다운’외양이덧씌워지면잡화감각에의해잡화가될수있다.본래의기능은그대로유지한채잡화라는이름을획득한경우다.한편,공사현장에서도장할때나쓰이던마스킹테이프가‘귀엽다’고새로이인식되어언젠가부터공사장을벗어나이곳저곳에쓰이기시작한것도‘잡화화’의한조류라볼수있다.잡화감각에따르면책도물론잡화가될수있다.앞에서언급한커피테이블북(그리고커피테이블북을따라한가짜‘책’)은물론,“내용이아니라표지나띠지,서체를기준으로”소설을고르는일이비일비재하다.

잡화화의급속한물결은인터넷의발달과떼려야뗄수없는현상이다.인터넷공간에서취미와취향으로연결된사람들이서로의인정욕구를채우던시스템은SNS에서도그대로이어지고있다.

“‘좋은데’,‘귀여워’,‘훌륭해’,‘멋있어’,‘예뻐’”와같은마음의소리가점점온라인공간에흡수되어간다.그것은공유되어잡화감각이라는거대한집단의식의구름덩어리를만들어간다.”(본문중)

잡화감각에잠식된세상에서나만의고유한취향,특정한물건에대한남다른기호를고백하기란불가능에가깝다.오롯이내선택이라며믿어의심치않으나,점심에마실커피,저녁데이트때입을옷,여름휴가때예약할호텔은기실내가언젠가눌렀던‘좋아요’버튼과댓글을기반으로한알고리즘이나를그리로이끈것에불과하다.최근인스타그램,유튜브를중심으로물건이나라이프스타일전반에걸친자신의고집스러운취향을무심히소개하는콘텐츠가차고넘치는데,한발물러서서보면,이와같은‘감도높은’취향조차도결국트렌드의자장안에서만성립될수있다.

“‘갖고싶다’라고생각한순간의욕망이어디에서온것인지그원천을찾아가기란불가능하다.”(본문중)

이상하고가끔아름다운세계에관하여

저자는이미유치원때‘레고’의세계에흠뻑빠졌다.대학입학과함께시작한도쿄생활시절엔‘더콘란숍(TheConranShop)’이니‘이데(IDEE)’니하는잡화점들을처음접하곤흥분했다.아직도대학시절‘산타마리아노벨라’의포푸리를친구에게선물받았던날을생생하게기억하고있으며,지금은잡화점을운영하며살아간다.저자의내력으로짐작되는내용과는다르게,이책은잡화의역사를소개하거나고상한잡화취향과방대한지식을나열하거나마음에드는잡화를찾아헤맨경험담과는거리가멀다.그간의잡화나소비취향에관한책들과는노선이완전히다르다.

소비문화에대한껄렁하고때론냉소적이기까지한저자의이면에는자기성찰이깔려있는데,바로이러한지점이이책이지닌귀한미덕이리라.소비의기쁨과슬픔을잘아는동시대인이라면행간에자리한복잡한사랑의자취를아렴풋하게나마확인할수있을것이다.

가끔은멀찍이떨어지고싶으면서도다시금주변을맴돌게되는이상하고,가끔아름다운잡화의세계가펼쳐지는가운데,‘히로야마가타’,‘매거진《뽀빠이》’,‘노미야마키’등일본문화에전방위로관심이많은독자라면반가울이름들이속속보인다.몰라도충분히흥미롭지만,아는만큼읽는재미가배가된다.

책을다읽어가는시점에선‘그렇다면잡화가아닌것은무엇일까?’가만히자문하게끔한다.물음표뒤로이책의몇몇장면이스냅사진처럼남는다.도쿄로상경한지얼마안된저자가미지의누군가와연결되기위해한밤중인터넷게시판을들락거린모습(‘홋토포’),음악가이자도예가인구도씨의펑키한정신이담긴내용물이새는그릇(‘새어나오는멋’),화가의꿈을간직한노인‘짐’이언젠가가게에서틀어달라며놓고간낙소스버전의쇼스타코비치앨범(‘현악4중주곡제15번’),저자의본가가이사를가는바람에처치곤란이된레고를묵묵히맡아준오뎅가게아들K(‘마지막레고들의나라에서’)….잡화화의불길이절대로미치지않을삶의파편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