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전복적인비전,경이로운역작!”
《온도계의철학》《물은H2O인가?》장하석케임브리지대석좌교수가
과학철학의최전선에서되살린실용주의정신
“과학은실재에관한진리를말하는가?”
과학숭배를버리고실천속에서다시세우는지식,진리,실재
가장실용적이고대담한실재론,‘행동하는실재주의’로의초대
세계적인과학철학자장하석교수가처음쓴본격적인철학서.과학이인간의정신으로부터독립적인‘저바깥’의실재에관한궁극적진리를밝혀낸다는‘과학적실재론’은오늘날과학의표준으로자리잡은견고한믿음이다.하지만장하석교수는신간《새로운실용주의과학철학》을통해이러한통념이과학자들이실제로하는작업의본질과는거리가먼비현실적인이상일뿐만아니라,과학을교조적으로만들어실제과학의진보에오히려해를끼친다고지적한다.이책에서저자는과학을‘신성한진리’의집합으로숭배하는권위주의적태도를거부한다.과학은비판으로부터보호받는교리가아니라,끊임없는탐구와논쟁이이어지는역동적인인간활동이기때문이다.
저자가지난40년간공부하고가르치며품어온의문과고민을발전시켜집대성한이책은과학적실재론의대안으로‘행동하는실재주의(ActivistRealism)’를주창한다.실용주의철학에서영감을얻은저자는과학을포함한경험적영역에서지식,진리,실재개념을완전히새롭게구축한다.‘지식’은단순히명제적정보의소유가아니라무언가를‘할줄아는능력’인‘능동적앎’이되고,‘실재’는인간의정신과무관한고정된대상이아니라우리의정합적인활동속에서성공적으로채용되고의지할수있는실천적대상이된다.‘진리’역시실재와의대응이아니라인간의활동이목표를향해조화롭게맞물려돌아가게돕는‘작업적정합성’의실천적속성으로규정된다.
이대담한실재론개조프로젝트에서는과학사의구체적장면들이철학적논증의핵심증거로소환된다.온도계의보정과정이나초기전기학실험처럼실제과학이작동하는세밀한지점들을현미경처럼들여다보며,그안에서실용주의적정당성을논리적으로추출해내는서술방식은독자에게단순한주장을넘어선압도적인지적설득력을선사한다.과학사와철학적통찰을넘나들며저자특유의친절한해설과치밀한분석,그리고과감한통찰을입체적으로엮어낸이책은,지금여기에서무엇을신뢰하고어떻게나아갈지고민하는모든‘현실적인사람들’을위한새로운지적이정표가될것이다.
"과학과기타다양한삶의실천들에관하여숙고할때우리는왜‘실재론’이라고부를만한것을주요관심사로삼아야할까?왜냐하면우리는상상이아니라사실을존중하고싶기때문이다.왜냐하면고정된견해뒤에안락하게숨는대신에열린태도로경험으로부터배우고자하기때문이다.왜냐하면경험적인지식이우리를물질적인세계에서더잘살게도와줄수있다는점을잘알기때문이다.왜냐하면우리의무지한현상태를개선함없이체념한채로사는것이아니라실재들에관한진리들을배울수있다는낙관론을품고살고싶기때문이다."(394~395쪽)
“신성한진리란없다”
비현실적인이상때문에과학에대한신뢰가흔들린다면,
보다‘현실적인실재론’이필요하다!
“너무나많은그릇된정보,무지,선입견,기만,불신으로가득찬세상에서무엇에의지해야신뢰할만한사실들과통찰력있는이론,행동을위한지침을얻을수있을까?”(19쪽)저자는이물음에여전히“최선의희망은과학과과학적태도”라고답한다.하지만오늘날과학에대한대중의신뢰는역설적으로‘과학적실재론’이라는견고한믿음때문에위기에처해있다.과학지식을의문의여지가없는‘신성한진리’혹은그근삿값으로포장할수록,실제과학이그런과장된이미지에부응하지못할경우대중은과학을하나의종교와같은수준으로치부하며불신에빠지게된다.기후변화부정론자나평평한지구우주론자들이자신들의주장역시‘과학적’이라며확립된과학지식에도전하는현실은이위기를잘보여준다.
저자는이러한위기가인간이도달할수없는‘신의관점’을과학의표준으로삼은데서기인한다고진단한다.과학이세상의‘진짜’모습을볼수있게해준다는환상은지식향상을위해우리가‘실제로무엇을할수있는지’에대해서는아무런지침을주지못하는“부질없고해로운철학적꿈”이다.대신저자는칼세이건을인용하며“과학이유일하게내놓는신성한진리는신성한진리란없다는것”임을선언한다.우리에게필요한것은절대적진리가아니라탐구과정에서실제로채택할수있는‘작업적이상’이다.이책은유한한존재인인간이현실속에서보유한도구로추구할수있는‘현실적인실재론’의길을제시한다.그런작업적이상을짊어진실재론은과학의진보에능동적으로기여하는입장이므로저자는자신의실재론(realism)을‘실재주의’로명명한다.
“이상이언젠가성취될가능성은물론희박하지만,이상이유용한기능을하려면,이상은우리를다르게생각하고행동하게만드는무언가일필요가있다.오류가전혀없는바이러스검사법을발명하기,또는대도시에서1년내내살인사건이없도록만들기는작업적이상이다.비록우리가이이상에영영부응할수없더라도말이다.반면에절대적진리란실제로추구할수있는이상이아니다.왜냐하면이이상에접근하기위하여우리가실제로할수있는바가없기때문이다.”(21쪽)
“아는자는행동하는자다”
실용주의가재정의한‘능동적앎’의세계
이책은19세기말에서20세기초에걸쳐미국에서처음형성된‘실용주의’를현대과학철학에본격적으로도입한다.실용주의란지식은행동의맥락에서이해해야하고모든쟁점역시실천에기반해서고려해야한다는입장으로,‘실용’이라는말이주는세속적인어감으로만받아들여서는안되는중요한철학적전통이다.실용주의의창시자중한명인윌리엄제임스에따르면“아는자는행동하는자”이며,“앎은우리가사는세상안에서만유의미하다”.(31쪽)따라서지식은참인명제나이론적정보의집합이아니라특정한목표를위해수행하는활동이자무언가를할줄아는능력인‘능동적앎’으로재정의된다.이러한관점에서과학은앎을얻고평가하고사용하는행동프로그램들의연결망,즉‘실천시스템’이된다.
이처럼지식을‘활동’중심으로바라보면‘진리’개념또한실용주의적으로재구축된다.어떤이론이나진술이진리라는것은그것이인간의정신과무관한실재와신비롭게대응한다는뜻이아니다.그보다는해당진술에의존하여수행하는우리의활동이목표를향해조화롭고사리에맞게맞물려돌아가게돕는‘작업적정합성’을확보했음을의미한다.예를들어현대의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양자역학과상대성이론이라는추상적인이론들과정지궤도위성,원자시계와같은물질적기술들을정교하게조율하여‘위치파악’이라는목표를성공적으로달성해낸다.이처럼진리란우리삶의구체적인맥락속에서실질적인효과를내고실용적인사리파악을가능하게만드는실천적질(quality)이다.
“인간사회의평범한구성원들은언어를말할줄알고,추론할줄알며,거짓말하고,설명하고,서로논쟁하고,사물들을세고분류할줄안다.우리대다수는달리고,수영하고,공을찰줄안다.우리중일부는심지어노래하고,그림을그리고,도자기를제작할줄안다.우리는(...)아이를양육할줄알고,다른이들에게기술을가르칠줄안다.왜이모든활동안에중요한앎이있다는점을,단지그앎이명제적인형태로존재하지않을가능성이있다는이유로,부인해야할까?”(51쪽)
‘노이라트의배’를타고
흔들리는늪지위에서지식을구축하는법
인간의앎은견고한암반위가아니라언제든흔들릴수있는늪지위를걷는것과같다.실용주의의또다른창시자찰스샌더스퍼스의통찰처럼,탐구는사실의반석위에서있지않으며,우리는그저“이기반이당분간탐구를지탱할것같으니무너지기전까지는여기에머무르겠다”라고말할수있을뿐이다.이런맥락에서“먼바다에서항해하는채로배를재건해야하는선원들”이라는노이라트의비유는우리인식의근본적인처지를관통한다.이는앎의출발점이언제나불완전하고결함이있을수밖에없음을인정하는현실적인정신의표현이다.
이러한한계에도불구하고지식을진보시키는핵심동력으로저자는‘인식과정의반복’개념을제시한다.인식과정의반복은과거의지식을일단주어진것으로받아들이는‘존중의원리’에서시작하여,그토대위에서새로운탐구를수행하고,그성과를다시출발점의결함을수정하는데되먹임으로써지식을점진적으로향상하는과정이다.예컨대온도계는측정기준을다듬는반복적인자기교정과정을거치며지금의정교한체계를갖추게되었다.지식은의심할수없는토대에서연역되는것이아니라,불완전한출발점을끊임없이자기교정하며구축된다.
“그런데우리에게확고한토대가없다면,앎은무엇을기반으로삼을수있을까?(당연히한가지대답은앎은어떤것도기반으로삼지않는다는것,혹은탐구는확실히그러하다는것이다.)탐구하면서착실히진보하려애쓸때우리는물려받은무언가를주어진것으로받아들이고서그무언가를토대로무엇을배울수있는지알아볼수밖에없다.그리고우리가충분히운이좋다면,우리는출발점으로돌아와서그배운바를사용하여출발점을개선할수있을것이다.”(401~402쪽)
철학을다시삶으로
‘행동하는실재주의’와다원주의적비전
이책은과학을인간의지적,물질적,사회적욕구를충족하기위해벌이는‘인본주의적사업’으로간주한다.과학은우리자신이나우리의탐구와완전히별개로존재하는지식이아니라,철저히인간에의해수행되는역동적인활동이다.실재론논쟁이‘외부세상은실재할까?’같은공허한형이상학적질문을붙잡으며삶의주류에서밀려나지않으려면,과학과같은경험적인영역에서구체적인상황을분석하고이해하는데실질적인도움을주는‘도구’가되어야한다는것이저자의신념이다.저자가제안하는‘행동하는실재주의’는세상을관조하며지식을수동적으로수용하는구경꾼의태도를단호히거부하며,실재에관한지식을향상하기위해우리가실제로할수있는모든일을하겠다는실천적결의를보여준다.
이러한실천적태도는자연스럽게다원주의로귀결된다.저자가제안하는‘진보’는단하나의정답을향해수렴하는목적론적과정이아니라,다양한실천시스템들이공존하며우리삶의실재들을확장해가는다원주의적여정이기때문이다.빛이상황에따라광선들의집합으로,파동으로,입자로서술되는것처럼,하나의절대적정답대신다양한실천시스템이공존할때실재는더풍요로워진다.철학자,과학자,학생,정책결정자부터일반대중까지,이책이제시하는지식과실재의작업적이상은과학과정치,윤리가교차하는복잡하고불확실한현실속에서우리가어떻게경험으로부터배우고지적으로진보할수있는지보여주는가장현실적이고능동적인항해지도가되어줄것이다.
“일(work)은겸손의미덕을요구하고,또한사회적협력과관용을요구한다.우리가겸손한실용주의적시각으로우리인간이처한상황을바라보면,자연스럽게다원주의가귀결된다.지식을획득하고개선하기위하여우리가하는일은수많은방향으로나아갈것이며다양한실천시스템안에서이루어질것인데,그시스템들각각은단지부분적으로만입증된,좋은지식을생산할잠재력을지녔다.우리는서로경쟁하고협력하며각자선택한시스템을발전시키려애씀으로써진보를이뤄낸다.이것이삶전반에서우리가살아가는방식이며,과학도예외가아니다.”(485쪽)
◆방대한철학적논의와풍부한과학사의사례를담고있는이책은독자의관심사와수준에따라선택적독서가가능하도록설계되었다.각장은핵심아이디어를평이하게설명하는개관으로시작한다.바쁜독자나입문자라면이개관들만연결해읽어도새로운실용주의의밑그림을충분히그릴수있다.반면전문적인학술논의나기술적인세부사항이담긴절은본문과다른서체로표기되어있다.깊이있는탐구를원하는독자는이부분을통해철학적논거를치밀하게따라갈수있다.이러한입체적구조는철학의문턱을낮추면서도학술적엄밀함을놓치지않으려는저자의배려이며,철학을현실적인도구로만들고자하는이책의목적과도맞닿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