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반양장)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반양장)

$21.00
Description
전염병이 휩쓰는 파리에서 벌어지는 반동과 혁명
현대 사회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발적인 텍스트
폴란드 미래주의 문학의 기수이자,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글쓰기를 실천한 시인·소설가·극작가, 그리고 공산주의자인 브루노 야시엔스키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는 전염병이 휩쓸어 폐허가 되는 ‘유럽의 심장’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 보이며 다양한 이들이 섞여 사는 자본주의 대도시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담하게 사고 실험한 소설이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후 인종·계급·이념에 따라 수많은 공동체가 분리되어 자치정부를 세우고 외부의 출입을 봉쇄한다. 급변하는 상황은 소외되었던 이들에게 전복을 도모할 기회가 되고, 이 틈을 타 억눌렸던 야심들이 치열하게 충돌한다.
이 책은 한강 이후 서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보라 작가가 기획·번역을 맡았다. 정보라 작가는 20여 년 전인 대학원생 시절 이 작품을 발견해 한국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간직해왔다. 기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책은, 다양한 정치적 가능성이 살아 숨 쉬며 격동하던 20세기의 뜨거운 에너지를 생생히 담아낸, 20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문제작이다.
저자

브루노야시엔스키

브루노야시엔스키
폴란드미래주의문학의기수이자,혁명적이고급진적인글쓰기를실천한시인,소설가,극작가,그리고공산주의자.
1901년폴란드클리몬투프에서개신교로개종한유대계의사의아들로태어났다.1914년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가족과함께러시아모스크바로이주했는데,이때러시아혁명을목격하고커다란감명을받는다.1918년다시폴란드로돌아와고등학교를졸업한후크라쿠프에위치한야기엘론스키대학교에서‘카타린카(Katarynka)’라는이름의미래주의문학단체를결성하고실험적인시를썼으며,폴란드아방가르드문학의‘앙팡테리블’로불렸다.
1923년크라쿠프에서일어난대규모노동자봉기를계기로사회운동에눈을떴고,그의작품도혁명적경향을띠기시작한다.폴란드정부의박해를받은그는1925년프랑스파리로이주,프랑스공산당에서활동하며급진적인정치적견해를드러내는시와수필등을쓴다.
국내에처음소개되는야시엔스키의작품《나는파리를불태운다》는1928~1929년프랑스잡지〈뤼마니테〉에연재된소설로,혁명에대한강렬한신념과노동민중에대한믿음을거침없이드러냈다.전염병이도시를휩쓸어자본주의도시가붕괴한후새로운유토피아적공동체가건설되는내용의이소설은야시엔스키가프랑스에서추방되는주요원인이되었다.
1929년,소비에트연방레닌그라드로망명한야시엔스키는러시아어로희곡《마네킹들의무도회》(1931),어린이소설《인력거꾼의아들》(1931)등자본주의와파시즘을비판하는작품들을발표해대중적인기를얻었다.1930년대초중반부터는소련의공식문화예술사조였던‘사회주의리얼리즘’을적극적으로받아들이며거기에자신만의실험정신을더해《사람이피부를바꾼다》(1932~1933)등추리·스릴러형식의작품을발표했다.
폴란드프롤레타리아문학의발전을도모하는문학비평지<쿨투라마스>의편집장을맡고모스크바프롤레타리아작가협회의서기로활동하는등소련문단에서활발한행보를이어갔으나,1938년스탈린의대숙청시기에체포되어강제수용소로보내졌다.같은해모스크바의부티르카교도소에서처형된것으로추정된다.

옮긴이정보라
소설가,번역가,전직슬라브문학연구자.연세대학교에서노어노문학과영어영문학을공부하고,예일대학교에서러시아·동유럽지역학으로석사학위를,인디애나대학교에서슬라브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8년작품활동을시작해《작은종말》《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고통에관하여》등을썼고,《절대진공&상상된위대함》《브로츠와프의쥐들》《창백한말》등을옮겼다.《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에이어이듬해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고,《너의유토피아》로2025년필립K.딕상후보에올랐다.

목차

13.차례
제1부
제2부
제3부

옮긴이의말:불타는시대의유토피아

출판사 서평

폴란드문학의‘앙팡테리블’
브루노야시엔스키국내초역
정보라작가가가장먼저소개하고싶었던
20세기유럽의문제작

“시대를앞선미래주의걸작.”
─<컬처트립>

“야시엔스키에게재난은새로운길을열어주는기회다.
그가창조한이환상의공간은오늘날에도유효하다.”
─<뮤트매거진>

전염병이휩쓰는파리에서벌어지는반동과혁명
현대사회의정치적상상력을자극하는도발적인텍스트

폴란드미래주의문학의기수이자,혁명적이고급진적인글쓰기를실천한시인·소설가·극작가,그리고공산주의자인브루노야시엔스키의작품이국내에처음으로소개된다.야시엔스키는폴란드아방가르드문학의기수로평단의주목을받았지만급진적이고혁명적인작품색때문에박해를받아프랑스로이주,프랑스에서다시추방되어소비에트러시아로망명했다.소련에서활발히활동했으나,스탈린의대숙청시기에강제수용소에서결국사형당해37세의나이로불꽃같은삶을마무리했다.

《나는파리를불태운다》는전염병이휩쓸어폐허가되는‘유럽의심장’파리의모습을생생히그려보이며다양한이들이섞여사는자본주의대도시의생존이위협받을때어떤일이일어날지대담하게사고실험한작품이다.전염병이창궐하기시작한파리에서는인종·계급·이념에따라수많은공동체가분리되어자치정부를세우고외부의출입을봉쇄한다.급변하는상황은소외되었던이들에게전복을도모할기회가되고,이틈을타억눌렸던야심들이치열하게충돌한다.혁명에대한강렬한신념과노동민중에대한믿음을거침없이드러낸이소설은야시엔스키가프랑스에서추방된주요원인이되었다.코로나19팬데믹으로도시봉쇄와감염자격리가일상화되었던2020년대초,‘암울한예언’같은이책은영미권의애서가들사이에서화제를모으기도했다.

이책은한강이후서양에서가장주목받고있는정보라작가가기획·번역을맡았다.정보라작가는20여년전인대학원생시절이작품을발견해한국에가장먼저소개하고싶다고생각하며오랫동안간직해왔다(<작은종말>은정보라작가가이소설을오마주해쓴단편이다).정보라작가에게강렬한인상을남긴작품답게,이책역시기이하고환상적인상상력으로가득차있으며현실의부조리를비판하고새로운가능성을모색한다.다양한정치적가능성이살아숨쉬며격동하던20세기의뜨거운에너지를생생히담아낸,20세기유럽을대표하는문제작이라할만하다.

‘유럽의심장’파리의몰락
그폐허에서자라는유토피아의가능성

실직한공장노동자피에르는일자리를찾아헤매지만프랑스의경기가좋지않아번번이실패한다.해고된이후로여자친구자네트도만날수없다.파리의거리를배회하던피에르는자네트가잘차려입은뚱뚱한남자와호텔에서나온모습을본것만같고,증오심에가득차파리의수압관리탑에흑사병균을살포한다.
프랑스의혁명기념일,파리에전염병이창궐하기시작하고도시는혼돈에빠진다.분리주의분위기가팽배한파리에서다양한집단의정치·종교적지도자혹은세력가가차례차례작품의전면인물로등장한다.공산주의활동가인중국인은프롤레타리아파리를꿈꾸며황인종공화국을세운다.유대인구역의지도자랍비는유대인구역을봉쇄하고,파리에체류하고있는미국자본가에게접근해미국으로의탈출계획을세운다.러시아제국고위장교의아들이었으나볼셰비키혁명이후파리로망명해빈곤한생활을이어가던백계러시아인은러시아제국자치령건립을계기로권력을잡는다.소설은국적·계급·정치성향이다양한인물들을편견없이바라보며그들의일대기를풀어나간다.
전염병이라는재난으로인해파국으로치닫던이소설은결말부에서뜻밖의돌파구를만들어낸다.재난은사람들을고통에빠뜨리고희생시키지만,새로운길을열어주는기회이자사회를변화시킬계기가되기도하기때문이다.

아방가르드와사회주의리얼리즘사이,
야시엔스키의독창적글쓰기와사유

폴란드에서브루노야시엔스키는전통과의단절을선언하고새로운시를장려한미래주의자의일원으로활동하며실험적인작품을주로발표했다.그러다1923년폴란드크라쿠프에서일어난대규모노동자봉기를계기로그의작품은혁명적경향을띠기시작한다.이후프랑스공산당에서활발히활동하며급진적관점의글을썼고,소련으로이주한후로는공식문화예술사조였던사회주의리얼리즘을적극적으로받아들였다.
《나는파리를불태운다》는야시엔스키가미래주의와의결별을선언한후,그러나사회주의리얼리즘을본격적으로받아들이기전에쓰인작품이다.‘아방가르드’에서‘사회주의리얼리즘’으로이행하는과정의한가운데놓인이작품은미래주의자다운전위적·실험적면모를담고있으면서도사회주의적·혁명적관점을바탕으로한야시엔스키만의대담한정치사변을펼쳤다는점에서독창적이다.
자본주의의바깥을상상하기어려운오늘날,우리는무심결에현체제가유일하게가능한세계의모습이라고생각하곤한다.이러한시대에20세기어느혁명가가뜨겁게상상했던또다른가능성을만나보는것은큰의미가있다.《나는파리를불태운다》는우리가익숙하게받아들이는현실너머의세계를상상할수있는용기를일깨운다.이작품을통해새로운사회를상상하는우리의힘은더멀리뻗어갈수있다.

“야시엔스키가보여주는이상사회의모습은(…)보편적이고원초적이다.사람들이농사를짓고,먹을것이풍부하고,자연이생기를띠고,건강하고풍요로운곳,모두가미소를띠고손을흔드는곳이다.누군들그런사회에서살고싶지않겠는가?(…)
《나는파리를불태운다》가여전히매력적인이유가여기에있다.우리는팬데믹을겪었고,사회적혼란과갈등을겪어냈고,기후위기와자연재해속에서불안한미래를바라보고있다.세상곳곳에서전쟁이끊이지않고계속해서사람이죽는다.건강하고풍요롭고평화로운세상에대한갈망은그어느때보다강하다.특히대한민국이커다란혼란을이겨내고이제새로운시대를앞두고있는만큼,정치와권력을넘어선이상사회에대한근본적인논의가어느때보다도필요해보인다.”─정보라(<옮긴이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