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의 삶 (옥외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 | 양장본 Hardcover)

건물 사이의 삶 (옥외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 | 양장본 Hardcover)

$23.00
Description
얀 겔, 기능주의의 한복판에서 인간을 외치다
‘사람 중심 도시’라는 건축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현대의 고전
《건물 사이의 삶(원제 Livet mellem husene. 영어판 Life Between Buildings)》은 덴마크 건축학자 얀 겔(Jan Gehl)의 저서다. 1971년 덴마크어판이 나온 이래 30개 언어로 번역되는 동안 도시 설계와 공공 건축 분야의 살아 있는 고전으로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도시 공간(New City Spaces)》 등의 저작으로 활발하게 이어진 얀 겔의 학문적 여정은 지난 50년 서구의 주요 도시환경 기획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타임스퀘어나 브로드웨이에서 이루어진 보행자 중심 리노베이션 역시 얀 겔의 자문에 의한 결과물이다.

《건물 사이의 삶》은,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라는 통찰에 근거한다. 현대 도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층 건물로 집적된 시내 중심가, 일, 생활, 여가가 확연히 분리된 공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 설계를 떠올린다.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이런 기계적 도시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게 되고, 오직 전자매체를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옥외 공간으로 불러내고 머물게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에서 타인을 다시금 경험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공동체성을 부활시키려는 것이 이 책과 얀 겔의 목표다.

성장에 대한 욕망이 멈출 줄 모르는 한국의 도시계획은 오랫동안 기능과 효율만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이제, 걷기 좋은 곳, 머물 수 있는 곳,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이 책은 그런 한국인들의 욕구를 현실공간에 구현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어판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챕터, 그리고 저자의 친필 서명이 ‘삶이 있는 도시’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저자

얀겔

건축가.
-덴마크왕립미술아카데미(RoyalDanishAcademy)명예교수(1966~2006).
-겔아키텍츠(GehlArchitectsApS)설립파트너(2000~2016).
-오르후스건축학교(AarhusSchoolofArchitecture)겸임교수(2022~현재).
-저서로는《건물사이의삶(LifeBetweenBuildings:UsingPublicSpace)》,《새로운도시공간(NewCitySpaces)》,《새로운도시의삶(NewCityLife)》,《사람을위한도시(CitiesforPeople)》,《공공의삶을연구하는방법(HowtoStudyPublicLife)》등이있다.
-겔아키텍츠와함께코펜하겐,멜버른,시드니,런던,모스크바,뉴욕등세계여러도시에서주요도시환경개선프로젝트를수행했다.
-호주시드니명예시민.
-에든버러대학교,토론토대학교,바르나대학교,핼리팩스대학교명예박사.
-덴마크,영국,스코틀랜드,아일랜드,미국,캐나다건축가협회,아일랜드및호주도시계획협회,한국도시설계학회(UrbanDesignInstituteofKorea)명예회원이다.

목차

한국어판출간에즈음하여7
추천의글9

1.건물사이의삶
도심속일상활동의세가지유형15
건물사이의삶22
옥외활동과옥외공간의질38
옥외활동과건축경향47
건물사이의삶-오늘날사회적상황에서60

2.계획의전제조건
사회적과정과설계프로젝트67
감각,소통,그리고크기의규모78
건물사이의삶-생성의과정90

3.모을것인가,분산시킬것인가-도시및부지계획
모을것인가,분산시킬것인가99
통합할것인가,분리할것인가119
초대할것인가,밀어낼것인가134
개방할것인가,폐쇄할것인가143

4.걷기위한공간,머물기위한장소-세부계획
걷기위한공간-머물기위한장소155
걷기159
멈추어서기176
앉기184
보고듣고말하기193
모든면에서즐거운장소202
유연한경계영역215
건물사이의삶-오늘날의사회적맥락에서231

옮긴이의글234
참고문헌237
그림및사진출처239

출판사 서평

전세계36개국출간|브로드웨이,타임스퀘어의오늘을만든책
한국어판을위해새롭게추가된챕터및저자친필서명수록


“사람은사람이있는곳에모인다.”-북유럽속담

홍대.성수동.을지로.그리고현재는젠트리피케이션으로무너졌지만그이전의가로수길과경리단길까지.한국의21세기를풍미했던,그리고풍미하고있는저‘핫플레이스’들의공통점은무엇일까.그곳에모였다흩어진한국인의욕구와지향은무엇이었을까.

덴마크의건축가이자,도시환경연구·기획자이기도한얀겔(JanGehl).그의저서《건물사이의삶》은해당분야의고전으로평가받는다.1965년이탈리아를여행하던저자는그곳의도시들,그리고사람들의생활을목격했다.남유럽에서의경험은고향인북유럽에서의여러조사연구로이어졌고,1971년그내용을정리한단행본이출간되었다.
1971년당시는기능주의를표방한모더니즘건축의전성기였다.채광,위생등인간의생리적요구에주목한,그리고공간적효율성을추구한모더니즘건축은전쟁직후의재건과그에이어진고도성장의시대상과정확히맞물렸다.그결과로우리에게익숙한현대도시-자동차를중심으로한빠른이동,아파트로상징되는균질한주택공급및공간활용,주거/산업/상업으로명확하게구분지어진도시계획등-가탄생했다.이런서구의모습은강남개발로,그리고일산,분당의신도시로대표되는한국의도시계획에계승되었다.
서구기능주의의풍경속에서얀겔이발견한것은,그러나,기능주의가(적어도어느측면에서는)기능하지않는다는사실이었다.기능주의건축가들은지도위에멋지게뻗은대로,예술적인기념물,그리고푸른잔디밭을배치했고,그곳에사람들이모일것이라고기대했다.하지만실제모습은건축가들이그린조감도의풍경과는사뭇달랐다.
직장에서돌아온주민들은집에만머물렀고,공동체적삶과교류는실종되었다.그것은한국의베드타운화된신도시들,특히인적조차드물어진지방도시의신도심에서도여지없이나타나고있는익숙한모습이다.남유럽의도시에서,저자는기능주의가상실한바로그지점을발견했던것이다.

“옥외활동,그리고
그것에영향을미치는물리적조건이이책에서다루려는주제다.”

《건물사이의삶》을거칠게요약하면,‘거리부활프로젝트’다.‘건물사이’,즉거리나다른공공장소에사람들을모아그들의상호작용을북돋우는것이다.사람들이거리에서타인을보고타인의목소리를듣는수준의,사소한상호작용조차도무척중요하다.

“저강도접촉이다른접촉들에비해사소해보일수있다.하지만그자체로어엿한접촉의형식가운데하나인동시에,더깊은관계로나아가기위한전제조건이되므로충분히의미있고중요하다.(23p)”

물론어떤건축가나기획가도도시계획이라는수단으로시민들간의만남을직접주선하지는못한다.사랑과우정을가꾸어나가는것은시민들자신의몫이다.하지만도시의물리적환경을조정하는것으로교류를간접적으로촉진할수있다.더바람직한옥외환경이마련된도시라고해서,사람들이더많이출퇴근을하지는않지만(필수활동),더많은일상이나여가시간을바깥에서보내고(선택활동),이에발맞추어시민들사이의사회적교류역시많아진다(사회적활동).
그렇다면구체적으로어떤모습의거리에,곧보행로에,건물의도로면에,공원과광장위에사람들이모이는걸까?그‘물리적’인디테일을구상하며,얀겔이특히주목한것은인간의감각적이고정서적인측면이다.이들은언뜻주관적으로보이지만,얀겔이수십년간다양한조건에서진행했던여러실증자료와사례를통해그객관성이담보된다.

인간적경험,인간적스케일,인간적인도시의풍경을제시하다

다시한국의홍대거리,성수동,을지로,그리고과거의가로수길과경리단길위를거닐어보자.이렇게사람을끌어들이는,또는끌어들였던거리에는공통점이있다.진입하는교통사정이나주차여건등은각기다르지만,거리안에서의이동은도보로이뤄진다.건물의층고는낮은편이다.주거/상업/산업의경계는모호하다.상가들사이도로는상대적으로좁으며,아예작은골목길이모여상권을구성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개인이운영하는카페,옷가게,음식점,특히갤러리같은창작공간의개성있는파사드(건물의전면)들이흥미롭고활기찬거리의풍경을만든다.그것은《건물사이의삶》에서얀겔이‘사람들을끌어모으는공간’으로제시한요소들과정확히일치한다.

책은두가지논리적틀을제시한다.하나는사건이사람을모으며,사람들이가장관심있어하는사건이란바로‘다른사람의활동’이라는원리다.두번째는사람들을거리로이끌기위해서는,사람이가진감각적인특성에주목해야한다는것이다.
실제로얀겔이제시하는연구에서,사람은타인을구경만할수있는경우에도옥외공간에머무는시간이증가했다.가령거리예술가가작업을하고있을때,사람들은자리에멈춰서서활동을바라본다.하지만그들의작업이끝나면,이미완성된예술작품이있다고하더라도,그냥지나친다.카페에서가장먼저사람들이차지하는자리는언제나거리를바라볼수있는열린창가다.
즉사람들의활동이풍부하게,또지속적으로일어나는거리는그자체로사람을끌어모은다.기업형상점의폐쇄적이고(애플스토어는열려있기라도하다!)긴파사드로이루어진거리와,좁은파사드에각양각색의인간활동이관찰되는개인공방이줄지어서있는거리의매력차이는극명하다.공공시설,심지어도서관이나수영장을계획할때도동일한원리를적용할수있다.“활동이방해받지않는범위내에서내부가보이도록설계하는것은주변의옥외공간에긍정적인활력을불어넣는다(144p).”
다른한편으로,주거/상업/산업지역이명확히분리된도시에서는특정시간의특정한활동외에는일어나지않아,결국거리의매력을떨어뜨린다.방송국,연구소,특히대학캠퍼스를외부와물리적으로단절시키면,외부와내부의문화적환경을단조롭게만드는것에더해,외부사회와내부집단의사고를괴리시키는요인이된다(124p.얀겔은물리적환경의직접적인효과를주로논하며그사회적파급력에대한언급은되도록자제하지만,이부분만은예외적이다).

어쩌면무척당연한이야기겠지만,사람들은쾌적하다고느끼는곳에머문다.여기서온도와습도,보도의질,소음등의물리적요소들은쾌적한옥외공간의기초적인조건이다.가령빠른속도로지나다니는자동차가중심이되는교통은소음이라는측면만놓고보아도옥외활동을불쾌하게만든다.이와같은측면들은중요한데도건물의시각적과시욕구에밀려쉽게경시되곤한다.거대한도로옆에높이솟은고층건물들은특별해보일수있지만,채광을차단하고주위에거센바람을불러일으킨다.강풍은특히저온이나강우같은,나쁜날씨의효과를극대화시켜거리에서사람들을내쫓는원인이된다(206p이하).
저층건물들과좁은거리의이점은단지겉으로드러나는물리적요소에만있지않다.가령(사람들이주로의존하는감각인)우리의시각은좌우로넓은시야각을가지지만,위아래로는그리넓지않다(영화관이나모니터의스크린을생각해보라).따라서거리에서이목을끄는것은언제나1층이고,2층이상은눈에거의들어오지않는다.대로를달리는자동차속에서의시각은,걸으며관찰할때의그것과비교하면경험의밀도가판이하게다르다.전자에서인간의능력으로관찰할수있는것은거대한광고판뿐이다.요약하면,머물고싶은도시를만들고싶다면인간의감각적특성에맞는스케일을고려해야한다.

도시의스케일과인간의상호작용에는감각이전의,심리적인요소도개입한다.책에서얀겔은여러통계를제시하는데,사람들은등뒤는닫혀있고,전체거리또는광장을한번에조망할수있는곳을선호한다(177p이하).가령넓은공간한가운데에세워진벤치,보행로를등지고놓인벤치는거의사용되지않는다.
사람의,‘안전하다’또는‘사적이다’고느끼는심리는도시디자인에서다양한변주를만들어낸다.가령집안에서쉽게나갈수있는테라스가있거나앞마당이거리와자연스럽게연결되면,훨씬많은옥외활동이일어난다.‘유연한경계영역(softedge)’이라고정의되는이중간지대는실내활동과옥외활동을부드럽게이어주는역할을한다.한국의거리에서는,공공시설은아니지만,카페테라스가바로이역할을담당한다.
유연한경계영역에도인간의감각적스케일이적용된다.너무넓은물리적경계영역은지나치게먼심리적거리를창출하고,너무좁은경계영역은지나치게가까운심리적거리를강요한다.테라스,정원,벤치,파사드등이적절하게외부와맞물린다면,그자체로거리에인간적활력을불어일으키며실내에서편안한마음으로언제든외부로나갈기회를열어주게된다.

노령화,저출산,1인가구의증가,
그리고기후변화를위해준비된책

처음이책이나왔을때남유럽의도시설계를북유럽에적용하는것은적절치않으며,북유럽의추위를고려할때옥외활동이란근본적으로부적합한것이라는비판이있었다.하지만북유럽의도시들은물론,영국,호주,미국의여러도시에까지이책의영향력은이어졌다.실제도시환경의변화는그런주장이옳지않은것이었음을증명했고,이책을도시계획의역사에서살아있는걸작으로자리매김하게했다.가령2015년에완료된,뉴욕타임스퀘어의대대적인보행자중심리노베이션은실제얀겔의자문으로이루어졌다.
한국은북유럽못지않은추위,그에뒤지지않는더위,시베리아에서몰려오는삭풍등옥외활동에환경적지장이많은곳이다.하지만그래서더욱얀겔이말하는물리적환경의개선이중요하다.오늘날한국인들은걷기에열광한다.각지의둘레길,경의선숲길,서울숲등의인기는이미오래되었고,최근에는‘숲세권’이라는말까지나올정도다.한국인들역시기회만되면쾌적한바깥에서시간을보내고싶어하며,그런기회를제공해주는것은도시계획의임무라할수있다.
이제모던의상징이었던서구와미국적생활방식에대한무조건적선망은흐릿해졌다.반면지난20년들어사람을끌어모으는한국의거리공간으로세간의화제가된장소를하나씩꼽아보면,예외없이얀겔이말하는‘인간적경험’을옥외에서(상대적으로라도)풍부하게제공하는환경이었음을알수있다.하지만대개의경우이것은공적인도시계획의결과라기보다사적활동의결합이우연히만들어낸것이어서,젠트리피케이션등으로그강점이증발하면거리의활력이급격하게감소해버렸다.
앞서언급한한국의거리들에서공적영역의공헌을꼽자면,가로수길에서있는가로수들정도였다.파사드의독창성은물론,앉아서쉴자리,악천후로부터의피난처,‘유연한경계영역’까지,도시환경의핵심적조건들을우리는주로카페사장님들의헌신에만맡겨놓았다(카페의퀄리티가거리의매력과직결되는이유다).누구나도시속에서의삶이개선되기를원하지만,그질을결정짓는중요한요소들을어떻게만들어가야할지는막연할뿐이었다.《건물사이의삶》은그것들을실증적으로구체화하고,그로부터공적인개선책을마련할징검다리를놓아왔다.

21세기들어선진산업국의도시가맞이하는중대한도전-노령화,저출산,도심공동화현상,1인가구의증가,그리고무엇보다기후변화-앞에서얀겔의이책은다시한번비전을제시한다.어린이와어르신을위한옥외활동의(사회적)중요성과그구체적개선방안,또는점점원자화되는사회에서공적공간이담당해야할역할등을《건물사이의삶》이일찌감치간파하고있었다는사실을발견하게될것이다.
이책은건축학,도시연구학,그리고조경학의영역에서핵심적인저서임은의심의여지가없지만,공공행정이나정책의측면에서도현실적인참고도서이다.그리고한편으로전문서치고는제법평이한서술과탄탄한논리적구성,그리고무엇보다인간에대한예리한이해를보여주고있으므로도시,공간에관심있는일반독자를위한인문적텍스트로도충분히읽힐만하다.설령공학이든인문학이든아랑곳없이부동산의상승과하락에만관심이있는독자에게도,우리인간을유혹하는바로그‘장소’에대한《건물사이의삶》의탁월한통찰은절대놓칠수없는매력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