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삶이 이끄는 대로, 열대 섬에서 보낸 8년)

발리에서 생긴 일 (삶이 이끄는 대로, 열대 섬에서 보낸 8년)

$20.12
Description
“‘나의 천국’은 발리였다”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
실험하듯 여행하다 발리에 정착했다
《혼자서 완전하게》로 혼자 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설파하고, 《사물의 중력》을 통해 소비 과잉 시대 물건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던, 최근작 《나는 나를 사랑한다》 속 주옥같은 명문장들로 지금까지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바이럴되는 레토릭의 주인공 이숙명 작가가 한국을 떠나 8년간 발리에 정착하며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갈수록 혹독해지는 겨울을 맞을 때마다, 세 들어 사는 서촌 한옥의 문틈으로 외풍과 냉기가 스밀 때마다 ‘따뜻한 곳으로 훌쩍 떠나 단출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눈덩이처럼 키우던 작가가 2016년 겨울, ‘사는 건 모르겠고, 올겨울은 집필 여행 겸 일단 떠나자’는 마음으로 장기 투숙할 호텔을 잡았던 곳이 세계 4대 휴양지로 손꼽히는 발리였다.
그렇게 발리에서 5개월을 지내다 서울에 돌아왔다. 변한 것은 없었다. 서울은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빠르고 정신없었다. 그 어지러운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자신이 너무 멀리 흘러와 버렸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 대도시의 삶이 편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 비싼 도시 6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인생사 물이나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불혹의 나이에 다시 발리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 인생을 함께 보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잘 맞는 파트너를 발리에서 만난 참이었다.
결국 작가는 발리를 제2의 고향 삼아 뿌리를 내리고, 집을 짓고, 정착하게 되었다. 타국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매 순간이 천국 같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작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를테면 작가의 ‘발리 생활 언박싱’이다. 그저 선물인 줄 알고 덥석 받아든 발리라는 상자를 열고 파헤쳐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여행자의 낭만과 이주민의 냉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들여온 노력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문장들을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

이숙명

영화잡지〈프리미어〉,패션지〈엘르〉와〈싱글즈〉에서기자로일했다.주로대중문화와라이프스타일에관해쓴다.2017년부터발리에서살고있다.펴낸책으로《어쨌거나,뉴욕》《패션으로영화읽기》《혼자서완전하게》《사물의중력》《나는나를사랑한다》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열대섬에서보낸8년

PART1.떠나면행복할까?
별일없이산다│선택에서해방되다│일안하고살면좋을까?│우리는다도망자다│도시는불안을먹고자란다│발리밸리의비밀│고립인가평화인가│마음의집을짓다

PART2.누사페니다에집을지었다
내집을갖고싶었다│땅구하기│계약하기│끝나지않는공사│건축주의기쁨과슬픔│시공업자를죽이면안돼│샐수있는건모두새는집│아마추어의다른말은두통이다│재봉은명상이다
PART3.열대시골살이의낭만과현실
닭싸움하는날│변화는벼락처럼온다│발리가아니라시골이라서생기는문제│유기견이아니라마을개입니다│한국인의여행법│다이빙천국에서몸치로산다는것│뎅기에걸리다│BTS와블랙핑크의나라에서왔습니다

PART4.발리에대해미디어가말하지않는것들
모두의가슴엔각자의발리가있다│매일기도하는사람들│뭘해서먹고살까?│여행서들이말하지않는역사│스쿠터와운전면허│디지털노매드와젠트리피케이션│집나간‘나’를찾습니다│발리에서쫓겨난사람들│녜피,발리의근본으로돌아가는날│초보가드너의열대정원잔혹사│불의고리에사는마음가짐

에필로그인생은파파야다

출판사 서평

“떠나니알게되었다”
발리의시골섬에서배운삶의가치들

추운겨울,두꺼운패딩을껴입고몸을떨며지내다보면‘따뜻한나라에서살고싶다’는꿈을한번쯤은꾸게된다.《발리에서생긴일》은그바람을실현한사람의이야기다.안정된서울에서의삶을뒤로하고돌연발리로떠난데는삶을바꿔보겠다는대단한계획이나결심이있었던게아니다.그저‘추워서’,생애한번쯤은겨울을피해남국으로긴여행을떠나는것도나쁘지않겠다는생각이었다.‘영화나책을보면다른나라작가들은날씨좋고풍경좋은외국호텔로몇달씩집필여행을잘만가는데,나라고그러지말란법은없지.’그러나십수년째오를기미없는빤한원고료로먹고사는프리랜서작가처지에물가비싼나라의호텔을그것도몇달씩턱턱잡을수는없었다.따뜻하고물가싼나라의,앉아서글을쓸책상있는숙소목록을뒤지기시작했다.
그러다도착한곳이발리였다.그때까지도발리에눌러앉을생각은추호도없었다.끔찍한서울물가를벗어나월20만원으로도사람다운생활을영위할수있다는데에안도감과편안함을느꼈지만그이상의감정은없었다.그런데발리에서책한권을쓰며5개월을보내고서울로돌아가자문득외계행성에떨어진기분이었다.동남아시아의노동자들이백년일해도모을까말까한돈을전셋집에깔고앉아결혼하고아이낳고살면서웬만큼생활수준을유지하려면몇억은더있어야한다는이야기를앞으로사는내내듣고또하면서,매순간남들은어떻게살고또뭘더가졌나재고따지면서살아갈엄두가나지않았다.
결국대도시의삶을뒤로하고발리의시골섬누사프니다로향했다.일년내내여름이계속되는곳,전기와수도가하루에한번씩끊기는곳,호기심많고친구사귀기를좋아하는인도네시아현지인틈바구니에서영원한이방인으로살아야하는곳에서저자는삶을사는방법을온전히새로배우기시작했다.물자와자원이부족한상황에서최소한의물건으로일상을꾸리고,정전과단수로생긴멈춤의시간에느긋함과여유를찾는법을터득했다.인터넷으로사진한장보내는데만몇시간이걸리는환경에서비로소일과휴식의균형을찾았다.현지이웃의이유없는선의를감사하게받아들이고호기심어린시선에친절로답하는법을익혔다.인생에서가장중요한가치를새로찾는과정이었다.

발리가모두에게천국은아닐것이다
어딘가에는각자의낙원이있다

작가가정착한발리의시골섬에는많은불편을감내하면서도살만한이유가가득하다.아름다운자연,타인을존중하는자유로운분위기,현지인의밝은표정과관대한태도,시골사람들특유의정과인심,인기여행지로막부상하기시작한지역특유의활기…그러나이모든것을제대로누리고또이웃들과섞여살아가려면‘인도네시아’,그중에서도‘발리’,그안에서도‘시골섬’이라는지역의고유성을더깊이이해하기위한공부를게을리해서는안된다.잠시라도느슨해지면‘이래서개도국(사람들)은안돼…’하는오류와편견에빠지기십상이다.작가는그점을명확히한다.이주민을향한원주민의경계심에익숙해지는동시에,최선을다해그들과친밀감을쌓아야한다.어찌보면당연한일이다.경제와인구규모가아예다른별세계에서온,이작은열대섬에젠트리피케이션을일으키는데일조하는이방인으로서완전히다른문화적,역사적,종교적배경에서나고자란사람들과나이마흔넘어섞여살기가그리녹록할리없다.하지만마음만달리먹는다면,그리고특히그곳이인기휴양지라면그과정이또다른배움의즐거움이될수도있다.

황무지같은외국섬에서사업을시작하는사람도,거기돈을대는친구도,그들을견제하고이용하며실속을챙기는현지인도,내게는모두경이롭다.그들을지켜보는것만으로도드럼세탁기속빨래가된기분이다.평범한도시직장인에게서느낄수없는생생한활력,모험심,결단력따위에압도당한다.그들덕분에자고일어나면새로운볼거리,놀거리가생긴다.(158쪽)

또한작가는떠나기만하면모든것이깨끗이해결될것이라는무조건적인낙관도경계한다.지금내가안고있는걱정거리는어느나라를가든머릿속에서반복재생될것이다.남들만큼성공하지못했다는패배감,앞으로어떻게살아야하나싶은미래를향한초조함,노후에대한불안감등은눈앞에회색빌딩과아스팔트대신야자수와에메랄드빛바다가펼쳐진다고해서눈녹듯사라지지않는다.직접경험해본사람의뼈아픈직언이다.
그럼에도지금당장이나라에서의삶이괴롭다면,상황과여건이허락하는한외국으로떠나일하며사는걸시도해보기를권한다.묶여있던땅밖으로나가야만보이는것들이있다고,안에있을때는절대볼수없는것들이분명히있다고말이다.그러면서실제로동남아시아국가등으로의이민이나장기여행혹은체류를고민하는사람들에게직접적으로도움이될수있는현실적인조언도빼놓지않는다.장기거주할숙소를어떻게찾으면좋을까?거기서뭘해서먹고살까?비자나서류문제는어떻게해결할까?실제로앞서떠난사람들은어떻게정착했나?덕분에독자들은모호하기만했던‘다른삶의가능성’을좀더구체적으로그려볼수있다.
저자는모두에게발리가천국이될거라말하지않는다.다만지금의삶이버겁다면,앞으로살아갈앞날이깜깜하고답답하게만느껴진다면편히숨쉴곳이이땅밖에있을지도모른다고,나가보지않고서는결코모를일이라고,그가능성을속단하지는말자고말한다.그러니지레겁먹고포기하기보다는가능한한시도해보자고말이다.그러다보면지구어딘가에있는나만의천국을발견하게될수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