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로 그려낸 제주 할망의 그림과 시)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로 그려낸 제주 할망의 그림과 시)

$16.88
Description
애순이 아이유가 만난 ‘찐 애순이’
제주 그림할망이 한 붓 한 붓 그려낸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감동

“울지 마라. 복이 돌아와. 다시 살아진다.”
2025년 국민 드라마로 등극한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역할을 맡은 배우 아이유는 종영 이후 제주도 선흘마을을 찾았다. 제주의 유명인사, 평균 연령 84세, 제주 ‘그림할망’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새 전시를 기념한 방문에서 애순이는 찐 애순이들을 만나 응원을 전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평생 밭을 일구고 바닷속을 헤엄쳐온 그림할망들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 할머니들에게 붓을 쥐어준 건 할머니들의 낡은 창고를 그림 작업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예술감독 최소연이었다. 투명한 눈을 가진 할머니들이 깨끗한 손으로 그려낸 그림과 시는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불러모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아이유가 응원을 전했던 전시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에 전시된 할머니들의 그림과 시, 그리고 예술감독 최소연의 해설을 엮은 책이다. 전복, 콩, 테왁, 무화과, 불 등 할머니들이 일상의 바다에서 채취한 사물들로 표현해낸 감정의 파고가 순수한 울림을 전한다. 저자 최소연은 말한다. 할머니들은 자신을 예술가라 부른 적이 없지만, 늘 삶을 예술로 승화해온 삶의 예술가였다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찬란한 봄이 오듯 순환하는 삶의 희망과 감동이 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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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소연

엮음:최소연
미술가.예술감독.제주선흘마을에서‘선흘그림작업장’을운영하고있다.‘그림그리는인류’를만나는시간을소중히여기며,현장연구를통해다양한언어로문화를소개해왔다.워크숍,전시,포럼,콘퍼런스,예술가레지던시등을설계하고진행하며예술과공동체를잇는창작활동을이어가고있다.
2021년일대일그림야학을시작으로선흘마을할머니들에게그림을가르쳐왔다.이수업은단순한미술교육을넘어마음과우정,그리고삶의희로애락을나누는환대와다정의공동체로발전했다.선흘그림작업장은‘그림할망’들과의공동작업을통해예술적연대를확장하고,삶을예술로환원하는실험적공간으로자리잡았다.저자는이곳에서미술사어디에도등장하지않는특별한존재인제주그림할망의삶과예술을기록하는작업을계속하고있다.
2006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수여하는‘올해의예술상’을받았다.대표작으로〈접는미술관〉〈명륜동에서찾다〉〈테이크아웃드로잉〉이있다.저서로《할머니의그림수업》《난센여권》이있으며,《안티젠트리피케이션》《드로잉괴물정령》《한남포럼》등을공동집필했다.
홈페이지socialmuseum.net
인스타그램@socialmuseum.kr

그림:제주그림할망
소막할망강희선
1937년생.2022년동갑내기초록할망과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소막사를개조한미술관에서그려낸할망의작품에는고단한삶에서도희망을잃지않으려는기도의힘과정성이고요히머물러있다.

무지개할망고순자
1939년생.2022년처음붓을쥐고“이녁(나)마음대로그리겠다”라고선언한뒤,제주4·3이후의삶을‘무지개바람’으로형상화해가족과마을공동체의돌봄을표현하고있다.

우영팟할망김옥순
1945년생.우영팟(텃밭)을창작의원천으로삼아생명력을그림에담아내고있다.텃밭이통째로들어간할망의스케치북에는수확의기쁨과이웃과나눈추억이기록되어있다.

고목낭할망김인자
1939년생.처음그림그리는순간,꼭고목낭(고목나무)에서꽃이피는것만같았다고회상하는할망은여전히60여년전선흘마을입구에지은집에서생활하며깊고오래된이야기를그려내고있다.

무화과할망박인수
1946년생.귤밭한편에서자라난무화과나무한그루에매료되어,무화과의달콤함을그림으로표현하기시작했다.여성복식에관심이많아그림에전통적·현대적옷의디테일을살리고있다.

신나는할망오가자
1940년생.귀가잘들리지않아도그림을그릴때만큼은몰입의신이된다.신이난사람들에게‘신’이깃드는순간을포착해‘기막힌신들의세계’를주제로작업을이어가고있다.

우라차차할망조수용
1930년생.선흘에서태어나95년간선흘에서살아온선흘마을의정신적지주다.작고빠른몸짓과총명한눈빛으로굴곡진삶의이야기를한붓에활기차게담아내고있다.

불할망허계생
1953년생.제주도곳곳에숨은불과관련된신화적이야기에깊은애정을가진할망은해녀들이불턱에불을지피듯사람들마음에따뜻한불씨를나누기위해그림을그리고있다.

초록할망홍태옥
1937년생.선흘그림할망의시초.제주4·3에불탄집의돌무더기속에서초록싹을틔워낸적이있는할망은생명의소중함과회복의순간을기리며지금도종이위에초록싹을틔우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제주그림할망

1숨이또깍또까차더라도
2여기초록방석에앉아서쉬어라
3가슴이살락살락탈랑탈랑

감사의글
부록

출판사 서평

“제주선흘마을할망들의삶이자연과버무려져그림으로거듭났다.(…)
삶의황혼길에그림처럼멋진벗이또있을까?”
―최재천(이화여대에코과학부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이사장)

“내가가장뜨거운열정으로세상을사랑했던
그모든순간의감수성을일깨워주는눈부신책이다.”
―정여울(《나를돌보지않는나에게》《감수성수업》《끝까지쓰는용기》저자)

이토록깨끗한책이또있었을까?
아홉명의제주그림할망이그려낸
눈물만큼투명한삶의감동

넷플릭스인기드라마〈폭싹속았수다〉는이렇게시작한다.어느덧노년에접어든‘애순이’는바다가보이는요양원에서다른노인들과그림을그리는중이다.평생그림을그려본적없는애순이는무얼그릴지한참을고민하다이내파란크레파스를집어든다.파란바다가스케치북을가득채워가면어느새화면이전환되어시청자는애순이와함께유년시절로돌아간다.1950년대투명하고거칠던제주로초대받는다.단한장의스케치북과크레파스가애순이의폭싹속은(매우수고한)인생이야기의첫장을열어보인다.

그리고여기,애순이보다조금먼저그림을만나인생이야기를풀어놓게된노년의작가들이있다.바로제주선흘마을의‘찐애순이’그림할망.평생을밭과바다에서골갱이(호미)를휘두르고점복(전복)을찾아헤매며살아온할머니들은처음붓을쥐었던때를이렇게회상한다.“마른고목낭(고목나무)에서꽃이피는것만같았지.”겨울지나봄은그렇게조용히찾아왔고,새언어를익힌할머니들은지난삶을새로이쏟아내기시작했다.“기리니까(그리니까)배우는기분이들어.”“기리다보니커피를잊어버리고식어버렸다.”“새를기리다보니엄마보고싶다.그림때문에울어진다.”눈물만큼투명한삶의이야기가펼쳐놓았다.

할머니들에게물감을쥐어준사람은이책의저자예술감독최소연이었다.최소연은할머니들의낡은창고가꼭뭇여성화가의작업실과다름없어보였다고말한다.일찍부터현장참여형예술을주도해온그는2021년본격적으로할머니들의창고를그림작업실로개조하는프로젝트를개시했다.순조롭지만은않았다.그림그리기에시큰둥한할머니들을매일같이찾아가지난밤의안부를묻듯그림을권했다.‘그림이할머니들의삶을,선흘마을의삶을펼쳐놓을것이다.’그는믿었고,또바랐다.그로부터4년이흐른지금할머니들은네차례단체전시를마친작가가되었고,선흘마을은공동체문화의새로운대안을제시한제주의명소가되었다.그의믿음과바람이이루어졌다.

신간《살다살다봄이된것은》은애순이아이유의방문으로화제가된2025년전시〈폭싹속았수다,똘도,어멍도,할망도〉에전시된할머니들의작품과예술감독최소연의해설을엮은책이다.이번작품을통해할머니들은전보다더깊숙한과거로돌아갔다.슬픔의눈물과환희의눈물이넘실거리는과거속에서할머니들은많이울었고,그많은눈물이할머니들의그림속으로고스란히스며들었다.삶의감동이눈물만큼투명하게담겼다.그리고모퉁이에한자한자또박또박어린날의자신과,독자를향한응원을눌러담았다.“울지마라.복이돌아와.다시살아진다.”

그림속에서자아를찾아신이된할머니들

할머니들은그림을그릴때도그들의삶이그러했듯이정직했다.당신들은오직자신이겪은일상의재료로만이야기를꾸렸다.마치그러지않고서는어떤이야기도할수없다는듯이바당(바다),점복(전복),뭉개(문어),배추등을그려나갔다.일상의사물만으로도할머니들은삶의기쁨과슬픔을능히이야기할수있었다.실제그런삶이었다.더없이진실한붓질이계속이어졌다.

저자최소연은한가지소재에천착하는할머니들의그림활동을관찰하던어느날새로운관점을얻었다.그녀들을마치온갖사물에깃드는동양의신과같이바라보게된것이다.그날로할머니들에게걸맞은신명을붙이기로했다.최소연은호명의힘을알고있었다.‘화가’라는호명이할머니들을기꺼이화가로서게했듯이,새신명이할머니들을여신으로서게해주리라믿었다.그렇게우영팟(텃밭)을그리던김옥순할머니는‘우영팟할망’이,소막(소막사)을그리던강희선할머니는‘소막할망’이되는등할머니들에게새이름이주어졌다.할머니들의작가세계에신화가입혀진것이다.

바람보다깨끗한언어로그려낸제주할망의그림과시

총3부로구성된《살다살다봄이된것은》은신이된할머니아홉분의작품을담고있다.1부는고된노동을견디게한가족에대한사랑을,2부는현생의고단함에지쳤을모든이에게전하는응원을,3부는젊은시절가슴을뛰게했던찬란한순간을이야기한다.

이책의묘미는활기찬그림과함께메시지를전하는할머니들의바람보다깨끗한언어감각을느껴보는데있다.마치동시처럼순수하게쓰인할머니들의제주어를읽고있으면살아서펄떡이는생명력을느낄수있다.“뭉개를잡으난얼마나기쁘냐.”“배추는초록하다.”“사랑은어두운디서이루어지는거.”“어디로뛰나내가알아.가슴이탈랑탈랑뛴다.”도시에서는느낄수없는섬언어만의활력은유구한독서경험을가진독자에게도신선한감각을일깨워줄것이다.

끝으로책말미에서한창그림작업중인할머니들의‘선흘그림작업장’과‘할머니미술관’현장사진을만나볼수있다.창고나막사를개조한것이라고는믿을수없을만큼버젓한시설들을통해선흘마을의공동체생활이이프로젝트로하여금얼마나큰변화를맞이했는지실감할수있다.오늘도할머니들은그곳에모여진지한각오로팔토시를찬다.“캔버스를땅에눕히고밭일하듯허리를굽힌채한땀한땀점을찍어”그림그리기에열중이다.

최재천교수와정여울작가의강력추천
삶과자연이어우러진삶에서깨어나는눈부신일상의감수성

일찍이그림할망들과저자최소연의활동에응원을보낸이들도적지않다.제주에거주하는유명인과연예인을비롯해육지에서도수많은관객이그들을보기위해선흘마을을찾았다.특히최재천교수는이번신간《살다살다봄이된것은》에대해“제주선흘마을할망들의삶이자연과버무려져그림으로거듭났다”라며삶과자연이버무려진끝에나온할머니들의그림에대해호평했고,정여울작가는“내가가장뜨거운열정으로세상을사랑했던그모든순간의감수성을일깨워주는눈부신책이다”라고말하며제주에서평생을나고자란할머니들의투명한감수성에대해극찬을아끼지않았다.

《살다살다봄이된것은》은문학을읽지않아도얼마든지삶을문학적으로살아낼수있음을증명한다.아홉할머니들의그림과시는우리의언어가인간의언어이기앞서자연의언어임을여실히보여준다.자연의언어는숲과바다,그리고구름처럼자유롭다.할머니들의언어는속세에진빚이하나도없다는듯홀가분히거닐고헤엄치고날아다닌다.책장을펼치면이토록순수한제주의언어가독자의마음속으로고개를들이밀것이다.삶의고단함속에서도끝내삶을긍정하고야마는힘을전해줄것이다.

〈폭싹속았수다〉는이렇게끝난다.어느덧노인이된문학소녀애순이에게딸금명이가책을한권선물해준다.바로애순이의시를엮은시집.애순이는눈물을애써참으며그시집을가슴에묻는다.‘찐애순이’제주의아홉그림할망역시다르지않다.제이름이적힌책을이불속에고이모셔두고저마다비단같은꿈을꾼다.

마음이아파도몸이아파도살아야지
무사밭을놀령시니(놀리면쓰나)
씨를뿌리난(뿌리니까)
초록씨가나완(나와)
씨가잘나면(잘자라면)
마음이편난하다(편안하다)
―초록할망홍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