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지 말 것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열어보지 말 것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21.35
Description
폭우 속에서 엄마가 사라진 그날, 흙더미에 밀려온 나무상자 하나를 주웠다.
친절한 흡혈귀, 시간을 이동하는 시계, 자아를 가진 로봇….
“미니어처 왕국은 대체 어떤 곳인가?”
《열어보지 말 것》은 현실과 환상이 맞닿는 문턱에서 시작된다. 폭우 속에서 주운 상자 속 ‘미니어처 왕국’을 들여다보는 소년의 이야기부터 흡혈귀의 기억, 멈춰버린 평원, 기묘한 로봇과 불사의 약, 그리고 알 수 없는 대륙 너머로 떠나는 여정까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독립적인 서사를 품고 있지만 정교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시작은 작은 상자 하나이지만, 현실과 비현실, 관찰과 개입, 성장과 상실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관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일본의 스타 소설가 쓰네카와 고타로는 마치 정교한 축소 세계를 조립하듯 판타지적인 상상력과 심리적 섬세함을 오가며 다층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단순히 환상이나 탈출의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계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연결하는 서사의 조각들은 현실의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관찰자’로 머물 것인가, ‘변화’의 일원이 될 것인가?
저자

쓰네카와고타로

1973년도쿄에서태어나다이토문화대학을졸업했습니다.2005년『야시夜市』(2006)로일본호러소설대상을수상했으며,이후출간된단행본데뷔작이나오키상후보로선정되며이름을알렸습니다.
『천둥의계절雷の季節の終りに』,『초제草祭』,『금색의야수,저편으로향하다金色の獣彼方に向かう』로야마모토슈고로상후보에올랐으며,『가을의감옥秋の牢獄』,『금색기계金色機械』는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멸망의정원滅びの園』은야마다후타로상후보에오르며새로운작품을낼때마다주목을받았습니다.2014년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받았고,외에도다수의작품으로널리찬사를받고있습니다.

목차

상자속왕국
이야기의조각1:흡혈귀의여행
스즈와긴타의은시계
이야기의조각2:정지된평원
단시간접착제
이야기의조각3:가이다사이이치로의아침
통찰자
이야기의조각4:팬레터
내추럴로이드
끝없는대륙,불멸의야차
이야기의조각5:땅끝에서미지의세계로

출판사 서평

작은것을열면큰세계가펼쳐진다
《열어보지말것》은작고평범한상자하나로부터시작된다.주인공소년은어머니를잃었던어느폭우의날,진흙더미속에서나무상자를하나줍는다.그런데그상자속에는정교하게움직이는세계가하나존재한다.숲과마을,사람,성,그리고용과흡혈귀까지.미니어처왕국처럼보이는그세계는실제처럼살아숨쉰다.처음에단순한관찰의대상에불과했던그세계는점차소년의유일한탈출구가되고,곧이어다른인물‘에카게구미’를통해진짜전환점을맞는다.과연…우리는상자속세계로들어가살아남을수있을까?
여섯편의이야기는모두세계관을공유하지만서로다른서사를풀어낸다.그리고다섯개의조각이야기들이이모든서사를엮어하나의세계관으로완성해낸다.각이야기는독립적으로읽히나서로의파편을반사하며하나의거대한세계를구성한다.특히상자속세계의흥망과혁명은단순한판타지를넘어마치우리가사는사회의구조나윤리,권력을반영하는듯하다.일본의스타작가인쓰네카와고타로는이모든것을‘작은것’에서시작한다.관찰만하던인물이결국변화에개입하고,상자속미니어처왕국은더이상모형세계가아닌거대한서사의무대로확장된다.
이책은작은것을열었을때일어나는세계의균열과진화를담아내고있다.그러한맥락에서보자면진정한울림은단지환상적인설정에서오는것이아니라,그안에서선택하고행동하는사람들의이야기에서비롯된다.책의제목은‘열지말라’고말하지만,우리는곧알게된다.상자를열지않으면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다는사실을말이다.그러니까결국모든이야기는작게열린틈에서시작되는것이아닐까.

왕국은만들어지고무너진다,그리고우리의현실도
이책은작은상자로부터하나의세계가태어나고,발전하고,붕괴하는과정을압축적으로그려냈다.처음에는단순히정교하게꾸며진상자속모형처럼보이지만,그안에는분명권력구조와계급질서,저항과억압이자리한다.미니어처처럼보였던세계는곧‘살아있는왕국’이되고,우리는그흥망성쇠를한눈에바라볼수있게된다.쓰네카와고타로는이상자를통해문명단위의이야기를풀어내며환상세계를마치역사다큐멘터리의형식으로설계해낸다.판타지장르에서보기드문‘세계자체를주인공으로삼은서사’다.
작품의주요전환점은에카게구미라는인물을통해발생한다.관찰자였던주인공의시선은그녀의행동을따라적극적인개입의방향으로바뀐다.현실에서폭력과외면에시달리던에카게는상자속세계로들어가민중을조직하고,왕권을몰아내며,결국성을무너뜨리기위한봉기에앞장선다.이붕괴는우리가흔히비슷한구조의소설에서보아왔던영웅서사라기보다문명의재구성에가깝다.이와유사한감각은「끝없는대륙,불멸의야차」에서도반복된다.“문명이정점에달했을무렵,세계의종말이가까워졌다.(중략)음악도,문학도,건물도,조각도.유일하게기계생명치엔시그마만이그모습을관망했다.”(409쪽)이문장은인간이구축한세계가어떻게무너지는지,그걸덤덤하게바라보는소설의태도를단적으로보여준다.
말하자면이책은결국작은상자안에서하나의문명을일으키고,해체하고,다시쓰는이야기다.작가는단지인물을움직이는데그치지않고,세계자체가어떻게움직이고멈추는지를거시적인시선으로보여준다.상자는유한적인공간에불과하지만,동시에구조이며,그안의변화는결국우리가살아가는세계를비춘다.왕국이무너지는순간,우리는깨닫게된다.이이야기는작은개인의서사가아니라완성된세계의흥망사라는것을말이다.

믿는자만이쟁취할수있는기묘한물건,이세계의윤리
《열어보지말것》은표면적으로이세계판타지처럼보일수있지만,사실은‘보는자’와‘믿는자’에관한이야기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여섯편의단편에는각기다른기묘한물건이등장한다.시간을조종하는시계,자아를갖춘로봇,타인의감정을읽는통찰자의눈,불멸의묘약까지.이물건들은단순한환상장치가아니라‘인간’에게경계너머의세계를‘보는능력’을준다.하지만이러한능력은마냥축복이라고만할수없다.오히려질문에더욱가까울수도있겠다.이소설은무언가를본다는관점보다는행동이더깊은윤리적혼란을,그리고세계의질서를깰수있음을보여준다.
소설에등장하는여러인물은신의선물처럼보이는물건을손에넣는다.하지만그것을통해‘무엇을할것인가?’보다‘무엇을보았는가?’에집중한다.그리고그것은곧우리가살아가는현실보다는이세계의작동방식이라고할수있다.믿는자들은물건을쟁취할수있고,그것을쟁취하여이세계의그림자를본자만이흔들린다.《열어보지말것》이무섭도록집요하게파고드는건보는자,그리고믿는자의불안정한마음이다.
그러니결국이세계라는건인간이감당할수없는결핍을상징하는것이아닐까.기묘한물건들이열어젖히는세계는환상적이라기보다해석불가능한현실의거울에가깝다.상자,시계,로봇,묘약등은모두인간의결핍을확대할뿐이다.기묘한신의물건들은구원을보장하지않는다.보는자는점점말을잃고,믿는자는끝내자신을잃게되는이야기의장이여기에있다.《열어보지말것》은무언가를초월하는판타지적인서사라고만단정지을수없다.이세계는멀리있는미지의공간이아니라우리가끝내이해하거나감당할수없는현실의뒷면이기때문이다.그렇게책장을덮을때쯤,이책은질문을한가지남긴다.“당신은그것을믿는가?아니면단지,보고만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