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위에서

흐름 위에서

$16.00
저자

조광호

저자:조광호
신부,인천가톨릭조형예술대학명예교수.1947년강원도삼척에서태어났으며,1979년성베네딕도수도회사제로서품되었다.서울가톨릭대학신학부와독일뉘른베르크조형예술대학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한국주교단출판국장,인천가톨릭대학조형예술대학학장을역임했다.
1999년문화영성지『들숨날숨』을창간했고,가톨릭문인회담임사제로문화와영성의융합연구를했으며,인천가톨릭대학조형예술대학에서후학을양성했다.국내외40여차례개인전을열었으며은퇴후,동검도채플을설립했다.현재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에서종합적인미디어아트프로젝트를수행하고있다.
주요작품으로는부산주교좌남천성당,대구주교좌범어동성당,부평4동성당및구서울역로비,숙명여대,서강대,카이스트등국내외40여곳에설치된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와서소문성지순교자탑,강화무명순교자탑당산철교대형벽화등청동조각상과대형조형작품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흐름위에서,흐름과함께-블루로고스005

1.새벽시편
창가에기대어015
염화강변찔레꽃017
동검도아가雅歌019
비에젖은백합처럼021
날개없이태어난인간025
모순의봄026
추억의설풍경027
마음의꽃030
출가032
나문재노을035
사람들은왜시를쓰는가037
서해의황혼039
마지막겨울밤풍경040
가을풀벌레042
황산도에서044
갈대는흔들린다045
자업자득046
아까시나무꽃향기047
부활주일아침에050
아침동검도풍경051
겨울갯벌052
첫눈054
하늘나라두물머리055
풍금소리057
백한푸른점위에서의사랑060
굴렁쇠062
그림자065
저꽃잎좀봐요067
은하의새벽하늘나라069
양심071
수평선074
시월동검도갯가에서076
봄078
낙원의흔적079
목마른강080
내가쓴물083
지구와달084
차마고도085
나무에게087
밤의강089
뿌리의기억-동검도비가悲歌·1090
사계의서사-동검도비가悲歌·2095
만조의시-동검도비가悲歌·3099
별아래에서-동검도비가悲歌·4103
어느하늘극변에서-동검도비가悲歌·5104
새벽의유배자-동검도비가悲歌·6106
신의숨결-동검도비가悲歌·7109
해무-동검도비가悲歌·8113
태초의물안개-동검도비가悲歌·9115
바람속의장미-동검도비가悲歌·10118
길-동검도비가悲歌·11121
세가지환시와하나의환청-동검도비가悲歌·12124
침묵의꽃-동검도비가悲歌·13128

2.명상시편
고요한물,타오르는불131
그날밤의동행134
너희가신을알았을때139
수행자140
빛으로지어진사람141
동검도묵시록-아이고머니나IGOMONEYNA147
사막의은수자154
동검도아침명상155
부활의언덕,그침묵의성채아래서157
참행복을위한자비의길-2025년.자비의주일에164
흐름위에서-사랑,그애도의꽃170
종말시계176
숯179
‘하나’라고이른다181
원죄183
비수186
선물189
물위로걷는사람191
그해겨울의출가198
황홀한일몰의앤솔러지202

시평
무한한흐름에서건져올린침묵의언어207
詩·書·畵의삼위일체를달성한신부님이지금동검도에212

출판사 서평

무한한흐름에서건져올린침묵의언어

『흐름위에서』를읽는일은,한편의시를읽는것이라기보다한사람의기도를옆에서조용히듣는경험에가깝다.시편속화자는늘흐름위에서있다.갯골로흘러드는물,금세사라지는섬,곧젖어버릴꽃잎과눈,폭설이쌓인설날의유년,어머니를향한지독한그리움,출가의밤과‘날개없이태어난인간’의깨달음까지,모든장면이‘머물지못하는시간’이라는공통의리듬으로묶인다.
그러나이책의진짜중심은변화가아니라‘변하지않는것’이다.작가는갯벌과물,별과어둠,노을과안개를따라가며,그배후에서아무말없이흐르고있는거대한침묵의강을더듬는다.제호‘블루로고스’가가리키듯,푸른색채와점·선·면으로구성된그림들은단지풍경을묘사하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말씀의질서를시각화하려는시도이다.
시들의언어는때로는극도로간결하고,때로는기도문이나설교를닮은긴호흡으로펼쳐진다.“사람들은왜시를쓰는가”같은메타시편에서그는,언어로는끝내붙들수없는것들을기어이붙들고자하는인간의욕망자체가슬픔이자아름다움이라고말한다.그리고그욕망을품은채,인간은‘창백한푸른점’위를떠도는작은별과같은존재라고백한다.
특히인상적인것은,이책이철저히개인사에서출발하면서도개인의감정을넘어서도록독자를이끈다는점이다.어머니,유년,청춘의사랑과결별,출가의상처와회한같은깊은사적인기억들이등장하지만,시는끝내그기억들을‘나만의이야기’로남겨두지않는다.대신,누구나지고있는슬픔과죄책감,그리움의얼굴을떠올리게한다.
그러면서시의문장은과장되지않은종교적언어와세속적감수성이절묘하게만나는지점에서있다.신앙을가진독자에게는기도와묵상의언어로,신앙이없는독자에게는한시인의섬세한자연시이자존재론적고백으로읽힐수있는책이다.무엇보다이시집의하이라이트는가끔시의여백을대신하여페이지사이사이에서얼굴을드러내는푸른드로잉이다.말로다할수없어서남겨둔침묵의공간을그림이조용히채운다.

시·서·화가하나가된동검도성화

『흐름위에서』의매력은,이책이단순히‘시집’도,단순한‘화집’도아니라는데있다.저자는국내외에서다수의전시와성당스테인드글라스작업을해온조형예술가이자사제이다.동검도채플을중심으로한작품활동은이미미술계에서도하나의현상으로거론되어왔는데,이책은그시각작업과언어작업이본격적으로만나는자리라고할수있다.
시편들은대부분짧은행과단정한구조를가지지만,동시에화면구성과리듬감이강하게느껴진다.한편한편이하나의패널,하나의스테인드글라스로보이도록설계되어있기때문이다.「나문재노을」,「겨울갯벌」,「서해의황혼」,「동검도비가」연작을읽다보면,단순히텍스트를따라가는것이아니라,빛과색이종이를뚫고나오는듯한시각적경험을하게된다.
흥미로운지점은,이책이종교적·철학적사유를담고있으면서도설교의문법으로흐르지않는다는점이다.저자는동검도라는구체적인장소성과물·바람·갯벌·풀벌레같은촉각적인이미지들을끊임없이호출한다.그위에양심과원죄,종말과자비,‘하나’됨에대한묵상이자연스럽게포개진다.관념이먼저가아니라감각이먼저오는시편이기에,무거운주제를다루면서도읽는이의몸을먼저흔들어깨운다.

또하나주목할점은종교간상징과언어를유연하게넘나드는태도다.성모성월에심은홍련과백련,스님의선물로받은연뿌리,찰나를가리키는불교적‘무상’의개념등이자연스럽게등장하면서,가톨릭과불교,우주적영성의이미지들이갯벌사이로모여들며,육지도바다도아닌통섭의지대를구축한다.이는한종교의교리적정답을제시하기보다,“더깊은생명의흐름”을향해귀기울이자는제안으로읽힌다.
『흐름위에서』는결국“시·서·화의삼위일체”라는오래된이상을한개인의작업안에서실험한결과물이다.글씨書,그림畵,시詩가따로노는것이아니라,한화면안에서서로를비추며순환한다.독자는이책을앞에서부터차례대로읽어도좋고,마음이끌리는장면을아무곳이나펼쳐한페이지의‘성화聖?’처럼오래바라보아도좋다.
삶의속도가버겁고마음이자꾸만메마른다고느껴질때,『흐름위에서』는조용히책상위에펼쳐둘수있는한폭의푸른창과같다.그창을통해동검도의새벽과황혼,그리고우리안의깊은흐름을함께바라보는것,그것이이그림시집이우리에게건네는가장큰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