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택
저자 : 조성택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가능성을 발견한 붓다의 위대한 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읽어 온 불교학자.
사단법인 마인드랩 대표이자 마음챙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IPKU』 발행인이다. 오랫동안 불교철학과 사상, 비교 종교를 연구해 왔다. 그에게 불교는 완성된 교리 체계라기보다, 붓다의 발견을 각 시대와 문화가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해 온 살아 있는 역사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과거의 불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종교를 멀리하는 오늘날에도 불교가 인간의 삶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꾸준히 탐구해 왔다. 특히 연기·무아·깨달음·수행과 같은 불교의 핵심 개념을 현대 철학과 인지과학, 인간 이해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작업에 힘써 왔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UC 버클리에서 대승불교 성립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비교종교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이후 2002년부터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정년 퇴임했다. 미국종교학회 한국종교분과위원회 위원장,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등을 지냈으며 국내외 여러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역사적 이해』가 있으며, 공저로는 『인생교과서 부처』, 『어떻게 살 것인가: 성장하고 치유하는 삶을 위한 근원적 질문』, Buddhism and Violence, Encyclopedia of Philosophy(Korean Buddhist Philosophy) 등이 있다.
책을 펴내며_지금 우리에게, 붓다는 누구인가
Ⅰ. 붓다를 다시 보다
1. 붓다 출현의 문명사적 의미
2. 깨달음의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3. 영적 휴머니스트, 교사 붓다
Ⅱ. 깨달음을 다시 보다: 붓다의 발견과 모색
1. 고행을 버리다: “나는 왜 행복을 두려워하는가”
2. 스승 없이 홀로 깨닫다: 무사독오(無師獨悟)
3. 고(苦)의 ‘발생’을 발견하다
4. 붓다의 현미경과 현대 인지과학
5. 깨달음은 통찰이다
III. 붓다가 발견한 새로운 길: 연기(緣起)
1. 세상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철학적 이해
(1) 연기법은 단순히 인과론이 아니다
(2) “모든 것은 발생한 것일 뿐”: 연기(緣起)와 공(空)
(3) 붓다의 침묵: 무시무종(無始無終)
(4) 가능성의 철학: 인(因)과 연(緣)
(5) 우리가 보는 세상은 무엇인가: 대상 세계와 경험 세계
(6) 실체와 허무를 넘어: 단상(斷常)의 중도
(7) 질문의 전환: 연기적 사유의 통합 구조
2. 무엇을 ‘나’라고 하는가
(1) 마음: 정보 처리(processing)와 경험의 형성
(2) 의식의 발생과 상속(相續)
(3) 마음의 다섯 가지 기능: 오온(五蘊)
(4) 오온의 네트워킹과 업(業)
(5) 마음의 구조와 흐름: 오온과 십이연기(十二緣起)
(6) ‘집합체’로서의 마음: 무아(無我)
(7) ‘나’라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금강경』의 사상(四相)
IV. 불교는 어떻게 삶이 되는가
1. 불교가 삶이 되려면: 삼귀의(三歸依)
2. 가르침의 기적: 사성제(四聖諦)
3. 붓다로 살아가는 길: 팔정도(八正道)
4. 고통을 다루는 새로운 시선: 연기법(緣起法)
5. 깨달음·열반·해탈: 그 변화가 지향하는 자유
6. 삶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붓다의 통찰
7. 무아는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
8. ‘나 없음’이 여는 새로운 인간 이해
V. 수행일상(修行日常)
1.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수행: 초기불교와 선(禪)불교 사이에서
2. 마음챙김만으로 충분한가
3. 깨달음의 일상적 얼굴: 자·비·희·사
4. 삶이 된 불교: 붓다로 산다는 것
5. 일상의 열반
6. 평온과 행복을 위한 삶의 기술: 지관(止觀)
7.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에필로그_한국 불교의 희망을 찾아서
1. 청년 붓다, 우리 시대의 붓다
2. 불교는 ‘자유’의 종교
불교의 지혜는 어떻게 삶이 되는가?
‘나’와 ‘세상’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이해하고
왜 괴로운지 알면,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불교 이전에 붓다, 교리 이전에 인간!
불교를 공부하다 보면 아는 게 점점 많아진다. 모든 게 서로 의존해 생겨난다는 연기(緣起), 고정된 ‘나’는 없다는 무아(無我),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을 밝힌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와 열반(涅槃), 수행에 대해서도 저마다의 설명을 접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하나 알고 나서도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붓다는 어떻게 이 모든 것에 이르렀을까? 이것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다시 붓다인가』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붓다와 그 가르침을 다시 읽는다. 저자는 ‘2,600년 동안 이어져 온 불교’보다 ‘2,600여 년 전 붓다가 무엇을 발견했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왜 인간은 괴로운가?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책은 ‘붓다’라는 한 인간이 품었던 이 질문의 답을 추적한다. 붓다의 질문과 발견에서 출발하는 저자의 시선은 익숙한 교리로만 알고 있던 가르침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다.
만들어진 것은 달라질 수 있다!
붓다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의 괴로움을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괴로움은 원인과 조건에 따라 발생하며, 그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 또한 바뀐다고 보았다. 만들어진 것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고정된 실체라고 믿는 ‘나’도, 보고 경험하는 ‘세상’도 수많은 조건과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도 ‘세상’도 ‘괴로움’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가르침처럼 보였던 불교의 핵심 개념들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모든 게 상호 의존하면서 조건에 따라 생겨난다는 연기는 고정된 ‘나’라는 실체가 없다는 무아와 맞닿는다. 괴로움의 발생·소멸을 밝힌 사성제에서 팔정도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실천의 길이며, 그 길이 지향하는 자유가 열반이다. 이러한 이해와 실천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게 수행이다. 결국 연기와 무아, 사성제와 팔정도, 열반과 수행은 ‘인간이 어떻게 괴로워하고,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 아래 만난다. 붓다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였다. 그는 인간이 왜 괴로운지 통찰했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이 책의 여정은 붓다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때부터 중요한 질문이 시작된다. 깨달음을 이해하는 것과 그 이해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오랫동안 불교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전(前) 교수는 이 책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다. 그는 붓다의 유산을 통해 ‘아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재발견한다. 해탈은 삶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집착·탐욕·분노에 끌려다니지 않는 자유이며, 수행은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실제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같은 말에 상처받고, 같은 상황에서 화를 내고,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붓다의 가르침이 그 반복을 단숨에 없애 주는 처방은 아니다. 저자도 행복해지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왜 그렇게 반응하고 괴로워하는지, ‘나’라고 믿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한 불교학자의 오랜 연구를 쉽고 명쾌한 언어로 풀어내면서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오늘의 불안과 고통을 바라보는 ‘살아 있는 지혜’로 되살린다. 아는 것이 삶의 방식이 될 때, 불교의 지혜는 비로소 삶이 된다.
책 속에서
붓다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특정한 종교 체계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였다. 그는 인간이 왜 괴로운지를 통찰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지금 우리에게, 붓다는 누구인가」중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과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였다. 행복이 집착을 낳고 욕망을 키운다면 그것은 수행을 가로막지만, 집착을 내려놓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평온과 행복은 오히려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행복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행복에 집착하는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붓다가 고통과 행복을 새롭게 바라본 출발점이었다.
---「고행을 버리다: “나는 왜 행복을 두려워하는가”」중에서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빨강은 사물 안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이 아니다. 빛의 파장, 감각 기관의 상태, 뇌의 신호 처리 과정 그리고 지각의 맥락이 함께 작용하여 구성되는 상호 의존적인 연기적 현상일 뿐이다. 붓다는 이러한 인간 인식의 연기적 구조를 일찍이 간파하였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지혜의 눈을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한다. 지각되고 인식된 현상 자체가 철저히 연기적으로 성립된 조건적 산물임을 꿰뚫어 보는 것, 바로 그 통찰이 여실지견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무엇인가: 대상 세계와 경험 세계」중에서
연기의 세계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 펼쳐지는 세계가 아니다. 원인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끊임없이 열리는 세계다. 인간과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조건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과거의 조건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 존재도 아니며, 모든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절대적 주체도 아니다. 우리는 주어진 조건 속에 있으면서도,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다.
---「실체와 허무를 넘어: 단상(斷常)의 중도」중에서
우리가 하나의 흐름처럼 느끼는 의식은 실제로는 불연속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다. 마치 빠르게 점멸하는 형광등이 계속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영화 필름의 개별 프레임이 하나의 영상으로 지각되는 것과 같다. 의식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의 심적 경험은 독립된 사건이지만, 그 간격이 너무 짧기에 우리는 하나의 연속적인 경험으로 느낀다.
---「마음: 정보 처리(processing)와 경험의 형성」중에서
수행의 핵심은 바로 이 자동화된 시스템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감각이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평가와 해석 그리고 반응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깨어 있는 의식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지금 느낌이 일어났구나’, ‘해석이 붙었구나’, ‘반응하려는 충동이 생겼구나’라고 관찰하는 순간, 우리는 조건 반응의 사슬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오온의 네트워킹과 업(業)」」중에서
작은 선택이 쌓일수록 삶의 방향도 함께 바뀐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습관대로 말하지 않는 것, 억울함을 느낄 때 곧바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것, 욕망이 일어날 때 한 번 더 멈추어 보는 것. 이런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불교가 말하는 ‘폭류를 거슬러 건너는’ 수행이다.
---「불교가 삶이 되려면: 삼귀의(三歸依)」중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격이나 감정 반응을 바꿀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다.’ ‘나는 쉽게 불안해진다.’ ‘내 성격은 원래 그렇다.’ 그러나 붓다는 고통을 초래하는 이런 생각 자체를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보았다. 고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과정일 뿐이다. 다시 말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달라질 수 있다. 그 조건이 달라질 때 고통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가르침의 기적: 사성제(四聖諦)」중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경험이다.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누군가를 미워하던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을 때, 자동으로 반복되던 반응 대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때도 이미 작은 해탈이 일어나고 있으며, 일상의 열반은 시작되고 있다.
---「깨달음·열반·해탈: 그 변화가 지향하는 자유」중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고정된 존재로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 감정, 기억, 생각의 흐름이다. 이 흐름을 통합하여 하나의 ‘나’라는 서사를 구성한다. 그러나 그 서사는 과정이지 실체가 아니다. 이러한 통찰이 깊어지면서 우리는 생각과 감정에 덜 휘둘리게 되고, 자신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며,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상태를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면 심리적 자유 혹은 집착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무아는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중에서
붓다는 단순한 종교 창시자가 아니다. 인간 마음의 구조를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상가이자 실천적 인지과학자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는 신이나 절대자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자아의 환상을 통찰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나 없음’이 여는 새로운 인간 이해」중에서
수행의 결과를 특별한 체험이나 깨달음에서 찾기 쉽지만, 그보다 분명한 변화는 관계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이전보다 타인을 덜 미워하고, 덜 집착하며, 더 자비롭고 온화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수행의 가장 구체적인 증거다. 사무량심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변화를 위한 훈련이며,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깨달음의 일상적 얼굴: 자·비·희·사」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