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앤 리즌 2: 오컬트

라임 앤 리즌 2: 오컬트

$12.13
Description
당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다채로운 방식
라임 앤 리즌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그저 지켜보는 것, 혹은 오랫동안 믿었던 일을 조금씩 의심하는 것. 최근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은 이 두 가지 문제로 복잡해 보인다. 단지 믿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에겐 신비주의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논박보다는 그것이 고통스럽고 지리멸렬한 현실을 얼마나 벗어나게 해주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오늘도 도파민의 충족을 위해 각종 귀신이나 악마, 외계인 등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근대적 이성(reason)인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무한히 갱신되는 순간적 공포나 자극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최근 ‘K-오컬트’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영화나 문학 작품들(〈파묘〉, 〈퇴마록〉 등)은 이러한 자극의 대표적 예다.
오컬트는 그다지 신선한 장르가 아니지만, 유령처럼 오래된 장르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공권력으로 해결 가능한 범주의 살의나 범죄가 아닌, 초월적인 것에 대한 편리한 숭배와 소비문화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오컬트의 부흥을 또 다른 문화적/인간적 몰락의 징후로 볼 수 있을까? 라임 앤 리즌의 두 번째 이야기와 함께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저자

임효진,최추영,윤아랑

저자:임효진
도시의스펙터클에관심을가지고사건을염두에둔장면을수집한다.잠깐나타났다가사라지는것,
기형적으로접착된것,죽었지만잘보이는것들에관심이있다.사진집으로《모텔꿈의궁전》,《서울저널》이있다.

저자:최추영
2020년,이제는역사속으로사라진〈문학3〉에〈공포워크숍〉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콜렉티브‘장소통역사’의멤버이며,기억과불안을엮는일에몰입하고있다.

저자:윤아랑
비평가.2020년부터‘공식적인’비평활동을시작했다.대중문화와시각예술을주로다루며,주체성과현실감각을문제시하는문화비평에관심이있다.현재영화평론팟캐스트〈영화카페,카페크리틱〉과작업실겸상영공간키니마의멤버로활동하고있다.지은책으로《뭔가배속에서부글거리는기분》,《영화카페,카페크리틱》(공저),《악인의서사》(공저)등이있다.

목차


Photo임효진《오동나무와나,웅크린쥐》
Fiction최추영《문을열면마주하는》
Criticism윤아랑《오컬트,혹은변덕스러운픽션의삶》

출판사 서평

당신의세계를이해하기위한가장다채로운방식
라임앤리즌시리즈의두번째이야기

믿을수없는일들을그저지켜보는것,혹은오랫동안믿었던일을조금씩의심하는것.최근우리사회를살아가는이들의얼굴은이두가지문제로복잡해보인다.단지믿음의문제만은아니다.이제우리에겐신비주의나초자연적현상에대한과학적논박보다는그것이고통스럽고지리멸렬한현실을얼마나벗어나게해주는지가더중요한것같다.오늘도도파민의충족을위해각종귀신이나악마,외계인등이등장하는영상을보고있노라면,우리에게실제로필요한것이근대적이성(reason)인지,유튜브알고리즘에의해무한히갱신되는순간적공포나자극인지분간하기어렵다.최근‘K-오컬트’라는표현으로대표되는영화나문학작품들(<파묘>,<퇴마록>등)은이러한자극의대표적예다.
오컬트는그다지신선한장르가아니지만,유령처럼오래된장르에다시생기를불어넣는것은공권력으로해결가능한범주의살의나범죄가아닌,초월적인것에대한편리한숭배와소비문화때문인것처럼보인다.과연오컬트의부흥을또다른문화적/인간적몰락의징후로볼수있을까?라임앤리즌의두번째이야기와함께그해답을찾을수있길바란다.

빈집의문을여는일,
나를알게되는모든순간은서늘하다

이번호에서는보광동재개발구역의사물과인물,그리고죽어있는것들속의살아있는것들을다룬사진가임효진의작품이서두에실렸다.대부분의거주자가빠져나가유령동네처럼보이는곳에서무성하게자라는식물들과그곳을떠나지못하고숨어드는고양이들,텅빈골목에서순찰을도는경찰과늘어딘가로달리는배달오토바이,그리고수많은빈집들.그렇게깨어진것과부서진것사이에서피어나는것들은우리가텅빈장소에서느끼는‘으스스함’의근원이바로우리자신의가장편안했던공간(집)에서움트고있음을상기시킨다.
소설가이자콜렉티브‘장소통역사’로활동하는최추영은,오컬트소설을집필하기위해친구인‘윤’과함께교회를방문하는소설가‘나’의이야기를담았다.‘분위기있는소설’이라는평가를받던소설가‘나’는,귀신이야기쓰기에어려움을느끼고친구인‘윤’을만나꿈에반복해서등장하는교회로향한다.‘윤’은귀신을믿지않고,식습관을통제하며인간관계를기능에따라분류하는기계적인물이지만,‘나’는경미한과일알레르기를가지고도과일파르페를“보고싶어서”주문하는인물이다.사실이전에‘나’는귀신을직접겪어보기위해소설창작촌에들어간적이있고,소나무알레르기로힘들어했던창작촌의방안에서‘나’를“분위기처럼여기는”어떤존재를경험한다.이처럼‘나’는“나스스로충분하지못했”다고반복적으로느끼면서,“내몸안에동그랗고딱딱한갈색아보카도씨앗이있길”바란다.
어쩌면우리가오컬트를통해느끼고자하는것은,오컬트(occult)가문자그대로지시하는것처럼현실(이나장소)이면에숨겨진것,‘나’라는껍데기안에숨겨진진짜나의모습을발견하는순간일지도모른다.그런불편한(uncanny)감각속에서만발현되는날것들을향유하는일이오컬트라는장르를지속시키는힘이기도하기때문이다.

오컬트라는문화적코드는어떻게만들어졌나
그리고무엇이중한지아는일은얼마나중한가

그렇다면그런향유의지평이어떻게형성되는지를알아보는일도중요해진다.비평가윤아랑은픽션이라는키워드와함께오컬트의역사와그것의의미를분류,체계화하고자하는글을실었다.그에따르면오컬트는“사유체계가아니라특정한문화적코드의불균질한집합”에가까운것이다.그는나아가이런질문도함께제시한다.“어쩌면모호한이합집산의성질이야말로이‘세속화시대(찰스테일러)’에오컬트를여전히매력적이고강력한낱말로만드는게아닐까?”더불어윤아랑은오컬트라는개념속에숨겨진복합적인성질을묶어주는것으로픽션(fiction)을제시한다.다시말해“오컬트란‘인간적인것’너머에있는광활한세계와그에대한인간의소외를동시에인지하는픽션의한유형”이기도한것이다.
이렇듯사진-소설-비평으로이어지는일종의연쇄반응을통해,독자들은저마다오컬트에관해한두가지씩의질문을가지게될것이다.그것은충실한문화산업의소비자로서자신에관한것일수도있고,진정한자신을아직만나보지못한스스로에게던지는질문일수도있겠다.다만앞서말했듯,그질문들은자신에관해알고/모르고있음을알게되는일과연결될것이다.중요한건그질문이무엇이든,답은홀로찾아야한다는사실이다.스스로만들어낸텅빈공간을채우는것은언제나자신의몫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