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그늘

붉은 그늘

$20.60
Description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상상 밖의 이야기
‘독한’ 리얼리티로 그려낸 팍스 아메리카나의 불편한 진실
1950년 7월의 그 날, 노근리 철로와 쌍굴다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이 일어난 지도 어언 74년. 소설가 고광률이 오랜 시간 동안 외면되어 온 그 상처의 기억을 뼈대로, 전쟁 이후의 사회상과 인간사까지를 아울러 통찰하는 빼어난 소설을 내놓았다. 작품은 노근리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이, 식민지배와 분단이, 전쟁과 산업화가 한국 사회에 남긴 어두운 면면들을 견결히 폭로한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과 생동감 넘치는 사건 묘사를 통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시대의 총체성이 깃든 서사문학으로 어둠에 갇혀 있던 노근리를 조명하는 소설이다.

‘한국 문단에서 입담과 필담 좋기로 유명한 작가’(소설가 이순원)라는 평답게 ‘촘촘한 캐릭터,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몰입도’(서평가 김미옥)라는 서사적 재미를 올곧이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저자는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한반도 역사의 주체들과 사건 자체를 매장하려 했던 세력들에 대한 고발인 동시에, 힘없이 죽어간 영혼들과 살아남은 자들의 비애를 문학적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저자

고광률

1961년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했고,대학원에서국문학으로석사,문예창작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단편「어둠의끝」(1987)과「통증」(1991)을발표하면서작가의길에들어섰다.소설집으로『어떤복수』『조광조,너그럴줄알았지』『복만이의화물차』,연작소설로『대학1,2』,장편소설로『오래된뿔1,2』『시일야방성대학』『뻐꾸기,날다』『성자聖者의전성시대』가있다.

목차

1부장미,피보다붉은017
2부노근리,2008189
3부유민遺民의순정401

출판사 서평

살아있는듯촘촘한캐릭터,흥미로운이야기전개와몰입도,
한때역사의베일속에가렸던사건을문학적으로복원하다

한국현대사의비극중하나인노근리양민학살사건.북한군의공세가매섭던한국전쟁초기,경부선철로를따라남하하던피난민들에게미군의항공기폭격이가해졌다.일명쌍굴다리라고불리는철도교각아래숨은피난민들에게미국7기병연대병력이1950년7월25일부터29일까지기관총사격을가했고,약400명의희생자를내었다.피해자인정은용선생은1960년미국정부에손해배상청구를주도했지만,기각되었다.그는1994년『그대우리의아픔을아는가』라는소설을출간했고,아울러‘노근리미군민간인학살대책위원회’가설립되었다.대책위기획위원이자대변인이었던정구도현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사장(정은용선생의아들)는미국국립문서보관소에서노근리학살의증거를찾아내는한편,국내외언론사를상대로진상알리기에매진했다.마침내1999년AP통신에서사건에대한심층기사를내놓았고,이것을기점으로국내외언론이앞다투어보도함으로써노근리사건은마침내일반인들의시야안에들어오게되었다.이는1999년빌클린턴당시미국대통령의유감표명,국내에서는2004년‘노근리사건희생자심사및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제정으로이어졌다.현재학살이일어났던쌍굴다리는등록문화재제59호로지정된상태로,당시의탄흔이일부보존되어있다.그리고그옆에는사건피해자를추모하는평화공원이들어섰다.
‘작가의말’에따르면,저자고광률은정은용선생의『그대우리의아픔을아는가』를읽고노근리사건에대해돌아보게되었다.그리고취재도중우연히만난정구도이사장에게서사건에관련된여러사실관계를정리하는데많은도움을받았다.사건피해자유족들과의인연으로시작되고완성된,각별한작품이다.

소설에서는7기병연대소속미군병사인맥라마르하지스,노근리사건생존자인하봉자,그의아들인하남득,그리고또다른생존자인도완구네명을중심으로이야기가전개된다.넷모두소설적인인물이지만,그들이밟는삶의궤적은앞서이야기한역사적진실의레일위에있다.
소설은2008년한국정부로부터충무무공훈장을수여받게된한국전쟁참전군인하지스가비행기위에서58년만에다시한국의산천을내려다보는장면에서시작한다.그는노근리사건관련자로,해당사건이진실임을인정하는양심선언으로자국내에서논란을불러일으켰다.하지만그에게는한편으로한국전참전당시약탈한한국문화재밀매로한몫크게잡아대학교수까지하는등인생역전을한과거가있다.
한국전쟁당시하지스와의과거가있는하봉자는현대사의파도에휩쓸리면서도,자신을꿋꿋이지켜온당찬여성이다.하지만한편으로하나뿐인자식남득에게다분히무정한어머니이기도했다.하지스와봉자의아들인남득은과거한국에만연했던혼혈차별의피해자로자랐다.어쩔수없이선택한예인의길을그대로걸으며,경제적으로난처한중년을보내는중이다.
도완구는자수성가한기업인으로,독립유공자와국가유공자타이틀을모두가지고있는인물이다.하지만사실그는과거일제의밀정노릇을하던위인이었다.그가독립군과친형까지팔아넘겨획득한재화를가지고1950년,하봉자가살고있는영동의고향마을로찾아오면서네사람의이야기는시작된다.

소설은자신의핵심사건인노근리학살을묘사하며,그배경과전개과정을서사적으로충실히구현하고있다.세계대전에서승리후일본에서나태한생활을하던미군은북한군을얕보면서동해를건너한반도로들어오지만,물적으로나인적으로나전쟁준비가전혀안된상태에서큰피해를입고패주하게된다.미군은후퇴과정에서피난민을소개하기시작하는데,북한군이피난민을이용한포위·기만전술을쓴다는사실을과대평가한나머지자신이만들어낸피난민에게공포심을가진다.이결과방어선을넘는피난민에대한사살명령이떨어지고,노근리쌍굴다리밑에서지옥도가펼쳐진다.미군을믿지않아야한다는사실을배운하봉자는이비극에서간신히살아남은생존자가되어,노근리사건진상규명을위해노력한다.이처럼소설은가해자인미국입장에서역시노근리사건을치열하게이해할수있게도와주지만,그들의범죄적인행동에대해면죄부를주지는않는다.이런소설의태도는인물에대한,그리고사건에대한탁월한입체성을창출한다.역사사건을재창작하는윤리에비춰볼때나,서사기법적인측면에비추어볼때나그역량이요모조모뛰어남을독자는체감하게된다.

역사소설이자추리소설이기도하고,또한편으로는노근리사건에대한르포르타주이자다른한편으로는연애소설이기도한이작품은김미옥서평가의말대로,역사적으로나문학적으로나빠지지않은미덕을보유한드문작품이다.612쪽이라는적지않은분량이나전혀지루하거나늘어지지않게하는,스토리텔링의역량도탁월하다.한국전쟁당시는물론이고,전후미군기지촌을배경으로한사회상의추억을향유하고싶거나한·미·일의정치사회적역학관계에대해관심이있는독자들에게도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