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별사

안의, 별사

$19.50
Description
혁신과 애민의 정신으로 혼몽의 시대를 깨운 연암 박지원!
안의현 현감으로 부임해 지낸 4년의 기록을 추적하며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자세와 안민安民을 향한 그의 의지를 읽다
『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다루는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용후생의 실학자이자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연암과, 안의현으로 낙향한 과수 연주가가 번갈아 화자로 나선다.
저자가 서문에서 부끄러이 고백하듯, 이 소설은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戀慕의 정情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다. 위대한 문사에 대한 거대한 사심으로 올곧게 집요하지만, 플롯을 쌓아 올리면서는 치밀한 문헌 고증으로 객관성을 놓치지 않는다. 문장 또한 옛 여인들이 한땀 한땀 자수를 놓듯 정교하고 아름답다.
연암이 말년에 안의현에 부임했다는 사실은 그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덜 알려져 있다. 연암의 비분강개함과 우울증 역시 그의 골계와 에스프리에 비하면 덜 알려진 개성이다.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대한 연암의 절망감을 차분히 파헤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안의현에서의 선정을 디테일하게 조명한다.
연암의 혁신과 애민의 정신, 그리고 절제와 수양의 자세를 지금의 ‘혼란하고 무도한 세태’ 위에 ‘통렬한 지표’로 우뚝 세우는 작품.

저자

정길연

저자:정길연
1961년부산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학과에서글쓰기를고민했다.1984년중편소설「가족수첩」으로《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다시갈림길에서』,『쇠꽃』,『나의은밀한이름들』,『우연한생』,『달개비꽃』등다수의소설집이있다.『내게아름다운시간이있었던가』,『변명』,『그여자,무희』,『달리는남자걷는여자』등다수의장편소설이있으며,그외에다수의산문집과장편동화가있다.2016년가톨릭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007

|서序|015
|전보轉補|031
|마음채비|041
|전야前夜|051
|별서別墅의아이|069
|노상路上에서|078
|잊을일|092
|초대연招待宴|100
|초심初心|116
|봄날에|133
|첫숨|147
|대숲에있는집|166
|다시,갈림목|180
|계륵|195
|여인들|211
|백탑시사白塔詩社|235
|첫사람|251
|문풍文風의죄|256
|구휼의도道|276
|소견세월消遣歲月하노니|292
|사람이가고|298
|사람이오고|305
|무명의풍경|322
|바람결|331
|춘설春雪|337
|우물에든집|351
|동요|361
|꽃진자리|376
|애사哀辭|395
|법고法古와창신創新|409
|뜬시름못내이겨|426
|미혹|444
|청맹과니의노래|468
|조락凋落|482
|이후以後의일|496
|여일餘日|506
|안의를떠나며|522
|결訣|535

|참고자료|560

출판사 서평

「허생전」「양반전」『열하일기』의작가,
조선후기를대표하는실학자이자문사인박지원의삶과사상을더없이정밀하면서도웅숭깊게그려낸역작!

『안의,별사』의작가정길연은소설을쓴계기로연암에대한연모의정을꼽았다.
연암燕巖박지원朴趾源,하면「허생전」,『열하일기』를쓴조선후기의대표문사로,훗날손자인박규수와근대개화파청년들로이어지는이용후생의실학자로사람들은기억한다.이런사실들은교과서에실려,어린학생들에게도낯익은이야기다.

연암은출신만보면노론상류층의자제로주류중의주류다.하지만실제행실은이단이었다.교우들부터대체로아웃사이더들이많았다.문체반정의트리거가된『열하일기』의문장들은평생논란이되어그를괴롭혔다,특히그가가지고있는사상은당대기준으로심히불온한것이었다.오죽했으면아들박종채(연암의둘째아들.아버지의행장인『과정록』을펴냄)가아버지의문집을펴내려고저작들을들춰보았다가놀라덮어버렸겠는가.

젊은시절의연암은주견이확실하고,사리에어긋나는것을참지못했다.자기의사로정계에나서지않았지만,나섰더라도그성격에무사하기는힘들었을것이다.그럼에도여러저작들에서보듯이용후생으로보국안민을꾀해야한다는목적의식은투철했으니,이상과현실의괴리가첨예할수밖에없었다.답답했을것이다.요동벌판에서목놓아울고싶었던(「호곡장기」)것은당연하다.
낮에는객기를부리고,밤에는우울증과불면증속에서고뇌하던젊은시절이었다.중년이되어가족들을병으로여럿잃고,원숙해졌다기보다는다소나마무던해진성품으로관직에올랐으니,이런저런사무직을거치다안의현에부임한것은그의나이55세때일이었다.소설은이시점에서시작한다.

인간박지원에대한올곧은사심으로탄생한소설

관속들을집의종처럼부리는것은수령의권리처럼여겨졌고,이리저리재물을긁어모아한밑천마련하는것역시당대의관행에가까운일이었다.오늘날의지자체장도지역에서왕소리를듣는데,교통·통신이부실한전근대에서지역의사법·행정권을모두틀어쥔수령(심지어정조치세에수령의실질적권한은대폭증가했다)의권력은상상이상이었다.그러나연암은모처럼한자리를꿰차고서도그런방식으로행동하지않았다.

축재를하기는커녕흉년이들었을때사비로백성들을구휼하고,일상이었던관리들의횡령을누구도해치지않은채무난하게해결한다음횡령액을국고로환수시켰다.그리고이용후생의정신에발맞추어,관사를정비하고농사를위한여러기계들을제작해보급했다.소설은안의현에서의여러선정을꼼꼼히고증하여이야기의형식으로옮겨놓았다.연암은그와중에도이런저런집필작업에참여했고,개인적인수필들도여럿남겼다.

일급문사에,인물그자체로도개성적이고,실제행동에서도문文과질質이일치하는드문인물일진대,어찌매력적이지않을수가있을까.

연암박지원이쓴글,연암에대해당대의누군가가쓴글,후학이나연구자들이한글로정성스레옮긴문헌및관련연구서들을계속해서찾아읽다보니어느날부턴가‘웅장하고도고독한’한사내가홀로그램처럼눈앞에서,머릿속에서형상화되어갔다.연모의정이깊어진것일텐데,결국사심을이기지못했다.정직하게말하면내마음을바깥에알리고싶었다.
_‘작가의말’중에서

이룰건마치다이룬듯,완전한선진국이된양자축했지만얼마지나지않아정치와사회의급격한퇴행을목격하고만현재.자신의권한을남용하여사익만챙기려는부패한권력의모습이연암의가치를더높여주는것같다.작가의말대로,굳이연암을선해하고과장할필요는없다.그가남긴사실에만충실하면그것으로충분하다.

다가가되엉키지않는연모의마음으로,
그사유와삶의궤적을어루만지다

안의에서남긴연암의수필들가운데가장인상적인글은「열녀함양박씨전병서烈女咸陽朴氏傳幷序」다.자살한과부의절개를깎아내리지않으면서도,과부에게수절을강요하는문화를비판적으로다룬인상적인작품이다.연암자신은상처한후재가하지않았다.

유교라는가치체계가이제는낡은것처럼보이기마련이지만,선비의수신이라는덕목은여전히우리에게어떤지향점을선사해준다.라이프니츠도중국과유럽을비교하며,자기는유교의자기윤리에황금사과를건네겠다고이야기하지않았는가.특히방종에가까운무절제를보이면서도전혀통제되지않는오늘날의권력을바라보노라면,수신이라는덕목의가치란여전할수밖에없음을깨닫게된다.

이은용이라는이름의,작품의주인공은작가적애심愛心이집약된결과물일것이다.하지만단순한작가의대변인을떠나,피와살이있는인물로형상화되었다.역시연암처럼,본인의욕망을자각하면서,사회의고루한규범들에비판적인시선을지니는동시에,자신의윤리로세상속에서곧게서고자한다.그노력의시간들이마치수련처럼작품에아로새겨졌다.연암을생각하며거문고를뜯는은용의마음가짐에서집필에열중하는작가의결의를읽었다고하면너무과장일까.

8년동안의노력의결실이라는저자의고백에놀라면서도,페이지를넘기다보면그만큼의공력이들어갔(을수밖에없)음에자연히고개가끄덕여진다.요즘젊은이들식으로말하면,오로지‘덕심’으로이뤄냈고또그래야만이비로소가능한작품,대가에대한존경으로공양한높고정밀한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