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19.00
Description
반야암 지안 스님의 한적한 행복!
해 뜨면 눈부시게 행복하고
별 뜨면 조용하게 반짝이는 삶
계절을 지나며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어느 순간, 삶은 문득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런 삶의 모습들을 오랜 시간 곁에서 자세히 바라보며 살아온 산수(傘壽, 80세)의 노스님이 남긴 사색의 단편들이다.
지안 스님은 평생 불교를 연구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가르친 대강백(大講伯)이다. 통도사 반야암에서 50여 년간 제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일러 준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스님이 인생의 황혼에서 마주한 삶의 결론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나 지식이 아니다. 복잡하고 소란한 세상 속에서 내 마음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한적한 행복’을 찾아가는 가장 단순한 길이다.
수많은 제자를 지도해 온 스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집중하는 ‘나만의 오솔길’로 초대할 뿐이다. 숲길을 걸으며 나무 곁에 서 보기도 하고, 비를 맞거나 구름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기도 하고, 여러 인연과 만나고 이별하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조용히 우리 앞에 꺼내놓는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인정이 어떻게 관계의 해묵은 감정을 풀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다”는 태도가 어떻게 아집의 감옥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지 담담히 보여 준다.
이러한 스님의 사색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문장들은 마치 담백하게 우려낸 차와 같은 글맛이 느껴진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기에 빠르게 읽히기보다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들고, 읽는 순간보다 페이지를 덮은 뒤 그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올해 여든이 된 스님이 비로소 알게 된 삶은 크고 특별한 깨달음의 찰나가 아니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며 문득 마주하는 작은 평온의 순간들이다. 스님은 해 뜨면 눈부시게 행복하고 별 뜨면 조용하게 반짝이는 자신의 삶을 통해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직접 드러낸다. 우리는 그 삶을 읽으며 언뜻언뜻 빛나는 ‘한적한 행복’을 눈에 담기만 하면 된다.
저자

지안

한평생불교를연구하고가르친‘대강백(大講伯)’이다.지안스님은1970년통도사에서‘청백가풍의표상’벽안스님을은사로출가해평생교학에매진했다.막힘없는명강의와유연하고온화한인품은수많은제자들이가르침을청하는이유가됐고,스님은‘인천(人天)의스승’으로서수행자가갖춰야할태도까지가르쳤다.통도사승가대학강주에이어조계종고시위원장,역경위원장,불전한문승가대학원장,서울불학승가대학원장등지난40여년간의소임이스님의삶을증명한다.
현재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을맡고있는스님은반세기넘는세월동안영축산통도사반야암에서소요(逍遙)하며가르침을구하는이들을맞이하고있다.
역서로『왕오천축국전』이있고,저서로는『금강경강해』,『대승기신론신강』,『처음처럼』,『마음속부처찾기』등경전강설집과『마음의정원을거닐다』,『산사는깊다』,『안부』등수상집이있다.

목차

머리말_지나간세월뒤돌아보며

1장.비로소산이보였다:순리에맡김
산사가건네는아침의문답
산을읽는다
비오는날의산책
나무곁에서
산에사는즐거움
산그림자에근심을묻다
물안개피어오를때
띠를걷어내는시간

2장.제자리를탓하지않는다:함께사는법
왕소나무의열반
목탁새[啄木鳥]소리를들으며
다람쥐와의추억
봄을마주하는태도
사계의마음,그중에서도오월
지나가는것들
낙숫물소리를들으며
산중폭우와삼성반월교

3장.세월은익어가는것:받아들이는시간
천자문(千字文)을배우며
장명루(長命縷)이야기
안다는착각
세월의고비
털구멍속우주
시간을부리는무심(無心)
조심이라는미학
43년만에재회한인연
이별연습
욜로와잉여인간
불러도대답없는그리움

4장.어둠이깊어야별은빛난다:흔들리지않는자리
지갑을되찾고“서울만세”
나를떠나내게로돌아온다
어둠이내려야별이보인다
침묵하는사람들
법(法)과인정(人情)
인연이깊을수록미안한것이많다
이슬같은인연
그늘을찾아서
때를잃은철새이야기
청산은나를보고말없이살라하고

5장.마음이라는꽃밭을일구며:행복의인터체인지
돌려보내는시간
최고의인사(人事)
복전(福田)이라는밭
우물하나를파다
시들지않는꽃
인생의중심을잡는기운
글속에깨달음이있다
오직모를뿐
파도의본질은맑은물
행복에도인터체인지가있다

출판사 서평

깊어질수록가벼워지지않는것들에대하여

반야암지안스님의산중수상록
“내가틀릴수도있다”는고백의힘,
한걸음물러나삶을바라보는지혜가되다!

깊어질수록
미안함이앞서는인연
우리는관계가깊어질수록더편안해질것이라기대하지만,삶은예상과달리흘러간다.인연이깊어질수록고마움보다먼저미안함이앞서는순간들이찾아온다.내생각이옳다는고집에갇혀서로를아프게하기도한다.그래서가까운사람일수록더조심스러워지고,더많이돌아보게된다.
올해여든이된통도사반야암지안스님은이런인연의깊이를더파고든다.오히려자연스러운결이라고말한다.인연은가벼워지는게아니라,시간이흐를수록더많은책임과성찰을요구한다는것.우리가점점더말이줄어들고,행동하나에도마음을쓰게되는이유다.이런조심스러움은부담이아니라인연이깊어졌다는하나의신호이기도하다.이책은그사실을담담하게받아들이게한다.
“인연이깊어질수록고마움보다미안함이앞선다”는스님의마음을따라가다보면,팽팽하게날이서있던마음이비로소느슨하게풀리게된다.사랑과우정혹은그어떤깊은인연이라할지라도결국'나'를세우는순간갈등은시작된다.스님은그갈등의지점에서상대를탓하기보다자기내면을먼저살피라고권한다.한걸음물러나바라보는이유연함이야말로복잡한세상에던져진우리에게가장절실한마음의여백이다.

“내가틀릴수도있다”는고백과
밤이깊을수록더반짝이는별
지안스님의삶을관통하는중심은하나의태도에닿아있다.“내가틀릴수도있다.”이단순한고백은갈등을해소하고마음을여는가장근본적인출발점이된다.
우리는대개옳고그름을기준으로타인을판단하고,그기준속에서스스로를지켜내려한다.그러나스님은“내가안다고확신하는순간문제가시작된다”고경계한다.아는것보다모르는것이나을때가있고,말보다침묵이더좋은순간이있다.그럴때우리는자기만의생각에서한걸음물러나상대를있는그대로바라볼수있게된다.더이상설득하거나이기려하지않고이해하려는쪽으로마음이기운다.그작은전환이관계를바꾸고,마음의긴장을풀어낸다는게스님의철학이다.
특히“어둠이깊어질수록별은더또렷하게보인다”라는스님의통찰은우리가마주한역경을바라보는시선자체를완전히바꿔놓는다.어둠이깊어질수록별이또렷해지듯,삶또한흔들림속에서비로소분명해지는순간들이있다.우리는흔들리지않기위해애쓰지만,중요한것은흔들림자체가아니라그속에서도중심을잃지않는일이다.
스님은인생의중심을거창한깨달음에서찾지않고,일상의작은태도에서발견한다.숨을고르고,말을줄이고,마음을한번더돌아보는일.그단순한반복속에서삶은조금씩제자리를찾아간다.

한걸음물러나는
‘거룩한후퇴’의품격
지안스님의시선은언제나한걸음물러나있다.앞으로나아가기보다잠시멈춰서서바라보는태도속에서삶의본질을발견하기때문이다.그래서지금을버티며살아가는젊은세대는물론삶의후반전을준비하거나노년을맞은이들에게잔잔하고깊은울림을전한다.
스님에게꽃이지는것은다음봄을기약하기위한‘거룩한후퇴’다.세월의흐름을상실이아닌품위있는성숙으로받아들이는스님의태도는우리삶의결을근본적으로바꾸는나침반이된다.지는꽃에연연하기보다흘러가는결을따라품위있게나이드는법을배우는것,그것이스님이발견한인생이라는여행의비밀이다.
스님의사유를따라가다책의마지막장을덮는순간우리는이전과는다른삶의풍경을마주하게된다.내행복과남의행복사이에언제든드나들수있는‘인터체인지’를만들고,소유에집착하지않으며흘러가는순리대로유연하게살아가는법은사색의호주머니에서꺼낸가장보배로운인생지침이다.특히“마음이괴로우면시간이무겁고마음이즐거우면시간이가벼워진다”는스님의말씀은결국나를둘러싼환경을바라보는나의시선에행복의주도권이있음을일깨운다.
스님은우리에게어디로가야하는지강요하지않는다.다만우리스스로묻게한다.“지금나는어떤마음으로서있는가.”그질문앞에서는순간우리는비로소삶을다시바라보게된다.해뜨면눈부시게행복하고,별뜨면조용하게반짝이는삶.이단순한문장은스님이도달한삶의자리이며,이책이우리에게건네는가장깊은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