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실종 (세계와 세계를 잇는 인류학의 질주)

야생의 실종 (세계와 세계를 잇는 인류학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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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를 지나, 우리는 “실종”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스스로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과연 진정한 이해일까?”
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던 2021년 3월의 봄날 새벽, 자폐증과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던 형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달빛 아래 활짝 핀 벚꽃 사이로 질주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경찰은 그것을 ‘실종’이라 불렀다.
나는 형이 집을 나간 이유를 추측해보지만, 그 추측은 번번이 어긋나버린다. 내가 형의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간신히 깨닫는 것은, 형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행위는 당연하게도 늘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 나는 결코 형을 이해할 수도 대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럼에도 이 세상의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형과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감지한 다른 세계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형은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절된 세계를 가로지르는 ‘질주’였다.
저자

이노세고헤이

저자:이노세고헤이
오사카대학교인간과학부를졸업하고,도쿄대학교대학원종합문화연구과에서석사과정및사회인류학박사과정을마쳤으며,도쿄도립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메이지가쿠인대학교교양교육센터의교수이자같은대학의자원봉사센터를맡고있다.주요연구분야는문화인류학,자원봉사학등이며,농업,모닥불피우기등에도관심을가지고있다.대학재학중이던1999년부터장애인간상호교류,지역과의교류를목적으로하는미누마논복지농원활동에참여하여다양한활동을펼치면서장애,복지,자원봉사,환경등에대해고민하고있다.저서로는《마을과개발》,《분해자들》,《자원봉사가뭐야?》등이있다.

역자:박동섭
독립연구자.사상가와철학자의언어를대중도이해할수있는언어로설명하고알리고자애쓰고있다.세계에서유일한우치다다쓰루연구자를자처하며《우치다선생에게배우는법》과《우치다다쓰루》를썼다.이외《심리학의저편으로》,《성숙,레비나스와의시간》,《동사로살다》,《레프비고츠키》,《에스노메소돌로지》등의저서를쓰고,《우치다선생이읽는법》,《무지의즐거움》,《도서관에는사람이없는편이좋다》,《단단한삶》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며:실종혹은질주전에

1.침묵과목소리
싸우지않는것,‘싯소’하는것
3월하순오전2시반에달려나가다
현대의야만인,카타리나의마음가짐
묵도와외침1
묵도와외침2

2.감귤의달림
어긋남과절충
몇몇죽음과함께
몇몇죽음과
대면과원격
여름귤의싯소
증여의교훈

3.세계를착란하고세계를구축하기
자원봉사의시작
보름달과블루임펄스혹은우리의축제에관하여
노선도의착란1
노선도의착란2
트레인트레인

4.성급한포옹
아버지와염소아저씨
잠자는아버지
전도?倒의다음
실종/질주
선회와싯소
제비신화

5.봄과아수라
이야기끝에

맺는말:토끼처럼넓은초원을
옮긴이의말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장애와소통을넘어서외부의타자가아니라
내면의타자를대면하는사유와깨달음의기록

일본의문화인류학자인이노세고헤이는갑자기집을나가버린자폐와지적장애를가진형을쫓으면서이사건이단순한실종이아니라어떤가능성을향한질주임을깨닫는다.저자는이경험을‘싯소しっそう’,즉질주이자실종이라명명한다(일본어에서실종疾走과질주失踪는발음이같은데이를히라가나로표기한것).《야생의실종》(원제:野生のしっそう)은그‘싯소’에관한이야기다.삶과몸,세계의경계를가로지르는질문속에서,존재와타자그리고세계의관계를사유하는한인류학자의실존적탐구이다.
어린시절,저자는형이‘장애인’으로분류되는순간을경험한다.자폐와지적장애라는진단이붙고,형을바라보는시선이달라지고,특수학교로보내야하는제약이생긴다.형은‘보통의형’이아닌‘돌봄이필요한존재’로바뀌며,저자와형사이에는보이지않는절단선이생긴다.세상이형을장애인이라부르기시작했을때,저자는그것이세상이타자를다루는방식의단면임을어렴풋이깨닫는다.
사회와규범이만들어낸분리의선을인식하면서부터저자는형을주제로장애인류학연구를시작한다.하지만시간이지날수록학문적시선조차형과자신사이를가르는절단선을지우지못한다는걸알게된다.이론으로설명할수없는것,문화인류학의‘거리두기’로는가장가까우면서도이해할수없는형이라는타자의존재를제대로파악할수없었다.결국저자는객관적시선을유지하는대신실종된형을뒤쫓는여정을그대로기록하기시작한다.
《야생의실종》은인류학에서상정하는‘외부의타자’가아니라,가장가까운타자와의관계속에서이루어지는개인적경험과사유의기록이다.학문적거리두기나객관적분석대신저자는동생으로서형을쫓으면서형과형이살아가는세계를경험하고사유한다.

이성과구조에서경험과감각으로,
세계를가로지르는야생과의동행

인류학의고전《야생의사고》에서클로드레비스트로스는원시부족에게도서구문명과동등한체계화된구조가존재한다는것을보여준다.《야생의실종》은여기에서한발더나아간다.이노세고헤이는야생의‘구조’가아닌,개별적존재의고유한진동을사유의시작점으로삼는다.형의질주와외침,묵언들은분석가능한‘구조’가아니라,해석을거부하는몸의‘신호’이자감각이된다.구조가아닌개인의경험,분류가아닌접촉,해석이아닌동행을통해형이살아가는세계와연결될수있다.종국적으로우리가‘타자’라고부르는존재와‘이해불가능한’상황에서도어떻게함께살수있을지를모색한다.
책에는코로나팬데믹에서도쿄올림픽과패럴림픽,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집단살상사건까지,일본사회를뒤흔든다양한사건들이등장한다.세계의공고한구조를상징하는이사건들이형의‘싯소’와맞물려저자의일상에균열을일으키고,비로소저자는그동안몰랐던사회가만들어놓은경계선들을발견하게된다.형이마스크없이거리로뛰쳐나가는‘실종’은사회에서는한장애인의방역수칙위반문제에불과하지만,‘질주’로인식하는순간그행동은사회가규정한정상성과통제의체제를뒤흔드는행위가되는것이다.
책은세개의선을따라전개된다.첫번째는형의실종과질주라는‘현실의선’,두번째는그것을따라가며사유하는저자의‘인식의선’,세번째는그모든것의배경이되는사회와국가가만들어내는‘구조의선’이다.저자는이선들이만나는접점을따라가며,우리가인지하지못했던일상속선들과세계의단절을발견하고,단절된세계들을다시잇는가능성을모색한다.
이사유는장애를넘어가족과의관계,그리고늙음으로확장된다.노쇠는장애와는또다른방식으로타자성을드러낸다.어린시절신축단지였던본가가이제는개보수가절실한낡은구축이되어버리듯,아버지는점점움직임이느려지고,낯설어지고,누군가의돌봄이필요해지면서점점타자가된다.저자는형과아버지의동거를통해전통적인가족의부활을기대해보지만그런기대조차도형과아버지를타자화시킨자신의헛된바람이었음을깨닫는다.

“완전히이해할수없기에
우리는함께살아갈수있다”

우리는타자를이해할수있으며,그이해를통해함께할수있다고믿는다.우리는언어를통해,설명을통해,공감을통해서로에게다가갈수있다고여긴다.하지만이런생각에는타자를완벽히이해할수있다는오만이깃들어있다.《야생의실종》은그믿음을단호하게깨버린다.이해했다는착각,이해할수있다는믿음은관계의전제가아니라,관계를가로막는장애물일수도있다는것이다.
저자는시행착오끝에,형을그자체로하나의세계,고유한질서,감각의언어로받아들인다.그런의미에서공존은완전한이해의결과가아니라불완전한연결을끊임없이시도하는것이다.저자는끝내형을이해하지못한다.하지만그것이자폐인형과문화인류학자동생이함께살아갈수없다는뜻은아니다.우리는어쩌면서로를결코이해할수없다.하지만그럼에도함께살아갈수있다.공존할수있다.마침내‘싯소’한형을발견하고함께돌아오는저자의여정처럼.
단절된시대,서로가서로를이해할수없게된시대를사는우리에게《야생의실종》은마지막으로묻는다.
“우리는정말서로를이해할수있을까,우리는연결될수있을까?”
그질문이닿는곳에서서로의세계는다시연결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