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언어를제자리로돌려놓는시간”
국민이만들고지켜온헌법을어지럽힌자를심판하다
2024년12월3일밤,윤석열대통령은갑작스럽게비상계엄을선포했다.이‘내란사태’는국회에서이루어진두차례의탄핵소추안투표를거쳐윤석열대통령에대한탄핵심판으로이어졌고,국회는변론준비를위해탄핵소추위원단과이들을돕는법률대리인단을꾸렸다.탄핵소추대리인단은대표변호사3인(김이수,송두환,이광범)과실무총괄2인(김진한,장순욱)그리고실무진12인(권영빈,김남준,김선휴,김정민,김현권,박혁,서상범,성관정,이금규,이원재,전형호,황영민)총17인의변호사로구성되었다.
탄핵소추대리인단으로가장먼저합류하게된이는실무총괄을맡은김진한변호사다.그는제안을수락하기전고민을많이했다고밝혔는데,“이왕내게기회가온이상이것도이사건의운명”이라여기고대리인단의실무총괄로서팀에필요한변호사들을섭외했다.장순욱변호사를통해팀에합류하게된성관정변호사는팀의막내로서누군가도움이필요할때바로달려갈수있는사람이되기위해노력했다고한다.또한선배변호사들과의경험을통해자신도많은배움을얻을수있었다고회상했다.황영민변호사의경우망설임없이팀합류제안을수락했지만,뒤늦게가족여행일정이떠올랐고,탄핵심판참여로여행이취소되어아이의미움을샀다는웃픈일화를들려주었다.
이번국회측대리인단은이렇게한마음으로뭉쳤다.누가,누구에게일을시키거나독촉할필요가없었다.대리인모두가스스로나서서일을맡았고,그야말로모두다같이헌신하며최선을다해이사건에임했다.우리대리인단과함께일한것은앞으로평생의영광이고두고두고이야기할자랑거리다(34쪽).
탄핵심판과정은치열했다.저자들이꼽은가장분노한순간은조금씩다르지만한가지공통점이있다.바로윤석열전대통령을비롯한이상민전행정안전부장관,김용현전국방부장관등내란가담자들이심판정에서보인뻔뻔하고책임감없는태도다.국가의중책을맡고있는사람으로서국민의생명과안전을지키려는의지를보이지도않을뿐더러,오히려아무피해도없었으니문제랄게없다며펼친철면피논리에법조인이자시민으로서분노를억누르기힘들었다고고백한다.
정반대의이유로저자들의기억에남은이들도있다.홍장원전국정원제1차장,곽종근전육군특수전사령부사령관,조성현수도방위사령부제1경비단장이바로그들이다.피의자측변호인단의공격에도굴하지않고소신껏일관된증언을한이들은심판정에서마땅히갖춰야할신념과품위를보여주었다.특히“저는의인도아니고제부하들의지휘관입니다.제가아무리거짓말을해도제부하들은다알고있기때문에일체거짓말을할수도없고해서도안된다고생각(150쪽)”한다고밝힌조성현대령의답변은많은이들의마음에남았다.모범을보인조성현대령에게질문대신감사인사를전한김진한변호사의행동도주위사람들에게큰반향을일으켰다.
“이사건의실질적인의뢰인은시민이었다”
수많은시민들의염원과열정이이뤄낸승리
탄핵소추대리인단과정청래국회소추위원모두윤석열대통령이파면되리라는사실을의심하지않았다.누가봐도명백한증거가있는상황이었고,더군다나윤석열자신이심판정에서오만한태도를고수하다도리어자신의행위를인정하는증언을하기도했기때문이다.그러나위기는변론기일이모두끝난후찾아왔다.11차례에걸친변론기일을마친뒤,대부분3월중으로선고기일이잡힐것이라고예상했다.하지만예상과다르게선고기일발표가기한없이지연되면서불안감이엄습했다고한다.저자들은이기다림이탄핵소추대리인단합류이후가장힘들었던시기라고회상했다.
4월1일,마침내선고기일이발표되었고,4월4일에헌법재판관8인전원일치로탄핵인용판결을내렸다.12ㆍ3비상계엄당일부터따지면123일,탄핵소추대리인단결성일로부터따지면112일이라는긴시간동안모두가바라온결실을본것이다.황영민변호사는“광장에서수많은사람이풍악을울리고,춤추고눈물을흘리는광경이펼쳐졌다.나도눈물이날것같았다.(중략)늘영상으로만보던광장의기운을현장에서느끼니이사건의무게와의미가새삼와닿았다.얼마나많은사람이이순간을,이파면선고를고대해왔을지생각하니울컥했다(234쪽)”며,탄핵인용판결이후고요했던헌법재판소주변을벗어나광화문광장으로들어서는순간느낀감정을생생하게되새겼다.
대리인단의김이수대표변호사가말했듯이,이번파면선고는헌법에근거한판결이기도하지만시민의외침을수용한결과이기도하다.헌법재판소의만장일치탄핵인용선고를이끌어낸가장큰원동력은누가뭐라해도시민들의열정과염원이었다.
이번대통령파면은헌법재판소의결정이지만,국민의승리라고말할수있다.국민들한명한명이결정적인힘을보태주면서헌재가결정에당위성을얻었으리라본다.헌법재판소는국민의여론하고떨어져있을수는없다.대통령은국민의신임을받은선거에서뽑힌사람아닌가?이사람이이제더이상국민의신임을받지못한다고하려면국민의사를살필수밖에없다.예를들어‘국민90퍼센트가지지를하는데,헌법재판소가보기에는신임이별로없다.’,이런식으로민심과동떨어진판단을하기란쉽지않다(314~315쪽).
대통령윤석열의계엄은시민들이막아냈다.시민들이이번계엄을막을수있었던이유는지난30년간주권을쟁취하고행사했던경험이전승되었고,그만큼시민의식이성장하고내재화되었기때문이라고본다.이번탄핵심판은그런시민들이만들어낸기회였다.국회측대리인단의일원으로심판정에섰지만,이사건의실질적인의뢰인은시민이었다(215쪽).
“파면은끝이아닌시작이다”
민주주의를지키기위해아직끝나지않은우리의발걸음
이책이출간되는현재,윤석열전대통령은파면되었고정권은교체되었다.하지만저자들은민주주의의위기에서벗어난것은아니라고한목소리로경고한다.내란수괴는대통령의자리에서내려왔지만,조사는여전히진행중이다.내란공범들역시마찬가지다.관여한이들의여죄를낱낱이밝히고그에합당한책임을물어야한다.정청래의원의말에의하면“엄하게단죄해야국민들이원망이사라지고마음이풀릴계기가마련된다.그래야내란범들에게동정이생기고관용이생긴다.진정한국민통합이란,국가는가해자를단죄하고가해자는국민앞에용서를빌고,그래서국민들이용서할마음이생길때이루어질수있다(339쪽).”
내란세력처벌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는다면미래에비슷한위기가도래했을때민주주의가완전히무너져버릴수도있다.12·3내란사태를계기로국가의시스템이제대로작동하고있는지점검해야하는이유다.“단순히내란을수습하는데그칠것이아니라제도의설계를다시점검해야한다(43쪽).”이번사태로더욱커진법조인에대한불신과사법체계에느끼는회의감을누그러뜨릴방도를찾아야한다.법조인인저자들은말한다.“스스로자신이기득권층임을인지하고,통렬히반성하며늘자신의태도와입장을되돌아보는자세가필요하다(157쪽)”고,동시에제도개선과동료시민과다른기관의감시와비판이계속되어야한다고말이다.
민주주의를유지하기위해서끊임없는노력이필요하다.윤석열대통령탄핵인용은국민이만들고지켜온헌법을파괴하려한‘헌법의적’윤석열대통령을헌법으로물리친사건이자헌법의언어를제자리로돌려놓는과정으로기록되고미래세대에전해져야한다.《국민이지켜낸나라》를펴낸이유이자이책을꼭읽어야하는이유다.
결국민주주의는그냥지켜지는것이아니다.민주주의자없이민주주의가지켜질수없다.이번사태속에서우리는법의이름으로민주주의를파괴하는세력들을봤다.민주주의를망가뜨리고도떳떳하게살려는사람들이있었지만,다행히광장의시민들이민주주의자가되어민주주의를지켜냈다.그러나그것이민주주의의전부일수는없다.‘평상시에민주주의를지키는방법은뭘까?’,‘나는지금민주주의자로행동하고있나?’우리는나아가늘스스로생각하고질문해야한다(38쪽).
역사는기록되고,가르쳐야한다.18명이112일간의기억을담아이책을준비하고출간한이유다.탄핵은앞으로나아가기위한디딤돌을하나놓은상태에불과하다.“민주주의에대해서만큼은그어떤나라보다도우수하다는자부심을(316쪽)”가지고,지난겨울부터이어진사건들이남긴교훈을마음속에품고발걸음을내딛자.《국민이지키는나라》는그런우리의발걸음이향해야하는방향을제시해주는지침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