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김보영,시인안희연추천
“신비롭다.모든장면이별처럼빛난다.
성스럽기까지하다.”
소설가김보영
SF거장어슐러K.르귄에게서“우리는이제껏이런소설을읽어본적이없다”라는극찬을받고,<타임아웃베이징>선정‘최고의중문소설’,베를린국제영화제선정‘베를리날레의책’에오르며,타이베이국제도서전소설부문대상,프랑스문학상리브르앵쉴레르상을수상한작품.타이완최초로맨부커인터내셔널상후보에오른작가우밍이의장편소설이다.
《복안인》은거대한쓰레기섬을모티프로생태위기를우화적으로풀어낸다.문명의이기와는거리가먼가상의섬‘와요와요’와타이완해안을배경으로,쓰레기소용돌이가바다와육지를집어삼키는근미래풍경을펼쳐보인다.산제물과여섯번째발가락,인어다리증태아,곤충의눈,즉‘복안’을가진초월적존재등신화와환상을넘나드는상상력이읽는이를매혹하는한편,종말이닥치는과정을슬로모션으로포착하듯차분히묘사하는문장이경외감을불러일으킨다.
“멀리,세상의끝을알리는파도가
한겹한겹흰주름을안고밀려왔다.
이제남은것은종말뿐이었다.”
신화와환경,문명의잿빛실로자수하는지상최후의풍경
태평양한가운데,어느지도에도표기되지않은외딴섬‘와요와요’에는기이한전통이있다.집안의차남은180번째보름달이뜨는날스스로만든배를타고바다로떠나는것.그리고절대돌아오지않는것.대지의현자는그것이와요와요의율법이라고했다.지나친풍요는탐욕을부르고,탐욕은와요와요의신‘카방’을진노케하므로한가족마다남자는딱한명이어야한다고.
차남으로태어나바다신에게바쳐진소년‘아트리에’는표류7일째에식수와식량을모두잃는다.급기야물이차오르는배를버리고바다에뛰어든소년은난생처음보는거대한섬에좌초된다.오색빛으로뒤덮인섬은죽은생물과악취로가득했고,죽은바다거북의배에서는영원히썩지않을것같은물건이발견되었으며,섬은계속회전이라도하는듯매일다른방향에서해가떴다.‘이곳은저승일까,지옥일까?’불길한기운이아트리에를압도하는가운데,그를태운섬이거친파도를일으키며타이완해안가를들이덮친다.
“한번은바다에서회오리기둥아홉개가동시에나타났다.구름속에서전광이잇달아번쩍이다가먹구름에서가느다란다리가자라나듯빛이바다로내리꽂혔고,수면에닿는순간바닷물이소용돌이를일으키며튀어올랐다.회오리바람이멈추고폭우가쏟아지자아트리에는제발자기도데려가달라고카방에게기도했다.(…)‘바다를마르게할수있는유일한존재카방이시여,저를버리시려거든제시체가산호가되어고향으로흘러가게해주소서.’”본문에서
‘공功’과‘과過’의구분없이한사코밀려오는엄혹한미래
‘멸滅’이라는공통의운명앞에서융기하는공존의아름다움
《복안인》은와요와요라는비문명의세계에서떨어져나온소년아트리에와,타이완의문명도시에서살아가는여성‘앨리스’를중심으로이야기를펼쳐나간다.기계문명은커녕문자文字도없는와요와요와,필요에따라끝없이개발계획을세우고실행하는타이완의풍경이대비를이루는가운데,전작《도둑맞은자전거》와마찬가지로주변인물의이야기를겹겹이쌓아세계관을확장한다.타이완원주민‘하파이’와‘다허’,여행지에서만난앨리스와사랑에빠져그를따라타이완에온‘야콥센’,터널개발공사자문으로타이완을찾은‘볼트’와환경운동가‘사라’까지.이들은각자의삶과고유한배경을지닌채폐허에서조우한다.갑작스러운재난에삶과터전을잃었음에도담담히하루를살아가며,주변을살피는이들의서사는단순한아름다움을넘어인간적숭고함까지드러낸다.스웨덴문학평론가셰르스틴요한손은《복안인》이“서정적슬픔이흐르면서도아름다움이어우러진디스토피아소설”이라고찬사를아끼지않았다.
서로다른문화와역사를짊어진이들의삶을한데포개놓는것은물론‘쓰레기섬’이지만,곤충의겹눈[複眼]을가진미스터리한존재‘복안인’도빼놓을수없다.겹눈을통해수만가지풍광을동시에보는남자.그는어떤순간에,어떻게,또왜모습을드러내는것일까?그의출현을따라미스터리를쫓아나가는것도소설을즐기는또하나의방법이될것이다.
“이토록고요한소설이건만미스터리가빛난다.(…)인연을따라삶이펼쳐지다가,떠도는오색빛깔섬이해일처럼문명의해변으로밀려들어세계가합쳐지는순간의충격은굉장하다.”소설가김보영
“소설을다읽고나서야제목인‘복안’의의미처럼하나의장르로수렴될수없는,여러겹의‘눈’을가진이야기임을이해했다.(…)은폐,폐쇄,고립이아닌열림,교환,확장의방향으로계속해서나아갈힘을주는장엄한책.”시인안희연
“작금의시대는세상모든것이다드러나보이는듯하지만
실은그렇지않다.
중요한것은세상을바라보는‘눈’이정말로열려있느냐하는것이다.”
우밍이
세계의구석과이면,그림자와원본을
관철하는문학의창우밍이대표작
소설《복안인》의탄생은2008년으로거슬러올라간다.그해타이완정부는타이완서해안의줘수이시하구에초대형석유화학단지를건립하겠다는계획을발표했다.발표직후환경단체와학자,학생들의거센반발이일었다.해당지역은수많은생물의터전이자특히멸종위기종인남방큰돌고래의주요서식지였기때문이다.작가이자환경운동가인우밍이는환경청앞에서철야농성을이어가며반대의목소리를높였다.
3년에걸친투쟁끝에사업은백지화되었으나자연과미래환경을고려하지않는무차별개발이라는문제는여전히남아있었다.이무렵작가는위성사진으로처음확인된‘쓰레기소용돌이’에관한기사를접했다.사진조차없고그저글뿐이었지만상상속이미지는밤낮으로그를괴롭혔다.이때작가는과거자신이쓴단편소설<복안인>을떠올렸다.존재여부를알기위해반드시눈으로확인해야만하는인간과,곤충의겹눈을통해세계의구석구석을바라보는‘복안인’.우밍이는보기전까지는알지못하는,설령무엇을본다하더라도인간의관점을벗어나지못하는인류의한계를성찰하며장편소설《복안인》을완성했다.
2025년서울국제도서전행사에서우밍이는자신의문학관을밝혔다.“문학이그자체로세계를바꿀수있다고는생각하지않는다.그러나작가와작품이온전히하나될때,그결합에서태어나는힘은분명히존재한다고믿는다.”날카로운시대의식과신화적상상력을바탕으로미래와책임을일깨우는세기의걸작《복안인》.겹눈속수만가지의형형한풍경을국내독자가마주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