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의 얼굴들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지적장애의 얼굴들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23.00
Description
인간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지적장애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철학을 상상하다
지적장애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지적장애의 얼굴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심심에서 출간되었다. 장애를 인간 존재의 한 양식으로 재사유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선구적인 학자 리시아 칼슨은 장애학, 생명과학, 윤리학 등을 아우르는 철학 담론을 통해 우리가 지적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말하지 못하는 존재’로 환원해왔는지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지적장애의 얼굴들》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푸코의 역사-비판적 태도를 빌려 지적장애를 둘러싼 제도의 역사와 그 세계가 어떻게 젠더화되었는지를 분석해 지적장애 억압의 구조를 파헤친다. 2부는 지적장애를 ‘개인의 비극’ 또는 ‘최악의 악몽’으로 여기는 주류 철학을 비판한다. 특히, 철학 담론에서조차 지적장애인이 비인간화되고 고통받는 존재로 고착되고 있음을 폭로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 지적장애를 사유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지적장애를 낯선 타자로 여겨온 기존의 담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학자, 정책입안자, 지적장애와 관련한 연구자, 그리고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지적장애에 관한 사유의 전환을 촉구하는 이 책은 지적장애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공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저자

리시아칼슨

미국프로비던스칼리지철학과교수로‘지적장애’에대한철학적사유의한계를비판적으로확장한선구적인학자다.그는지적장애를둘러싼도덕적지위,돌봄윤리,상호의존,인격성과비인간화문제를비판적으로탐구하며장애를인간존재의한양식으로재사유하는이론적토대를마련해왔다.저서로《지적장애의얼굴들》,《함께하는음악적삶:철학과장애,그리고소리화의힘(SharedMusicalLives:Philosophy,Disability,andthePowerofSonification)》이있고《인지장애와도덕철학의도전(CognitiveDisabilityandItsChallengetoMoralPhilosophy)》을함께썼다.

목차

용어설명
들어가며철학자의악몽

1부지적장애의역사적세계

1장백치와시설이라는쌍둥이형제
지적장애인시설의탄생│어른아이와애완동물│지적장애는선천적인가,후천적인가?│고정적인동시에변동적인│‘보호’와‘생산성’을위한시설수용│가시성과비가시성

2장객체와주체를오가는‘젠더화’문제
사회집단과권력양식│정신박약여성과전형효과│시설의돌봄제공자와수용자노동의역설│어머니로서의여성과정신박약의저주│여성을억압한여성연구원│아이러니한존재,여성개혁가│결론

3장분석을위한중간고찰
사회구성주의너머의지적장애│지적장애분석의새로운틀

2부지적장애의철학적세계

4장권위의얼굴
도덕전문가│지적장애역사의문지기│억압된지식과저항│인식적권위와특권을넘어,동등한시민으로

5장짐승의얼굴
지적장애의동물화│종차별주의에반대하는철학자의주장│인간과동물에대한억압│인간됨이란무엇인가?│동물성을다시주장하는것의의미

6장고통의얼굴
산전전형과철학적전형│고통의맥락화│인식론적장벽

결론거울의얼굴
연속성과불연속성│인지부조화│지적장애를둘러싼세계여행하기

감사의글
옮긴이후기
미주

출판사 서평

“나는우선사람으로알려지기를원한다”
지적장애가던지는질문에철학은어떻게응답하고있는가

지난4월20일,광화문서십자각에는“우리를가두지마십시오”라는외침이울려퍼졌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등진보적장애인권단체들은비오는날씨에도우비를입고시혜와동정의맥락이담긴‘장애인의날’을거부하며‘장애인차별철폐의날’집회를이어갔다.그중에서도발달장애인당사자중심단체한국피플퍼스트는발달장애인권리보장촉구대회를열어“발달장애인스스로삶을결정할권리”를외쳤다.

“나를인간의얼굴로보라”는발달장애인당사자들의외침은발달장애인법제정등제도적·법적차원에서많은변화를이끌어가고있다.그러나장애인,특히지적장애인이사회의구성원으로서환대받고있다고자신있게말하긴어렵다.여전히많은지적장애인이자신의삶을결정할자유를빼앗긴채로시설에갇혀신체적·성적학대에노출되는등권리를침해당하고있다.‘지적장애’는욕설로사용되며우리는일상적으로‘지능’의높고낮음을운운하는사회에서살아간다.비판적학문내부에조차지적장애인에대한철학적·이론적분석은미비한실정이다.

“혹시가족중에장애인이있나요?”(13쪽)지적장애에관심이있다는저자의말에동료철학자들은그에게묻곤했다.그런게아니고서야비장애인이지적장애를둘러싼문제에관심을가질리없다는믿음,지적장애에대한철학의일관된무관심은저자에게충격을주었다.칼슨은인간이라는테두리,시민이라는테두리내부에이들의자리를단단하게마련하기위한철학적담론이필요하다고주장한다.《지적장애의얼굴들》은지적장애를둘러싼기존의담론을날카롭게분석하고,‘말하지못하는자’가아닌‘앎의주체’로지적장애인을호명함으로써새로운담론의씨앗을심는다.


철학,장애학,윤리학의교차점에서지적장애를사유하다
지적장애는어떻게사회에서몰아내야할‘악몽’이되었나

《지적장애의얼굴들》은2010년미국에서출간된이래로장애학연구자들사이에서줄곧지적장애연구의기준점이되었던선도적인저작이다.리시아칼슨은지적장애를둘러싼철학적담론,사회적상상력,정책적기획이어떻게구성되어왔는지를비판적으로분석한다.저자는1,2부에걸쳐지적장애를철학적으로사유할수있는새로운방법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서로다른학문의전문가들이주체가되어지적장애가있는사람들을정의하고,연구하고,시설에수용하고,꼬리표를붙이는한,이들은계속해서지식의객체로남게되기때문이다.(200쪽)

특히,철학자들은지적장애를비인간화하고특정한면만을부각시키는역사를반복해왔다.이들은정신지체와같은상태는‘객관적으로나쁘다’는믿음을바탕에두고지적장애인이인격체인지,지적장애인을동물과구분할수있는지등을질문하거나,기존의철학적논의를한계까지밀어붙이기위한가장자리의사례로지적장애를활용했다.피터싱어가동물권을옹호하기위해지적장애인을‘인간보다동물에가까운존재’로호명한방식이대표적이다.칼슨은이러한비유가지적장애인이인간만이겪을수있는고유한형태의억압을가리고지속시킬수있음을지적한다.(303쪽)

중증지적장애인집단이종차별주의를반박하기위한사례로선택되는것은이들이대개인간보다동물과더많은공통점을지닌다고여겨지기때문만은아니다.짐작건대중증지적장애인이근본적으로타자로인식되기때문일지도모른다.(…)사회적·철학적으로주변화된이집단이철학문헌속에드러날때조차도단편적이고왜곡된혹은전형적인모습으로자주제시되는점은유감스러운일이다.또한싱어의작업이어느주변화된집단(동물)에대한신화를깨고‘무비판적이고안이한가정’을반박하려는데목적이있음에도또다른집단에대한신화와가정을여전히그바탕으로삼고이를지속하고있다는점이매우안타까울따름이다.(279쪽)

마찬가지로,지적장애인의‘고통의얼굴’은이들이실제로경험하는학대및폭력,이를개혁하고자하는반복적인외침을비가시화하는동시에“‘지적장애를지닌사람은특정한삶을살아갈수밖에없다’는널리퍼진믿음과가정”(314쪽)을강화한다.장애와고통의동일시,고통의불가피성에대한이러한믿음은산전유전자검사의모습으로우리앞에나타나고있다.칼슨은우리사회가성별을이유로한임신중절은비판하면서장애의원인이되는유전자가있는태아에대한임신중절에대해서는수용적인태도를보이는점을꼬집는다.“장애에대해차별적견해를지닌사회,그리고장애인의충만한삶을가로막는구체적장벽을지닌사회”(315쪽)야말로지적장애인당사자에게중대한고통을준다는사실은산전검사에서중대하게여겨지지않는다.


지적장애의착취와배제에연루된여성들

칼슨은지적장애에관한지식이수집되고생산되는과정에이루어진독특한변화중에서도젠더화에주목한다.이러한관점은페미니즘과장애를다룬문헌안에서조차지적장애라는문제가다소주변화되어있고,지적장애의세계에서젠더가어떠한역할을수행했는지에대한분석이드물기때문에큰의미가있다.

여성이돌봄에타고난역량이있다는고정관념은장애인거주시설에서여성이돌봄제공자로자리매김하는데일조했다.어머니집단은자녀의정신박약의원인으로지목되었고,이는정신박약여성의재생산권을현저히제한했다.일부비장애인여성들은남성보다‘직관적이고사교적이고순종적’이라여겨진덕에우생학가계도연구원으로일종의지식생산자가될수있었다.여성내부의구분짓기는여성개혁가들에게서도발견되었다.마거릿생어등20세기여성페미니스트들은여성의재생산권을주장하기위한도구로우생학담론을적극적으로활용했다.

젠더와지적장애의관계를해석하는방식에는여러가지가있다.그러나이는단순히젠더가지적장애범주에대한정의와그에따른실천에어떠한영향을미치는지알려주는것을넘어선다.지적장애역사의젠더화된차원을분석해보면지식객체와지식주체간의단순한관계를넘어훨씬더다채롭고변화무쌍한문제들이드러난다./우리가알수있는것은지적장애분류의역사와본질이이것을태동케한복잡한권력관계의그물망에서결코분리될수없다는사실이다.(166쪽)

칼슨의분석에서가장두드러지는것은정신박약여성이경험한억압이다.정신박약여성은“정신박약개념과여성성에대한고정관념이교차하면서”(118쪽)정신박약범주의위험한특성을대표하는상징으로지목되었다.이들은시설바깥에서는성규범을왜곡시키고도덕적·지적상태가개선될수없다여겨졌으나,시설내부에서는여성성의진수인돌봄을체현하고유용한노동력으로인정받기까지했다.즉,“정신박약여성은자신의본질을규정하는상충되는정의들에종속”(133쪽)되어있었고,이는다름아닌시설의자기보존을위해서였다.“완전한여성또는엄마로정의될수있는자의존재는여성성과모성이허락되지않은자들의존재를전제로하는가?”(168쪽)라는칼슨의절박한질문은오늘날페미니즘이‘결함있는자들’과함께하고있는지에대한물음이기도하다.


예속된지식너머의얼굴을그리다

칼슨이철학과지적장애의교차에천착한까닭은철학이우리가이미지나온지적장애의묘사를반복하고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지적장애를‘결여된존재’,‘비시민적존재’로환원해온역사가“누가인간이며,누가시민인가?”라는철학적질문을우리에게돌려주기때문이기도하다.무엇이지금까지지적장애인을절대적타자로그려왔는지질문함으로써,우리는새로운연대의가능성을모색할수있다.

다행히도,철학담론내부에서는예속된지식을드러내기위한변화의물결이서서히일어나고있다.피터번,에바키테이,수전웬델등은비판적장애접근에뿌리를두고당사자의주체성과응답가능성을긍정하며당사자와관계맺는이들에게귀기울이는철학의중요성을강조한다.《지적장애의얼굴들》은바로그철학으로향하는전환점이다.지적장애인가족과맺은관계를엮어낸철학자들의글에서“관습에따라흐릿하고추상적인방식으로그려졌던중증지적장애인의모습과는전혀다른얼굴,곧한인간의얼굴을또렷이”(242쪽)마주할수있듯이,리시아칼슨은지금껏듣지못했던선명한목소리앞으로우리를데려다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