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호모루덴스의정원:삶과몸이만나는14개의궤적
골프라는세계는쉽게정복되지않는미지의영토와같습니다.누군가는기술적완성을위해몸을던지고,누군가는그안에서삶의철학을발견하며,또누군가는타인과의깊은교감을통해그본질에다가섭니다.
하지만그미지의영토가늘환희와성취만을안겨주지는않습니다.어쩌면필드는수많은좌절과상처가소용돌이치는곳인지도모릅니다.마음대로움직여주지않는스윙,공한개에무너지는자존감,노력한만큼돌아오지않는결과앞에서우리는종종깊은자책과무력감을마주합니다.공이마음을몰라줄때,필드는치열한경쟁의장이되어우리를쓸쓸하게만들기도합니다.
지금골프때문에마음에생채기를입고있다면,잠시클럽을내려놓고스스로를가만히토닥여보기를바랍니다.필드위에서겪는아픔은실력이부족해서가아니라,그만큼이게임에진심이었고스스로를정직하게마주했기에겪는통증일테니까요.우리가딛고선그초록의그라운드는완벽함을증명하는심판대가아니라,상처입은마음마저너그럽게품어주는넉넉한정원이어야합니다.스코어의가혹한잣대에서잠시벗어나흔들리는나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것―거기서부터진정한위로와치유가시작됩니다.
우리는왜이토록골프에매료되는것일까요?요한하위징아(JohanHuizinga)가통찰했듯,인간은본질적으로‘놀이하는인간(HomoLudens)’이기때문일것입니다.일상의무게를잠시내려놓고자발적으로규칙이라는제약속으로걸어들어가는이기묘한놀이는,역설적으로우리에게가장순수한자유와깊은몰입을선사합니다.골프장의18홀은단순한지형적공간을넘어,스스로를정직하게대면하고잃어버린삶의감각을되찾는‘호모루덴스의정원’입니다.
여기,고려대학교스포츠교육학연구실에서학문의길을함께걸었던두사람이있습니다.
한사람은구력30년의세월동안,스코어80대를넘나드는싱글핸디캡을겸손하게지켜내며필드에서왔습니다.지난여름서귀포의바람속에서동서양의오래된지혜를곁에두고클럽을손에쥐었을때,스윙을준비하는몸의호흡자체가하나의인문학적텍스트이자거울로다가오는경험을했습니다.필드는무위(無爲)의정적과14개클럽에담긴욕망과절제가끊임없이교차하는곳이었습니다.장자의소요유,선불교의무념(無念),유교의신독(愼獨),니체의힘에의의지와영원회귀,들뢰즈의차이와반복―이모든사유가스윙한번한번에스며들며인간의본성을묻는구도(求道)의장이되었습니다.
또한사람은붓끝으로사유를그리던한문교육의길에서출발해,스윙이그려내는‘움직이는삶의법칙’으로영토를넓혔습니다.그러나필드위현장은더깊은인문·학술적갈증을낳았고,그길목에서스승류태호교수를만나박사학위에이르며단순한기술지도자를넘어스코어너머의‘현상학적몸’을읽어내는스포츠질적연구자로재탄생했습니다.핸디캡0의실력과스포츠교육연구자로서마주한스윙과근육의미세한움직임속에는,단순한물리법칙을넘어인간의삶이축적된정직한몸의언어가숨쉬고있었습니다.
스승과제자인우리는골프라는공통의화두를두고각기다른궤적을그리며살아왔지만,필드위에서마주하는삶의가치와몸의경외심만큼은늘하나로통했습니다.이제우리는‘연구자’이자‘골퍼’로서,그리고삶을깊이관찰하는‘질적연구자’의시선으로묵혀둔이야기들을하나의결로모아세상에내놓습니다.
이책은골프를잘치는기술만을나열한지침서가아닙니다.동서양의인문학적성찰이몸의움직임과어떻게맞닿아있는지,그리고그성찰이필드위에서어떻게삶의통찰로완성되는지를탐구한기록입니다.사유(思惟)와신체(身體)가분리되지않고하나의필드위에서완성되는과정을통해,독자여러분또한자신만의골프언어를발견하시기를소망합니다.
이제,당신을호모루덴스의정원으로초대합니다.필드위에서는모든이들이각자의색깔과결로자신만의골프를완성해나가기를진심으로응원합니다.
2026년8월
저자류태호함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