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호의에 대하여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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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형배 재판관이 편견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작고 평범한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배우고 성찰하며 기록한 120편의 글.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채우는 건 어떤 의미인가, 다른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사람과 사회는 바뀔 수 있는가. 자작나무에서 지리산으로, 도스토옙스키에서 몽테스키외로, 일상에서 재판까지. 호의는 사람을,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받은 것을 사회에 되돌려주라던 김장하 선생과의 추억, 법을 몰라 손해 보는 이들을 헤아리는 마음, ‘자살’을 시도했던 재소자가 ‘살자’는 다짐을 하게 만든 선물,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며 속절없이 흘리는 눈물, 그리고 건강한 법원과 사회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

더 나은 길에 대한 소박한 상상과 아름다운 이들에 대한 따뜻한 진심.
문형배가 말하는 결코 탄핵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저자

문형배

저자:문형배
전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
서울대학교법과대학을졸업했고제18기사법연수원을수료했다.부산지방법원·창원지방법원·부산고등법원부장판사,부산가정법원장등부산·경남지역법관으로공직생활대부분을보냈다.판사시절,양형기준을강화하여공직부패와비리에대해서는엄정하게판결하면서도사회적약자에겐상담과치료프로그램을이행하게한후그결과를양형에반영했다.민사재판에서는원고와피고각각실리와명분을찾아모두가이길수있는협상과조정에무게를두었고형사재판중단한번도사형선고를하지않았다.2018년4월19일헌법재판관임기를시작하여2025년4월18일퇴임했다.
정상에오르지않는등산을좋아하고나무이름에해박하다.독만권서행만리로(讀萬券書行萬里路)를지향하는엄청난독서광이자산책광이다.

목차

여는말

1.일상은소중하다
누구도나에게이길을가라하지않았다착한사람을위한법무죄판결납골당을다녀와서판결선고후협상의법칙,조정의법칙사법도감동을창조할수있다스위스법원기행형사재판잘받는방법들중판사의일화이트칼라범죄양형기준좋은변호사죄인을다스리는방법말대신계약서증인출석판사한기택민사재판잘받는법상속포기40대조정과우산녹차한잔의힘김창완명분과실리를나누는화해조삼모사선순환의공동체작은세상이대안이다이삭의집에서만난소년부끄러운대학생활자작나무하모니를보고나이먹는일의기쁨과슬픔책을읽는이유세가지블로그방문객10만명을기록하며취미세가지정겨운세상만들기병원에서절감한비폭력대화법책을고르는기준추도식에다녀와서홋카이도를다녀와서왕후박나무망진산을오르며시외버스를탈때주의할사항우포늪반딧불지리산의일출영축산의평안안치환주간코리아를보고목련생강나무느티나무배롱나무구상나무그소나무주목증거재판주의7번방의선물을보고편백나무막말을자제하는법조정에임하는자세판사는무엇으로사는가공무원생활을시작할때유의할점모과나무소원을보고은행나무고로쇠나무녹나무전나무프라하의48시간박태기나무칠엽수

2.일독을권한다
나무야나무야를다시읽고공부의즐거움을읽고법의정신을다시읽고변신과시골의사를읽고팡세를읽고도덕경을다시읽고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읽고감시와처벌을읽고파리의노트르담을읽고호밀밭의파수꾼을읽고정의란무엇인가를읽고자유론을읽고25시를읽고에밀을읽고손자병법을읽고피로사회를읽고의무론을읽고마담보바리를읽고난중일기를읽고이반일리치의죽음을읽고안나카레니나를읽고여자의일생을읽고재판관의고민을읽고베니스의상인을읽고허클베리핀의모험을읽고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를읽고주홍글자를읽고문학속의재판,재판속의문학페스트를다시읽고부활을다시읽고카라마조프형제들을다시읽고죄와벌을또다시읽고레미제라블을다시읽고전쟁과평화를다시읽고적과흑을다시읽고열린사회와그적들을읽고

3.사회에바란다
형사사건재배당과양형기준제공판중심주의와그적들변화의시대에판사로사는방법독립되어있지아니하면사법이아닙니다솔로몬왕의판결진주지원장취임사조정위원위촉식인사말진주지원장이임사부산고등법원이임사부산가정법원장취임사부산여성변호사대회기조강연헌법재판관후보자인사말씀헌법재판소재판관취임사헌법재판소재판관퇴임사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당신과나사이,호의가있다
더나은길에대한소박한상상과
아름다운이들에대한따뜻한진심
문형배재판관이말하는결코탄핵할수없는것에대하여

2025년4월4일11시22분,판결문의마지막문장과함께우리기억에남은것이있다.선고요지를읽어내려가던한재판관의차분한표정과단호한목소리다.문형배재판관은2018년4월19일헌법재판관임기를시작해2025년4월18일퇴임했다.선고가늦어지는것보다선고하지않고임기를마칠까봐두려웠다는사람,부산·경남의지역법관으로공직생활대부분을보낸사람,양형기준을강화하여공직부패와비리에대해엄정하게판결하면서도사회적약자에겐상담과치료프로그램을이행한후그결과를양형에반영하는사람.무엇이그를이런길로이끌었을까,그는무엇을향해나아갔을까.

그의생각을엿볼수있는책《호의에대하여》(김영사刊)가출간되었다.산책길과등산길에서발견한사람을닮은나무,무경험을극복하기위해읽은책,받은것을사회에되돌려주라던김장하선생과의추억,법을몰라손해보는이들을헤아리는마음,‘자살’을시도했던재소자가‘살자’는다짐을하게만든선물,사랑하는이를그리워하며속절없이흘리는눈물,그리고건강한법원과사회를향한진심어린조언….자작나무에서지리산으로,도스토옙스키에서몽테스키외로,일상에서재판까지,문형배재판관이1998년부터작성한1,500여편중일상을대하는태도(1부),두세번씩읽었던책들에대한감상(2부),법원과사회에바라는점(3부)등120편을선별해담았다.

나의일상을풍요롭게채우는건어떤의미인가,우리는타인의삶을온전히이해할수있는가,사람과사회는바뀔수있는가.그리고,호의는사람을세상을어떻게바꾸는가.“아름다운사람이많다.절망하기엔아직이르다.”30년가까이부단히공부하고성찰한시간속에서그가발견한단어는‘호의’였다.이책은“평균인의삶에서벗어나지않고자애썼던어느판사의기록”이자아름답고평범한사람을향해그가걸어간행적이다.또한재판관이아닌“동시대를살아가는대한국민으로서”하는고민이자조금더나은사회의모습을기대하며성찰한기록이다.

저자는판사가된것을단한번도후회하지않는다고말한다.복역중인기결수에게받은편지(“판사님을실망시키지않는삶을살도록최선을다해서노력하겠습니다”)는그를법원에서“영원히떠날수없게”만들었다.문형배재판관의첫책,더나은길에대한소박한상상과아름다운이들에대한따뜻한진심이담긴책,결코탄핵할수없는것들에대한이야기가시작된다.

평균의삶을향해걸어간길
나무를닮은사람들과우리의평범하고소중한일상

“친구가살아서천년,죽어서천년을간다는주목나무를소개해주었고,나는헤아릴수없는감동을받았다.주목나무사진을찍어존경하는박선배에게보냈다.선배를닮은것같아보낸다는설명도함께였다.그선배는수백년을삶의단위로생각하는것같았다.”

이사회가“평범한사람들이지탱하는것”이라면우리의인생은평범한하루하루가모인것이다.우리는병에걸린후에야,송사에휘말린후에야평범한일상의행복이진정한행복임을깨닫는다.친구들과산을오르고산책길나무의이름을외우고좋아하는야구팀을응원하는일을상세히기록한것은바로이때문이다.

나무에대한사랑은자작나무를필명으로삼을만큼극진하다.대학시절역에서한참걸어고향마을에도착했을때저자를반기던느티나무에서위로를얻고,고로쇠나무가내어주는수액을마시면서모든사람에게혜택을줄제도를생각하며,벚꽃과백목련의아름다움에취해이보다더아름다운사람들을떠올린다.저자는큰성공을위해현재를희생하지말고현재의소소한일상에충실할것을권한다.그것이야말로“인생의긴여정에서패배하지않는”방법이라고말한다.“무승부도있으므로버틸필요가있고그러면훗날을기약할수도있다.”

우리를살아가게하는힘
분쟁을화해로,‘자살’을‘살자’로바꾸는호의의대화

“자살자살자살자살….이렇게열번하면본인은‘자살’이라고말하지만듣는사람에게는‘살자’로들립니다.생각하기나름입니다.실패라고다나쁜것은아닙니다.자살에실패해서살았지않았습니까?”

저자는손해배상사건에서원고와피고가서로적당히양보하는조정절차를중요시했고실제로협상의묘를발휘했다.피고의딱한사정에귀기울이면서원고에게는승소판결이라는명분상의이득보다돈을받아낼가능성이높은방법,즉실리를추구할것을제안하는식이다.타협의기미가보이지않는사건에서이해당사자들에게건넨녹차한잔과낡은우산하나의힘은컸다.

그어떤커다란금전적이득보다호의를담은말한마디가때로는사람의마음을녹이고문제를해결하거나방지하는한수임을우리는알고있다.화는그반대의효과를낸다는점도알고있다.조정실이나재판정에서싸우는사람들에게“화가나면화를이기기힘들므로화가나기전에화를늦추라”고조언한다.사건이해결되지않을때가장큰손해를입을것이기때문이다.이조언은이해당사자들에게만해당하지않는다.저자는자신이법정에서화를내려할때배석판사들에게“법복소매를당기라”는부탁을하기도한다.

지금도회자되는저자의가장유명한판결역시호의가바탕이되었다.자살을하려고여관에불을지른사건에서저자는선고당일피고인에게‘자살’을열번외치게하였다.이미이사건전에트위터에자살을예고한사람이있다는글을보고‘살자’를열번외쳐보라고당부하기도했다.“당신이떠나고나면당신을붙잡지못한미안함에며칠을울어야할사람이있을지도모릅니다.보고싶어또울지도모릅니다.당신의자살은당신이떠난후남은이들에게감당할수없는상처입니다.”

타인을삶을이해하는방법
무경험과무소신을극복하기위한독서

“판사란타인의인생에,특히극적인순간에관여하는사람이다.분쟁에대한충분한이해와인생에대한풍부한경험이없다면그들인생에커다란짐을지우는오판을할지도모른다.(…)문학이그대안이될수있다.문학은보편적진실을추구하고재판은구체적진실을추구하며,양자는서로를필요로하기때문이다.”

저자는대학교에입학한후에야본격적으로독서를시작했다고고백한다.초임판사시절,잡히면처벌받을게뻔한일을왜되풀이하는지,계약서도없이왜거액의거래를하는지,사건과사람을이해기엔경험이너무나부족하다는것을자각했고간접경험을넓히는방편으로더많은책을읽기시작했다.저자가“혼돈의시기에생존을유지할수있었던것은책덕분”이었다.근40년간의독서는생각의방향을정리하고각각의사안에대해흔들리지않는소신을갖출수있게해주었다.

지인에게선물받은책부터서점에서우연하게고른책까지,도스토옙스키의《죄와벌》부터몽테스키외의《법의정신》까지,저자의독서이력은장르를가리지않는다.그중에서도인식의지평을넓히는데도움이되었던책들,여러번읽은책들의감상문을담았다.

문학작품속주인공의범행동기에대한분석(“첫번째동기는강탈한물건을전혀사용하지않은데서설득력이떨어진다”),재판과정과판결내용에대한평가(“합리적의심을배제할정도로엄격한증명이있어야유죄가인정된다는원칙이제시되지않았다”“도스토옙스키의양형감각에놀란적이있다”)를통해독자는독서의또다른재미를발견할수있다.

우리가꿈꾸는사회의모습
호의가바탕이되는조금더나은길에대한생각

“선생님은저에게선을베푸셨습니다.선생님으로부터입은은혜를다른사람에게갚을것입니다.이런선순환이쌓여이사회가훨씬단단해지고아름다워지길바랍니다.새로운성취를거둘수있는토대가마련되길빕니다.”

저자는화이트칼라범죄에대해서는엄정하게판결해왔다.창원지법이공직부패와비리의양형기준을강화할때참여하였고재판과정에그기준을반영했다.그전에도전관예우논란을해소할목적으로양형기준제전면확대를건의하기도했다.법원게시판에이렇듯공개적으로발언한것은재판과정에서스스로에게엄격한잣대를적용하기위해서이기도했다.화이트칼라범죄를저지를이들과판사의사회적경험이비슷하여그들의범죄이유가“판사에게심정적으로와닿는면이있”음을인정했기때문이다.

하지만사회적약자들이저지른범죄에대해서는그들이처한어려운환경을개선할수있게지원하는것을우선순위로두었다.폭력사건피고인에게상담및치료프로그램을이행하게하여그결과를양형에반영한과정을소상하게기록했다.

사형제폐지에대한의견도숨기지않는다.수십명의목숨을빼앗은살인범에게사형이선고되자일어난사형반대운동과배우자의폭력에시달리다못해살인을저지른피고인의인간이아니라짐승을죽였을뿐이라는발언을비교하며,생명을경중을누가결정할수있느냐고반문한다.이어,저자는형사재판중한번도사형선고를하지않았음을다행으로생각한다.

누군가의작은호의가한사람의인생을바꿀수있다는걸스스로증명하고목격해온저자는우리부터먼저호의를베풀자고,주위에불행한사람이있는한우리는행복해질수없다고말한다.《호의에대하여》는바로그시작이다.“앞으로어떻게살겠다는거창한구호는없습니다.제가여러분께했던말을실천에옮기고,남을비판할때썼던그잣대로스스로의삶을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