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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저자:김찬호 성공회대학교교양학부초빙교수.사회학을전공했고일본의마을만들기를현장연구하여박사논문을썼다.대학에서문화인류학과교육학을강의하고있으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부센터장을지낸바있고,현재교육센터마음의씨앗부센터장으로활동하고있다. 지은책으로『모멸감』『눌변』『생애의발견』『사회를보는논리』『도시는미디어다』『문화의발견』『휴대폰이말하다』『교육의상상력』『돈의인문학』『인류학자가자동차를만든다고?』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작은인간』『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모든것의가장자리에서』(공역),『학교와계급재생산』(공역)등이있다.
들어가는글프롤로그민주주의가치유하는마음,민주주의를치유하는마음1.재난복합위기와정치적책임‘결손사회’의자화상정치적재난이초래하는것들시민,데몬헌터스2.극우집단망상의메커니즘파시즘의대중심리혐오는어떻게확산되는가태극기는무엇인가3.광장권력의과시,시민의탄생만민공동회에서응원봉집회까지정치적우정과공적행복감두개의광장,무엇이다른가?4.정치인AI가대체할수없는직업권력투쟁,그비열함과잔혹함유머감각이필요한이유정치인의품격에대하여5.교육민주주의를억눌렀던학교살고싶은세상을만들려면소년은누구인가환대의마음을키우자6.대화‘틀림’에는단호하게,‘다름’에는너그럽게‘우리’의테두리를넓히자평화를이뤄내는화법두려움시스템에서탐색시스템으로7.회복‘불행할권리’를찾아서고통으로마음이부서질때사회적유대와치유함께울며춤추는한판축제8.성장시민이자라나는장소를위하여서로돌보는시민사회의길현재가미래를도울수있도록거짓된희망보다정직한절망으로부록파커파머와의대담:민주주의를지탱하는마음주
《모멸감》의사회학자김찬호교수가저널리즘이나정치평론과는다른공감과사유의언어로성찰한정치의본모습과민주주의의가치감정과사회의관계를탐구하며시민적삶의양식을모색해온사회학자김찬호교수의첫정치분야에세이가출간되었다.오랜기간문화사회학과교육분야를연구해온사회학자가정치와민주주의를다루기로마음먹은배경에는지난겨울우리사회를뒤흔든12.3.비상계엄사태가있다.‘들어가는글’에서밝히듯,저자는심리적당혹감과지적좌절감속에서요동치는정국을이해하고그이면을파악하고자광장과연구실을분주히오갔다.동료시민들과함께고민하고대화하며배웠고,다양한참고문헌을참조해맥을잡아갔다.이책은속도감있는저널리즘이나팬덤을의식한정치평론이담아내지못하는공감과사유로정치의본질과민주주의의가치를성찰한기록이다.40년사회학연구와60년삶의경험을바탕으로온갖부정적인함의를가진정치의진정한의미와목적을구한다.불안과갈등이만연한지금,자신과공동체를지키기위한‘정치문해력’의기초를다지는데유용한내용을담았다.외형적풍요에도불구하고내적고통이줄어들지않는상황에서정치와민주주의는어떤실마리가될수있을까?정치의본질은대립과혐오가아니라치유와공존민주주의는고통받은마음을돌보고공공선으로모인마음은상처입은민주주의를보살핀다구성원내면의동심원을섬세하게관찰해온사회학자답게숙고의시작은정치와마음의관계다.정치와치유에공통적으로‘다스릴치治’자가들어있다는데착안해저자는‘치유로서의정치’를재발견한다(16쪽).정치의존재이유는마음의치유다.근대사회계약사상이후정치는국민의안전과권리를보장해고통을경감해야한다는원칙을확립했다.다양한정치제도가운데민주주의는그자체로치유의원천이될수있는데,새로운대화의공간을창조함으로써고립된마음을연결하기때문이다.지난겨울보았듯상처받은민주주의는공공선으로모인마음과마음이보살핀다.민주주의와마음은서로돌보는관계인것이다.책의제목이‘고통을다스리는민주주의’인이유다.복합위기의시대,판도라의상자에숨은정치라는희망을찾아가는여정은크게두부분으로구성된다.1~4장(‘재난’‘극우’‘광장’‘정치인’)은‘민주주의가치유하는마음’에관한이야기다.소통부재와각자도생으로돌봄이사라지고있는‘결손사회’,우리는마음이아프면병원에가기도하지만광장에모이기도한다.그곳에서갑을관계나인정투쟁에서벗어나오롯이자기자신이되어‘타인에대한감각’을느낀다.공적공간이정서적치유의장으로기능하는순간이다.저자는만민공동회에서응원봉집회까지,K-집회의거듭된진화과정을짚으면서민주주의의핵심은시민공동체형성임을보여준다.무명의시민들이‘데몬헌터스’가되어친위쿠데타를막아냈듯전례없는재난상황과혐오를조장하는세력에맞서사회적유대를맺을수있는새로운마음의생태계를조성해야할때다.5~8장(‘교육’‘대화’‘회복’‘성장’)은‘민주주의를치유하는마음’을톺아본다.민주주의는인류의탁월한발명품이지만갈등과충돌을용인하기에매우취약한제도이기도하다.또다시한순간에무너져버릴지도모른다.그래서학교에서부터민주주의를연습해야한다.교실에서부터공동체의문제를해결하고함께살아가는방식을결정하면서효능감을느낀학생이이후공론장의주체로성장하리라는것은자명하다.다만,확실한답이나결론으로혼란과모호함을없애버리려는‘종결욕구’를내려놓고주어진과제를차근차근풀어나가는과정이중요하다고저자는강조한다.두려움과경계심을내려놓고상대방의존재를인정하는대화자체에서이미사회적신뢰는쌓인다.이시민적지성이바로민주주의를지탱하는마음이다.위기대처능력과회복력이뛰어난K-민주주의지속가능한민주주의로성숙하기위한마음의습관정치와민주주의는고도의인식능력을지닌사회적동물인인간만이가능한일이다.그런데비약적으로성장하고있는AI기술이상당한영역에서이미인간을대체하고있다.과연AI정치인도가능할까?저자는,정치는개별시민들에관한데이터의산술적총합으로실현될수없다고단언한다.AI알고리즘이민주주의를대체할수도없다.대화와타협,판단과결정이라는프로세스는인공지능이아니라인간지성에의해서만구현될수있다.하지만민주주의는결코완결될수없는프로젝트이기도하다.K-민주주의가수많은역경을딛고지속가능한민주주의로성숙하기위해견지해야할마음의습관이본문곳곳에서반짝인다.특히,《멋진신세계》에서빌려온‘불행할권리’라는의미심장한개념을인간성과자유의온전한실현,나아가사회의질적인성장과연계하는분석은무릎을치게한다.고통이없어지면인류는행복해질까?부정적경험이제거되면현실에대한의문이나새로운세계에대한탐색도없다.그런점에서‘불행할권리’는인간으로살아갈권리라고할수있다.고통과불행을외면할때정치는빗나가기쉽다는것이저자의결론이다(208쪽).이밖에도,토론과합의가이루어지는공론장에참여하는것만으로도우리는‘더나은사람’이될수있다는전언(224쪽),꿈쩍하지않거나오히려퇴행하는현실에가로막혀절망과비관이찾아올때가잦지만종국에변화는생겨난다는것을증명하는역사에서얻는위로와용기를나누는대목(260쪽)도독자여러분의기억에오래남을것이다.거짓된희망보다정직한절망으로각자의삶안에서함께하는지성과실천의싹을틔우는민주주의를위하여정치를주제로한글이지만사회전반을두루살펴보는책이다.현실을보는좁은시야를확장하는사고의틀과언어를제공한다.‘응원봉광장’과‘태극기광장’의차이점을비교하는내용에서는건강한공론장을형성하기위해개인과개인이어떻게만나야하는지를생각해보게된다(105쪽).생각이상반된두사람이마주앉아대화를나눔으로써서로를이해하게되는프로젝트인‘한국의대화’의성과와의미(190쪽),서울한학교의‘주민참여예산제안’공동수업등현실을변화시키는배움이펼쳐지는교육현장(152쪽)처럼공동체의회복과성장에필요한실천들이생활속구체적장면으로제시된다.‘거짓된희망보다정직한절망으로.’이책의마지막주제다.파국으로치닫는듯보이는현실을대면하고도불안과우울에빠지는것이아니라도리어삶을직시하고긍정하는태도를잃지않는것.이마음들이모일때일상이변하고사회가쇄신될터다.오랜기간인간과사회를읽어오면서풍부한학자적지성과시민적실천을축적한저자가찾은진정한희망의증거는정치다.우리는희망을갖기만하는것이아니라만들어가는존재다(271쪽).각자의삶안에서희망의공동체를만들어나가는첫걸음에이책은큰쓰임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