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

$12.00
Description
등단 40년 차 서정시의 거장 김완하,
인생의 한고비를 넘기며 가닿은 ‘득음(得音)’의 세계
김완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는 파람북 시집 시리즈 ‘파람의 시’의 첫 번째 문을 여는 작품이다. 올해로 등단 40년 차를 맞이한 김완하 시인은 그동안 진솔한 고백과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오랜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가정적으로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된 인생의 전환기에서 탄생했다.
시집은 지나온 수많은 날을 고요히 돌아보고 다가올 내일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삶의 한고비를 넘긴 이의 문장답다. 시인이 오랜 세월 천착해 온 핵심 상징인 ‘길’과 ‘허공’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단단하고 원숙한 사유의 창으로 진화하였다. 사물의 외형에 머무르지 않고 본질적 원형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어들이 존재론적 깊이와 넓이를 웅숭깊은 어조로 개척해 낸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어린 손자들을 품에 안으며 발견한 생명의 신비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경이로움이 빛을 발한다. 손자의 첫돌과 함께 맞이한 첫눈, 손자가 쥐고 있던 작은 돌멩이 등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은 시인의 눈을 통해 우주적 섭리와 생명의 본원으로 확장된다. 나태주 시인이 “삶의 지혜와 문장의 진경을 얻은 득음의 세계”라고 찬사했듯, 낮고도 가늘게 울려 퍼지는 시인의 목소리가 치유와 긍정의 힘을 건넨다. 상처가 상처를 덮고 서로를 품어 안는 생의 예지를 터득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메마른 일상을 적시는 맑고 푸른 시간의 축제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김완하

시인,『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한남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하며계간『시와정신』을창간했다.UC버클리객원교수를지내며버클리문학협회를창립하고『버클리문학』을창간했다.현재『시와정신』발행인겸주간,시와정신아카데미대표로활동하면서,한국문학의세계화와시의저변확대를위해노력하고있다.
시집으로『길은마을에닿는다』『그리움없인저별내가슴에닿지못한다』『네가밟고가는바다』『허공이키우는나무』『절정』『집우물』『마정리집』과시선집『어둠만이빛을지킨다』『꽃과상징』이있다.
소월시문학상우수상,시와시학상젊은시인상,제60회잡지의날문체부장관표창,대전광역시문화상,충남시협본상,한남문인상,제1회자랑스러운대전예술인상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의글나태주(시인)004│이숭원(문학평론가)005
시인의말006

제1부수평선
수평선013│허공이론014│다가가앉아본다015│길속의길016│문경사람들018│물의감정020│푸른빛의시간속으로022│스프링024│우화025│정물026│돌탑028│배송030│순간의꽃032│사자033│낙하산034│속내036│틈038│발자국039│코엑스040

제2부손자병법
나무늘보045│손자병법046│돌048│박동050│첫눈051│금강에닿다052│거울속의거울054│응시055│금강을건너며056│손자와강아지풀058│엄마-손자도진에게060│물과꿈-손자도하에게062│별06

제3부오월
오월067│포토존068│화분하나070│부메랑072│새둥지를보며074│실족076│꽃의둘레078│길위의사람들-인도풍080│보듬는다082│빗줄기083│도솔산084│둥지085│능소화086│국수나무087│장마088│숲089│숲길090│삼겹살굽다가092│어떤사람094│여름095│목련096

제4부역방향
역방향099│봄밤100│어머니와꽃밭102│유등천103│소리의빛104│화살나무105│숲길따라106│동백은몇번꽃피나107│태엽108│허공을딛고나아갈때109│꽃길을걸으며110│그늘속의집111│우듬지사랑112│반뼘만더113│가을童話114

해설순수원형에대한궁극적긍정의시학_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117

출판사 서평

등단40년,서정의원적(原籍)에서길어올린삶의진경
김완하시인은지난40년간개체적인간실존의조건을투시하며가장아름다운근원적가치를탐구해온‘마음의고고학자’다.그의시는인간의삶을보다높은차원으로끌어올리는초월의힘을발휘하는동시에,서정시가지녀야할따뜻한감동과균형감각을잃지않았다.이번시집『푸른빛의시간속으로』는시인이평생다져온서정의법도를충실히따르면서도,정년퇴임과조부(祖父)가되는경험적재구성을통해한층더원숙해진인생론적시선을보여준다.나르시스적도취에머무르지않고,세상의불모성과마주하며,순수원형을회복하려는고전적열망이시집전반에도도히흐르고있다.

‘길’과‘허공’이라는원숙한사유의창으로바라본세상
김완하시학의오랜기법이자상징인‘길’과‘허공’은이번시집에서미학적진척의정점을보여준다.시인에게‘길’은고정된통로가아니라끊임없이신생(新生)하는생명력의원천이다.
수록시「길속의길」에서시인은화분의벵갈고무나무가지가잘린자리에서다시새싹이돋아나는것을보며“가던길이막히자막힌길가까이/새길을여는”나무의지혜를발견한다.“길이길을밀고가는것”이라는깨달음은인간사역시양보와조화를통해새로운국면을맞이할수있다는깊은위로를건넨다.
또한시집에서등장하는‘허공’은비어있음의공간이아닌,세계의가장근원적인질서이자충일한사랑의토대다.「허공이론」에서시인은“누구라도손을들어크게원을그릴수록그것은내것이된다”라고노래하며,누구의것도빼앗지않으면서많이가질수록다른이에게이로움이되는꿈과희망,용기와사랑의가치를제시한다.허공에그리는더큰원은곧타자를향해품을넓히는시인의실존적공간이며,“사랑이싹트면허공도단단한암반의토대가된다”는형이상학적신뢰로이어진다.

어린생명의박동과교신하는오래된미래의시간
이번시집의가장따사로운대목은제2부‘손자병법’을비롯한시편들에서나타나는아기와할아버지의우주적교감이다.시인은손자의탄생과성장을지켜보며생과사,신생과소멸이별개의것이아니라하나의거대한시간의흐름속에맞물려있음을포착한다.
「첫눈」에서는첫돌을맞은손자가첫눈을보며환호하는순간을통해“처음과처음이만나는강렬함”으로세상이다시태어나는순간을선사한다.또한시「돌」에서는첫돌지난손자가두손에꽉쥐고있던작은돌두개를자신의책상위에올려두고,그안에서콩콩콩뛰는손자의심장소리와숨소리를듣는다.여기서‘돌’은아기의온기와빛을시간저편에서전해주는신비로운매개체가되며,시인은아기의호기심어린눈빛을통해자신또한이세상을처음보는것처럼맑게정화됨을느낀다.손자의작은박동에서시인은과거어머니로부터이어져온생명의타래를확인한다.30년전아들의모습을거울속에서재발견하며시인은“거울속에는나의오래된미래가있다”라는깊은시간의고리를완성하기도한다.

자연에대한선명한감각과후미진곳을향한궁극적긍정
이숭원문학평론가가짚어냈듯,김완하생명시학의동력은예민한시선과온화한마음에기반한자연과의호혜적결속이다.시인은자연사물자체의경관을묘사하는데그치지않고,자연과인사가따스하게병치되는순간을정밀하게기록한다.
수록작「보듬는다」에서봄날의흙이제살을잘게저며나무뿌리에게아낌없이내어주고문을열어초록의화살을피워올리는과정은,자연이지닌무조건적인모성적사랑을보여준다.흙이제몸을털고일어나초록의손길로상처를보듬듯,시인의시선역시삶의상처를입은존재들을향해열려있다.
이러한시선의백미는단연시「목련」에서드러난다.아파트남쪽벽의목련이안쪽마당의목련보다유독일찍눈부신군무를펼친이유에대해,시인은“힘겨운주민들이그곳에와서/속깊은사연과울음을쏟고갔기때문”이라고해석한다.“언제나후미진곳에봄이먼저온다”라는나직한선언은고통을우회하지않고온몸으로받아안아찬란한영혼의멍으로피워내는시인만의따스한생태적비전이자궁극적긍정의정신을대변한다.

‘시쓰기’에대한예술적정체성의고백,그리고온기의나눔
김완하시인에게시를쓰는행위는언어를인위적으로가공하는사후적결과물이아니다.그것은삶과사물을원초적으로기억해가는절실한과정이다.시「발자국」에서시인은“시를끌고가려하지말고,/시가나를밀게하라”고스스로다짐한다.비탈에서굴러내린작은눈덩이가결국커다란눈사람으로우뚝서듯,눈위에남겨진발자국은언어예술을실존의지표로삼아걸어온시인의삶그자체를은유한다.제자가선물한러시아인형을보며“작은것에더큰것을씌우는”시의비밀을탐색하는시「속내」역시시인의철학을잘보여준다.
결국『푸른빛의시간속으로』는우리시대가마주한기후위기와소외,삶의불모성을치유하는든든한항체와도같은시집이다.유성호평론가의말처럼“생의상처를감싼사랑의기억이김완하시의존재형식”이며,이번시집은그견딤과위안을주는치유의기록으로가득차있다.“길가던누군가나의온기에앉아”세상에서가장맑은하늘을바라보기를꿈꾸는시인의웅숭깊은마음자리에서,독자들은메마른영혼을적시고삶을다시금껴안을수있는궁극적긍정의에너지를얻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