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만 원짜리 유니클로부터 수천만 원짜리 빈티지까지”
드넓고 깊은 청바지의 세계
누구나 입는 청바지인데, 왜 어떤 청바지는 흔하고 어떤 청바지는 귀할까? 왜 수십 년 된 낡은 청바지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누군가는 수십 년 전의 제작 기법을 추적해 수십만 원짜리 청바지를 새로 만들까? 《데님 교양》은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데님을 직접 들여다보며 그 답을 찾는다.
유니클로 청바지는 부담 없는 가격에도 물 빠짐이 적고 착용감도 뛰어나다. 저자 역시 세세한 정보나 역사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라이프웨어로는 충분하다고 평한다. 하지만 데님 마니아들이 찾는 것은 품질만이 아니다. 그들은 그 청바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시간을 거쳐 왔는지에 마음을 빼앗긴다. 데님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새 청바지는 깨끗하고 짙은 인디고 색을 자랑하지만, 데님 애호가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이다. 오랜 세월 동안 색이 빠지고, 마찰에 따라 허벅지에는 수염 모양, 무릎 뒤쪽에는 벌집 모양의 무늬가 생기며, 곳곳에 작은 손상이 쌓인다. 데님 마니아들은 이 낡아가는 과정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천이 해지고 상처가 생기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으로 여긴다. 수백만 원이 넘는 빈티지 데님을 수집하고, 수십만 원을 들여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려 공들인 복각 청바지를 찾고, ‘경년변화’라는 표현 아래 한 벌의 청바지와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이유다.
“501XX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알고 입으면 더 재미있는 청바지 이야기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리바이스 501의 '501'은 무슨 뜻일까?” “청바지 뒷주머니에 달린 작은 빨간 천은 왜 달려 있을까?” “데님에 붙은 버튼과 리벳, 스티치는 단순한 장식일까?” 《데님 교양》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데님의 디테일 또한 하나씩 살펴본다.
대표적인 것이 리바이스 501이다. 501이라는 숫자의 정확한 유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초기 모델에 붙은 ‘XX(더블엑스)’에는 분명한 뜻이 있다. 당시 상당히 두껍고 튼튼한 원단이 사용되었는데 이를 ‘더블 엑스트라 헤비(Double Extra Heavy)’라고 불렀고, 여기서 XX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후 제조연대에 따라 데님의 디테일은 끊임없이 변화했고, 이 차이가 오늘날 빈티지 데님의 연대를 판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리바이스의 상징인 레드 탭에도 이야기가 재밌다. 멀리서도 리바이스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레드 탭은 1936년에 도입됐다. 이후 ‘LEVI'S’의 대문자 E 표기와 소문자 e 표기의 변화만으로도 제품의 생산 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리벳, 가죽 패치, 스티치, 버튼, 탭, 셀비지 등 데님을 구성하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마다 언급하며 탄생의 이유와 시대적 상황을 짚어본다. 이러한 디테일을 익히고 나면, 평소 입던 청바지가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는 즐거움만큼 입는 즐거움도 커진다.
독특한 미의식으로 탄생한 빈티지 데님의 미학
역사와 취향을 넘나드는 데님 문화사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시기, 거친 노동을 견뎌낼 튼튼한 작업복으로 탄생한 청바지는 리바이스와 리, 랭글러 같은 브랜드를 통해 미국의 대표적인 워크웨어로 자리 잡았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할리우드 영화와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패션 아이템이자 일상복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 같은 영화배우들이 데님을 입고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데님은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되었고, 히피와 펑크 등 다양한 하위문화와 만나며 개성을 드러내는 옷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데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나라가 일본이다. 1980년대 일본의 빈티지숍과 패션계는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낡은 옷으로 취급받던 데님을 재발견했다. 오래된 데님 원단과 제조 방식을 살피며 청바지에 담긴 기술과 세월의 흔적을 찾아냈고, 1990년대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 붐을 거치며 빈티지 데님의 매력이 널리 확산되었다.
이처럼 《데님 교양》은 데님의 디테일을 넘어서 미국에서 태어난 작업복이 어떻게 세계적인 패션이 되었고, 일본은 어떻게 그 안에서 새로운 미적 가치와 문화를 발견했는지를 탐구한다. ‘작업복’에서 ‘패션’으로, 다시 ‘수집가의 아이템’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데님. 그 안에 깃든 역사와 미학을 알고 나면, 누구나 옷장에 한 벌쯤 걸려 있는 청바지를 이 책을 읽기 전과는 조금 다른,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추천사
“어제보다 오늘 더 예쁘다” 연인에게만 하는 말은 아닙니다.
알면 알아갈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존재처럼,
《데님 교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껴 보고 싶은 데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익히는 재미를 알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 주우재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