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16.80
Description
서정의 언어로 길어 올린 이야기의 바다
정호승 시인이 쓴 하나뿐인 장편 우화소설
등단 50년이 넘는 동안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온 한국 서정시의 거장, 정호승. 그는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시인일 뿐 아니라 소설과 동화로도 마음을 건네온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연인》은 정호승 시인이 쓴 단 하나의 장편 ‘우화소설’로, 운주사 물고기 풍경(風磬)이 사랑을 찾아 쇠줄을 끊고 날아올라 온 세상을 떠도는 모험을 고요하고 투명한 문체로 그려낸다. 수십 년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으며, 영어로도 번역 출간되어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 작품이 현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시대적 언어 감각으로 작품을 다듬었고 박선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표지와 본문 삽화를 전면 풀컬러로 새롭게 꾸며 이야기의 깊이와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전한다. 고급 양장 제본으로 완성하여 읽는 기쁨은 물론 책을 소장하고 간직하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저자

정호승

저자:정호승
1950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으며,경희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시,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반시反詩’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슬픔이기쁨에게》《서울의예수》《별들은따뜻하다》《새벽편지》《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사람이다》《눈물이나면기차를타라》《이짧은시간동안》《포옹》《밥값》《여행》《나는희망을거절한다》《당신을찾아서》《슬픔이택배로왔다》와시선집《흔들리지않는갈대》《수선화에게》《내가사랑하는사람》,동시집《참새》를냈다.이시집들은영한시집《ALetterNotSent(부치지않은편지)》《ThoughflowersfallIhaveneverforgottenyou(꽃이져도나는너를잊은적없다)》외일본어,스페인어,러시아어,조지아어,몽골어,중국어등으로번역되었다.산문집《내인생에힘이되어준한마디》《내인생에용기가되어준한마디》《외로워도외롭지않다》《고통없는사랑은없다》와우화소설《산산조각》이있다.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가톨릭문학상,상화시인상,공초문학상,김우종문학상,석정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대구에정호승문학관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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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운주사물고기풍경이사랑을찾아만나는넓은세상
정호승시인이쓴만남과헤어짐에관한눈부신이야기

정호승시인의우화소설은동식물이나사물을주인공으로삼아,우리가평소눈여겨보지못한것들의시선으로인간세상을새롭게비추어본다.《연인》은운주사처마에매달린물고기모양풍경‘푸른툭눈’이사랑에관해고민하며시작한다.푸른툭눈은자신과나란히매달린다른풍경‘검은툭눈’의마음이변했다고생각해,처마에매달린쇠줄을끊고날아올라세상을떠돌기시작한다.지리산을넘어섬진강으로,바다를건너서울까지날아간푸른툭눈.붕어빵을먹는사람들과횟집에갇힌물고기들,서울역의노숙자,비둘기까지.푸른툭눈은세상의다양한모습을보며‘사랑이란무엇인가,내가사랑할존재는어디에있는가’라는물음에나름의답을찾아간다.

정호승시인은어느날운주사에찾아갔을때물고기풍경이하나가보이지않고빈쇠줄만흔들리고있었다고,그물고기가무엇때문에어디로날아갔을까궁금해서《연인》을쓰게되었다고밝힌다.작고사소한것에도눈길을주는시인의따뜻한마음은만물이인격을지닌이야기를꽃피운다.그리고시인이피워낸환상의이야기는현실에사는우리를비추는거울이된다.‘《연인》은이모자람없는것같은궁핍한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울려퍼지는사랑의풍경소리이다’라는김용택시인의말처럼,초판출간후20여년이지난지금도《연인》은사랑과존재에대한질문을변함없는울림으로전한다.


새로운감각의일러스트로빛나는새로운장정
글과그림이어우러지며피어나는서정적인세계

2025년비채에서펴내는《연인》은정호승시인의섬세하고서정적인세계를오늘의감각으로새롭게담아냈다.동시대적언어감각으로작품을전면다듬었으며,주요장면을더욱깊이있게경험할수있게끔박선엽일러스트레이터의그림을더해새롭게단장되었다.푸른툭눈이바라본운주사의솔숲과처마끝에서바람에흔들리는순간,섬진강을따라흐르는물결과바다를향해날아가는고요하고도격정적인비상의장면,비정한서울을내려다보며서울역에서지새우는밤까지.책곳곳에삽입된전면풀컬러삽화는이야기의감정을시각적으로환기하며푸른툭눈의여정을오늘날감각으로불러낸다.세련된표지와고급양장제본은《연인》을처음만나는독자는물론오래전이이야기를품었던독자에게도간직하고싶은욕구를불러일으킨다.

《연인》이품은본질적메시지는시대가바뀌어도변함없이강렬하다.타인의마음이멀어졌다고느끼는순간,자신이머무는자리를벗어나고싶을때,세계와단절되어있다고느끼는밤.푸른툭눈의여정은우리가사는보편적삶의은유와같다.푸른툭눈의여정을따라가면서독자는삶과죽음,사랑과이별,고독과해방의순간들을고루경험하게되고,이야기가끝나면마치물고기가지나가며남긴물결처럼가슴속에작은떨림을간직하게된다.정호승시인의문장은이처럼잊히지않는감정의결을따라가면서우리가한때사랑했던사람들과의기억을조용히어루만진다.《연인》은새로운세대에게는자기만의날개로사랑을찾아나설용기를,이미이이야기에마음을빼앗겨본독자에게는그때의마음을다시떠올리게하는감동을전한다.

책속에서

그무렵,너무나외로운나머지나는누군가를그리워하고있었다.평생을함께할수있는,진정한만남을위하여간절히기도하고있었다.누구를만나내일생을가득채울것인지,누가나를만나기위해오늘도열심히살고있을것인지참으로궁금해하고있었다.
우리의삶은누구를만나느냐에따라그형태가달라진다.삶은만남과헤어짐의모자이크다.그러나나는삶의가장기초단계인만남조차아직이루지못하고있었다.그런데나와똑같은풍경의물고기가창고속에처박혀나와만날날만을기다리고있었다니정말놀라운일이아닐수없었다.
_15쪽

“그것봐라.죽음도그런것이다.잠시바람이불지않는다고해서바람이죽은것이아니다.이번에처음으로바다를보았다지?”
“네,바다를보았습니다.”
“바다의파도를보았는가?”
“네,파도를보았습니다.”
“파도가부서지던가?”
“네,절벽에부딪쳐하얗게부서졌습니다.”
“파도가부서졌다고바다가없어지던가?”
“아닙니다.바다는그대로있었습니다.”
“그것봐라.죽음도그와같은것이다.바다의파도와같은것이다.파도는스러져도바다는그대로있다.죽음이있다고해서삶이없는것은아니다.파도가바다의일부이듯이죽음도삶의일부다.그러니너무슬퍼하지말고,대자유를찾아길을떠나라.”
_58쪽

“내가보기에넌너무순진해.서울에사는나도서울이무서울때가한두번이아니야.어쩌면사람들은널잡아먹기를좋아할거야.잘못하면목숨을잃을수도있어.”
잿빛비둘기는몹시걱정스럽다는표정을지으면서오른발을내게보여주었다.오른발에는뜻밖에도발가락이하나밖에남아있지않았다.
“이게왜이런지알아?사람들이버려둔나일론빨랫줄에발가락이엉켜버렸기때문이야.피가통하지않아결국발가락이썩어떨어져나가버렸어.서울에살려면무엇보다도비닐이나끈따위를조심해야해.내친구중엔비닐을먹어목구멍이막혀죽은녀석도있어.”
비둘기와이야기하는동안객실의불을끈몇대의기차가잠을자러수색을향하여천천히달려갔다.나는그기차가오늘밤날개가달려이리저리서울하늘을날아다닐것이라고생각했다.그리고이서울어딘가에분명나를기다리고있을붕어또한있을것이라고생각했다.
_70쪽

하루하루모든게새롭게느껴졌다.아침마다햇살은더욱눈부시고따스했으며,서울역은더욱아름다웠다.건너편대우빌딩도남산타워도더욱더아름답게보였다.한강철교나63빌딩,멀리행주산성이나북한산까지함께날아다니다돌아온날이면그의날개를정성껏쓰다듬어주었다.잿빛비둘기를위하여내가무엇을해줄수있을까하고골몰히생각하는일만큼기쁜일은없었다.
지금즉시사랑하라.내일로미루지말라.
_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