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18.80
Description
소외되고 작고 모난 것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계
시인 정호승의 단편 우화소설 44편을 담은 작품집
등단 50년이 넘는 동안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온 한국 서정시의 거장, 정호승. 그는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시인일 뿐 아니라 소설과 동화로도 마음을 건네온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항아리》는 정호승 시인이 쓴 단편 ‘우화소설’ 중 44편을 모아 엮은 단편집이다. 버려진 항아리, 바다로 가고 싶은 종이배, 누구도 자신을 봐주지 않아 슬픈 손거울 등 작고 사소한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짧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수십 년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으며, 영어로도 번역 출간되어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 작품이 현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시대적 언어 감각으로 작품을 다듬었고 박선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표지와 본문 삽화를 전면 풀컬러로 새롭게 꾸며 이야기의 깊이와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전한다. 고급 양장 제본으로 완성하여 읽는 기쁨은 물론 책을 소장하고 간직하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저자

정호승

저자:정호승
1950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으며,경희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시,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반시反詩’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슬픔이기쁨에게》《서울의예수》《별들은따뜻하다》《새벽편지》《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사람이다》《눈물이나면기차를타라》《이짧은시간동안》《포옹》《밥값》《여행》《나는희망을거절한다》《당신을찾아서》《슬픔이택배로왔다》와시선집《흔들리지않는갈대》《수선화에게》《내가사랑하는사람》,동시집《참새》를냈다.이시집들은영한시집《ALetterNotSent(부치지않은편지)》《ThoughflowersfallIhaveneverforgottenyou(꽃이져도나는너를잊은적없다)》외일본어,스페인어,러시아어,조지아어,몽골어,중국어등으로번역되었다.산문집《내인생에힘이되어준한마디》《내인생에용기가되어준한마디》《외로워도외롭지않다》《고통없는사랑은없다》와우화소설《산산조각》이있다.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가톨릭문학상,상화시인상,공초문학상,김우종문학상,석정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대구에정호승문학관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1부
항아리
밀물과썰물
선인장이야기
비익조
손거울
물과불
상사화
섬진강
어린왕벚나무
동고동락
네가있어야내가있다

2부
두그루의오동나무
인면조
족제비탑
가을파리의슬픔
어느손이야기
창덕궁잉어
탁목조
소나무와사과나무의대화
벼와피
그림밖으로날아간새
기차이야기

3부
모닥불
오동도
나무의말
종과종메
월식
서울역눈사람
극락조
작은예수
돌멩이의미소
조각배
풀과낫

4부
참게
상처
열쇠와자물쇠
백두산자작나무
몽당빗자루
새잡는그물
하늘로날아간목기러기
자살바위
발없는새
가시없는장미
푸른목타조

해설
정채봉-연필로눌러쓴그림일기같은우화
안도현-사랑의본질을찾아서

출판사 서평

항아리와모닥불,조각배,손거울,가시없는장미…
작은존재의눈으로세상을돌아보는정호승의짧은이야기들

정호승시인의우화소설은동식물이나사물을주인공으로삼아,우리가평소눈여겨보지못한것들의시선으로인간세상을새롭게비추어본다.잘못만들어져버려졌다가새로운쓰임을찾게되는항아리의이야기,서울역앞의노숙자들에게따뜻함을주기위해고민하는눈(雪)들의이야기,실제의하늘을훨훨날고싶은그림속새의이야기등《항아리》는평소좀처럼눈길을받지못하는존재들이주인공으로등장한다.‘정호승은상처입고찢어지고갈라지고모난것들을보듬어끌어안는다.정호승의글에는고요한온기가배어있다’라는안도현시인의추천사처럼,《항아리》는초판출간후20여년이지나새로운독자를만나면서도이세상에필요한따스함을온전히간직하고있다.

새로운감각의일러스트로빛나는새로운장정
글과그림이어우러지며피어나는서정적인세계

2025년비채에서펴내는《항아리》는정호승시인의섬세하고서정적인세계를오늘의감각으로새롭게담아냈다.동시대적언어감각으로작품을전면다듬었으며,주요장면을더욱깊이있게경험할수있게끔박선엽일러스트레이터의그림을더해새롭게단장되었다.책곳곳에삽입된전면풀컬러삽화는이야기의감정을시각적으로환기하며정호승의우화세계를오늘날감각으로불러낸다.세련된표지와고급양장제본은《항아리》를처음만나는독자는물론오래전이이야기를품었던독자에게도간직하고싶은욕구를불러일으킨다.

《항아리》가품은본질적메시지는시대가바뀌어도변함없이따뜻하고단단하다.쓸모를다했다고생각이들때,아무도마음을알아주지않는듯하고자신이세상에서비켜난존재처럼느껴지는순간.《항아리》에담긴이야기들은우리가살아가는삶의감정과존엄을되짚어보게한다.버려졌지만다시쓰임을얻은항아리,나무로만들어졌지만끝내하늘을나는새,눈사람으로가득한서울역과그곳에서피어나는작은온기까지.작고사소한존재들이세상에말을걸고의미를되찾아가는여정의끝에는마치은은한종소리처럼깊은울림이남는다.《항아리》는새로운세대에게는스스로의의미를다시찾을용기를,이미이이야기들과함께울고웃었던독자에게는그때의다정함을다시떠올리게하는위로를전한다.

책속에서

땅속에파묻힌나는내가무엇으로쓰일지알수없었다.그렇지만가슴은두근거렸다.이제서야내가버려진존재가아니라남을위해무엇으로쓰일수있는존재라는사실에그저한없이가슴이떨려왔다.
그날밤이었다.감나무가지위에휘영청보름달이걸려있었다.어디선가나를향해다가오는젊은이의발걸음소리가들렸다.나는가슴을억누르고두귀를쫑긋세웠다.젊은이의발걸음소리는바로내머리맡에와서
딱멈추었다.
나의가슴은크게고동쳤다.달빛에비친젊은이의그림자가바람에흔들렸다.나는고요히숨을죽이고젊은이를향해마음속으로크게팔을벌렸다.
_15쪽

“내소원을들어주면가르쳐줄게.내소원을들어줄수있겠니?”
“무슨소원인데?”
“꼭들어준다고먼저약속을해야돼.”
“그래약속할게.”
소년은새의소원을들어줄수있다고분명히말했다.그러자새가입을열었다.
“내소원은사람의얼굴을한새가되는거야.그런새를인면조라고하는데,아직아무도그런새가되지못했어.난인면조가되기위해지금껏열심히살아왔는데,인면조가되지못하고이제얼마살지를못해.그래서하는말인데,내가죽으면네가만든부도에인면조가된나를새겨넣어줄수있겠니?”
“응,새겨넣어줄게.”
“꼭약속할수있겠니?”
“응,꼭약속해.내가아버지와같은훌륭한석공만될수있다면얼마든지약속할수있어.”
_104쪽

함박눈은사람들이좋아하는모습을보자너무나기뻐서하늘에조금남아있던함박눈마저모두서울역에내리게했다.그러자서울역에사는노숙자들이하나둘모여들어눈덩이를굴리기시작하더니한사람두사람
눈사람을만들었다.
눈사람들은곧서울역광장곳곳에세워졌다.함박눈은눈사람이된자신이자랑스럽게느껴져오가는사람들을보고손을흔들었다.
어느새눈은그치고밤이찾아왔다.새하얀솜이불을덮은듯서울역은포근하고아름다웠다.고색창연한서울역푸른돔위로별들은자꾸빛났다.
_220쪽

나는기러기를향해몇번손을흔들다가다시목기러기를만들기위해천천히목공소로발길을옮겼다.
‘저하늘을나는기러기들처럼언제내가만든목기러기들이하늘을날수있을까.’
나는그런생각을하자마음이무거웠다.그래도목기러기대신한마리죽어가는기러기를살려하늘로날려보냈다싶어마음속엔잔잔한기쁨이물결쳐왔다.
‘그래,또열심히목기러기를만들어보는거야.언젠가는내가만든목기러기들이하늘을훨훨나는날이있을거야.’
나는다시마음을굳게다지고목공소의문을열었다.
아,그런데이게도대체어떻게된일일까.목공소안에는그동안내가만든수십마리의목기러기들이단한마리도보이지않았다.
_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