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덕질은아직끝나지않았다!”
박물관은콘서트장,절집은팬미팅장…
‘21세기형부처님덕질’하는비구니연습생
목차부터군침이도는‘이상한불교책’
홀린듯읽다보면나도모르게불교에입덕!
비구니연습생의‘덕후레이더’에포착된부처님
〈귀멸의칼날〉,〈체인소맨〉,〈원피스〉,캡틴아메리카,지드래곤,블랙핑크제니,오타니쇼헤이….도대체이들과불교는무슨관계일까?그호기심하나만으로책장을넘기기시작하면이상한일이벌어진다.〈귀멸의칼날〉에서는생로병사가보이고,〈체인소맨〉에서는자비를만나며,캡틴아메리카영화포스터에서는불화(佛?)의세계관을읽는다.불상과불화가전시된박물관은화려한조명아래한껏달아오른콘서트장같고,절집은관광지가아니라최애를만나러가는팬미팅장처럼느껴지기시작한다.그래서이책은이상하다.읽다보면홀린듯나도모르게불교에스며든다.맞다.이쯤되면‘불며드는것’이다.
누구나팍팍한삶에는윤활유가필요하다.그게도파민터지는일이든,좋아하는것에빠지든,현생에허덕이는우리에게거창한깨달음보다지금당장마음둘곳하나가더절실하다.갓생을살자신도없고,인생도내적성에맞지않는것같은날들의연속이다.지옥급난이도의현생에서마음둘곳을찾지못할땐,오히려방구석소파에서즐기는과몰입이필요할지도모른다.
『최애는부처님』의저자,비구니연습생의현생도그랬다.하루빨리둔하고무거운몸을벗어나완전히다른존재가되고싶었다.지독한홍대병에걸려자신만의기질을드러냈지만,삶은유독답답했다.미술대에진학했을땐악담을견뎌야했고,정작할수있는건아무것도없는‘답없는덕후’였다.철부지시절엔닌자가되고싶었고,야구선수오타니쇼헤이와결혼을꿈꿨으며,블랙핑크제니처럼되고싶었다.20대초반,매일밤방구석에서애니메이션과힙스터영화들을보고,소설이나만화를끄적이다해가뜨면잠들었다.그러다삐딱함이걷히고평소보다조금더제정신이던날,방에쌓인잡동사니들을옮기다가먼지쌓인자기작품속에서불교와만났다.불교가더궁금했고,부처님에게더호기심이생겼다.비구니연습생의‘덕후레이더’에부처님이포착된것이다.
불교덕질이어렵다고?무엇이든물어보살!
비구니연습생도처음부터부처님이‘최애’는아니었다.최애는계속바뀌었다.애니메이션을밤새정주행하고,좋아하는캐릭터하나에진심이되는평범한덕후였다.그러다불화를공부하면서예상치못한변화가찾아왔다.전공으로시작한불교미술을따라가다보니자연스럽게부처님의삶이궁금해졌고,그삶을오래들여다볼수록세상을바라보는시선까지달라졌다.그렇게부처님은가장오래곁에두고싶은‘최애’가되었다.
이책은완벽한수행자의기록이아니다.비구니연습생이최애캐릭터부처님과불교를덕질하는이야기다.특별한깨달음은없다.대신오늘도현생을버티는평범한청춘의목소리가있다.108배를결심했다가무릎보다의지가먼저열반하는사람,“수리수리마하수리”를한번쯤이라도들어본사람,오늘하루만큼은잘버텨보고싶은사람의이야기다.그래서다.불교는멀리있는종교가아니라오늘의삶을함께버티는가장가까운위로가된다.
그런데도사실불교는어렵고멀게느껴진다.이유는모르는게많아서가아니다.물어볼곳이없어서인지도모른다.절에서는대체뭘빌어야올바를까?스님들은정말고기를절대먹으면안되는걸까?돌고돈다는윤회라는게과학으로증명될수있을까?업(業)은어쩔수없는나의운명일까?스님들시신은왜,언제부터화장하게됐을까?평소한번쯤궁금했지만,답을찾는노동이귀찮았던질문들이다.
비구니연습생은이런사소한의문을친구와수다를떨듯쉽고유쾌하게풀어낸다.‘아,그래서그랬구나!’하고무릎을치게만드는순간들이페이지마다숨어있다.이책은불교교리를딱딱하게배우는전형적인입문서가아니다.좋아하는이야기와생활속궁금증을따라가면서자연스럽게불교에입덕하는책이다.질문하나가또다른호기심으로이어지고,그호기심이불교를좋아하는마음으로이어진다.
‘불교,또나만빼고재밌는거하고있었네’
우리는불교를너무오랫동안종교로만생각했다.경전은어렵고,절은낯설고,스님은무섭고,불교는왠지진지해야만할것같다.하지만비구니연습생은망설임없이비튼다.
“그냥좋아하면안되나요?”
추앙까진아니더라도부처님은충분히좋아할만한매력적인인물이다.왕족으로태어나모든것을내려놓고스스로길을찾아나선청춘.그삶자체가하나의서사이고오늘날의어떤주인공못지않은강렬한캐릭터다.이미한국을비롯한중국과일본에서젊은크리에이터들은부처님을멋진캐릭터로새롭게재해석하고있다.SNS밈에서‘부처라’라는글자가있는부채를펼쳐든절언니가등장하고,디제잉공연에“부처님잘생겼다.부!처!핸!섬!”,“번뇌를견뎌내면극!락!왕!생!”노랫말이춤춘다.어딘가에푹빠졌다는‘삼매경’,‘무아지경’이란불교용어도젊은층들이좋아하는코드가됐다.
부처님의가르침은힙하다.부처님도자신의가르침을사람들이자주쓰는언어로전하라고했다.오늘우리의언어는애니메이션이고,아이돌이며,유튜브와K-콘텐츠다.『최애는부처님』도지금의언어로불교를다시만난다.지드래곤과블랙핑크제니가등장하는등목차부터군침이돈다.“영원한건절대없어”라고말하는그의노래‘삐딱하게’에서무상(無常)의묘리를,블랙핑크제니의노래‘ZEN’에서는선(禪)의언어를발견한다.끼워맞추기?아니다!덕질의기본은좋아하는것에진심이어야하며,사소한이슈까지파고들어세계관을확장하는것이다.비구니연습생도관련논문등온갖자료를뒤져진심으로좋아하는불교를덕후의언어로유쾌하게이야기한다.
홀린듯읽다보면문득이런생각이든다.
‘불교,또나만빼고재밌는거하고있었네.’
포기는이르다.우리의덕질은아직끝나지않았다.좋아하는것은늘사람을성장시킨다.누군가는음악으로,누군가는스포츠로,누군가는애니메이션으로세상을배운다.비구니연습생은덕질의끝에서부처님을만났다.그경험을누구보다유쾌하고솔직한언어로우리에게들려준다.
『최애는부처님』은불교를공부하게만드는책이아니라불교를좋아하게만드는책이다.절에한번가보고싶게하고,불상을다시바라보게만들고,애니메이션한편도새롭게읽게만드는책이다.무엇보다좋아하는것하나가삶을바라보는눈까지바꿀수있다는사실을가장재밌는방식으로증명하는책이다.
이책을덮는순간,어쩌면당신의최애도조금달라질지모른다.그리고그순간,우리의덕질은다시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