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위스키봉봉

챗위스키봉봉

$17.00
Description
“반으로 갈라진 순간 알싸한 향이 흘러나와 혀끝을 적셨다.
심장이 금세 쿵쿵 소리를 내며 뛰었다.” (〈챗위스키봉봉〉)
달콤한 유혹 아래 숨은 아릿한 마음…
다층적 삶의 단면을 베어내
그 안의 은밀한 떨림을 포착하는 7가지 이야기

생성형 AI부터 비엘, 안락사 캡슐까지. 오늘의 일상과 감각을 포착해 재기발랄하게 그려내는 작가 고민실의 신작 소설집 《챗위스키봉봉》이 출간되었다. 마치 AI처럼 미사여구를 잔뜩 늘어놓는 남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표제작 〈챗위스키봉봉〉, 소설을 즐겨 읽는 부녀가 8년 만에 동거하며 벌어지는 일화를 그린 단편 〈아빠는 비엘을 읽지 않는다〉 등 다층적인 현 사회의 입체적 지문을 짚어내는 7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고민실은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쓰나미 오는 날〉로 등단하고 장편소설 《영의 자리》와 소설집 《홈 가드닝 블루》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었으며,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단단한 문장과 경쾌한 구성의 낙차가 기묘한 파동을 일으키며, “생존이 아니라 살만한 삶을 생각하게 된”다는 성현아 문학평론가의 평처럼 고민실의 세계는 격동의 시대에 부응하는 삶의 태도를 일깨운다.

“매 순간 앓으면서도 호소하지 못하는 이들의
삶을 비추는 맑은 표면이 되는 것,
그것이 고민실의 소설이 감당하는 자리인 듯하다.”
성현아 문학평론가
저자

고민실

2017년한국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영의자리》와소설집《홈가드닝블루》로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선정되었다.장편소설《잃어버린손가락》으로제11회교보문고스토리대상우수상을수상했다.2025년문화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당선되었다.

목차

챗위스키봉봉007
아빠는비엘을읽지않는다037
룸■룸071
그만한하루101
연휴129
거울나라가온다151
속삭이던별들은사라지고181

해설∥성현아(문학평론가)
고통의벽지화227

저자후기247

출판사 서평

“아빠는날사랑하지않지.”(〈아빠는비엘을읽지않는다〉)
실패가예견된소통의매개
두꺼운벽을더듬는간절한손길

경쾌한리듬과정제된문장이빚어낸굴곡을타고
여울지듯스며드는7가지이야기

고민실소설속인물들은동시대의매개를경유해타자와접촉한다.AI,웹소설,CCTV등비대면도구로이루어지는교류는점차그한계를드러내며오늘날우리가서로연결되는방식을돌아보게한다.표제작〈챗위스키봉봉〉의주인공선우는직장상사와데이트를즐기고호감을느끼지만,그에게적극적으로연락하는대신챗지피티에게상대방의마음에관해물어보고조언을구한다.달콤한편의와과도한의존에서오는섬뜩함.달달한초콜릿속에알싸한위스키를넣은디저트‘위스키봉봉’처럼양가적감각을불러오는AI를우리는어떻게다뤄야할까.
〈아빠는비엘을읽지않는다〉의윤서는8년전이혼한아빠집에얹혀살게되며무뚝뚝한그와의소통을고민한다.독립과이혼으로멀어진부녀간거리는윤서가웹소설사이트아이디를공유해주며조금씩좁혀지는듯보이지만,무협과비엘처럼너무도다른취향이오히려서로의간극을부각한다.“재미있게읽던소설을불편한표현때문에포기한경험”도,“소설속주인공들이모두자신과다른성별이라는데에서오는괴리감”도없을아빠와윤서는다시가까워질수있을까.
점차더좁은공간으로짓눌리는현대인을그린단편〈룸■룸〉에서‘나’는건물출입구에설치된CCTV화면을통해서만이웃의동향을읽는다.생활고로인해비좁은방을넘어장롱으로까지,기록될수조차없는어두운공간으로구겨진좌절은끝내누구에게도발견되지않고사그라진다.

“너는고민하지않을수없었어.
죽음이아니라장례까지가너의책임인것만같아서.”(〈그만한하루〉)
고립된개인이공허한미래에가하는서늘한균열

자신의이름조차기억하지못하는직장인,정신이온전치못해자꾸만길을잃는노인,글자를제대로읽지못하는어린아이등고민실은신뢰할수없는화자를내세워공허한미래를향한근원적인물음을던지기도한다.각각의이야기속에서납치되거나(〈연휴〉),방치되거나(〈그만한하루〉),취조를받는(〈거울나라가온다〉)이들이노출된폭력적상황엔붕괴할조짐을보이는사회가담겨있다.
〈연휴〉의‘나’는자기이름조차흐릿하고납치까지당한난감한상황에서도의미없고반복적노동만강요하는직장에서해고당하지않을지걱정한다.“더나은기술이더멋진세상으로데려다”준다는광고문구를“더멋진세상으로데려다주지않으면후진기술”이라고비튼‘나’의독백에는기술발전과인간삶의윤택이비례하지않을것이라는예감이내포되어있다.
〈그만한하루〉는인지저하증에걸려안락사캡슐을살돈을훔치려는‘나’와‘너’의여정을그린다.캡슐사용법을되짚는사이에도침범하는과거의죄책감과기억에끝내또다른“하루를더”사는‘나’의모습엔죽음을선택하는행위에따를책임과무게가묻어난다.
밤나무에돋아난버튼을눌렀더니겨울만계속되는세상이찾아왔다는SF적상상력이빛나는소설〈거울나라가왔다〉에서버튼을최초로목격한아이‘규이’는‘겨울버튼’을홀로‘거울버튼’이라고읽는다.규이의가정에반복되던폭력을묵인하던어른들과규이의‘오독’은올바른세상과성장이라는개념에균열을가한다.


“커다란주걱으로세상을푸스를수만있다면.”(〈아빠는비엘을읽지않는다〉)
애써일구어야겨우마련되는평온한일상을위하여
좌절에무뎌지는대신더욱벼려내는집요한물음들

고민실의소설은제목이나설정에서유발되는발랄한분위기와달리밝지않은예지와날카로운질문으로점철되어있다.2017년한국일보신춘문예심사평에서“알려지지않은것,은폐된것,금지된것을말하려는용기”를가진작가가되리라는평가와기대를놓지않고끝없이골몰해온결과이리라.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영의자리》《홈가드닝블루》등오랜시간천착해온외면받는존재들을향한관심은그들이발딛고선세상으로한층그영역을넓혀전개된다.
저자후기에서“숫자만으로는표현하기힘든경험이곳곳에묻어있다”라고밝혔듯,고민실은어두운미래에대한전망에도불구하고포기하거나절망하는대신결연하게앞으로나아간다.언젠가익숙해질재난만이반복되는,“아무도사과하지않는”세상을그린소설〈속삭이던별들은사라지고〉에서수천조각퍼즐처럼제각각인증언이쏟아져도한사람을기억해내려는이담처럼,고민실은오해와오독을감수하고서묻고또물을것이다.요동치며격변하는세상에서소설이해야하고할수있는일이무엇인지증명하듯.