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멍 (양광모 신작 시집)

꽃멍 (양광모 신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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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권 시집에 이른 불세출의 시인
양광모는 맑은 감수성의 시를 쓴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순정한 서정과 결곡한 감성은, 편안하고 그윽하다. 그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과 사물, 곧 삼라만상을 시의 대상으로 하며 그 대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고도 깊다. 지금 그의 삶은 모든 부면이 시작(詩作)에 연동되어 있다. 일상이 예술이요 예술이 일상인, 평범 속의 비범한 세계가 그의 것이다. 우리 시대에 이와 같은 시인을 가까이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그러므로 여기에 ‘불세출의 시인’이란 명호(名號)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과감한 언사가 가능하도록, 그의 시는 문학적 수사(修辭)의 굴레를 넘어서 있다. 문학사적 계보로 이해하자면, 김소월이나 김영랑 그리고 정호승이나 나태주 같은 시인이 그의 길에 연접해 있는 형국이다.  
  오늘의 많은 독자가 그가 배달하는 ‘시 한 끼’로 뜻깊게 하루를 열고 있으며, 그의 시 가운데 「가장 넓은 길」의 한 구절이 2024학년도 수능시험 〈필적 확인 문구〉로 게시되어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의 시는 순후하고 평이하며, 동시에 우리 삶의 소중한 깨우침과 값있는 가르침을 끌어안고 있다. 따로 진중한 해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듯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학적 가치와 예술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마땅하다. 필자가 공들여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이번 시집 『꽃멍』으로 그는 통산 20권의 창작 시집을 갖게 되었다. 놀라운 숫자다. 비단 그 숫자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집 한 권 한 권에 기울인 심혈과 그로 인한 작품으로서의 성취가 놀라운 것이다.
저자

양광모

저자:양광모
시인.경희대국문과졸업.보편적이고근원적인삶의정서를일상의언어로노래하고있다.SBS,KBS,MBC,JTBC,YTN,CBS,TBS,TV조선,한겨레,경향신문,중앙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세계일보,서울신문및다수의언론방송에시가소개되었으며양하영,허만성,이연학,전지학,이성하,안율등여러가수들에의해시가노래로만들어졌다.2024년대학수학능력시험필적확인문구로「가장넓은길」시에나오는‘가장넓은길은언제나내마음속에’문장이인용되었다.
『한번은詩처럼살아야한다』,『詩가너의눈에번개를넣어준적없다면』을포함해스무권의신작시집과대표시101『가슴뭉클하게살아야한다』,치유시집『눈물흘려도돼』,인생시집『푸르른날엔푸르게살고흐린날엔힘껏산다』,필사시집『가슴에강물처럼흐르는것들이있다』,사랑시선집『네가보고싶어눈송이처럼나는울었다』등의시선집을출간하였다.

목차

시인의말

Ⅰ.우리가세상을건너갈때
무명씨/1월1일의기도/12월의시/사람꽃/햇살문/손을흔들었다/성에/겨울날의묵상/성탄절/정말모르겠어/질문들/대답들/꽃멍/랑/흰꽃잎으로붉은심장을/삶에서슬픔이태어난다/두개의영혼/우리가세상을건너갈때/국밥한그릇/위로/사람이그의마음으로/독법/따뜻한것이흐르기만한다면야

Ⅱ.꽃잎항
새해를맞는건/설날/2월/봄/잘가라,태양의해여(송년축시)/힘/나목/돌/때/나는뿌리가되리라/눈물의뿌리/한걸음씩걸어가는것이다/아들아,내게도아버지가있었단다/딸을위한기도/꽃/꽃잎항/가시를사랑했네/낙숫물/조금만더/겨울나무/큰일/소소한풍경/우리가서로에게빛이되어/마음아,네가점점빛을잃고작아져서/거리에서거리를생각하다/저무는강가에서/길모퉁이/뭘이런걸다/말빚/우산/창가를사랑하는사람은/몰랐다

Ⅲ.그냥좀살면안되나
퇴색/삶/무애無碍/무소유/1일2식/그냥좀살면안되나/네가꽃이되어보겠는가/밑지고살기로했다/남루/늘그막/나는얼마나가난한가/지갑/몸이여/헛몸/너무너무사랑하며/건너뛰기로했다/내일이내게물으리라/나이/나는죄없이늙으리라/12월에쓰는편지/편지/늙은젊은이/이제너를안아줘도되겠는가/이별이사랑에게말한다/죽음도우리를갈라놓지못하리라

Ⅳ.꽃이되고싶은날많았으나
포항으로가자/구룡포과메기/울릉도/꽃이되고싶은날많았으나/동물원/잡식동물/손님/지구/지구/이념이인간을노예로삼을때는/악은어떻게살아남는가/궤변/똥/인간에대해지칠때/역사안에서/오늘다시역사가묻는다/자유여/나는깨부순다/시여,너의몸에피가흐르고있는가/시인이여,전사가되어라

해설|김종회(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풍진세상건너는사람꽃의시

양광모의20번째시집『꽃멍』에는지금껏그가써온시들의연장선상에있는제재(題材)들이줄지어있으며,그가운데는집중적인의미를담은시들의군집(群集)이눈에띄기도한다.이시인의시가가진장점중하나는,여하한경우에라도시가우리삶에힘이되고소망이되는방향성을제시한다는사실이다.기실이러한측면은세월의흐름과우리삶의현재적국면을함께조명하는‘일상시’나‘생활시’와같은범주에있어서는매우긴요한일이다.시에서삶의진면목을만나는지경에있기때문이다.그러기에「1월1일의기도」에서한해의경점(更點)을넘기거나,「겨울날의묵상」에서계절의변환을목격하는것이소거와재생의새차원을설정하는계기가된다.이와같은사정에당착한시인은「사람꽃」에서‘사람’을‘사람꽃’이라객관화하여,그에대한수납과감당의정황을묘사한다.

멍하니불을바라보고
멍하니물을바라본다.

살아가는일에멍이든영혼일수록
골똘한법인데

멍하니하늘을바라보고
멍하니별을바라본다

살다보면누구나푸른멍
한두개쯤몸에지니기마련인데

아름다운사람아,
마음에그늘지는날에는
꽃멍을하자,새벽부터밤까지
물끄러미초롱한눈으로꽃멍을하자

-「꽃멍」전문

복잡한생각없이불만바라보면‘불멍’이라하고,물만바라보면‘물멍’이라한다.이때의‘멍’은‘멍하니’라는뜻을포함하고있다.인용된시에서시인은또다른‘멍’의개념을차용하여,중의법적발화구조를형성한다.‘살아가는일에멍이든영혼’이라쓴것이다.하늘이나별을바라보는‘멍’과,살다보면누구나한두개몸에지니기마련인‘멍’을동음이의어로병렬해놓은터이다.뒤이은시인의권유는‘마음에그늘지는날’에‘꽃멍’을하자는데이른다.이때의꽃멍은사람마다몰래간직한멍든가슴의상흔(傷痕)을‘물끄러미초롱한눈’으로바라보자는말이다.깊은아픔의소재와이를넘어설방식의청유를이보다더아름답게내놓기는어려운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