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고립과 은둔의 시절 넘어가기)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고립과 은둔의 시절 넘어가기)

$18.00
Description
은둔·고립 청년 50만 시대,
청년 지원 활동가, 은둔·고립 청년 가족 및 관계자,
그리고 청년 당사자의 눈물과 희망의 이야기!
대한민국 은둔·고립 청년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다. 방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그들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비영리단체 행복공장과 청년 활동가들이 주도한 ‘햅삐펭귄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여러 청년의 말 못 할, 또는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깊은 속마음. 그 진솔한 이야기들이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에 담겼다.
책의 무엇보다 특별한 지점은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 다수가 직접 집필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청년 지원 활동가, 은둔 청년 가족, 그리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완성된 이 책은 청년들의 생생한 육성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도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책의 1장에서는 은둔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어린 펭귄의 여행’이라는 비유를 통해 은둔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펭귄 새끼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잠시 웅크리고 눈보라를 버티듯, 은둔 청년들도 살아남기 위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장에서는 은둔·고립의 시간을 겪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펼쳐진다. 자신의 경험을 ‘불편해할 용기’, ‘기다림은 열린 문’과 같은 표현으로 풀어내며, 은둔이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기성세대의 글이 담겼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풍경」, 「그대, 다채롭게 빛나는 섬이기를」이라는 제목처럼, 은둔 청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아로새겨져 있다.
4장에서는 행복공장의 노지향 원장이 지난 5년간의 프로그램 성과와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은둔·고립 청년의 재고립률이 50%를 넘는 현실 속에서 행복공장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청년들의 재은둔율은 확연히 낮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김기석 목사, 금강 스님, 임순례 감독, 유연석 배우, 김대호 방송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추천사로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걱정보다는 신뢰를, 비난보다는 침묵을”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임순례 감독은 자신도 1970년대 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2년간 무위도식의 시간을 보낸 은둔 청년이었다고 고백하며, “가혹한 비난이나 대안 없는 지나친 걱정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묵묵히 지켜봐 준다면” 은둔 청년들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은둔·고립을 올곧이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재단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문제이며, 따라서 사회 전체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라는 제목은 아무도 방 안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음을 말한다. 다만 세상이 너무 춥고 거칠어서, 청년들은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다시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다리 놓기를 제안한다.
‘한 번에 한 사람’이라는 행복공장의 철학처럼, 책은 거창한 해법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손 내미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은둔·고립 청년과 그 가족은 물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모든 세대, 그리고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햅삐펭귄프로젝트

노지향│‘연극공간-해’의대표이자행복공장을설립한연극인.성찰과나눔프로그램을통해더행복한사회를만들고자한다.
박영민│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서울수녀원소속.가족·부부·트라우마·내면아이·모래놀이상담사이자갈등조정사.아동·청소년·부부와가족들의치유와성장에동행하고있다.
조현│전한겨레신문종교전문기자및논설위원.은둔수도자및마을공동체들을찾아다니며영성과공동체를탐구해왔으며,이를통해한국사회에치유와대안적삶담론을이끌어왔다.
권복기│명상콘텐츠회사아시웨이브의CEO,전한겨레신문기자.K-명상을세계에알리는일을준비하고있다.자연까지행복한세상을만드는게꿈이다.
김초롱│전안무서운회사이사.8년의은둔을거쳐다시세상밖으로나왔다.은둔에대한사회적인식개선을위해활동하고있다.
권예철│교육·치유연극전문강사이자즉흥연주자.행복공장부원장으로우리사회도움이필요한이들을위한다양한사업을기획·운영하고있다.
제이│기업에서배운전략으로사회적프로젝트를성공시켜온공익형자본주의자.청년과장애인이가진사회적고민을기록하고연대한다.

목차

프롤로그|성공의그늘속에남겨진상처015

1장펭귄씨,아직방에있나요?-은둔을이해하기위한첫걸음
어린펭귄의길고험난한여행023

2장여기도펭귄있어요-은둔의시간속에서놓치지않은마음들
홍천으로가는화요일|백지의이야기057
애벌레의시간|감자의이야기069
불편해할용기|YB의이야기083
친절한현재씨|현재의이야기098
멈춰있는시간사이에|이민정님의이야기112
기다림은열린문|김영옥님의이야기125
은둔이은둔에게|승규의이야기140
나의정서적외갓집|초롱의이야기154

3장함께걸어주는어른이들-함께길을찾고자고민해온사람들의생각
세상에서제일멋진풍경177
그대,다채롭게빛나는섬이기를193

4장춥지만,춥지않은겨울바다에서-더늦기전에우리가해야할일
닫힌문,함께열며219

에필로그|이제서로를행복으로물들여야할때245

출판사 서평

배우유연석,방송인김대호,영화감독임순례등각계의추천!

방을나서는한걸음한걸음이등불처럼밝혀지기를,
그빛이서로를비추어결국모두의길이되기를

1957년,인류최초로우주로쏘아올려진생명체가있었다.모스크바거리를떠돌던개중에서선발된라이카라는이름의작은강아지였다.라이카는수많은극한훈련을견뎌냈다.영리하고온순했으며,사람의지시에잘순응했다.그렇게홀로우주선에실려아득한우주로올라간라이카는발사몇시간만에스트레스와열기속에서생을마감했다.다시는지구로돌아오지못했다.
『방구석이좋을리가있나』의기획자중한명이며집필에참여한‘제이’는은둔·고립청년들을만나며라이카를떠올렸다고술회한다.스트레스를잘참아냈기에좁은곳에갇혔던라이카처럼,청년들도섬세하고배려심깊은성정때문에오히려더깊이상처받고결국방안으로들어갔다는것이다.

이책의가장큰미덕은여기,은둔·고립을바라보는시선의전환에있다고해야겠다.우리사회는은둔청년들을무기력하고나약한실패자로치부해왔다.하지만이책은그들의실상을다르게바라본다.임순례감독은추천사에서그들을이렇게소개한다.“실로남들보다더섬세한감각을가졌고기본적으로배려심이많은사람들”.청소년상담가로도활동하고있는박영민수녀의분석역시마찬가지다.“일반사람보다섬세한결을가진이들이대부분이기에,그솜털같은섬세함으로타인의말한마디,표정하나에도더민감하게반응하고더깊은상처를받는다.(...)그래서그들은자신을보호하기위해외부를공격하는대신,자신을가리는방식으로,먼저스스로를철수시키는길을택한다.”
그렇다면문제는무엇인가?노지향행복공장원장은프롤로그에서그리스신화의프로크루스테스의침대를언급한다.지나가는모든사람을침대에눕혀침대보다키가크면발목을자르고,작으면몸을늘렸던잔혹한프로크루스테스.“우리대부분은사회가정해놓은‘정답’에맞춰재단된삶을살고있다.나의발이잘리고,팔이늘려진채로.”그재단의침대에서도망쳐자신의방에몸을숨긴청년들을우리는그저단순히실패자라고부를수있을까.몇몇특이한청년들이허약해서가아니라혹시,우리평범한사람들의세상이너무거칠어서가아니었을까.
어른들도살기안힘든사회가아니다.그렇게생각하면방에숨은청년들은우리사회의카나리아라고할수있지않을까.젊은이들뿐만아니라,마음의상처를입은어른들역시계속우리사회에쌓여가고있으며,그역시이책의테마와는구분되지만중요한문제다.노지향원장은프롤로그에서이렇게말한다.“지금은둔·고립문제는청년을넘어,청소년에서중년,장년까지확산되는뚜렷한징후를보여주고있다.무척심각한상황이다.당사자나그들의가족,혹은특정세대가해결할수있는문제가아니다.사회전체가,모든세대가머리를맞대고마음을모아문제의원인을진단하고해법을찾아야한다.”책은이렇게처음부터은둔·고립청년의문제가어느‘게으른개인’,‘나약한청년세대’의문제가아니라구조적문제라는점을분명히한다.

“길을잃은어린펭귄이한동안웅크리고눈보라를버텨내듯,
이들역시잠시멈추어설수밖에없었다.”

2장에실린청년들의목소리를담은글제목을보면은둔의시간이지닌복잡한의미가드러난다.「애벌레의시간」,「불편해할용기」,「멈춰있는시간사이에」,「기다림은열린문」은둔과고립은단순한정지가아니라변화를준비하는과정으로변환될수있는시간이기도하다.
김기석목사는추천사에서‘낮은자리에서들려오는소리’에귀기울일것을당부한다.“성공의사다리를오르기에여념이없는이들의귀에는그소리가들리지않습니다.하지만‘행복공장’은낮은자리에서들려오는그신음소리를하늘의부름으로들었습니다.”이것이야말로이책,그리고이책이다루는은둔청년들이가진가장큰힘이라고할수있지않을까.주류사회의시각을무비판적으로따라가는대신,‘달의이면처럼눈에보이지않던삶의진실’을마주하는것의가치는결코작지않다.
살아남기위해,다시세상으로나갈힘을모으기위한버티기로,진실을탐구하던시간으로청년들의시간을우리사회가다시이해해준다면어떨까.은둔·고립청년들을자원을낭비하는부적응자로매도하던사람들의눈에도,가장유용할수있는경험을갖춘인재로그청년들이다시보일지도모른다.

책은회복과정의현실을솔직하게드러낸다.사실은둔·고립에서청년한사람을구해내는작업은쉬운것이아니다.수년이지났어도여전히사람들과의관계가힘들고,고립-재고립,은둔-재은둔을반복하는청년들도적지않다.재고립률이50%를넘는현실속에서,책은회복이결코직선적이지않음을인정한다.하지만행복공장과꾸준히관계를이어온청년들의경우재은둔율이확연히낮다는점에서,지속적인관계와신뢰의중요성이드러나기도한다.행복공장이5년간진행한다양한프로그램들,치유캠프,생활연극전문가과정,직업교육,일경험지원,그리고캄보디아청소년을돕는‘우리가,우리를’프로젝트들은구체적인해법의실마리를제공한다.
특히‘우리가,우리를’의,도움을받는입장에서도움을주는입장으로의전환이청년들에게전환의기회를부여하는장면은인상적이다.이는은둔청년지원이일방적시혜가아니라상호적관계속에서이루어져야함을묵묵히보여준다.

변화의출발점은자기자신일수밖에없으니,
우리에게필요한것은관심과‘기다림의기술’이다

자녀가은둔을시작하면부모들은조급함을느끼고,얼른‘정상’으로돌려놓으려고갖은애를쓴다.은둔자녀가있다는것을사회적낙인으로여기고,상태가조금호전되면자조모임에나오지않는경우도많다.하지만급할수록돌아가라는말이있듯,은둔·고립청년문제의해결에서가장중요한미덕은기다림이다.
1970년대말고등학교를자퇴하고2년간‘무위도식’의시간을보냈던임순례감독은자신의경험을이야기한다.“돌이켜생각해보면나를그상황에서탈출시킨건나의엄중한현실인식덕택이지만,가족이나주변의비난이배제된무관심덕도컸던것같다.그누구보다도가장내면이힘들은둔자에게가혹한비난이나대안없는지나친걱정보다는신뢰를바탕으로묵묵히지켜봐준다면본인의현실인식감각이천천히돌아올수있을것이다.”
물론예방의중요성을빼놓을수는없다.문제적행동을벌이거나스스로를가두기전에그들이보내는신호를포착하는작업이필요하다.하지만신호를포착하는것만으로는부족하다.더중요한것은그신호에응답할수있는사회적시스템,그리고사람들의마음가짐이다.
노지향원장은은둔을경험한청년들의가능성을믿는다.실제로많은청년들이행복공장의프로그램에스태프로참여하고,서울사무국과홍천수련원,커피차‘영차’에서일하며없어서는안되는존재가되었다.그는이들을“세상을구할어벤저스”라부른다.
행복공장의모토는‘한번에한사람’이다.노지향은에필로그에서이렇게쓴다.“한꺼번에들판을태우는거대한불꽃보다는한사람에게서다른한사람에게로전해지는등불의길”을가겠다고.이는성과주의와효율성에매몰된우리사회에대한근본적질문이기도하다.
『방구석이좋을리가있나』는은둔·고립청년에관한책이면서동시에우리사회전체에관한책이다.경쟁과성과,효율과속도를최고의가치로여기는사회에서뒤처지고,다치고,멈춰선사람들의이야기.하지만그들이야말로우리에게진짜중요한것이무엇인지,행복이무엇인지가르쳐줄수있는사람들일지도모른다.은둔·고립청년에관심이있는사람들,가족,관계자,본인이꼭아니더라도,이책을읽는이들이서로다른속도를존중하며,누군가넘어진길의돌부리를함께치우는일에동참했으면하는것이저자들의소망일것이다.그것이청년들이우리눈앞에서사라지지않는,그리고모두가자신의모습으로행복할수있는사회를만드는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