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의 사랑 (소란한 세상에서 조용히 귀 기울이기)

비효율의 사랑 (소란한 세상에서 조용히 귀 기울이기)

$15.80
Description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에서
천천히 귀 기울이는 사랑의 방식에 대하여
‘듣는 사람’.
15년 차 라디오 PD이자 인기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9년째 흔들림 없이 제작하고 있는 최다은 PD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씨네21〉에서 음악 칼럼을 연재하고,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음악을 해설하고 음악 언어를 번역해 온 그는 “결코 듣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친구의 취향에 맞춰 공테이프에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들던 여중생 시절부터 프로 뮤지션을 꿈꾸던 음대생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직업을 바꿔가며 듣기와의 관계를 갱신해온 최다은 PD는 ‘듣는 일’이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관심을 기꺼이 내어주는 능동적인 일임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었던 소리’들이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을 안아주고 일으켜 세워주었음을 깨닫는다.
《비효율의 사랑》는 최다은 PD가 ‘듣는 사람’으로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첫 산문집이다. 책은 한 사람의 일과 삶을 따라가며, ‘귀를 기울여 듣는 일’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 그렇게 ‘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우리 삶을 빛나게 하는지 오롯이 담아낸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고민부터 본업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팟캐스트까지 제작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비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음악을 나누는 선곡의 기쁨, 언어 없는 음악의 세계에서 소통할 때의 희열, 다양한 모습의 찾아왔던 위기의 순간들, 갑작스레 찾아온 이명 증상에 적응하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는 과정까지. 책은 삶에 녹아 있는 풍요롭고 다채로운 ‘듣는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덧붙여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음악과 클래식에 대한 다정하고 친절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비효율의 사랑》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듣기’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강력한 ‘사랑’의 방식인지 들려주면서 독자에게 조용히 귀 기울이는 삶이 주는 행복과 희망을 건네준다.

“듣는 게 곧 사랑의 행위라는 말의 의미를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온전히 이해했다. 듣는다는 건 소중한 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다. 경청은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을 때가 아니라 내용과 상관없이 상대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쓰겠다는 결심이 있을 때 이루어진다. (…) 나는 저마다의 풍경에, 한 인간의 내면에 교향곡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점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린 어느새 서로를 단선으로만 파악하게 될 것이다.”_205쪽
저자

최다은

저자:최다은
듣는사람.음악을재생하고,해설하고,조명하는음악애호가이자음악언어의번역가.연세대에서작곡과음악교육을전공했고,2004년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동상을수상했다.2010년부터지금까지SBS라디오PD로일하고있다.<씨네21>에국내뮤지션의음반부터클래식음반까지폭넓게소개하는칼럼을연재했으며,네이버온스테이지기획위원으로참여했다.2016년부터김혜리영화평론가,임수정배우와함께팟캐스트<김혜리의필름클럽>을진행하면서영화음악을해설하고,분명들었지만듣지못한영화속음악과사운드를재발견할수있도록안내하고있다.

목차


1듣는일:소리를실어보내다
듣다보면괜찮아져
잘하는건모르겠고,할수있는걸하는수밖에
라디오라는타인의온기
〈필름클럽〉이탄생하기까지1:김혜리기자와의만남
어쩌다보니,영화음악이야기하는최다은입니다
〈필름클럽〉이탄생하기까지2:임수정배우와의만남
나를위한쿠션은누가준비해줄까?…40
〈필름클럽〉이탄생하기까지3:〈필름클럽〉제작과정
몰라도부끄럽지않습니다
장수의비결

2듣는사람:언제나옆에음악이있었다
작곡과라는데가있대요
차녀찬스
혼자만들으면무슨재미
언어없는세계의희열
좋아하는것과잘하는것
가리워진나의길
울보의직장생활

3듣는생활:청각적삶의일상과이상
들리지않아도들리는
노력금지
우주는소음으로가득차있다
나를구조해준안전벨트
걱정을다루는법
대유잼미니멀라이프
계절은소리부터온다
동네의소리를들어라
이어폰을빼면들리는여행의소리
너의목소리를들려줘

4듣는방법:낯설지만알고보면다정한음악
음악은영화를타고
가장적게,가장깊게,최소음악의세계
미니멀리즘음악은어떻게대세가되었나
막스리히터가유명해지면정말좋겠네
클래식음악에서는무엇을들어야할까?
제목이라는한줄의장벽을넘으면
음악회에대한사소한궁금증
무인도에서한곡의음악만들어야한다면:분석의기술
내장례식플레이리스트를골랐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아무것도할수없던시간,나를지탱해준것은‘듣는일’이었다
힘든순간가만히안아주었던삶의소리들

유튜브도2배속으로돌려보는것이미덕인시대에시간을들여무언가에귀를기울이는것은비효율적으로보일수밖에없다.하지만저자는그런비효율을포기하지않을뿐만아니라오히려그렇기에더욱애정한다고말한다.상대방이가지고있는무수히많은레이어를한겹한겹열어보는그비효율적인태도야말로최다은PD가타인과관계를맺는태도이자상대의감정을이해하는방식이다.효율적으로빠르게판단해버리는대신한사람에게담긴모든결을이해한다는것은최다은PD자신에게도적용된다.

음대에서작곡을전공하고,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수상했으며,라디오PD로일하면서팟캐스트까지제작하고있는저자의이력을보면평탄하게성공적인커리어의길을걸어온것처럼보인다.하지만저자는한두줄로정리된성공적인이력뒤에무수한실패와좌절이있었음을고백한다.음악을처음으로꿈꾼순간부터부닥쳤던부모님의반대,친구들이쇼팽을칠때‘어린이명곡집’을똥땅거렸던뒤늦은음대준비시절,중학생시절부터꿈꿔왔던음악가의꿈을접기까지의고민,또다시여러발늦게시작한언론고시의막막함까지,저자가걸어온경로는급커브와오르막내리막이계속되는말그대로‘비효율’그자체였다.

저자에게마지막으로찾아온위기는이명이었다.저자는지금까지오직더노력하는것으로실패와좌절을극복해왔지만이명은그렇게극복할수있는대상이아니었다.이명을차단하려했던모든노력이역설적으로이명을더욱또렷하게만든다는것을저자는뒤늦게깨닫고망연자실해한다.오랜시행착오끝에저자는이명을없애려는노력을멈추고,대신이명과함께하는삶을시작한다.지금껏소음이없는세계를이상향으로꿈꾸었던저자는이제헤드폰을벗고주변의소리를받아들인다.시계초침소리,냉장고의모터음,놀이터아이들의괴성과웃음소리,여름을알리는매미소리,그리고사랑하는이들의목소리까지….지금껏소음이라여겼던일상의소리속에서저자는이명을잊고다시듣는삶으로회귀한다.쓸모없고비효율적이라고생각했던세상의소리를통해다시회복할수있었던것이다.

저자는이제‘듣는다는것’의의미를새롭게받아들이고,자신이살아오면서왜비효율적이라여겨진결정을해왔는지그이유를비로소이해하게된다.자신의삶을바꿨던과거의선택들은지름길과는한참먼빙빙돌고구불구불한궤적이었지만,오히려그비효율적인여정이삶을풍요롭게만들어주고,계속음악을사랑하게해주었다는사실을말이다.

“쉬지않고울리는냉장고모터음은나와찰떡이었다.그어떤아름다운피아노연주곡도덮지못했던내귓속의울림이냉장고옆에가면의식되지않았다.그야말로냉장고와나는‘주파수가맞는’관계였다.냉장고와침실사이의거리는2미터도채되지않았는데,가능하면냉장고소리를최소화하도록방가장안쪽에머리를두고방문을꼭닫은채잠들었던과거와는달리이명이생긴후론방문가장가까운곳에머리를두고문을열어놓은채잠을청했다.”_111쪽

배경의존재에대한지극한관심
듣는다는건결국사랑한다는것

라디오와영화음악의공통점은무엇일까?둘다부차적존재라는점이다.배경에머물러주의깊게귀기울이지않으면흘려버리기십상이다.항상존재하지만가만히귀를기울여야자신의소리를들려주는배경의존재들.우리에게도항상옆에있지만미처듣지못하고지나쳐버리곤하는삶의소리들이많다.“라디오PD이자영화음악이야기를하는최다은”으로자신을소개하는저자의차분한목소리를따라책을읽다보면배경의존재들에대한다정함과사랑이듬뿍담겨있음을발견하게된다.배경속에서부수적이라여겨진다른존재에게주파수를맞출때우리삶은더다채롭고풍요로워진다.그렇기에듣는다는것은곧지극한사랑의방식이아닐수없는것이다.

저자는“언젠가누군가가내목소리를들어줄지도모른다는상상만으로도마이크앞에설수있었다”고말한다.라디오도,음악도,사랑도결국‘듣는것’으로이어진다는저자의확신은효율과성과가지배하는세상에서밀려난사려깊은관계맺기의감각을되살려준다.조용히귀기울이는삶이야말로결국세상을느끼고,타인의존재를받아들일수있는가장‘비효율적인사랑’인것이다.

“나는사람을알아가는데에있어서는비효율을추구한다.첫인상을마주한뒤느낌은간직하되판단은유보한다.어떤이에대한소문을들었을땐정확한출처나사실을알기까지유효한정보로삼지않는다.결과적으로낭비가되더라도시간을들여상대의이야기를들어보고,내이야기를해보려한다.우리가서로에게조금만더시간을허락한다면결국모두에게나답게살아갈자유가늘어난다고믿는다.”_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