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조약돌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본 Hardcover)

$18.80
Description
작고 낮은 존재들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 세상
시인 정호승의 단편 우화소설 43편을 담은 작품집
등단 50년이 넘는 동안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온 한국 서정시의 거장, 정호승. 그는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시인일 뿐 아니라 소설과 동화로도 마음을 건네온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조약돌》은 정호승 시인이 쓴 단편 ‘우화소설’ 중 43편을 모아 엮은 단편집이다. 강을 벗어나고 싶은 조약돌, 모래를 쌓아 쉴 곳을 만들고 싶은 갈매기, 생화 사이에 놓인 조화 장미 등 작고 사소한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짧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수십 년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으며, 영어로도 번역 출간되어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 작품이 현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시대적 언어 감각으로 작품을 다듬었고 박선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표지와 본문 삽화를 전면 풀컬러로 새롭게 꾸며 이야기의 깊이와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전한다. 고급 양장 제본으로 완성하여 읽는 기쁨은 물론 책을 소장하고 간직하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저자

정호승

저자:정호승
1950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으며,경희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시,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반시反詩’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슬픔이기쁨에게》《서울의예수》《별들은따뜻하다》《새벽편지》《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사람이다》《눈물이나면기차를타라》《이짧은시간동안》《포옹》《밥값》《여행》《나는희망을거절한다》《당신을찾아서》《슬픔이택배로왔다》와시선집《흔들리지않는갈대》《수선화에게》《내가사랑하는사람》,동시집《참새》를냈다.이시집들은영한시집《ALetterNotSent(부치지않은편지)》《ThoughflowersfallIhaveneverforgottenyou(꽃이져도나는너를잊은적없다)》외일본어,스페인어,러시아어,조지아어,몽골어,중국어등으로번역되었다.산문집《내인생에힘이되어준한마디》《내인생에용기가되어준한마디》《외로워도외롭지않다》《고통없는사랑은없다》와우화소설《산산조각》이있다.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가톨릭문학상,상화시인상,공초문학상,김우종문학상,석정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대구에정호승문학관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1부
조약돌
못자국
빈들판
풍경소리
해어화
해어견
명태
의자
망아지의길
주춧돌
슬픈목걸이

2부
어떤암탉
제비와제비꽃
현대인
우제어
돌탑
난초와풀꽃
기파조
왼손과오른손
기다리는마음
봄을기다린두토끼
붉은장미와노란장미

3부
비목어
녹지않는눈사람
썩지않는고무신
고슴도치의첫사랑
종이배
새의일생
새싹
고로쇠나무
위대한개구리
부처님의미소
손가락들의대화

4부
은행나무

열정
작은꽃게의슬픔
어린대나무
검은툭눈금붕어
흰수염갈매기의꿈
다람쥐똥
쥐똥나무
그늘과햇빛

해설
도종환-따뜻한사랑의우화

출판사 서평

조약돌,끊어진목걸이,봄을앞두고개화를준비하는나무들…
작은존재의눈으로세상을돌아보는정호승의짧은이야기들

정호승시인의우화소설은동식물이나사물을주인공으로삼아,우리가평소눈여겨보지못한것들의시선으로인간세상을새롭게비추어본다.나무한그루를품고싶은외로운들판의이야기,인간의말을알아듣는개의이야기,광주에서총을맞은소년이마지막으로쥐고있던고무신의이야기등《조약돌》은인간이아닌존재들이주인공으로등장해우리가사는세상을거울처럼비춘다.‘정호승의우화는사랑에대해이야기한다.우리는불완전하다는것,사랑을통해서만완전해질수있다는것을’이라는도종환시인의추천사처럼,1999년에처음출간되었던《조약돌》은초판출간후20여년이지나새로운독자를만나면서도이세상에필요한따스함을온전히간직하고있다.

새로운감각의일러스트로빛나는새로운장정
글과그림이어우러지며피어나는서정적인세계

2025년비채에서펴내는《조약돌》은정호승시인의섬세하고서정적인세계를오늘의감각으로새롭게담아냈다.동시대적언어감각으로작품을전면다듬었으며,주요장면을더욱깊이있게경험할수있게끔박선엽일러스트레이터의그림을더해새롭게단장되었다.책곳곳에삽입된전면풀컬러삽화는이야기의감정을시각적으로환기하며정호승의우화세계를오늘날감각으로불러낸다.세련된표지와고급양장제본은《조약돌》을처음만나는독자는물론오래전이이야기를품었던독자에게도간직하고싶은욕구를불러일으킨다.

《조약돌》이품은본질적메시지는시대가바뀌어도변함없이단단하고뚜렷하다.누구의시선에도들지못하고제자리에머무는듯한시간,흐르고흘러서결국닿고싶은어딘가가있다는희망만으로버티는순간들.《조약돌》에담긴이야기들은우리가살아가는삶의감정과존엄을되짚어보게한다.강을벗어나고싶은조약돌,바다로가고싶은종이배,봄을맞아불꽃놀이처럼피어나는꽃망울들.이야기속의존재들은누구에게도크게보이지않지만,삶의근원적인외로움과사랑의가능성을안고있다.그들의이야기를읽은뒤독자의가슴속에는작고단단한위로와용기가남는다.《조약돌》은새로운세대에게는스스로의의미를다시찾을용기를,이미이이야기들과함께울고웃었던독자에게는그때의묵묵한다짐을다시떠올리게하는위로를전한다.

책속에서

강가엔수석을채취하는사람들이가끔찾아오곤했는데,그날따라안경을낀한남자가슬그머니조약돌을집어든것이다.
조약돌은가슴이두근거렸다.
‘아,이게어쩌면처음이자마지막기회일지도몰라.제발나를데려가기를!’
조약돌은마음속으로크게외쳤다.
조약돌의그런간절한마음이전달된탓일까.
남자는한참동안조약돌을물끄러미들여다보더니슬그머니입가에미소를짓고는배낭속에조약돌을집어넣었다.
조약돌은기뻤다.배낭속이캄캄하고답답했으나그런것쯤은아무렇지도않았다.앞으로어떤삶이전개될지그저가슴만쿵쿵뛰었다.
‘아마어디에살든내가그토록살기싫어한이강가보다는나을거야.’
조약돌은그렇게생각하며남자와함께밤기차를탔다.
_14쪽

낙타는이제더이상젊은이를기다려줄수가없었다.
낙타는젊은이를그자리에둔채길을떠났다.젊은이가떠나가는낙타를안타까운눈빛으로바라보았다.그러자낙타가또말했다.
“젊은이여,저기멀지않은곳에오아시스가있네.거기로가게.”
젊은이는눈을들어낙타가말한곳을바라보았다.낙타의말대로정말멀리푸른숲이보이고사람인듯검은점들이움직이는모습이보였다.
_109쪽

소녀가작은손을흔들었다.나도손을흔들었다.소녀의손이나뭇잎처럼햇살에반짝였다.
나는내를지나고강을지나드디어바다에다다랐다.
바다는넓고무서웠다.조금만움직여도그대로뒤집힐것만같았다.나는바다를너무무서워하지말라던소녀의말을떠올리며조금씩앞으로나아갔다.
“맞아.너무무서워할필요가없어.바다도똑같은물이야.냇물이나바닷물이나똑같은물이야.결국그물을어떻게이해하느냐하는내마음이문제인거야.”
_220쪽

“그러니까아예봄이안오는게나아.”
꽃나무들은서로이런이야기를주고받으며꽃샘추위를견뎌나갔다.그러는동안경칩이지나고춘분이지나고하루종일봄비가내렸다.산수유와개나리와진달래와백목련의몸과마음은도저히꽃망울을터뜨리지않고는견딜수없을정도로봄비로가득찼다.그래서그들은그만자신들도모르게잎보다꽃을먼저피우는열정에들뜨고말았다.봄비가그친뒤,앙상한나뭇가지에잎보다먼저아름다운꽃들이피어나기시작한것이다.
_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