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부시마니쿠스 : 문명 바깥의 슬기로운 사람들

호모 부시마니쿠스 : 문명 바깥의 슬기로운 사람들

$22.00
저자

정해종

저자:정해종
시인,출판인.『문학사상』을통해등단했다.대학졸업이후줄곧출판편집자의길을걸었으며고려원,문학사상사,해냄,생각의나무등을거치며편집장과주간으로일했다.현재파람북대표로일하고있다.
2001년터치아프리카를설립하고쇼나조각,부시먼아트,웨야아트등국내에알려지지않은아프리카현대미술을발굴하고소개해왔다.〈아프리카쇼나현대조각전〉을시작으로전국주요미술관과갤러리를순회하며수많은전시를열었다.
지은책으로시집『우울증의애인을위하여』,『내안의열대우림』과산문집『터치아프리카』,『디스이즈아프리카』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그림을따라가다‘그들’을만났다007
프롤로그너무늦지않게닿을수있기를
안개와어둠의터널019
별의언어,바위의문장022
숲이라는교과서,대지라는백과사전025
사라진문장의회복028
풍화되는시간속의파수꾼030

1장칼라하리의사람들
아주오래된사람들037
없는게너무많은사람들042
대지의시민권을가진사람들049
메마른땅이숨겨둔유산053
보이지않는강059
결핍이설계한완벽한질서065

2장수렵과채집의시간
사냥의방식은땅이결정한다│인내사냥083
시간을내편으로만드는기술│추적의기술087
자연의암호해독자091
대지의언어를전수해준스승096
뿌리와열매의축복104
사막의연금술과식물도서관108
지붕없는약국의처방전112

3장슬기로운사막생활
영혼에새기는밤의기록│모닥불129
비움과채움의미학│타조알135
충분함을아는지혜138
원시적풍요사회145
인간도사회도땅처럼평평하다│고기폄훼하기149
농담으로지켜내는평화154
아이하나를키우는데마을하나가필요하다159

4장시작이고끝인문화
신화로번역된세계181
죽음을날씨처럼받아들이는법189
칼라하리로간노자196
호모사피엔스와호모부시마니쿠스201
문명이라는이름의거울205

5장인류최초의아티스트
문자없는사람들의텍스트219
바위위에상영되는우주의기록224
이제우리가다시만들겠다│쿠루아트프로젝트231
다시그리는지평선│마녜카아트트러스트237
단순함이우리의무기입니다│카필롤로마홍고241
‘쿠루’주요작가들의이야기247

에필로그네안의사막을기억하라273

출판사 서평

“왜우리는이토록많은것을누리면서도늘불안한가?”
문명이삭제해버린인간성의원형을찾아가는눈부신여정

인류는진보했지만,삶도함께진보했을까

저자는아프리카미술을소개하는과정에서부시먼을만났고,이들의그림을미술의언어만으로는온전히설명할수없다는사실을깨달았다.원근도명암도비례도없이언뜻어린아이의그림처럼단순하지만,오래바라볼수록묘한해방감과낯선매혹을불러일으키는그림들.그것은한사람의개성과기교만으로완성된작품이라기보다,부시먼공동체가태곳적부터공유해온삶의방식과세계의기억을압축해놓은언어에가까웠다.
그림을이해하려면그것을그린사람들의삶을알아야했고,그삶을이해하려면그들이세계를감각하고해석하는방식까지따라가야했다.그렇게이야기는자연스럽게생태와신화,수렵과채집,사회와문화,예술과철학의영역으로뻗어나간다.이책이부시먼의그림에서출발해마침내그들의세계전체를조망하는인문적탐사기가된까닭이다.

‘없는’게아니라,다른질서안에‘있는’사람들

1장「칼라하리의사람들」은부시먼을둘러싼익숙한편견부터걷어낸다.오랫동안대중문화속부시먼은문명을알지못해우스꽝스러운사람,인류의발전단계에서가장뒤처진집단으로그려져왔다.그러나이책은그들에게무엇이없는지를헤아리는대신,소유보다공유를,축적보다나눔을중시해온삶이어떤질서를이루어왔는지를살핀다.
부시먼에게는군림하는지도자도,군대도,성전이나경전도없다.땅의소유권을증명하는문서도,삶을촘촘히통제하는일정표도없다.하지만그러한‘없음’은제도를발명하지못한미숙함의증거가아니다.땅을배타적으로나누어가질필요가없고,사람위에사람을세울까닭이없으며,삶과종교와예술을따로분류할이유가없었던사회의합리적인질서다.
저자는이를‘분화되지못한사회’가아니라모든것이‘통합된사회’로다시읽는다.그들에게삶자체가철학이자과학이고,종교이자예술이었기때문이다.

세상을정보가아니라몸으로읽는사람들

2장「수렵과채집의시간」은부시먼의생존기술을소개하는데그치지않고,인간이세계와관계맺는또다른방식을보여준다.그들에게자연은정복하거나이용해야할대상도,인간의필요에따라움직이는자원도아니다.
부시먼의감각은단순한생존본능을넘어하나의치밀한지식체계를이룬다.발자국과배설물,풀잎의흔들림과바람의냄새는모두읽어야할문장이다.그들의지식은자연을멀리서관찰하고분류해얻은정보가아니라,오랜시간그안에서살아가며축적한관계의기억이다.숲이교과서이고대지가백과사전이라는말은,인간이세계바깥의관찰자가아니라그안에속한독자라는뜻이다.
채집역시이러한삶의태도를선명하게드러낸다.여성들은식물에관한지식과함께가족의기억,공동체의역사,절제의규칙을다음세대에전한다.무엇을어디서얻을수있는지만이아니라,얼마나취하고어디에서멈춰야하는지를가르친다.생존은가능한한많이확보하는일이아니라,내일의삶을해치지않는범위에서오늘의필요를채우는일이다.

충분함을아는능력,권력을웃음으로흩어버리는기술

3장「슬기로운사막생활」은부시먼사회를지탱하는풍요와평등,신뢰의원리를살핀다.이들에게풍요는얼마나많이소유했는가가아니라,필요한만큼을얻고충분하다고느낄수있는가의문제다.생존을위한노동은주당15시간안팎이었고,나머지시간은휴식과대화,놀이와돌봄으로채워졌다.책은이를가난의미화가아니라,욕망과충족의거리를스스로조율하는또하나의경제감각으로읽는다.
권력을다루는방식도독특하다.부시먼은뛰어난사냥꾼을영웅으로떠받드는대신“이게고기인가,뼈다귀인가”라며농담으로그의공을낮춘다.이른바‘고기폄훼하기’는성취를부정하려는것이아니라,공로가명성과권력으로굳어지는것을막는장치다.그들에게유머는관계의균형을지키는사회적지혜다.
모닥불을중심으로둥글게놓인캠프에도상석이나중심인물은없다.사람들은불곁에서이야기와기억을나누고,아이들은여러어른의돌봄속에서공동체의규칙을익힌다.부시먼사회를지탱하는힘은강한제도나권력이아니라,충분함을아는절제와서로를믿는관계에있다.

인간이아직세계의주인이아니었던자리

4장「시작이고끝인문화」는부시먼의신화와영성을통해인간과자연,삶과죽음이아직분리되지않은세계를보여준다.그들의신화에서신은완전무결한절대자가아니라실수하고후회하는존재이며,사람은동물로변하고동물은조상이된다.죽음역시삶바깥의단절이아니라세계의순환속에서받아들여진다.
이러한신화는단순한옛이야기가아니라인간의자리를설명하는철학이다.부시먼에게인간은만물의주인이아니라수많은생명과함께살아가는한존재다.동물은사냥감인동시에스승이고,대지는소유물이아니라모두가기대어살아가는터전이다.
여기에서‘호모부시마니쿠스’라는제목의의미도분명해진다.그것은별개의인류종을가리키는이름이아니라,자연과사람,노동과놀이,현실과영성을하나의삶으로받아들이는감각을상징한다.저자가말하는‘시원(始原)’은낡은과거가아니라인간다움이시작된자리다.

그림은장식이아니라존재의증명이다

5장「인류최초의아티스트」에서책은다시출발점인그림으로돌아온다.그러나이제독자는부시먼의그림을단순한조형적표현이아니라,삶과신화,공동체의기억이응축된언어로읽게된다.
암각화에서현대판화에이르기까지그들의그림은문자없이이어온문화의기록이었다.그러나식민지배와강제정착,토지수탈로삶의기반이무너지면서그기억도사라질위기에놓였다.일부부시먼은조상들이바위에남긴이야기를종이와캔버스,리놀륨판위에다시옮기기시작했다.
쿠루아트프로젝트와마녜카아트트러스트를통해이들은더이상인류학자의기록속에머무는대상이아니라자신의이야기를직접말하는창작자로나섰다.예술은사라지는문화를붙드는기록이자,자신들이여전히살아있음을알리는존재의증명이되었다.이책은그들을이름없는‘부족예술가’로묶지않고,한사람의예술가이자자기문화의해석자로호명한다.

부시먼을따라가다우리문명의얼굴을마주하다

대지를읽는감각은필요한만큼만취하는절제로이어지고,절제는나눔과신뢰를가능하게한다.신뢰는권력과위계가쉽게자라지않는공동체를만들고,인간을자연의일부로바라보는태도는신화와예술속에서형상을얻는다.부시먼의삶에서생태와경제,종교와예술은분리된영역이아니라서로를지탱하는하나의질서다.
물론이책은부시먼사회를잃어버린낙원으로꾸미지않는다.오늘날그들은국경과토지소유권,개발과보호구역이라는제도속에서삶의터전을잃어가고있다.그현실을외면한채과거의생활방식만아름답게소비하는것역시또다른폭력이될수있다.
저자가돌아보고자하는것은부시먼이오랫동안지켜온문명이전의삶의원리다.소유에앞서충분함을알고,자연의리듬에자신을맞추며,경쟁보다신뢰를선택하는태도다.이를통해책은우리가문명을얻는동안무엇을잃어버렸는지를묻는다.
‘원시(原始)’를‘시원(始原)’으로다시읽자는제안도과거로돌아가자는뜻이아니다.인간다움의출발점을되짚어앞으로나아갈방향을다시묻자는초대다.책장을덮을무렵독자는깨닫게된다.부시먼의삶을들여다본다고생각했던여정이,어느새우리문명과자기삶을비추는일이되어있었다는사실을.

추천사

저자는낯선예술을설명하기위해거대한세계하나를통째로옮겨놓았다.놀라운것은,불현듯마주한그낯선세계가던지는메시지다.이책은부시먼들이수만년간지켜온‘결핍의철학’을통해문명의오만을날카롭게겨누며,지금이곳우리의일상을선명하게비추는신비로운마법의거울이되어준다.원시(原始)를시원(始原)으로고쳐읽을때,우리에게어떤변화가일어날지예감하게해주는영리하고도묵직한저작이다.
새롭고,놀랍고,경이롭다!
_김미옥(서평가,문예평론가)

아프리카미술에대한기대로펼쳤다가는,그보다훨씬광활한세계를맞닥뜨리는매혹적인충격을경험하게될것이다.단편적인이미지에갇혀있던부시먼의총체적인삶과문화,경이로운작품들을펼쳐보이며우리에게질문을던진다.‘모든게넘쳐나는데왜가장중요한내면은소진되고마는지’,‘우리를잠식한불안이실은문명의구조적결함은아닌지.’먼대륙다른문화권을진정깊이이해하는일이가능할지가늘품어온질문이었는데,이책을통해그것이가능함을알게되었다.
놓치지말아야할걸출한저작이다.
_정세랑(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