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한시대의요약이자미래의환상이휘몰아쳐들어올문을연작품”
-위베르쥐앵
“현실에서는불가능한이야기,단밤열한시와자정사이에읽지만않는다면”
-르콩스티튜숑넬
《천하나의유령》은프랑스의전설적인작가알렉상드르뒤마(AlexandreDumas.일명대(大)뒤마)의1849년작소설의첫한국어번역본이자완역본이다.본문열다섯장과,프랑스어원본에수록된뒤마의헌정사를함께실었다.
뒤마는국내에《삼총사》,《몽테크리스토백작》,《마고왕비》등의역사소설로주로알려져있고,번역작업역시그에치중되어있다.그러나실제뒤마는극작,소설,문학평론부터동화,역사서,정치칼럼,여행기,키우던동물을소재로한에세이,요리책에이르기까지다방면에걸친집필활동을왕성하게이어나간작가였으며,중년시절부터는아예자기신문사를차려주요필진으로활동하기도했다.뒤마는소설창작에서도어드벤처와미스터리등다방면에관심을보였는데,환상또는괴기라고분류할만한장르역시주요관심사중하나였다.《천하나의유령》은그가운데소품집스타일의대표작이자,작가가헌정사에서밝히고있듯뒤마의다른여러환상문학저작들의전주곡역할을하는작품이다.
소설배경은1831년9월,파리근교퐁트네오로즈.사냥을나간화자가한사건을목격하는것으로이야기는시작된다.그날저녁,시장의저택에사람들이모여든다.그리고무서운이야기속의무서운이야기들이차례차례이어진다.뒤마가헌정사에서적는것처럼,이작품은《천일야화》의세헤라자데와프랑스의그이전시대의대표적환상-공포문학작가인노디에의계승으로자기자신을정의한다.특히《천일야화》와의유사성이두드러지는데,내용적인면은물론,작품의형식역시《천일야화》의액자식구성과동일하다.그리고무엇보다작품제목인‘천하나의유령’이《천일야화(영어로하면OneThousandandOneNight.千‘日’夜話가아니다)》의오마주에해당한다.
이작품은오늘날우리가흔히말하는장르문학적인요소를고루지닌다.‘살아있는시체들(mort-vivant;livingdeadorundead)’,‘구울(goule)’,‘흡혈귀(vampire)’‘지니(genie,수호령)’같은오늘날의대중독자들에게무척친숙한개념들이선구적으로정리되어제시된다.특히작중의동유럽의흡혈귀전설은브람스토커의《드라큘라》보다50년먼저등장하는것이기도하다(프랑스에서의최초소개는1819년폴리도리의《뱀파이어》).실제이작품은19세기초중반까지이어지던유럽환상문학을종합하고자하는시도였으며,얼마가지않아전유럽적인붐을일으키게될오컬트적감성에일종의프론티어역할을하게되는작업이기도했다.프랑스의비평가위베르쥐앵은이책을두고뒤마가“그시대환상문학의총합”을이루어냈다고평하면서,저물어가는한시대를요약하는동시에“앞으로올모든환상문학이쏟아져들어갈문”을열었다고아울러밝힌다.
다른한편으로이작품은곧대유행할오컬트문화의사회적배경을드러내기도한다.이것은뒤마의개성,즉작품에서현장감과시사성을중시하는태도의결과물이기도하다.가장먼저드러나는것은뒤마가여전히분리하고는있는,낭만주의적감수성과오컬트적사유의친연성이다.그사이구체제의완전한패배후부르주아들을사로잡게된올드한무언가에대한향수가,사회변화에따른불안감,특히노동계급의폭력적혁명에대한불안감이꾸준히유령처럼,아니유령으로배회한다.
뒤마개인적으로는가장불행하던시절의산물이라고할만한책이바로이책이다.직전까지뒤마는테아트르이스토리크와몽테크리스토라는,본인소유의극장과성이있는대성공한작가였다.하지만1848년혁명으로극장이비고연재가끊긴사이,본인의정치도전이대실패로끝났다.결국극장은파산했고성은경매로넘어갔다.이책의헌정사는당대의유력지《입헌(LeConstitutionnel,‘르콩스티튀숑넬’)》에연재예고를겸해실린것으로,뒤마는여기서예절이사라진시대를개탄하고,의회에서오가는야유와주먹질을비난하며,자유와평등과우애라는혁명의슬로건이얼마나공허했는지를토로하지만,유머만큼은좀처럼잃지않는다.
어쨌든뒤마의현장적인태도는소설에여러실제사건들과실존인물들을등장시키며,이야기의몰입감을끌어올리는역할도아울러수행한다.장폴마라의암살자인샤를로트코르데의처형장면,뒤마와적어도건너서는아는사이였을(뒤마의아버지토마알렉상드르뒤마는혁명기의주요장성이었다)대혁명의여러주요인사들의모습들,정밀하게재현된혁명정부의왕실무덤발굴작업등은괴기스러움에역사적고증을더하는부분이다.한편실제왕실무덤발굴에참석했던알렉상드르마리르누아르,왕실과학자이자마술사였던코뮈스,타로카드를이용한점술의창시자로일컬어지는신비주의자알리에트등유명인사들이실명으로등장한다.독자에게가장의외일사람은3장에서그정체가드러나는,이야기의화자겠지만.
역사적사례와공포가가장첨예하게만나는지점은프랑스대혁명기의일명‘공포정치시대’,그리고인도주의적이며효율적인목적의처형기구로적극도입되었던단두대다.단두대에목이잘린사람에게일정기간의식이남아있을수있느냐는당대유럽에서커다란논쟁을불러일으킨문제였다.소설은이과학적인문제를사형제도의폐지론이라는사회적화두로까지확장시키는동시에,이야기의핵심소재로활용한다.
물론이책의가장큰개성이라면,오로지이책만의개성은아닌,작가뒤마의스토리텔링능력이겠다.뒤마는전개를위해고증을왕왕무시하고,연재소설의특성상문체의밀도는오르락내리락하며(물론이책의‘카르파티아산맥’파트가그런것처럼문장의고점은무척높다),깊은사유가안들어있는,일명통속작가라는비난을자주듣는작가지만,드라마적재미하나는어느순간에도포기하지않는다.그러면이제,그가초대하는19세기의유령의밤으로입장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